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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을 꿈꾸는 페스티벌 도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웹진 아르코

 

글 : 장지영(국민일보 기자, 현재 일본 도쿄대학대학원 문화자원학과 연수 중)

 

올해 일본엔 새로운 공연예술축제가 생겼다. 지난 2월 26일부터 3월29일까지 열린 ‘페스티벌 도쿄(Festival Tokyo, 줄여서 F/T로 호칭)’다. 올봄 첫 발을 뗀 페스티벌 도쿄가 10월 23일부터 12월 21일까지 제2회를 열고 있다.

 

1년에 두 번씩이나 같은 이름의 공연예술축제를 개최하는 것이 다소 이상하지만 내년부터는 가을에만 열 예정이다. 10월에 나란히 열리는 한국의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중국의 ‘상하이 국제예술제’와 손을 잡고 가을을 아시아의 공연예술 페스티벌 시즌으로 만듦으로써 아시아발 공연예술의 창조와 보급에 나서겠다는 것이 페스티벌 도쿄의 취지다.

 

사진:festival-tokyo.jp

  사진:도쿄 국제예술제 tif.anj.or.jp   사진:www.spaf.or.kr/2009  

사진:www.artsbird.com

festival-tokyo.jp

 

도쿄 국제예술제
tif.anj.or.jp

 

www.spaf.or.kr/2009

 

www.artsbird.com

 

그렇다면 페스티벌 도쿄 출범에 따라 그동안 일본을 대표하던 공연예술축제 ‘도쿄 국제예술제(TIF)’는 어떻게 됐을까.

 

우리나라에선 주로 도쿄아트페스티벌로 알려졌던 도쿄 국제예술제는 지난해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막을 내렸다고는 해도 도쿄 국제예술제를 주관해 온 NPO법인 아트네트워크 재팬이 페스티벌 도쿄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름만 바뀌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페스티벌 도쿄는 이름을 아예 바꾸고 이전 축제와의 단절을 선언함으로써 그동안 제 역할을 못했던 일본의 대표적 국제공연예술축제를 새롭게 도약시키겠다는 의욕에 불타 있다.

 

사실 도쿄 국제예술제는 홍콩 아트 페스티벌(1973년)과 싱가포르 아트 페스티벌(1977년)에 이어 아시아 공연예술 페스티벌 가운데 세 번째로 긴 역사를 자랑해왔다. 1988년 ‘도쿄 국제 연극제’로 출발해 2년에 한번씩 개최되다가 1995년 ‘도쿄 국제 무대예술 페스티벌’로 명칭을 변경한 뒤 다시 격년으로 열렸다. 그런데, 매번 축제를 앞두고 실행위원회가 결성되고 거기서 임명된 사무국장이 사무국을 운영함에 따라 축제의 일관성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축제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1999년 축제가 끝난 뒤 실행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NPO 법인화의 수속을 진행시켜 이듬해 아트네트워크 재팬이 설립됐다. 한국에서도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초창기에 매년 사무국이 결성돼 축제를 치르는 바람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일자 상설 사무국을 만들고 재단법인화를 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일본의 NPO 법인에 대해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NPO 법인(Non-Profit Organization, 특정비영리활동법인)은 사단법인의 일종으로서 1998년 시행된 ‘특정 비영리활동 촉진법(NPO법)’에 의해 법인격이 인증된 민간 비영리 단체를 가리킨다. 한국의 경우 비영리단체는 거의 재단법인이지만 일본에서는 민간으로서 공익에 이바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단체는 NPO 법인으로서 별도로 구분하고 있다.

 

NPO 법인인 아트네트워크 재팬은 2000년부터 축제를 매년 개최한데 이어 2002년부터 ‘도쿄 국제예술제’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그리고 축제의 활성화를 위해 한때 도쿄아트마켓과도 연계를 꾀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는 도쿄 국제예술제가 극장이나 극단이 중심이 된 일본의 뿌리 깊은 공연예술계 속성을 극복하지 못하는 바람에 일본의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여러 차례 이름을 변경하고 사무국이 바뀌면서 축제의 성격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것이 안팎의 외면을 받게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도쿄 국제예술제가 일본을 대표하는 축제로 알려졌지만 일본 내에서는 우리나라의 독립예술제 정도의 위상 밖에 가지지 못한 것이 실상이다. 그러나 올해 출범한 페스티벌 도쿄는 다르다. 우선 페스티벌 도쿄는 도쿄도(東京都-都는 우리나라의 특별시와 유사)의 소극적 지원을 받았던 도쿄 국제예술제와 달리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즉 도쿄도가 2007년 말부터 추진해온 ‘도쿄 문화발신 프로젝트’에 페스티벌 도쿄를 포함시킨 것이다.

