축제를 즐기는 원칙

글 : 김규원(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미덥지 않더라도 일단 모든 축제는 예술작품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셈치고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어찌 보면 가장 복잡한 과정으로 대중의 갈채를 순간적으로 만들어내어야 하고 게다가 길바닥에서 온갖 악천후와 교통 체증의 불편을 견디며 만들어야 하는 점에서 축제는 어느 장르보다 힘든 선에서 시작해야 하는 가시밭길의 예술이라고 봐줄 만도 하지 않을까? 일단 인정해 주신다면 이제 재미있게 ‘향수’하는 방법을 이야기해보겠다.

 

예술이라면 당연히 즐기기 위해서 사전의 준비와 학습이 필요하다. 불행히도 전문적인 교육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축제 향수를 위한 학습의 방식은 우선 주먹구구식으로 현장에서 많이 체험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반복해서 접하다 보면 누구나 축제에 대한 독특한 취향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축제를 즐기는 법을 터득하는 길로 들어서게 되고 자기만의 즐길 수 있는 토대는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후에 어떤 사람은 잡다하게 모든 축제를 다 찾아다니면서 백화점식 축제향수를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지역의 전통축제만 좋아할 수도 있다. 혹은 엑스포나 장터 같은 축제에 빠질 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특정 예술장르의 페스티벌만 쫓아다닐 수도 있겠다. 전통축제에서는 멋들어지고 위풍당당한 길놀이나 지역의 푸진 마당에서 신명으로 벌어지는 민속의 멋에 중독될 수도 있고, 예술 페스티벌에서는 새로운 예술가들의 참여와 예술감독의 독창적인 역할과 관점이 변하는 것을 음미하는 아마추어들이 생겨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아예 한 가지 축제에 심하게 매혹되어 매년 빠짐없이 찾아가는 마니아가 될 수도 있다. 이미 부산 국제영화제, 광주 비엔날레 같은 큰 페스티벌뿐만 아니라 독특한 춘천마임제, 밀양연극축제도 설 명절 세듯이 찾아가는 중독 ‘고객’들이 생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너무 성급히 중독증 마니아로 넘어가기 전에, 축제에 대한 자기만의 입맛과 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고 자부한다면 더 풍부하게 즐기기 위한 다음 단계로 다가서게 된다. 바로 축제에서 보석을 찾고 옥석을 가리는 초능력을 키우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엉망이더라도, 모든 축제마다 훌륭한 프로그램이 적어도 하나씩은 있게 마련이다. 이는 아무리 못된 인간이라도 본받을 점이 한 가지씩은 있는 것과 같지 않을까? 지저분한 난장과 관제 행정 사이에서도 창의력과 독창성이 지역의 정체성과 어우러진 프로그램이 하나씩 기적처럼 쓰레기 더미에서 빛나는 경우를 필자도 여러 번 보았다. 돈 바라고 꾀여 든 혼탁한 예술 페스티벌에서도 순수한 열정으로 선보이는 작품들도 외롭게 만날 수 있었다. 여기에서 축제 즐기는 학습이 어느 수준에 올라가게 되면 바로 이러한 보석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특히 오륙십여 개의 허접한 프로그램에서도 정말 흡족하고 벅찬 옥석 같은 프로그램 하나를 찾아내는 것은 초능력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하나 둘 프로그램을 찾아내는 재미에 들리게 되면, 여기에서부터 축제를 하나의 체계로 바라보는 송골매의 눈매를 지니게 된다. 등급이 올라간다고 볼까? 문제는 등급이 올라가면 괴로워지는 것이 축제를 즐기기보다 비판하고 말 그대로 ‘해결방안의 모색’에 열을 올리게 된다. 영화광이 나중에는 영화평이랍시고 댓글 달다가 정작 영화를 즐기지 못하는 것처럼. 축제를 여러 군데 보다가 자신에게 맞는 유형을 찾아내고, 집착하고, 그러다가 하나씩 보석을 찾기 시작하다가 결국에는 비판하고 절망하는 것이 불행한 축제문화향수의 단계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여기서 한 가지 제안한다면, 오히려 절망하기보다는 진흙 속에 빛나는 보석에 즐거워하고, 그리고 재미 딱지 없는 문화정책 연구자의 입장이나 축제 연구가의 눈보다는 그냥 흥에 겨운 동네 강아지마냥 흥을 잃지 않는 것이 더욱 행복하지 않을까? 쓰레기더미를 옮기려고 하기보다는 보석이 빛나기 위해 먼지를 털어주고 그 소박한 빛에 즐거워하는 것이 진정 축제를 즐기는 법일 수가 있다. 왜 이렇게 패배적인 이야기를 하느냐고 묻는다면, 경험적으로 축제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마음에 축제를 재단하기만 하다가는 오히려 미래의 희망과 희열 자체를 잃어버리는 것을 너무나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종국에는 축제의 보석을 찾는 심미안마저 멀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축제를 즐기려고 한다면 보석을 즐기고 음미하고 그것이 빛나지 못하는 먼지 더미를 비웃으면 된다. 이러한 마음이 여럿 모이면 언젠가는 항상 빛나는 것이 금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축제를 즐기는 것은 포도주 음미하는 것과 같다. 진정한 애호가라면 포도주의 등급에 연연하기보다는 저마다 독특한 색과 향의 다름을 즐길 수 있는 여유와 느긋함이 먼저 필요하다. 그리고 포도주 애호가는 포도주 생산자와 같은 방식으로 포도주를 바라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생산자와 애호가가 서로 역할을 이해하고 조화롭게 즐기면 되지 않을까?

문제는 훌륭한 포도주 생산자들이 어느 정도 애호가의 높은 경지에 오른 경우가 많은 것에 비해, 우리의 축제는 축제 자체를 즐기거나 독특한 취향을 가지고자 하는 욕망과 열정도 없이 의무감과 관행에 의해 축제가 생산되는 것이 많은 것이 문제일 뿐이다. 그래서 즐길 수 없는 축제를 즐겨보지 못한 사람들이 만들게 되는 것이 악순환된다.

하지만, 일단은 지금까지 이야기들을 모두 잊고, 이제 시작되는 온 나라의 오색 만발한 축제에 한 일년만 빠져 보고 다시 이야기해보는 것이 어떨지.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5월의 축제 여행지  

글 : 정상영(한겨레신문 문화생활부 기자) 

 

5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문화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5월에만 전국 33개 시군에서 예정된 축제가 94개에 이른다.(문화관광부 홈페이지 ‘문화마당’-한국의 지역축제 참조)

이처럼 지역축제가 5월에 집중되는 것은 봄이라는 계절의 요인 탓이다. 4월부터 복수초와 진달래, 개나리, 벚꽃, 배꽃 등이 한바탕 온 산과 들판을 헤집고 간 자리에 5월에는 철쭉과 자운영 등 야생화로 수놓는 화창한 봄날에 집안에만 틀어박혀있기에는 가족들에게 왠지 죄스러운 일이다.

