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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독일 실험주의 예술가, 카타리나 지버딩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웹진 아르코

 

글 : Jung Me(독일거주 작가, 큐레이터, jungmef@yahoo.com)

 

가끔 파티와 모임 등에서 만났던 카타리나 지버딩(Katharina Sieverding)의 파트너인 클라우스 'X티히가 공장이라 불리는 스튜디오의 요새 같은 철문을 열며 반겨준다. 작업실로 향하는 복도와 층 사이에 자못 비밀스러워 보이는 문들을 지나 그녀의 컴퓨터와 사진 장비, 프로젝터로 둘러싸인 족히 70평은 되어 보이는 방에 도착하였다. 온종일 거의 암실에서 작업해서일까. 태양을 밤에만 대하는 것 같아 보이는 창백한 얼굴로 카타리나 지버딩이 들어선다. 선홍색의 입술, 가늘고 오똑한 코, 실내에서도 햇빛이 부담스러운 듯 커다란 선글라스를 낀 얼굴은 흡사 그녀의 작업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The great white way goes black, IX/77, C-Print, Acrylic, Steel, 1977

▲ The great white way goes black, IX/77, C-Print, Acrylic, Steel, 1977

 

캄캄한 뉴욕을 배경으로 한 손에 우유 한 잔과 다른 한 손으로는 모자를 누르고 있는 그녀의 <The great white way goes black>이 눈에 띤다. 창백하지만 카리스마 있는 그녀의 모습이 사회 비평적인 텍스트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근본적인 의미에의 성 연구, 탈식민주의 비평, 정치 분석 등의 작업으로 유명한 카타리나 지버딩은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과 함께 독일 현대미술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 중의 하나이다. 여성 작가들의 활동이 드물던 1970년대 초 기존의 고정된 다큐멘터리적인 사진작업의 틀에서 벗어난 실험적 작업은 거의 독보적이다.

 

한 번 초대되기도 어렵다는 진보적인 도쿠멘타에 요셉 보이스의 마이스터 슐러린으로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를 졸업하던 1972년에 이어 1977년과 1982년에 참가한 그녀의 저력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인터뷰를 시작한다.

 

Transformer, Dia Projection (684 Dia), 1973/74

 

Transformer, Dia Projection (684 Dia), 1973/74

▲ Transformer, Dia Projection (684 Dia), 1973/74

 

 

Jung Me :

현재 샌프란시스코 모마에 전시 중인 작업 <트랜스포머>는 어떠한 작업인가.

Sieverding :

원래는 1974년 스위스 루체른 미술관에서 데이비드 보위, 앤디 워홀 등과 함께한 그룹전이었는데, 그 후에 베를린의 쿤스트웨아르크(KW Berlin) 등 여러 곳에서 전시하게 되었다. 자아실현은 상호 간의 협조와 창조적인 영향력의 교류에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이렇게 볼 때 쌍방 간의 협조가 <트랜스포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총 8개의 프로젝션에 나누어진 684개의 디아들은 25초 간격으로 이미지가 변화되며 나와 파트너인 클라우스 'X티히가 초상화 형식으로 오버랩된다. 여성과 남성 이미지의 지속적인 중복과정에서 변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Jung Me :

그렇다면 일종의 포스트 페미니즘적인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 것인가.

Sieverding :

그렇다. 1960년도 말에 여성주의 운동이 활발했는데 아쉽게도 왜곡된 부분이 많았다. 여성적 관점의 미술과 남성의 부정으로 이해된 경우가 많았고 난 이러한 선입감에 대해 상당히 불편했다. 상대적이라기보다는 상호병행의 입장에서 보여 주려고 노력했다. 소위 말하는 대작의 생성이 목적이 아닌 작가의 철학적, 사회적 태도가 예술의 핵심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의 실질적인 사회적 위치의 상승과 영상 기술의 향상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Jung Me :

쥴리아 크리스테바나 쥬디트 버틀러 적인 해석과 유사성이 많은 것 같다.

Sieverding :

성의 본질적 이질성의 관찰에 대한 중도적 고찰이라는 것은 그들의 관점과 맥을 통한다고 볼 수 있다.

