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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독일 아틀리에 출판사와 인공연못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웹진 아르코

- 아틀리에 출판사의 편집장이며 창간 인인 벤스 후릿치(Bence Fritzsche) 씨를 만나다


글·사진 : Jung Me(독일거주 작가, 큐레이터)

 

독일에는 현재 국적과 인종에 관계없이 약 칠만 명 정도의 미술인이 활동하고 있다. 그중의 약 10퍼센트 정도가 격 간으로 발행되는 『아틀리에(Atelier)』라는 미술잡지를 정기구독하며 약 3,000부는 독일 전국 미술전문 서점에 비치되어 있다. 얼핏 들으면 별것 아닌 것 갔지만 여러 명이 공동구독하는 예도 많으므로 상당수의 작가가 아틀리에를 정기적으로 접한다는 것이다. 타 미술잡지 『쿤스트 포룸』 『모노폴』 등과 달리 아틀리에는 미술공모전, 장학금, 레지던스 프로그램, 미술 관련 세미나를 상세하고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어 미술인에게는 거의 필독잡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독일 유수의 각 미술재단의 공모전은 명예, 상금 그리고 전시회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으니 대부분 미술인에게는 작품활동 외에 빠질 수 없는 활동 분야이기도 하다. 잡지 『아틀리에』 외에 아틀리에 출판사(Atelier Verlag)는 월 2회 무료 발행 미술계소식을 전하는 『쿤스트:아트』(Kunst:art) 또한 신문 형식으로 출판하고 있다.

 

모처럼만에 화창해진 봄날에 아틀리에 출판사의 편집장이며 창간 인인 벤스 후릿치(Bence Fritzsche) 씨와 그의 출판사에서 인터뷰 약속이 되었다. 그의 사무실 책장, 바닥, 책상에는 미술관련 잡지, 신문, 전문서적이 정연한 혼돈을 자아내고 있다. 책장 옆에 활짝 열린 창문 뒤로 사각형의 인공연못엔 들오리가 한가히 떠다니는 정경에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우리연못에 있는 저 오리 좀 보세요"라며 후릿치 씨가 말문을 연다. "저 오리들은 들오리인가요“ 물었더니 마치 ”우리는 동물을 우리에 가두지 않습니다“라는 듯 한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떡인다. ‘친환경 파시스트’라는 신 독어가 유행인데 아무래도 이 단어는 들오리 찬양에도 불구하고 그와는 안 어울린다. 화창한 날 들오리의 봄 소리와 함께 인터뷰를 시작한다.

Bence Fritzsche ▶

 

Bence Fritzsche

 

Jung Me

 

『아틀리에』를 출간한 동기가 무엇인가요?

Bence Fritzsche

 

1982년경 여러 종류의 미술잡지가 있긴 했지만, 미술인을 위한 미술 잡지는 없었지요. 그러다 작가인 배우자와 이런 저런 얘기 하다 미술인을 적극적으로 돕는 잡지를 만들자고 했어요.

 

 

 

Jung Me

 

아직도 『아틀리에』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잡지는 없는 걸로 아는데요.

Bence Fritzsche

 

아뇨. 『BBK』(Bundesverband Bildender Kuenstlerinnen und Kuenstler 필자 주-독일 예술인 연방협회)라고 또 있어요. 정부에서 운영하는 잡지이며 아틀리에와 유사하게 구성이 되어 있지요. 단지 언론인보다 주로 작가가 글을 기고하며 정부에서 운영하는데도 불구하고 광고수익을 올리죠. 결국, 국고가 투입된 출판사가 사립 출판사와 경쟁을 하는 셈이 되었죠. 자유경쟁 아니면 둘 다 보조를 해줘야죠. 이건 불공정해요

 

 

 

Jung Me

 

전 아직 이 잡지를 접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데 1982년 전에는 미술공모전이나 장학금 제도가  없었나요?

Bence Fritzsche

 

물론 있었죠. 하지만 말이 공모지 정보가 외부로 전달되지 않은 채 자기네들끼리 내부에서 정해 상을 주거나 지원금을 나누는 형태였죠. 그래서 말이 많았어요.

 

 

 

Jung Me

 

그럼 『아틀리에』의 출간 후 이 풍토에 변화가 왔나요? (이 질문에 후릿치 씨의 얼굴이 그렇지 않아도 밝은데 더 환해졌다)

Bence Fritzsche

 

그럼요. 우리 잡지 때문에 공모 풍토가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어요. 일단은 정보가 외부에 발표되었고 그로 인해 지원자도 급격히 불어났어요. 소수 심사위원으로 모든 지원자를 공평하게 평가할 수 없게 되었지요. 다량의 지원자료를 검토해야 하니 전문 심사원도 늘어나게 되고 그만큼 일도 많아졌지요.

 

 

 

Jung Me

 

『아틀리에』가 문화예술 정책 전환에 목을 한 셈이군요.

Bence Fritzsche

 

직접적 영향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한 번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빌라 마씨모(Villa Massimo)’에 대하여 기고를 했었어요. (필자 주 - ‘빌라 마씨모’는 이탈리아, 로마 주재 독일 정부운영의 예술재단으로 장학금이 지급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다양한 예술문화 활동을 지원한다) 그 당시 빌라 마씨모는 막강한 재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예술인을 위하여 거의 활동을 하지 않았죠. 우리는 이 상황을 보도했고 그 이후 다이렉터가 교체되는 등 바람직한 방향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요.

 

 

 

Jung Me

 

어떤 게 좋은 공모전인가요?