특히 5월에는 노동절, 부처님오신날(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 공휴일을 비롯한 휴일이 많아 가족 나들이하기에 안성맞춤인 시기가 아닌가.

 

축제여행을 떠나기 전에 미리 축제 홈페이지를 방문해 꼼꼼히 프로그램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연기획가 주홍미씨는 “다양한 볼거리가 많은 것보다 확실한 주제가 있거나 한 가지를 진행하더라도 알찬 볼거리가 있는 축제에 참가하는 것이 훨씬 오래 기억에 남고 알차다”고 충고한다.

5월에 열리는 축제 가운데 경남 하동에서 화개골 지리산 기슭에 서린 천년의 향기를 달빛으로 우려내고 빛 고운 막사발로 맛보는 야생차축제를 소개한다.

하동은 우리나라 차 시배지로 널리 알려진 고장이다. 삼국사기의 기록에 따르면 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당시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차나무의 종자를 가져와 지리산 줄기인 쌍계사 주변에 처음 심었다. 특히 화개장터 입구에서 쌍계사로 들어가는 길을 비롯해 화개동천 계곡 주변을 따라 8㎞ 가량 야생 차밭이 이어진다. 지금 하동 어디를 가든 차밭에 찻잎을 따는 정겨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야생차의 고향답게 하동군은 해마다 5월이면 ‘하동 야생차문화축제’를 열고 있다. 제11회째를 맞는 올해에는 18일부터 21일까지 하동군 화개면 차시배지(쌍계사)와 진교면 백련리 차사발 도요지에서 한국 최고 차나무 헌다례를 시작으로 이 땅에 차를 가져온 대렴공 가장행렬, 세계 명차전 등 총 7개 분야 120여개의 행사로 꾸며진다. 또 햇차 무료 시음, 웰빙 다도체험, 전통 차 만들기 체험, 녹차 맛사지 체험, 찻사발 만들기 체험, 야생차 재배농가 체험, 제조공장 견학, 관광객 찻잎 따기 체험, 외국인 차만들기 체험, 산사음악회 등 다채로운 가족 체험 행사가 마련되어 있다. 하동군청 문화관광과 (055)880-2376. www.hadong.go.kr

 

▶ 하동 무넘이벌의 자운영 (사진:정상영)

▶ 매암차문화박물관 (사진:정상영)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로 유명한 하동군 악양면 정서리에는 2000년 국내 최초의 민간 차박물관으로 설립된 매암차박물관(관장 강동오)이 있다. 19일부터 21일까지 박물관 내에 있는 1만여평의 녹차밭에서 ‘차, 그 좋은 인연’이라는 주제로 민간축제인 ‘제7회 매암차문화축제’를 연다. ‘차울력(차 만들기)’과 ‘찻자리(들차회)’, 다식 만들기, 이 박물관의 설입자인 매암 강화수 옹의 ‘차문화사 강의’ 등이 펼쳐진다.

또한 그림책 작가 오치근씨와 산골 아이들이 함께 만든 ‘악양의 오래된 이야기’전, ‘차 유물 전’으로 꾸며진다. 이와 함께 가수 정태춘·박은옥씨 부부의 노래공연, 백무산, 박남준, 이원규 시인의 ‘차와 노래’ 주제 시낭송회도 가질 예정이어서 온 가족들이 함께 즐기기에 알맞다. 특히 올해에는 특별 초대손님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전쟁피해자들을 초청해 관람객들과의 뜻깊은 만남을 준비했다.

강동오 원장은 “축제는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온 가족 단위로 참여하는 체험행사를 많이 준비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나눔의 차 문화를 즐겼으면 좋겠다.”(055)883-3500. www.tea-maeam.com

차 문화는 나눔을 기본 정신으로 한다. 축제에 참가해 차 문화를 체험하고 나눔과 기부의 정신을 배워보는 것도 유익한 축제 여행이다. 또한 지리산 자락의 고찰 쌍계사와 칠불사, 전라도 사람과 경상도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화개장터,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악양면 평사리의 무딤이들과 최참판댁 세트장, 전북 진안에서 발원된 섬진강이 하동 80리길을 적시고 포구로 흘러들며 이뤄놓은 백사송림 등 볼거리가 넉넉하다.

 

 

축제정보함

 

기 간

축 제 명

내 용

소재지

홈페이지

5월

서울연극제

한국연극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축제

서울

02-765-7500

http://www.stf.or.kr

5월

의정부 국제

음악극 축제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음악극을 선보이고 있는 축제

의정부

031-828-5845~6

http://www.umtf.or.kr

5월

하이서울

페스티벌

서울시 전역에서 펼쳐지는

서울시의 대중적인 축제

서울

02-922-2861~3

http://www.hiseoulfest.org

5월~6월

춘천마임축제

몸, 움직임, 이미지 기반의

순수공연과 거리축제, 난장이 결합된 아시아 최대마임축제

춘천

033-242-0585

http://www.mimefestival.com

5월~6월

국제현대무용제

‘몸을 통해 상상하는 미래의 문명’ 아방가르드 무용축제

서울

02-765-5352

http://www.modafe.org

7월 

부산 국제 여름 무용 축제

바다가 있는 부산이라는 도시의 지방색을 살린 무용축제

 

 

7~8월

서울아동청소년

공연예술축제

국내 최대의 국제 아동극 축제로 어린이들에게 문화체험을 통한 인성교육과 창조력 계발의 장이 되는 축제

서울

02-745-5862~3

http://www.assitejkorea.org/festival

8월

춘천인형극제

국내외 인형극단과 인형극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적인 축제

춘천

033-242-8450

http://www.cocobau.com

8월

서울프린지

페스티벌

홍대 앞에서 펼쳐지는 아시아의 독립예술이 서로 교류하는 축제의 장

서울

02-325-8150

http://www.seoulfringe.net

9월

과천한마당축제

동.서양의 마당극, 거리극,

야외극 등이 모두 모인 축제

과천

02-504-0938

http://www.gcfest.or.kr

9월

전주세계소리

축제

민속성악유산인 판소리를 중심으로 발전해 온 음악 유산이 청중들과 교류하는 소통의 장

전주

063-280-3325

http://www.sorifestival.com

9월~10월

서울세계무용

축제

우리나라 무용을 국제무대에 소개하고 세계 무용 조류를 국내에 소개하는 축제

서울

02-3216-1185

http://www.sidance.org

9월~10월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대구를 오페라의 도시로!”