 

 

Jung Me :

정치적, 사회적 작업을 주로 해왔는데 성의 본질적 고찰에 대한 연구도 정치적인 의미가 포함 된다고 보는가.

Sieverding :

당연하다. 우리는 사회적 인간이며 작가가 어떠한 소재로 작업을 하던 간에 이러한 요소는 배제될 수 없다. 물론 정치적으로 큰 변화를 접한 작가들에게서는 이러한 영향이 더욱 선명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Die Sonne um Mitternacht schauen III/196/12, C-Print, Acrylic, Steel, 1973

▲ Die Sonne um Mitternacht schauen III/196/12, C-Print, Acrylic, Steel, 1973

 

 

Jung Me :

독일은 더욱더 독일화 된다. <Deutschland wird Deutscher> 작업은 상당한 반대를 겪은 걸로 알고 있다.

Sieverding :

독일 통일 직후, 외국인에 대한 적의감이 증폭되었고 폭력사건도 많이 일어날 때였다. 그 당시 이 작업은 카트린 다비드가 전시감독으로 있던 도큐멘타와 병행으로 독일 남부 지방에서 전시 일정이 잡혀 프린트까지 다 되었다. 그런데 매스컴에 이 작업에 대한 보도가 나간 후부터 신 나치들의 횡포가 심해져 급기야는 남독일의 대부분의 시에서 전시 금지령이 내려졌다.

당시 베를린의 쿤스트웨아르크의 관장이었던 클라우스 비젠바하가 용기를 내어 <Deutschland wird Deutscher>를 베를린에서 전시하기로 했다. 700여 장이 베를린 시 전체에 설치되었는데, 다민족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 역사적인 의미도 강한 베를린에 맞는 작업이었다.

 

 

Jung Me :

초기에 초상화적인 성격이 강했던 작업들과 달리 최근에는 역사적 건축물, 인물, 현상 등을 주제로 한 작업들이 주인데 이 작업들에 담긴 의도는 무엇인가.

Sieverding :

역사와 현대의 합성이 주제인데 베를린에 설치된 유대인 학살을 추모하는 기념관과 나치의 수용소를 합성한 <인코드(encode)> 시리즈 작업이 대표적인 예이다.

앤디 워홀의 가발이 미술관에 전시 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난 그 당시 이 역사적 사물의 현실적 자리매김에 큰 충격을 받았었다. 가발 촬영 후 극단적으로 확대시켜 몇 가지의 변형을 거친 후에 나온 작업이 <인코드 X>인데 상당히 추상적인 이미지로 변형되었다. 이 작업은 초기 화학적 실험 후 촬영된 혈액을 확대한 작업과 정체성의 연구, 추상화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Encode VII, A/D/A Process, Acrylic, Steel, 2006

 

▲ Encode VII, A/D/A Process, Acrylic, Steel, 2006

 

<인코드 X>를 끝으로 아쉽지만 세 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마친다.

 

어떠한 작업이든 작가의 극히 주관적이고도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고유의 변형이 생성된다. 그것이 역사적 사건이건, 여성주의적 시각이건, 사회 정치적 문제점이건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추상적인 관념으로 현실에 동참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카타리나 지버딩의 교수, 작가, 부모, 예술인으로서의 사회 참여는 아름답다.

 

그녀의 소위 공장이라고 불리는 건물의 수많은 방 중에 가장 작은 방 자료실에는 DIN A4 크기로 정리된 모든 작업들이 흑백의 사진으로 빼곡히 정렬되어 있다. 주관적 역사의 보고라고나 할까. 꼭 보물창고에 들어와 있는 느낌에 흥분이 된다.

 

고무된 감정을 억누르고 필자를 마중하며 그녀는 타인에게는 거의 금기 지역인 암실, 음악실 그리고 부엌으로 안내한다. 아, 그런데 내내 쓰고 있던 그녀의 선글라스가 벗겨지고 진한 눈 화장을 한 눈이 내 시각을 사로잡는다. 다시 한 번 그녀의 작업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카타리나 지버딩에게는 실질적 생활과 창조적 행위에 경계선이 없구나!

 

※ 카타리나 지버딩 현재 전시

<Early Works from the Media Arts Collection>

The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08.03.22~06.08 / http://www.sfmo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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