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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등을 1등이 되게 해준 글틴

글 : 전삼혜(소설가, 대산대학문학상 소설부문 등단)

 


나는 대학교 4학년 때 대산대학문학상 소설부문으로 등단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잘 썼다기보다 운이 좋았던 게 많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당시 심사평에도 나와 같이 최종심에 오른 두 작품이 ‘너무 잘 썼기 때문에’ 오히려 나에게 상을 줬다고 했다.
그 덕분에 처음에는 좀 의기소침해 지기도 했지만 자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1등이 아니었던 사람은 앞서 가는 사람의 등을 보고 달릴 수 있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더 오래,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처럼. 돌이켜보면 글틴 시절에도 주장원 한 번을 받았을 뿐 월장원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글틴 활동을 하면서도 가장 좋았던 건, 이미 이곳저곳에 이야기하고 다녔지만, 같이 쓸 수 있는 동지들을 만난 것이다. 지칠 만하면 옆에 달리던 사람이 저만큼 나가 있고, 그래도 너무 지쳐서 쉬다 보면 뒤에 오던 사람이 하이파이브를 해 주고 지나가는. 그런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 같다.
그 활동이 단순히 ‘글틴’이었던 고등학생 때로 그친 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서로 모이고 아껴주면서 앞으로 나간다는 게 더 좋기도 하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글틴이 처음 생겼다. 그래서 글틴이 딱 고등학생을 위한 공간으로 끝났다면 지금쯤 나는 많이 외로운 사람이 되었을 것 같다.

지금은 4월이나 5월쯤에 나올 청소년 장편소설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날짜변경선’이라는 소설이다. 백일장을 다니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한 소녀와 두 소년의 성장 이야기다.
백일장을 무대로 하고 있지만 주 이야기는 온라인상에서 만난 세 사람이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자라나는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관계나 마음 같은 것들은 글틴 친구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작품 안에 나오는 주인공들 이름도 전부 글틴에서 따왔다. 그래서 글틴 친구들이 많이 읽고 많이 웃고, 많이 느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른 방향의 노력으로는 스터디를 하고 있다. 장편 플롯을 짜면서 같은 스터디 모임원들에게 물어보고 보충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글은 혼자 쓰는 거라고 하지만, 오래, 꾸준히 쓰기 위해서는 책상에서 일어나 다른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는 과정도 필요한 것 같다. 물론 책상 앞에 앉으면 다시 혼자 백지와 대면해야 하고, 아마 앞으로 올, 글을 쓰는 많은 날들의 대부분이 그렇게 지나갈 것이다.

앞으로 장편을 하나 더 쓰고 싶다. 글틴이나 대학에서는 시스템 상 장편을 평가받을 수 없기 때문에 혼자서 긴 이야기를 쓰려고 하면 한계를 자주 느낀다. 그래서 스터디를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시작하는 입장이니 더 오래, 멀리 가기 위해 잠시 걷는 제자리걸음이라고 생각해야겠다. 더 나은 글을 써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내가 가질 수 있는 목표 같다.

문학을 하는 청소년들에게 당부할 수 있는 말은 이미 좋은 말들을 선배님들이 많이 했기 때문에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나는 문학이라는 폭넓은 장르보다는 소설에만 해당하는지도 모를 말을 하려고 한다. 청소년들이 자신이 쓰는 문장으로 한 세계가 그려진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절대 잊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는 말과 글을 다루는 사람이니까 그 ‘말과 글’의 중요성과 무게를 더 긴밀하게, 날카롭게 느껴야 된다고 믿는다.
그 날카로움과 쓰라림에 때로는 나 자신이 베이는 일도 있겠지만 내 손에 쥔 유일한 무기가 그것뿐이라면 그것으로 내 앞길을 나아가야 한다는 걸 우리가 항상 인식했으면 한다. 그리고 광화문에 가면 교보빌딩에 글판이 걸려 있다. 매 계절별로 멋진 글귀가 장식하고 있는데 그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가장 즐거웠던 것 하나만 소개하고 마치겠다. 키비의 ‘자취일기’ 가사 중 일부이다.
‘너와 난 각자의 화분에서 살아가지만 햇빛을 함께 맞는다는 것.’


[기사입력 : 201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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