라는 슬로건으로 오페라를 지역문화와 결합한 축제

대구

053-6666-111

http://www.diof.org

9월~11월

부산비엔날레

지역 미술의 국제적 위상 향상과 현대미술의 저변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축제

부산

051-888-6691~9

http://www.busanbiennale.org

9월~11월

광주비엔날레

아시아를 대변하는 상징성을 띤 광주를 진원지로 아시아 문화와 현대미술문화와의 관계를 심화 확장시키는 축제

광주

062-608-4114

http://www.gb.or.kr

10월 

청주국제공예

비엔날레

예술성과 실용성이 공존하는 세계일류 공예문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개최하는 축제

청주

043-277-2501~2

http://www.cheongjubiennale.or.kr

10월

서울국제공연

예술제

피지칼 티어터, 탄츠 티어터, 티어터 댄스 등의 해외 조류에 힘입어 연극과 무용의 근원을 생각하고 발전시키려는 축제

서울

02-3673-2561~4

http://www.spaf21.com

10~11월

전국청소년

연극제

청소년들의 희곡문학과 공연예술에 대한 이해력, 창의성을 기르기 위한 고등학교 연극경연 축제

서울

02-744-8055~6

http://www.ttf.or.kr

※ 정리 : 안주은(예술위원회 대외협력팀)
 

 

세계의 공연예술축제

글 : 장지영(국민일보 문화부 기자) 

유럽 사람들은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1년을 산다는 우스개가 있다. 실제로 이들은 궁상스러울 만큼 돈을 모으고 온갖 스트레스를 참아내는데, 바로 여름철 1∼2달의 바캉스 때문이다.

공연예술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매년 6월이 되면 콘서트홀이나 오페라하우스 등 주요 극장들이 문을 닫는다.

하지만 극장들이 문을 닫는다고 해서 이 기간에 공연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을 뿐이다. 바로 6∼8월 사이에 유럽 곳곳에서 펼쳐지는 크고 작은 공연예술축제다.

공연 마니아들은 여름 휴가 기간 도시를 떠나 공연예술축제로 향한다.

물론 피렌체 5월 음악제나 프라하 봄 페스티벌처럼 여름이 아닌 시기에도 축제가 열리지만 권위있는 공연예술축제는 대개 여름에 집중돼 있다. 이것은 유럽 날씨에 기인하는 바가 큰데, 여름이 사계절 가운데 가장 좋기 때문이다. 겨울은 물론이고 우중충한 봄 가을과 달리 유럽의 여름은 덥지 않고 비가 거의 오지 않아서 야외공연이 상당수 포함된 축제를 열기엔 제격이다.

게다가 이들 축제는 대부분 풍광이 수려한 시골, 유서깊은 고도 또는 위대한 예술가의 고향에서 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연장은 로마시대 원형경기장부터 중세시대 성과 교회, 학교 체육관 그리고 호수 위에 만든 떠 있는 무대 등 다양하다. 그래서 유럽 사람들은 이들 페스티벌에서 휴가와 공연을 한꺼번에 즐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축제는 주로 봄 가을에 도시에서 열리기 때문에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공연을 시작하는 극장이나 민간 기획사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 또 실내 공연 중심이다 보니 유럽의 축제에 비해 분위기가 달아오르지도 않고 며칠씩 축제를 즐기다 가는 관객을 가지기가 어렵다. 물론 우리나라 여름이 장마나 무더위 때문에 축제를 열기에 적당치 않은데다 휴가기간 역시 짧기 때문인데, 최근 여름에 열리는 밀양연극제나 거창연극제 등은 휴가로 찾는 관객들이 상당수 있어 주목된다.

 

2005 아비뇽 페스티벌의 주빈으로 초대되었던

얀 파브르의 <죽음의 천사>

에딘버러 페스티벌이 펼쳐지는 시내

 

 

유럽의 공연예술축제를 국가별로 살펴보면 프랑스에서는 아비뇽 페스티벌, 오랑주 페스티벌, 엑상 프로방스 페스티벌, 디나르 페스티벌, 몽펠리에 댄스 페스티벌, 몽펠리에 음악 페스티벌, 살롱 페스티벌, 오리아크 페스티벌을 꼽을 수 있고 이탈리아에서는 베로나 페스티벌, 토레델라고 푸치니 페스티벌, 라벤나 페스티벌, 페사로 로시니 페스티벌, 마체라타 페스티벌 등이 유명하다.

또 오스트리아에서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브레겐츠 페스티벌, 인스부르크 고음악 페스티벌, 뫼르비슈 오페레타 페스티벌, 장크트마르가르텐 오페라 페스티벌 등이 열리고, 독일은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과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스위스의 루체른 페스티벌과 취리히 오페라 페스티벌 그리고 영국의 에딘버러 페스티벌과 런던 BBC 프롬스가 유명하다.

축제의 특징을 보면 연극과 무용, 퍼포먼스가 중심인 아비뇽 페스티벌과 에딘버러 페스티벌 그리고 무용을 전문으로 하는 몽펠리에 댄스 페스티벌, 야외극 전문인 살롱 페스티벌과 오리아크 페스티벌을 제외하면 모두 음악 축제다. 그리고 나머지 음악 축제 가운데서도 루체른 페스티벌이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라벤나 페스티벌처럼 종합음악축제를 지향하는 축제도 있지만 대부분은 오페라가 중심을 이룬다.

이들 오페라 페스티벌은 최대 규모인 베로나 페스티벌처럼 5∼6편을 번갈아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호수 무대인 브레겐츠 페스티벌처럼 여름 내내 1편만 올리기도 한다. 또 페사로 로시니 페스티벌, 토레델라고 푸치니 페스티벌 그리고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은 작곡가의 고향에서 열리는 축제답게 해당 작곡가의 오페라만 무대에 올린다. 이들 오페라 페스티벌 가운데 오랑주 페스티벌은 2003년 국립오페라단이 일본의 후지와라 오페라단, 정명훈이 지휘하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 함께 ‘카르멘’을 올려서 친숙해진 곳이다.  

최근 국내 중산층을 중심으로 오페라 붐이 일면서 여름 휴가에 맞춰 이들 페스티벌을 참관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디바인 홍혜경이 2년전 ‘투란도트’의 류 역으로 출연했던 베로나 페스티벌의 경우 이곳을 찾는 한국인들이 부쩍 늘었다.