 

도쿄 문화발신 프로젝트는 도쿄만의 문화예술 창조-발신, 문화예술을 통한 청소년의 육성을 목표로 도쿄도와 도쿄도역사문화재단이 문화예술단체 및 NPO 등과 협력해서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극장이나 미술관에서 열리는 공연과 전시 등의 다양한 문화예술 이벤트나 축제, 시민과 아티스트의 합동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올여름 일본 문화예술계에서 화제가 됐던 극작가 겸 연출가 노다 히데키의 도쿄예술극장 초대 예술감독 부임이나 오다이바 시오가제 공원에 세워진 건담 프로젝트 등은 모두 도쿄의 문화예술을 업그레이드시킨다는 도쿄 문화발신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또한 페스티벌 도쿄는 도쿄도 외에도 아사히 맥주와 시세이도 화장품 등 기업으로부터도 적지 않은 지원을 받고 있다. 페스티벌 조직 위원회에 센다 아키히코(연극평론가), 니나가와 유키오(연출가 겸 사이타마 극장 예술감독), 노다 히데키, 노무라 만사이(교겐 배우 겸 세타가야 퍼블릭 시어터 예술감독), 아마가츠 우시오(안무가) 등 일본 공연예술계의 거물들이 대거 참가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즉 이들이 페스티벌 도쿄에 참여함으로써 일본 공연예술계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페스티벌 도쿄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공연이 열리는 극장들을 보더라도 확실히 알 수 있다. 즉 예전에는 폐교를 극장으로 개조한 니시스가모 아츠 팩토리나 인근 오래된 소극장 시어터 그린 등에서 공연이 주로 열렸지만 올해부터는 도쿄예술극장과 세타가야 퍼블릭 시어터, 아울스팟 극장 등에서도 공연이 열리고 있다. 특히 도쿄예술극장 앞에 거대하고 투명한 두 개의 조형물을 설치해 각종 이벤트를 벌임으로써 관객들의 참여를 북돋우는 것은 물론 축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이런 모습은 떠들썩한 놀이 문화에 익숙한 한국에서는 별것 아닐지 모르지만 차분하고 조용한 일본의 일반적인 공연예술축제나 극장문화를 생각하면 매우 이채로운 것이다.

 

이전과 다른 밝고 젊은 페스티벌 도쿄의 분위기는 축제 프로그래밍 디렉터(예술감독은 없음) 소마 치아키(34)를 빼고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 한국에도 자주 왔기 때문에 우리나라 축제 및 예술경영 관계자들도 친숙한 소마 치아키는 젊지만 일본 공연예술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베테랑이다. 와세다 대학 출신으로 프랑스 리용 대학원에서 예술경영과 문화정책을 공부한 뒤 2002년부터 일본의 아트네트워크 재팬에서 근무해 왔다. 영어와 불어에 능숙한 그는 특히 도쿄 국제예술제에서 ‘중동 시리즈 04~07’ 등을 비롯해 국제 공동제작이나 관련 프로젝트를 도맡아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2006년부터는 ‘창조도시’로 주가가 높은 요코하마 시와 함께 새로운 공연예술 창조 거점으로서 ‘급경사 스튜디오’를 설립해 지금까지 디렉터를 맡고 있다.

 

사진:페스티벌 도쿄의 프로그래밍 디렉터 소마 치아키  

2008년 도쿄 페스티벌을 새롭게 바꾸기로 결정한 도쿄도와 축제 실행위원회가 소마 치아키를 프로그래밍 디렉터로 임명한 것에 대해 그다지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런 전문성과 넒은 네트워크 때문이다.

 

소마 치아키는 올해 두 차례 연속 축제 개최를 위해 지난해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아티스트들에게 봄과 가을 연속참가를 의뢰했다. 이 때문에 올해 페스티벌 도쿄의 1, 2회 프로그램을 보면 작품은 다르지만 단체나 예술가가 상당히 겹친다.

 

‘리얼(Real)’이라는 테마 아래 봄에는 ‘새로운 리얼’로, 가을에는 ‘리얼은 진화한다(リアルは進化する)’라는 주제가 붙었다. 미디어가 다양화되고 정보 전달이 단순화 및 고속화되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그 자리, 그 시간’을 공유하는 것으로밖에 성립할 수 없는 공연예술이 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즉 새로운 미디어가 계속 등장하는 현대 사회에서 공연예술이 얼마나 관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는지가 올해 페스티벌 도쿄의 콘셉트인 셈이다.

