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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쓴 문장들은 다른 세계와 내 세계의 만남

글 : 이재랑(제6회 문장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

 


말하기보다는 듣고, 저항하기보다는 순응하고, 나서기보다는 따르는 것에 익숙했다. 내게 있어 학생 시절과 학교는 그랬다. 그것이 어른이라는 시기에 저당 잡힌 청소년으로서의 책무라고 생각했다. 일률적인 구조 속에서 성장의 시간은 단편적이었다.
나를 게워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안다. 문학은 낯선 부끄러움의 시작이었다. 치기어린 내면으로 자꾸만 침잠케 하는 얄궂은 것이었다. 그것은 내 안의 것을 끊임없이 목도하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들이 미숙하고 유치했을지라도 나는 문학이란 이름 앞에서 오롯이 내 자신으로 바로 설 수 있었다. 나를 찾아낼 수 있었다.
아장아장 문학을 참칭한 글쓰기를 처음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을 거다.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 나를 뱉어내기 위해서. 그러나 머리가 굵어지고 손이 무거워질수록 아마도 글쓰기는 그런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게 된 것 같다. 문학은 글은 나에 의해서만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세계와의 부단한 소통을 전제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자, 그제야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과 세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와 부대꼈던 많은 사람들, 그리고 맞닿았던 공간들, 내 글은 그렇게 여물어진 것이었다.

글틴 역시 내 소통의 세계를 한껏 넓혀준 공간이었다. 혼자 삭히고 자위했을 많은 문장들을 글틴이란 광장에 내놓고 사람들과 글로써 부대끼면서 협소해지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니 진실로 글틴은 내 글을 구성하는 많은 것 중 하나인 것이다. 나라는 세계에 갇히지 않고, 계속 소통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것이다. 특히 단편적일 수 있는 청소년이란 시기에 자신을 쌓아올릴 수 있는 흔치 않은 공간이다. 그렇기에 글틴이 아직 규모나 지명도의 측면에 있어 부족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많은 청소년들에게 자신을 넓힐 수 있는 자극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자신의 글을 올리고, 비평 받고, 수정하고, 사유하는 부단한 과정을 거쳐 자기 자신을 찾아내고 표현할 수 있는 오롯한 인간으로의 성장을 가능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글틴은 나에게도, 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결코 작은 의미일 수 없다. 문학이 바람직하게 성장하기 위해선, 그리고 그러한 문학을 향유하는 청소년들의 성숙을 위해선 글틴과 같은 세계에서의 치열한 소통을 전제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그저 감사한 일이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중도에 떨어져 나온 나로서는 누군가 나를 인정해주기보다는 나 스스로가 나에게 가치를 부여하는데 더 익숙했다는 점에서 문학상을 받은 것은 내 청소년 시기가 그렇게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기분 좋은 인정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앞서 계속 말했듯 내 글은 온전히 내 글일 수만 없다. 나를 스쳐간 모든 사람들, 둘러싼 많은 세계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특히 이번에 수상한 글을 쓰면서는 많은 청소년들과 투쟁하는 아저씨, 아주머니들께 빚졌다. 나와 다른 처지에 놓여있는 청소년들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미처 알지 못하고 파악하지 못했던 많은 부분들에 예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학교와 학생이던 시기를 질려했고 단선적이라 파악했던 자퇴 당시의 오롯한 느낌을 상기할 수 있었다. 결국 내가 쓴 문장들은 다른 세계와 내 세계가 맞닿은 결과물인 것이다.

이런 생각 끝에 나는 문학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빚진 것이라는 부채감을 느끼게 되었다. 여전히 핍박받는 현실하에 살아가는 청소년들과 많은 사람들에게 죄송할 뿐이다. 그리고 그런 부채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는 것은 앞으로도 치열하게 소통하고 연대하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부단히 글 쓰고 다가설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기 위한 내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씨앗을 발견해서 기쁘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사람들과 연대하는 삶, 그리고 글로써 내 삶의 지향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음을 믿는다. 그리고 글틴과 문학상이 이런 나의 믿음과 지향점을 떠받쳐준 데에 감사한다. 그저 열심히 살겠다고 부단히 글 쓰고 연대하며 지내겠다고, 지금으로선 무수한 감정을 이런 막연한 문장에 기대 표현할 밖에 없다. 나와 연을 맺은 모든 사람들과 세계에 그저 고개 조아려 감사한다.


[기사입력 : 201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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