어쨌든 이들 공연예술축제는 우리 같은 비유럽인에게 유럽의 고급문화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시즌 중에 보기 힘들거나 드문드문 있던 프로그램이 페스티벌 기간에 모두 모이기 때문이다. 뮌헨과 취리히 페스티벌의 경우 시즌 동안 무대에 올랐던 오페라 가운데 주목받은 공연을 뽑아서 보여주고 다른 페스티벌은 주로 신작을 선보인다.  

이 때문에 유럽의 공연예술축제는 그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며 몇몇 권위있는 페스티벌은 시즌 때의 극장 공연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바그너의 직계 후손들이 이어가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젊고 창의력있는 연출가들을 적극 영입해 1970년대 오페라계를 연출가의 시대로 만드는 수훈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에 서는 유명 연주자들과 성악가 역시 말도 안 되는 개런티를 받고도 영광이라고 생각할 만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높은 권위를 자랑한다. 최근 연광철, 전승현, 사무엘 윤 등 한국 출신 성악가들도 유럽 클래식계의 두터운 벽을 뚫고 잇따라 이곳 무대에 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공연계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공연예술축제는 무엇보다 아비뇽 페스티벌과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일 것이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세계 공연계를 선도하는 순수 공연예술의 메카라는 점에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세계 각국 프로듀서나 프로모터들이 모이는 최대 공연예술시장이라는 점에서 늘 주목의 대상이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공연예술의 첨단을 선도하는 축제답게 작품 상당수가 월드 프리미어(세계 초연)이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다른 도시의 극장이나 페스티벌에 초청되는 경우가 많다. 또 공연계 스타 산실로도 유명해서 극작가 연출가 그리고 배우들이 새롭게 발굴된다.

한국 공연계 관계자들도 최근 이곳을 많이 찾았는데, 이 때문에 지난 2∼3년간 국내 공연예술축제나 주요 공연장에서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올려졌던 작품 여러 편이 한국에서 공연됐다. 올초 화제를 모은 얀 파브르의 ‘눈물의 역사’는 한국 예술의전당이 지난해 아비뇽 페스티벌 등과 공동 프로듀서로 참가한 것이었다. 이런 흐름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국 공연계가 아비뇽 페스티벌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한편 아비뇽 축제가 열리는 한쪽에서 ‘더 오프(The OFF)’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본 페스티벌과 무관하게 열린다, 누구라도 작품을 공연할 장소가 있으면 시청의 허가를 받은 뒤 오프 페스티벌 사무국에 참가비를 내고 공연할 수 있는데, 참가작 수가 800편에 이른다. 그동안 한국에서 아비뇽 페스티벌에 참가한 작품은 1998년 아비뇽 페스티벌 축제 사무국이 대만과 함께 ‘한국의 밤’ 행사 때 초청한 전통 무용 및 국악 공연을 제외하면 모두 OFF였다.

이에 비해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본공연인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을 압도하는데, 전체 공연 편수가 2000편에 가까운 ‘지구상에서 가장 큰 예술축제’다. ‘난타’가 1999년 이곳을 교두보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이래 국내 공연 단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축제이기도 하다.

지난해의 경우 ‘점프’ ‘무무’ ‘한여름밤의 꿈’ ‘타토’ 등 4편이 참가, ‘한여름밤의 꿈’은 한국 연극으로는 처음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공연하는 성과를 거뒀고 ‘점프’는 전체 공연 가운데 1위를 기록하기도 하는 등, 호평을 받으며 해외 극장과 페스티벌로부터 앞다퉈 초대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올해에도 ‘기차’ ‘점프’ ‘인형도시-코리아 판타지’ ‘춘향’ 등 4편이 다시 이곳을 찾을 예정이다.

이외에 몽펠리에 댄스 페스티벌은 그동안 한국의 젊은 안무가들을 여러 번 초청한 데 이어 올해 한불 120주년을 기념해 한국 무용을 여러 편 선보일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한편 공연을 선도하는 유럽을 중심으로 다뤘지만 북미나 호주, 중남미에도 수많은 공연예술축제들이 있다. 그동안 우리가 지나치게 유럽과 미국에만 편향되어 있던 것에서 벗어나 이들 축제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캐나다 퀘벡 여름 축제와 멕시코 세르반티노 페스티벌은 세계 공연예술축제 가운데 규모면에서 3~4위에 드는 것이다. 중남미 진출의 교두보인 세르반티노 페스티벌의 경우 내년 특별 초청국을 한국으로 정하고, 공연을 비롯한 한국문화를 본격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그동안 특별 초청국 프로그램 당사국에선 자국을 중남미에 알리는 기회로 삼아 예술단체를 엄선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2005년 일본의 경우 11개 단체 250여 명을 비롯해 전시 및 이벤트 프로그램을 보냈는데, 정부와 민간기업들이 150만 달러 이상을 후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나 기업에서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또 호주 아델라이드 페스티벌의 경우 공연예술의 변방이기는 하지만 호주아트마켓과 함께 내실있게 운영, 자국 공연의 해외수출 기지로 삼는다는 점에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은 가능합니다. 불가능한 것은 없습니다.

- Everything's possible! Nothing's impossible!

글 : 이진아(무용대본 드라마트루기) 

'네가 진(Jean)이로구나.'

차갑다기보단 습한 기운으로 무거운 런던의 겨울 날씨는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나를 잠시 망설이게 했다. 짐을 풀고 처음 만난 사람은 서울에서 영국문화원으로부터 소개받았던 더 플레이스(The Place)의 데이비드였다. 2004년부터 한국을 방문해왔고 한국을 좋아한다는 그는 먼저 잘 아는 사람처럼 나에게 친근히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이어지는 질문들. '그래 네 편지와 프로포절(proposal)은 읽었다만, 네가 여기서 원하는 게 무언지 다시 말해주겠니?'

'여기 써놓은 리스트들은 좋은데 이것으로 무얼 하려고 하니?' '왜 영국이지?' '왜 와서 직접 보려고 하는 거니? 전화를 거는 것과 무엇이 다르지?' '대답을 바라는 게 아니라 생각을 해보라는 거야. 만일 네가 알고 싶어하는 것에 답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니?' 이성적인 눈빛과 함께 쏟아내는 숱한 질문들은 글로 적어 보냈을 때는 꽤나 명쾌해 보이기만 했던 계획과 목표들이 정말 확실한 것이 맞는지 의심이 나게 할 정도였다. 나는 몇 초간 멍하니 있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연수의 목적은 분명 다음과 같았다.

