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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가난하지만 섹시한 독일의 지방미술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웹진 아르코
 

 

글 : Jung Me(독일거주 작가, 큐레이터)
사진 : 보훔 미술관

 

독일은 지방자치주의 국가답게 문화예술 부분에서도 전국 곳곳에 많은 문화예술 기관이 흩어져있다. 여름엔 주로 음악, 연극 페스티벌, 봄·가을엔 굵직한 미술 전시회가 독일 전역을 메운다. 성탄절과 새해를 제외한 기간을 빼놓곤 대부분 도시에 보고, 듣고, 사고하고, 감동할 기회가 생긴다.

 

연극장, 오페라 하우스, 미술관, 대안공간 등은 오랜 전통과 함께 그들만의 전문성 또한 강하다. 미술관의 경우 단순한 고전, 현대 미술의 분류뿐만 아니라 각 미술관은 고유의 프로필을 추구한다. 현대미술만 해도 장르, 기법, 정치적 성향에 따라 차이가 대단히 나는데, 가령 베를린의 함부르거 반호프 현대미술관(Hamburger Bahnhof)은 국제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강한 소위 프리미움 작가의 개인전, 그룹전을 주로 보여 주고 있으며 역시 베를린 주재 KW Institute for Contemporary Art는 사회, 정치적 실험성이 강한 전시, 뒤셀도르프 시의 NRW Forum은 미술관련 패션, 디자인, 건축에 대한 내용으로 트랜디한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자기만의 특징을 세우고 그에 걸맞은 전시를 하는 이들에겐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관 전시는 생소한 단어일 뿐이다. 종종 지방미술관은 시민에 대한 일종의 서비스로 그 지방거주 작가를 초청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한국과 달리 독일인들은 이사를 무척 꺼리며 흔히 식구 대대로 한 도시에서 사는 것도 흔히 접할 수 있다. 이런 시민에게 지역 자긍심을 높여 줄 수 있는 지역작가 미술전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이런 지역적 관심에 대한 걸맞은 전시와 함께 문화예술의 국제화와 교류에 대한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Kunstmuseum Bochum http://www.bochum.de/museum

 

독일 루르지방 한 가운데에 위치한 보훔시는 1970, 80년대에 한국에서 온 간호사, 광부가 몰려 있던 공업도시다. 1980년대 경부터 도시 주요산업의 변경을 꾸준히 시도한 결과 지금은 공장과 광산은 거의 사라지고 음악당, 수영장, 미술관 등이 지어지는 등 쾌적한 환경의 도시로 전환되었다. 이보다 빠른 1964년에 설립된 보훔 미술관은(Kunstmuseum Bochum) 보훔뿐만 아닌 근접한 중소도시에 현대미술의 전달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로 사회, 정치 관련 주제로 전시를 보여 주고 있는데 근래에는 최근에 갑자기 작고한 피나 바우쉬(Pina Bausch)의 현대무용관련 전시를 보여 주기도 했다. 이 전시에 이어 또 다른 야심작 <Ein Paar Linker Schuhe - Reality Check in East Europe> 또한 상당히 밀도 있게 꾸며졌다.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왼쪽신발 한 벌 – 동유럽의 현실 확인>은 구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 Kunstmuseum Bochum http://www.bochum.de/museum

 

50년대 소련 치하 동유럽에선 일종의 근로상의 수상품으로 왼쪽 신발 두 개를 한 쌍으로 시상을 했다고 한다. 가뜩이나 경제상황이 넉넉지 않은 국민에게 이게 무슨 심술인가 싶기도 하고, 스스로 모순성과 대립성을 보여 주는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아리송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을 주제로 괴테 인스티투트와 Kunststiftung NRW 합동으로 <왼쪽신발 한 벌 – 동유럽의 현실 확인> 보훔과 자그랩 (Zagreb), 크로아티아(Croatia)에 전시가 된다.

 

인상이 깊었던 작품 중에 얀 토믹(Jaan Toomik)의 <Dance with Dad>라는 제목의 비디오퍼포먼스다. 지미 핸드릭스(Jimi Hendrix)의 음악을 배경으로 무덤 앞에서 춤추고 있는 젊은 남자를 보여준다. 고정된 댄스의 리듬이 아닌 마구 추는 듯한 어떻게 보면 괴기스럽게 보일 만큼 춤에 열중하고 있다. 음악은 부친이 평소에 좋아하던 지미 핸드릭스 록 뮤직이다. 아버지와 생전에 한 번도 같이 춤을 출 수 없었기에 작고 후에 아들 혼자 무덤 주변에서 마치 혼이 나간 사람처럼 한이 아닌 한을 푸는 것이다. 과거 동유럽의 정치적, 지형적 여건을 살펴볼 때 <Dance with Dad>는 다분히 지난 세대에 대한 연민, 반항, 과거 공산정권에 대한 거부감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Jaan Toomik <Dance with Dad>▶

