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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에 대한 편곡과 표절의 문제

글 : 유형석(한국음악저작권 협회 법무팀장)

 

표절 논란이 되었던 이효리 4집 앨범음악에 대한 표절 기사는 우리가 자주 접하는 기사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언론에 보도된 음악에 대한 표절 기사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은 논란으로만 그치고, 소송으로 비화된 경우는 1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표절을 해도 논란만 될 뿐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얼마전 표절 사건에서는 일부의 멜로디만 차용한 것이 아니라 외국 음악을 마치 자신이 창작한 곡인양 유명가수에게 주어서 발표되었던 사건이 있었다. 발표 후 그 곡이 외국곡이라는 사실이 들통나자, 가수는 사과와 함께 가수활동을 당분간 그만두기로 하였고, 작곡가는 사기 및 업무방해로 고소되어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되기도 하였다.(2010. 10. 21. 뉴시스 기사 참조) 이 사건 이후 저작권업계에서는 표절방지위원회를 구성하고, 표절 방지를 위한 홍보 등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활동들이 표절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창작자의 양심을 지켜주는 이정표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표절의 저작권법상 의미와 기준, 개별적 사례를 통해 표절에 대한 법적 책임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표절의 의미와 유사한 용어

표절의 사전적 의미는 “노래 따위를 지을 때에 남의 작품의 일부를 몰래 따다 씀” 즉, 남이 창작한 노래의 전부나 일부를 무단으로 베껴서 만든 노래를 마치 자신이 독창적으로 만든 노래인양 발표하는 것을 말한다. 표절은 주로 학술이나 예술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는 윤리적 의미의 단어이고, 저작권법상에서는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을 말하며, 반드시 법적 책임이 따른다.
이에 반해 편곡은 “지어 놓은 곡을 다른 형식으로 바꾸어 꾸미거나 다른 악기를 쓰도록 하여 연주 효과를 달리하는 일” 즉, 원곡을 다른 악기로 연주하도록 변형시키는 것 정도의 의미이고, 저작권법에서는 “원저작물을 번역, 편곡, 변형, 각색, 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2차적저작물이라고 하고 있으므로 편곡은 원곡에 대한 2차적저작물이다. 여기서 주의해야할 점은 모든 편곡이 저작권법상 2차적저작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창작성이 있어야만 법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어떤 악기를 위한 독주곡을 합주곡이나 교향곡으로 바꾸는 경우, 고전음악을 경음악화하는 경우, 국악을 양악화하는 경우는 2차적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겠지만, 피아노용으로 작곡된 것을 바이올린용으로 변형하는 정도는 창작성을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장인숙, 저작권법원론, 보진재출판사, 1989, 55면 참조)
즉, 원곡의 작사, 작곡가에게 동의를 받고 독창적 편곡을 하면, 저작권법상 2차적저작물로 인정되고 그 편곡 부분에 대하여 2차적저작물의 저작자로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 반면에 원곡의 일부나 전부를 저작자 동의없이 무단으로 이용하면서 마치 자신이 창작한 것처럼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를 하게 되면, 저작권 침해가 되어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 표절의 기준과 사례

표절 기준에 관하여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4마디 이상의 멜로디가 같아야 표절이라는 표현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4마디일지라도 원곡의 중요부분을 베꼈으면 표절이 되어서 저작권법상 저작권 침해가 된다. 이와 같이 획일적 기준을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나, 한때 공연윤리위원회에서 음반사전심의시 [① 주요 동기가 동일 내지 흡사한 경우 표절로 인정함. ② 주요 동기라 함은 4/4, 4/2, 6/8, 5/4 박자는 첫 2소절, 2/4, 2/2, 3/8, 3/4 박자는 첫 4소절, 흡사하다 함은 박자 분할이 동일하고 한 두음의 음정만 다른 경우를 말함. ③ 주요 동기 이외는 1항의 소절 수를 배수로 표절로 인정함. ④ 음형은 동일 내지 흡사하고 박자의 분할 배분만 변경된 것은 표절로 간주함] 이라는 기준을 정하여 표절의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나 한 저작자의 노력으로 음반사전심의제도가 폐지되면서 이와 같은 기준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저작권법에서 어떤 기준에 의하여 저작권 침해를 판단하고 있는지는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아야만 알 수 있다. 일반적 기준은 첫째, 침해자가 원곡에 접근했을 가능성 정도, 즉, 원곡이 자주 방송되었다든지, 음반 판매량 등의 사정상 침해자가 원곡을 들었을 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둘째, 원곡과 침해곡이 실질적으로 유사해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저작권 침해로 인정될 수 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악보| ‘돌아와요 부산항에’ 사건(서울서부지방법원 2006. 3. 17. 선고 2004가합4676 판결 참조)
‘돌아와요 부산항에’라는 노래는 가수 조용필이 1972년경 발표하여 널리 알려진 노래이다. 이 노래에 대한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원곡인 ‘돌아와요 충무항에’ 작곡자이므로 원곡의 가사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그 가사의 뉘앙스, 음절, 길이, 소재, 표현방식 등으로 미루어보면, ‘돌아아요 부산항에’ 가사는 ‘돌아와요 충무항에’ 가사에 의거하여 만들어졌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또한, 가사의 상황설정 및 소재가 유사하고 그 전체적인 형식이 동일한 점, 일부 변경되었으나 대부분 동일한 점 등에 비추어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 ‘사랑은 아무나 하나’ 사건(대법원 2004. 7. 8. 선고 2004다18736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들이 작곡한 ‘여자야’라는 노래는 구전가요들과 구분되는 새로운 저작물로서 저작권법 소정의 2차적저작물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사랑은 아무나 하나’는 구전가요에서 따온 부분을 제외하면 그 전주 부분 5마디가 유사하기는 하나 그것만으로는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표절이라는 용어는 저작권법상 타인의 저작물을 침해하였다는 말을 의미한다.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면 형사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고, 이와는 별개로 민사상 손해를 배상하여야할 책임을 부과한다. 표절이 논란만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하나, 법적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설마 내가 고소를 당하겠냐는 생각으로 남의 것을 훔치는 행위의 표절은 법적 책임이 반드시 따른다는 사실을 늘 잊지 말고 경계해야 할 것이다.

[기사입력 : 2011.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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