'제게는 무용을 전공으로 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안무를 하는 학생들이요. 어느 날 생각한 것은 그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어요. 그들은 프로페셔널로 일을 해야 하는데, 경제적인 이유나 제도적인 이유로 그들의 자유 의지들이 꺾이게 됩니다. 특히 다른 예술에 비해 아주 젊은 현대 무용 창작에 있어서 더욱 그렇지요. 그래서 작년 방학부터 공연예술의 메카인 대도시를 돌아다녀 보면서, 댄스 신(scene)을 직접 체험하면서 생각해보았어요. 무용은 거의 전세계가 열악한 환경인데, 그런데도 몇몇 나라에는 프로페셔널 무용단이 있고, 스타급 무용수가 있고, 대표 레퍼토리가 있잖아요. 그 비결이 무엇일까 고민했었고, 저는 잠정적으로 그것이 하부구조, 즉 그 세계를 지탱하고 있는 사회자본인 인프라 스트럭처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들은 제가 미리 조금 발견해 놓은 몇몇 비영리 기관들 자체일 수도 있고 그들의 기능(function)일 수도 있습니다. 일단 기관으로 존재하니 기관에 가서 그들의 기능을 알아보려고요.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무용의 창작 진흥에 기여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예를 들자면 아티스트 디벨롭먼트(artist development)라는 기능은 여기 플레이스와 뉴욕의 DTW에 모두 있는 기능이에요. 한국에는 그런 게 어쩌면 당장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극장들이 단순히 공연을 보여주거나 열어주고 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어떻게 만들고 유통하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성장하는지를 학습하게 한다는 게 인상적이었거든요. 바로 거기에 제가 궁금해 하던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런던에 오게 된 것은, 지난 겨울에 뉴욕과 다른 유럽 도시를 미리 잠시 둘러보기도 했지만 다른 두 가지 이유가 더 있어요. 우선 공연예술의 도시이고, 문화 정책에 있어 한국과 유사점이 많이 있었습니다. 복권기금의 사용은 물론 제가 알고 있는 한 공공 지원, 사적 지원, 수익의 재무구조 편성과 사적 지원보다 공적 지원이 더 발달한 배경도 비슷하였기 때문에 런던에서 보다 오랜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저는 연구의 많은 속성들을 알고 있는데, 제 경험에서 알게 된 것은 문헌 조사가 결국 한쪽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소극적이라는 점이에요. 이런 참여 관찰법이나 인터뷰가 유효한 것, 즉 이렇게 제가 왔기 때문에 유리한 것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보다 빨리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이러한 부분에 관심이 있다는 것도 알려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거죠. 그렇게 되면 단순한 연수나 연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를테면 제가 돌아가고 나서 여기서 한국을 원하거나 한국에서 영국을 원할 때 제가 만나본 분들이 많을 테니 무언가 발전적인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일단 이 건물에 있는 기관들과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어요. 또 같이 일할 수 있다면 하고 싶습니다.'

그날, 나는 이 대답이 이후에 만나게 될 디렉터들에게 나를 소개할 때 몇 번이고 반복해서 하게 될 인사말이 될 줄 미처 몰랐었다. 타인에게 말로 전달하고 나니 앞으로 갈 길은 선명해졌다. 이것을 실행하기 위해 계획을 재정비하는 지독한 며칠이 지나자, 내 손에는 방문하고 싶었던 기관들의 담당자 이름이 담긴 리스트와 질문지 한 장이 남겨졌다. 여기 학생들도 연구를 하고 싶어하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얻기 위해 왜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계속해서 확인한다며 일부러 반복해서 물어본 것은 아니라는 데이비드. 그는 이제 시작하기만 하면 되겠다며 나를 시간 강사실로 안내해주었다. '여기에 자리를 잡고, 주중에는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모으고 주말에는 그것을 소화해 내면 어떨까?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으니까 다하려고 하지 말고 목표와 맞는 것만 먼저 끝내도록 하면 되겠구나.' 그저 한 외국인 방문객에 불과했던 나를 연구자로 대해준 순간이다.

 

'여기서도 20여 년 전인 1989년에 당신과 똑같이 인프라 스트럭처에 대해 고민했던 사람이 있었어요. 그 후 영국의 무용계가 지금과 같이 변화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거죠. 희망을 가지세요.' (그리니치 댄스 에이전시 디렉터, 브랜든 켄달)

 

'접근 방식이 아주 다르군요. 당신은 우리 기관을 방문한 최초의 한국인이에요. 장기 계획을 가지고 실천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겁니다.' (댄스 엄브렐러 디렉터, 밸 본)

 

'이거 조사만 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너무 아까운 거 아닌가요? 누가 실행할 건지는 계획이 있나요?' (절우드 스페이스 디렉터, 리처드 리)

 

'그래요. 국립 무용 기관이라는 게 한국에도 있으면 좋을 거예요. 스윈든이라는 지역도 아마 당신에게 흥미로울 겁니다.' (국립 무용기관 뉴캐슬 지역 댄스시티 디렉터, 자넷 아처)

 

'이 자료가 여기보다는 당신에게 더 필요하니 가져가세요.' (영국예술위원회 무용 디렉터, 지넷 시달)

 

질문지를 편지로 보내고 전화를 걸어 약속을 정하여 만나러 다녔던 이 디렉터들은 모두 한결같이 친절히 나를 맞이해 주었고, 진심으로 내가 왜 그들을 만나러 왔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자신의 경험과 견해를 이야기해 주었다. 또한 그들은 더 많은 정보를 주고 물어보기도 전에 더 방문하여 만나보아야 할 다른 기관의 인사들을 소개시켜 주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내가 해야 할 일은 불어나게 되었다. 그러는 와중에 머리를 스치고 지나는 것은 무엇이 이토록 그들을 열정적이면서 관대하게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었다. 한 시간이 넘는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적어도 그들이 소신과 열정으로 그 세계를 일구어 왔던 사람들이라는 것이고 이것은 분명히 그 원동력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들이 남긴 젊은 예술가를 위한 다음의 한마디만을 보더라도 한 분야를 위한 지속적인 애정이 이론이나 논리보다 정확하고 유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전문가가 되는 적합한 훈련을 받는 것과 그것을 예술에 반영하는 방법 및 그룹을 리드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라반 디렉터, 안소니 보니)

 

'지속적인 트레이닝과 남의 작품을 보는 일, 그 세계를 파악하게 되지요.' (새들러스 웰즈 디렉터, 알리스티어 스펠딩)

 

'연령대를 넘어서 지식을 나누는 일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그것이 가능하도록 예술가들을 격려하고 있어요.' (인디펜던트 댄스 디렉터, 질 클락)