Bence Fritzsche

 

일단 상금이 높아야 해요. 적어도 10,000유로는 1위 수상자에게 지급되면 좋겠죠. 그 다음으로 심사위원의 질이 높아야 하고요. 가령 미술관장이나 역량 있는 큐레이터, 미술 전문 평론가 등등요. 마지막으로 전시회로 연결이 되어야 하며 도록도 만들어야지요.

 

 

 

Jung Me

 

만약 후릿치 씨가 공모전을 기획하신다면?

Bence Fritzsche

 

작가들을 일정 도시에 묶어 놓기보다는 세계 여행경비와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거에요. 작가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하고 각 나라마다 재단이나 정부 관련된 문화 단체를 소개 시키는 거죠.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작가들에게 있어 네트워크 형성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고 그 기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다는 거죠.

 

 

 

Jung Me

 

예전과 비교해 장학금 제도랄지 공모전에 변화가 있나요?

Bence Fritzsche

 

네, 질과 양의 부분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어요. 대형 재단뿐만 아니라 중소 미술단체협회, 주정부 주최의 공모전, 특별기념공모전 등 풍요해졌어요. 상금 또한 만만치 않고요. 독일인 혹은 독일 거주 작가를 위한 것뿐만 아니라 국제공모전도 많이 생겼죠. 가령 이 번호에도 4건의 국제공모전이 실려 있어요. 『아틀리에』는 독어판으로만 나오지만 독어 해독 능력만 있고 자격요건이 들어맞는다면 외국에서도 경쟁 참여 가능합니다.

 

 

 

Jung Me

 

‘아틀리에 Grauzone’(회색 지역, 필자 주-미술계에 일어나는 이상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도 재밌게 읽고 있는데 정보는 어떻게 수집하시나요?

Bence Fritzsche

 

대부분 작가가 정보를 줘요. 저희는 가장 눈이 찌푸려지고 작가들에게 경고할만한 단체나 일들을 취재합니다. 아쉽게도 너무 많아 선별해야 할 정도에요. 기사관련 기관으로부터 항의도 종종 들어옵니다. 한 번은 뉴요커 갤러리한테 모욕죄와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당한 적도 있어요. 결국, 우리가 승소했지만 즐거운 경험은 아니었어요. 전 대통령인 로만 헤르초크 (Roman Herzog)가 담당 판사였는데, 정당한 판결을 내리셨죠.

 

 

 

Jung Me

 

『아틀리에』 출판 외에도 작가를 위한 세미나와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하시는데.

Bence Fritzsche

 

사실 이건 미술대학과 쿤스트아카데미에서 해야 할 일들이에요. 그들이 안 하니 저희라도 할 수밖에요. 미대교육과정에서 순수 미술 활동만 하다 보니 미술 세계에서 실질적으로 일어나는 일들 가령 전시준비과정, 공모전 자료준비, 홍보활동, 셀프마케팅, 저작권문제 등등 아무런 준비도 없이 졸업을 하지요. 초창기엔 저희 출판사에서 해당관련 전문인을 초청해 세미나를 열기도 했는데 요즘은 브레멘 시 , 뮨스터 시 , 칼스루어 시 등의 대학들로 부터 초청강연 요청을 받습니다. 그들도 문제점을 인식한 거지요.

 

 

 

Jung Me

 

혹시 이외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Bence Fritzsche

 

모든 국민이 정부로부터 생계를 유지할 만큼 월급 같은 걸 받았으면 합니다.

 

 

 

Jung Me

 

거의 사회주의자 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라고.

Bence Fritzsche

 

평민에게 세금을 더 거둬들일 필요는 없어요. 국민은 이미 부가가치세, 유료세, 주료세 등 충분히 세금을 내고 있지요. 알디 나 리들(Aldi, Lidl) 같이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전 세계적으로 운영되는 유통회사들은 세금을 더 많이 내야하고 정부는 거둬들인 수익원을 공평하게 분배해야지요.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생계를 유지하기위해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과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게요. 물론 언제나 그랬듯이 게으른 사람은 놀고먹는데 시간을 소비하겠죠.

하지만, 꿈과 희망을 품은 사람들은 창조적으로 일할 것이고 이들이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고 나갈 것이고요. 상상해 보세요. 모든 예술인이 생계 걱정 없이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이 비슷한 제도가 네덜란드에 실행되었는데 안타깝게도 흐지부지 사라지고 말았어요.

 

 

 

atelier

Jung Me

 

원인이 뭐였나요?

Bence Fritzsche

 

미술인이 일 년에 한 작업을 정부에 기부를 하면 생활보장이 되었는데 이를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정부는 모이는 작업들을 더는 관리를 할 수 없게 돼서 얼마 가지 않아 이 혁명적인 규정이 폐지되고 말았지요.

 

필자는 이쯤에서 미술인을 위해 생각하고 예술인 못지않은 이상적인 신념으로 가득 찬 벤스 후릿치 편집장의 열정과 애정이 어린 이데아(Idea)에 조용한 박수를 보내며 인터뷰를 마쳤다.

 

후릿치 편집장은 한국 현대 미술계에 대하여 상당히 궁금해하였으며 대화 도중 한국은 미술계 사정이 어떠냐고 자주 질문을 해왔다. 또 『아틀리에』 비슷한 잡지는 있는지, 얼마나 많은 미술잡지 등이 있는지 등등. 고국에 후릿치 편집장 같은 인물이 있으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문장끝

 

Atelier http://www.atelier-verlag.de/cms/front_content.php

※ Kunst:art http://www.kunstart.info/cms/front_content.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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