 

Jaan Toomik <Dance with Dad>

 

Sejla Kameric <bosnian gir>  

보스니아 출신 사라예보와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셀리아 카메리치(Sejla Kameric)는 “자신 관찰”을 주제로 한 작업이 유명하며 시드니 비엔날레, 독일의 유력한 쿤스트 페어아인에 초청되기도 했다. “Bosnian Girl”은 서구 유럽인의 동유럽인에 대한 편견에 대한 반응적 성격을 띠고 있다. 더럽다던지 그 때문에 악취가 나지만 예쁜 여자들이 많다는 편견은 굳이 동유럽여자를 들지 않더라도 이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곳에서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의견이다. 셀리아 카메리치는 이러한 상황을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서구의 통속적이고 틀에 박힌 형식에 비판을 가하는 것이다.

 

◀ Sejla Kameric <bosnian gir>

 

셀리아 카메리치와 달리 불가리아 출신 네드코 솔라코프(Nedko Solakov)는 설치, 퍼포먼스 작품 <A life(Black and White)>에서 완성된 스테이트먼을 보여주기보다는 과정과 양면성의 전투에 초점을 기울이고 있다.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 참가작이 기도한 <A life(Black and White)>는 선한 것과 악한 것, 흑과 백, 작은 것과 큰 것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양면성에 대한 대립을 퍼포먼스로 전환 시켰다. 필자는 이 작품을 2003년 베니스에서 처음으로 접했고 그 당시에 일꾼들이 벽을 흑과 백으로 칠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보훔미술관에서는 사람 없이 칠하다 만 벽만 볼 수 있었다. 부관장 셉 히키시-피카드(Sepp Hiekisch-Picard) 씨의 설명으로는 오프닝에는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벽을 칠하는 이를 볼 수 없어 조금 실망하긴 했지만 진행과 멈춤 또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아닌가 싶다.

 

Nedko Solakov <a life(black and white)>

 

▲ Nedko Solakov <a life(black and white)>

 

Andreas fogarasi <Culture und Leisure Time>  

2007년 52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Culture and Leisure Time>라는 작품으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오스트리아 출신 안드레아스 포가가라시(Andreas Fogarasi)의 동일작업이 이번 전시에 다시 전시되었다. 비엔날레나 대형 전시에 갔다 오고 나면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그리 많지 않다.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엄청난 양의 작품을 제대로 접하는 것도 힘들지만 특히 비디오 작업의 경우는 고 나오기도 그리 쉽지가 않다. 이런 와중에 <Culture and Leisure Time>는 비디오와 건축의 만남도 인상적이었고 과거 인식 대한 견해의 변화를 고찰한 면도 흥미로웠다.

 

Andreas fogarasi <Culture und Leisure Time>

 

<왼쪽신발 한 벌 – 동유럽의 현실 확인>에 참여한 작가들의 화려한 전시경력은 몇몇 미술 관련인의 관심을 끌 만하겠지만 시민의 전반적인 호응을 얻기까진 전시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텔레비전 광고처럼 다들 이해할 수 있는 전시가 아닌 심도 있으면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그런 전시 말이다. 동베를린 출신 저명한 철학가, 미술 비평가 보리스 그로이스(Boris Groys)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전시는 마치 쇼와 갔다. 항상 새로운 것을 보여야 하며 관객이 없는 전시를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했다. 이는 놀이공원 같은 전시를 해서 관객을 많이 불러 모와야 한다는 것이 아닌 미술전시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용기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훔, 이웃해 있는 미술의 도시 뒤셀도르프나, 쾰른, 세계 곳곳에서 예술가들이 몰려와 도시전체가 예술로 꽉 차있는 베를린 이 모두 독일의 고귀한 재산이다. 현 베를린 시장 클라우스 보베라이트(Klaus Wowereit)가 “베를린은 가난하지만 섹시하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문구는 언젠가부터 베를린을 대표하는 문구가 되어 버렸다. 물론 보베라이트 시장은 세계 각국에서 이주해 오는 예술인, 화랑인, 컬렉터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재정사항이 여의치 않아도 문화예술, 개방성과 용기로 가득한 도시는 작고 크고를 떠나 섹시하다. 고국에도 좀 더 많은 섹시한 도시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문장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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