 

'자기 분야에 대한 결속감을 중요시 여기고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일일수록 그것이 중요한 거예요. 혼자 되지 않으려면요.' (댄스 유케이 액팅 디렉터, 션 켄달)

 

'교육 기관과 프로 단체 사이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 단체건 개인이건 상호간의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능이 없으면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권고할 수 있을 정도의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죠.' (국립 무용 기관 노팅엄 지역 댄스포 디렉터, 니키 몰로이)

 

'진짜 안무가가 되려면 사회에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야 합니다. 단지 즐거워서 하는 것으로 프로가 될 수는 없어요.' (국립 무용기관 뉴캐슬 지역 댄스시티 디렉터, 자넷 아쳐)

 

'젊은 예술가에게 필요한 것은 끊임없는 자기 계발 외에도 '자기만의 방'과 그것을 지탱할 돈입니다.' (국립 무용기관 스윈든 지역 스윈든댄스 디렉터, 마리 맥클루스키)

 

'안무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는 것 외에도 안무가 현실과 어떻게 연계할 수 있는가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것은 가능합니다. 불가능한 것은 없습니다.' (영국예술위원회 무용 디렉터, 지넷 시달)

 

'창조적인 생각을 가지고 이들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언어를 지속적으로 연마하는 것입니다. 혹 한번 결과가 안 좋아도 좌절하지 말고 이것을 같이 할 다른 장소가 있고,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국립 무용기관 런던 지역 더플레이스 디렉터, 존 애쉬포드)

 

영국의 무용 발전에 획기적인 공헌을 했다고 정평이 난 전설적인 이들을 다시 만나게 될 수 있을까? 이들과 다시 만나면 나는 무슨 말을 전해줄 수 있을까? 홀가분해야 할 귀국길에서 나는 더 많은 과제를 안게 되었음을 느꼈다. 그리고 이들이 해주었던 조언은 젊은 안무자들만이 아닌 나에게도 분명 해당되는 것이라는 것도. '모든 것은 가능하고, 불가능한 것은 없다'니 이제부터 장거리를 뛸 호흡을 가다듬을 차례인 것이다.

 

* 이진아(무용대본 및 정책연구) : 05년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지원을 받은 이진아는 영국과 미국에서 무용기관들을 방문하여 디렉터 및 책임자들을 인터뷰하고 이를 정리하여 무용의 미래를 위한 제언을 보고서로 제출하였다. 현재는 공동 작업자로서의 역할에 더 큰 의의를 느껴 <터미널>, <고백>, <아름다운 공모 2006> 등 무용 드라마트루기 및 학제적 창작작업(dancing about architecture)에 몰두하는 한편, 행정에 관해서는 무용하는 환경에 대해 보다 진지하여 환경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는 원하는 누구와도 공유를 원한다고 한다.

 

대학로 복합문화공간(가칭) 명칭 공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대학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조성하고 있는 대학로 복합문화공간(가칭) 명칭을 공모하고 있다. 이번에 공모할 내용은 중소규모 극장 2개와 상가가 포함된 복합문화공간이며 당선작에 4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상품이 준비되어 있다. 공모기간은 5월 15일부터 5월 21일까지이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할 것.

 

※ 문의) 문화공간사업추진단 02) 760-4713

 

인사미술공간 프로젝트 “선택의 조건 Frame Builders"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인미공)이 원서동 이전기념 행사로 강연과 토론, 작가와의 대화, 전시, 출판 등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선택의 조건 Frame Builders”를 개최한다. 한국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기획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미술기관의 전략적 ‘선택’과 관련하여 관객과 기관 스스로에게 요구되는 ‘조건’에 대해 자문해본다.

 

4개의 해외기관에서 참여하는 워크숍은 5월 24일부터 30일까지이며, 5개 국내외 작가와 그룹이 참여하는 전시는 5월 24일부터 7월 2일까지 계속된다. 24일 베를린 DAAD 큐레이터 프리드리히 메셰드의 워크숍과 25일 뉴욕 아이빔의 마케팅디렉터 페리 로우의 워크숍은 사전에 신청해야 참석할 수 있다.

※ 홈페이지 http://www.insaartspace.or.kr / 문의) 큐레이터 김희진 02) 760-4728

 

공연예술 다년간 집중육성지원 프로젝트 협정체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김병익)는 그동안 단년도 지원으로만 운영하여 오던 문예진흥기금 지원 사업을 보완하는 방안으로 다년간 집중지원방식을 올해 처음으로 도입하였다. 지난 5월 16일, 그 시범 사업으로 추진되는「공연예술전문단체 집중육성지원 사업」의 지원대상자로 극단미추 등 18개 단체를 선정하여 이들 단체와 구체적인 지원 및 사업이행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공연예술전문단체 집중육성지원 사업」은 연극, 무용, 음악, 전통예술 등 공연예술 분야의 전도유망한 단체들에 대하여 다년간 안정적인 지원을 보장함으로써 국제적인 예술단체로 육성하기 위한 사업으로 지원심의를 통해 선정된 단체들에 대해서는 연간 5천만 원에서 1억 원 내외의 지원금이 지급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해마다 이들 단체의 사업추진 현황과 성과에 대하여 심층평가를 추진하고 그 결과를 지원심의에 반영함으로써 총 사업기간 3년 동안의 지속 지원 여부를 연간 단위로 결정하게 된다.

※ 문의) 예술진흥실 박두현 02) 760-4580

 

새도 둥지에서 알을 낳는다 - 시각예술 정책포럼 개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위원회(위원장:김정헌)는 현장미술인들의 목소리를 수렴하고자 ‘시각예술정책포럼’을 개최한다. 총 6차에 걸쳐 격월로 개최될 시각예술포럼의 첫번째 주제는 ‘새도 둥지에서 알을 낳는다’는 부제로 예술가 창작환경을 짚어볼 예정이다. 경희대 겸임교수 김준기의 사회로 진행될 이번 포럼에서는 창동스튜디오, 쌈지아트스페이스, 창문아트센터 등 대표적인 국·공·사립 스튜디오에서부터, 지역의 폐교활용 창작촌 활용사례 및 개인오픈스튜디오까지 다양한 스튜디오 실제를 살펴보고, 지원정책방안도 함께 모색해 보는 자리. 미술인들의 소통과 대화의 장이 될 이번 포럼은 5월 25일(목) 오후 2시부터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3층에서 열린다.