 

▲ 페스티벌 도쿄의 프로그래밍
디렉터 소마 치아키

 

 

공식 작품들로는 봄에 19개(참가작 6개), 가을에 20개(참가작 4개)였다. 지난해 축제를 준비할 시간이 짧았던 것에 비하면 국내외 단체와 공동제작 또는 작품을 의뢰한 신작의 비중이 1/3이나 됐다. 그리고 축제 공식 작품이 아닌 참가작의 경우에도 노다 히데키, 마에다 시로 등 일본 내에서도 주목받는 연출가나 안무가들의 작품으로 엄선한 것이 특징이다.

 

2회째인 올가을 페스티벌 도쿄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거나 모으고 있는 작품을 보면 우선 개막작인 극단 이신하(維新波)의 <로지시키>를 꼽을 수 있다. 마츠모토 유우키치가 이끄는 이신하는 일본 오사카에 기반을 둔 야외극단으로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단체다. 극단이라고는 하지만 대사가 거의 없고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독특한 무대미술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6년만의 도쿄 공연으로 화제를 모은 이번 작품은 골목길과 화석들의 만남을 통해 인간들의 원초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진:단테의 <신곡>에 오늘의 형이상학으로서 재구축 한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화제의 3부작   사진:단테의 <신곡>에 오늘의 형이상학으로서 재구축 한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화제의 3부작   사진:단테의 <신곡>에 오늘의 형이상학으로서 재구축 한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화제의 3부작

▲ 단테의 <신곡>에 오늘의 형이상학으로서 재구축 한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화제의 3부작

 

지난해 아비뇽 페스티벌 주빈 작가이기도 한 이탈리아의 로메오 카스텔루치는 단테의 <신곡>을 현대의 형이상학으로 재해석한 3부작 <신곡-지옥> <신곡-연옥> <신곡-천국>을 선보인다. 2년 전 한국에서도 공연된 <헤이 걸>을 올봄 페스티벌 도쿄에서 선보였던 카스텔루치는 연극과 미술, 미디어 등이 혼합된 독특한 작품으로 늘 논쟁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올봄 한국의 ‘페스티벌 봄’과 ‘페스티벌 도쿄’에서 <자본론>을 선보여 찬사를 받았던 단체 리미니 프로토콜도 이번에 다시 도쿄를 찾았다. 사람들의 경험을 유머러스하게 무대예술로 전환시키는 장기를 가진 리미니 프로토콜은 이번에 아예 극장 밖으로 뛰쳐나왔다. 일반인을 단순히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데서 나아가 이번에는 트럭을 개조한 이동형 극장에서 관객들에게 도시의 노동과 물류의 현실을 보여준다. 즉 관객들은 트럭 속 짐이 되어 공연의 일부가 된다.

 

사진:리미니 프로토콜의 <물류>   사진:노리미즈 아메야의 <4.48 사이코시스>

▲ 리미니 프로토콜의 <물류>

 

▲ 노리미즈 아메야의 <4.48 사이코시스>

 

이외에도 사라 케인의 희곡을 일본의 주목받는 젊은 연출가 노리미즈 아메야가 감각적으로 연출한 <4.48 사이코시스>,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부토 단체 상카이 주쿠의 신작 <달걀을 세우는 것으로부터-산해경>, 도쿄예술극장 앞에 비디오점을 만들어 그곳에서의 체험을 연극과 비디오 인스톨레이션으로 발표하는 다카야마 아키라의 <개별도시 도쿄-Port B>, 힙합댄스의 해체와 재구축을 통해 스트리트 댄스를 현대무용의 경지로 끌어올린 브라질 안무가 브루노 벨트라오의 등도 주목할 만하다.

 

한편 축제 참가작으로 나선 마에다 시로의 <사는 것인가> <사는 것이 아닌가>와 노다 히데키의 태국 버전 <붉은 도깨비> <농업 소녀>는 이미 수년전 공연했던 작품이지만 워낙 수작이라 이번에도 매진을 기록했다. 특히 <농업소녀>는 인터넷으로 실시간 태국에 방영됐으며 공연이 끝난 후 도쿄의 배우들과 관객, 그리고 태국의 인터넷 관객들이 같이 토론을 하는 이색 이벤트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또 페스티벌 도쿄는 축제기간 중 봄에는 도쿄 아트마켓(3월 1~4일)이, 가을에는 아시아 무대예술제(11월 25~29일)가 함께 열려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아시아 무대예술제는 아시아의 여러 도시가 매년 번갈아가며 주최하는 행사로 도쿄에선 6년만에 열렸다. 특히 올해 아시아 무대예술제에는 일본과 아시아 각국의 공동제작 형태로 눈길을 끌었는데, 한국의 서울시극단이 일본 배우들과 함께 연극 <에브리맨>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올해 출범했지만 의욕이 넘치는 페스티벌 도쿄는 앞으로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강력한 맞수가 될 것 같다. 문장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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