※ 문의) 시각예술 간사 이윤희 02) 760-4597

 

예술재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범예술인 심포지엄 개최

 

예술재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모든 현장예술인들의 뜻을 모으는 심포지엄이 개최된다. 국회의원 이광철, 정병국과 기초예술연대, 한국예총, 한국민예총, 문화연대 및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기초예술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조건과 국가의 의무’(방현석, 기초연대 공동상임집행위원장), ‘기초예술활성화지원정책과 예술재원’(박신의, 예술위원회 위원), ‘민간자금화와 예술재원 확보방안’(윤용중, 국회 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의 세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5월 23일(화) 오후 2시부터이며 장소는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

※ 문의) 02) 760-4536

 

2005『문화정책백서』발간

 

문화관광부(장관 김명곤)는 참여정부 출범 3년, 2005년 문화정책의 성과를 담은 『2005 문화정책백서』를 발간하였다. 문화정책백서는 한 해 동안 문화환경의 내외 변화와 각 분야별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고, 내실 있는 문화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제작되는 정책 자료집이다. 총 5장으로 구성된『2005 문화정책백서』는 문화관광부의 주요업무, 행정혁신, 문화예술 법령과 재정, 문화정책, 예술진흥, 종교행정 등 분야별 주요 정책의 내용과 성과를 각종 도표 및 통계자료와 함께 제시하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05년도 주요정책성과는 국립중앙박물관개관, 광복 60주년 문화사업추진, 문화기본권 신장방향 정립, 도시건축·경관·디자인 등에 대한 문화가치 인식 확산, 문화예술위원회 출범으로 예술지원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문화예술교육정책 추진기반마련 등이다.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포럼 개최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5. 21)’과 유네스코 창설 60주년을 기념한 ‘문화다양성 주간(5.15~20)’에 맞춰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포럼>이 개최된다. 최근 다문화되어 가는 우리 사회에서도 실천적인 논의가 필요한 이슈인 이번 주제를 가지고 발표에 이동연, 김세훈, 임학순, 박인배씨가, 토론에 이정현, 노명우, 임상오, 이명원씨가 나서며, 이후 종합토론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번 포럼의 결과를 가지고 정부에 관련정책 개선방안을 제안할 전망이다. 관련기관, 시민사회, 일반인 등 자유로운 참석이 가능하다. 5월 19일(금) 명동유네스코 회관.

※ 문의) 02) 755-5668

 

북한, '소프트웨어 강국' 추진

 

북한은 ‘소프트웨어 강국’을 국가 중점목표로 내걸고 기술자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이 5월 15일자로 보도했다. 북·중무역관계자와 인터뷰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일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 6개 국어 자동번역 소프트웨어와 지문 감식, 3차원 건축설계, 바둑 프로그램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품질 수준에 있어서도 “하드웨어는 형편없지만 소프트웨어는 대단히 높다”고 한다. 김정일 총비서는 90년경부터 IT를 중시하기 시작, 중점 개발부문에 신속한 기술향상을 지시했다. 최근에는 ‘인민경제의 정보화’를 과학기술정책의 주요 과제로 규정하고 조선콤퓨터센타(KCC)와 평양정보센타 등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전국적으로 광섬유망을 정비했다.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온라인판에 따르면 평양에 있는 김책공업종합대학에 올 3월 소프트개발회사가 설립돼 정보통신관련 설비·기자재 제작 및 지적재산 라이선스사업을 시작했다. 4월에는 이 대학의 인터넷 수업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보도해 기술자를 대규모로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이 정비됐음을 시사했다. 또 소프트웨어 개발·거래기업이 최근 베이징(北京)이나 선양(瀋陽), 다롄(大連) 등에 진출, 시장개척에 나서면서 중국, 일본 등의 기업과 소프트웨어 개발계약을 맺고 있다. 중국의 한 북한전문가는 “북한의 기술수준이 높아지면서 한·미·일에 대한 군사정보 수집능력이 향상되고 사이버 테러 능력도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일 총비서, 인민대학습당에 각종 도서 기증

 

평양 5월 14일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예년과 마찬가지로 김정일 총비서가 올해에 들어와서만도 17차에 걸쳐 220여 종에 근 1천부에 달하는 도서들을 인민대학습당에 보내주었다고 한다. 그 가운데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출판한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세기와 더불어》와 북한을 소개하는 도서들, 조선인민군공훈국가합창단, 만수대예술단을 비롯한 여러 예술단체들에서 창작 형상한 노래들을 수록한 음악CD들이 들어 있다.《망운영기술 1,000가지 실례》,《윈도우즈 XP와 컴퓨터 응용》,《건축방화안전기술》,《가정전기기구수리》등 여러 분야의 도서들과 CD자료들은 일군(간부)들과 근로자들, 청소년학생들의 과학기술지식수준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또한《특수품종 강냉이재배 실용기술》,《남새재배 농약 안전사용 기술》,《젖소, 고기용 소의 새로운 사양관리기술》,《돼지 기르기와 병 치료》,《효과적인 오리사양 기술》,《닭병 예방 구제》를 비롯한 농업부문에 절실히 필요한 도서들도 있다.《고전의학》(전8권),《소아과학》,《로쇠방지》,《우리는 150살을 이렇게 살았다》등 의학과학도서들과 건강관리지식을 담은 도서들의 인기가 특히 높다고 한다.

※ 예술위원회 평가관리 연구위원 오양열 yroh@arko.or.kr

 

Theatre | 연극무대와 할리우드 스타

 

당대 세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화배우 줄리아 로버츠가 처음으로 연극무대에 올랐다고 지난 5월 첫째 주 Newsweek지가 전했다.

“Pretty Woman"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바 있는 줄리아 로버츠는 무대경험이 없는 영화배우로서는 커다란 모험인 브로드웨이 연극공연에 처음으로 출연하였으며, 그녀를 따르는 열성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그녀의 연극무대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뉴욕 Bernard Jacobs Theater에서의 ‘3일 동안의 비(three days of rain)' 공연이 전석 매진되었다고 한다. 첫 연극무대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던 모양이지만 줄리아 로버츠는 이번 공연으로 영화에서와 달리 무대가 배우에게 요구하는 바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고, 본능적으로 뛰어난 배우답게 점차 무대를 이해하면서 나아진 연기력과 더불어 점점 불어난 열성 팬들로 인해 극장 주변 뉴욕 브로드웨이 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금년도 뉴욕 브로드웨이 시즌에는 줄리아 로버츠뿐만 아니라 영화배우 랄프 파인스, 가수 신디 로퍼, 프렌즈에 출연했던 데이비드 시머 등 친숙한 얼굴의 거물급 스타들이 대거 연극무대에 오를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왜 이렇게 무대 경험조차 없는 줄리아 로버츠까지도 자신의 명성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해가며 무대에 도전하는 것일까?

분명 돈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줄리아 로버츠는 명백하게 보여준다. 왜냐하면 ‘3일 동안의 비(three days of rain)' 공연이 비록 12주 연속 입장권 매진을 기록했지만 그녀가 벌 수 있는 금액은 주당 3만 5천 달러 정도였으며, 한 편의 영화출연으로 그녀가 받는 2천만 달러 이상의 출연료에 비교하면 그야말로 미미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왜 무대에 서려고 하는가? 그 답은 누구보다도 예술가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예술은 결국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을, 달러로서만 가늠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 예술위원회 예술교류팀 황진수 jshwang@arko.or.kr

 

Arts Issues | 코메디 프랑세즈, 페터 한트케를 거부하다

 

유럽 지성계가 페터 한트케(64세)를 중심으로 갈라졌다. 하나는 페터 한트케를 옹호하는 쪽, 다른 하나는 페터 한트케 작품을 거부한 코메디 프랑세즈 결정을 지지하는 쪽으로.

 

우리에겐 <관객모독>으로 잘 알려져 있는 오스트리아 극작가 페터 한트케의 작품이 거부당했다.

프랑스 국립극장 코메디 프랑세즈 공연 프로그램에서 그의 작품이 전격적으로 제외된 것. 사유는 페터 한트케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의 장례식에 참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건은 이렇다. 페터 한트케의 희곡작품이 2007년초에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비외 콜롱비에극장에서 상연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난 3월 18일 페터 한트케는 세르비아 전 대통령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는 1990년대 유고 내전에서 행한 소위 '인종청소'라 불리는 제노사이드(집단살해죄)의 죄목으로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에 소송이 진행중이었는데 그만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사망했다. 페터 한트케가 '발칸의 도살자'라 불리는 밀로셰비치의 장례식에 참석하자, 아카데미 프랑세즈 극장장 마르셀 보조네(62세)는 그의 장례식 참석이 밀로셰비치에 의해 희생된 이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결론지었다. 결국,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공연 프로그램 중 한트케의 작품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취소 결정에 반발하면서 유럽 지성인들이 한트케를 옹호하며 모이기 시작했다. 5월 3일 다수의 예술계 인사들이 한트케 지지 입장을 밝혔다. 면면을 보면, 2004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스트리아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 오스트리아 영화감독 미카엘 하네커(엘프리데 옐리네크 작 <피아니스트>를 영화화하여 제54회 칸느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세르비아 영화감독 에밀 쿠스트리차, 스위스 소설가 폴 니존, 파트릭 모디아노, 배우 뷜 오지에, 연출가 뤽 본디 등으로 이들은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결정을 검열 행위로 간주하고 이에 강력히 항의했다. 독일 출판사 쥐어캄프도 같은 입장을 밝혔는데 열린 사회, 표현의 자유, 예술의 독자성에 대한 침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베를리너 앙상블 극단장 클라우스 페이만은 이런 결정이 어처구니없으며 이번 한트케의 작품은 휴머니즘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일종의 비폭력 선언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드골 프랑스 전 대통령이 과거에 "프랑스에서 볼테르를 감옥에 가둘 수는 없소"라고 한 말도 인용했다. 당시 공공연히 드골 체제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던 지성인 사르트르를 체포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한 드골 대통령의 답변이었다.  

페터 한트케는 밀로셰비치의 장례식장에서 자기 입장을 밝혔다. "세계, 소위 일컬어지는 세계는 유고슬라비아, 세르비아의 모든 것을 안다. 세계, 소위 일컬어지는 세계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의 모든 것을 안다. 소위 일컬어지는 세계는 진실을 안다. 바로 그래서, 소위 일컬어지는 세계는 오늘 부재(不在)한다. 단지 오늘만이 아니고, 단지 여기만이 아니다. 소위 일컬어지는 세계는 세계가 아니다.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 나는 진실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본다. 듣는다. 느낀다. 기억한다. 질문한다. 바로 그래서 나는 오늘 존재한다. 유고슬라비아의 곁에, 세르비아의 곁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곁에."  

한트케는 자신은 결코 네가시오니스트(négationniste)의 입장을 취한 적이 없다고 확언했다. 네가시오니스트란 나치에 의한 유대인 대량 학살이나 독가스실의 존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부정하는 사람을 말한다. 한트케는 자신을 비난하기 전에 자신의 작품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자신 역시 크로아티아나 무슬림 희생자에 대해 생각하지만, 아무도 세르비아 희생자에 대해 이야기를 쓰지 않기에 그들에 대한 글을 쓴다고 밝혔다.  

한편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현재 파리 교외에 거주하고 있는 페터 한트케와 그의 작품을 연출하기로 했던 브뤼노 베엥을 최근 초대했다.

아카데미 프랑세즈 극장장 마르셀 보조네는 5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1990년대에 유럽에서 일어난 인종청소에 대하여 생각할수록 그 끔찍함에 몸서리치게된다면서 페터 한트케가 슬로보단 밀보셰비치 무덤가에서 한 말을 생각해보면 양심상 그와 같은 인물을 자신의 극장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누군가를 극장에 받아들이는 행위는 그를 인정하고 그에게 애정을 갖는다는 것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결정은 검열이 아니며 극장장은 어떤 작품을 프로그램에 넣고 제외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다른 극장들의 경우 그의 작품을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엔 반대로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결정을 지지하는 예술인들이 모였다. <'아니오'라고 말할 권리> 5월 10일경 마르셀 보조네 극장장의 결정을 지지하는 백여 명의 서명 명단이 발표되었다. 이 명단엔 200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가오싱젠(高行健), 메디치상 수상작가이자 여성적 글쓰기의 주창자인 엘렌느 씩수, 그녀의 작품을 연출했었던 아리안 므뉴슈킨, 아비뇽 축제 예술감독이었던 베르나르 페브르 다르시에 등이 이 대열에 참여했다. 이번 사건은,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여러가지 면을 생각하게 해준다. 작가 입장에서의 표현의 자유, 예술의 독자성, 예술가의 사회·역사·정치 참여, 예술가로서 갖는 권리와 자유, 한편, 극장 입장에서의 선택의 자유, 극장의 작품 결정권, 작가와 작품을 선택할 권리와 자유, 그 기준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스트리아 작가와 프랑스 극장장을 지지하는 오스트리아계와 프랑스계 지성인들의 적극적인 의사표현까지.

※ 예술위원회 혁신성과팀 강쌍구 sgkang@ark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