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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호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문화예술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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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 좌담 : 예술의 사회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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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다보스포럼은 문화예술분야가 주도했다. ‘새로운 현실을 위한 공통규범’을 주제로 한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전체 세션의 14.5%인 35개 세션이 문화예술을 다루었다. 세계경제위기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의 아이디어를 문화예술에서 찾는다는 증거다. 문화예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듯, 국내에서도 지난해 기업의 문화예술지원액은 1735억으로 전년보다 10% 증가했다. 지난 달 세계적 권위의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상을 휩쓴 한국의 젊은 음악가 5명 중 4명이 한 기업의 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간 기업의 예술활동 지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문화예술 나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더욱 넓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7월 14일 대학로에 위치한 예술가의집에서는 문화예술위원회 박은실 위원의 사회로 필립 스페딩 영국메세나협의회 국제교류본부장, 예술의전당 김장실 사장, 서울발레시어터 김인희 단장이 참여한 가운데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문화예술 나눔에 관한 좌담회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이 실제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민간의 문화예술지원을 늘리는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 좌담 :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문화예술 나눔

글 : 웹진 아르코

 

| 예술의 사회적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문화예술위원회 박은실 위원(이하 박은실) : 이번 좌담회는 개인이나 기업 등 민간의 문화예술 나눔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먼저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는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이야기해달라.

예술의전당 김장실 사장(이하 김장실) : 문화예술의 가치는 다섯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문화예술의 본원적 가치, 사회통합의 기제, 경제적 가치, 국가·민족의 정체성 형성 기제, 탈냉전 이후 국제정치의 화두로서의 가치다. 각각 가치를 두는 곳이 다르겠지만, 국제정치가 확장되면서 한 집단이 자기정체성을 확립하고 구성원들이 소속감을 강화하도록 하는 문화예술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발레시어터 김인희 단장(이하 김인희) : 순수예술이 가진 사회정화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 동네에서 2-3분짜리 부채춤을 보았던 것이 내 인생을 바꿨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부채춤을 보지 못했다면 평범한 시골아낙으로 자라, 발레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 같다.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다양한 계층이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우리사회가 좀 더 나아질 것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문화예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아이, 내 가정, 내 사회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국메세나위원회 필립 스페딩 국제교류본부장(이하 필립 스페딩) :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말할 때 문화예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은 영국에서 신뢰를 잃었다. 문화예술의 사회적 효과는 수치화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지체장애인에게 문화예술을 접하도록 하고 ‘장애인의 생활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얘기해보라’고 하면 몇 퍼센트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최근에 우리는 문화예술을 싫어하는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문화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문화예술을 지원할 근거를 만들어 주는 것에 집중하면서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좌담회에 참석한 영국메세나위원회 국제교류본부장 필립 스페딩(왼쪽에서 두 번째)과 문화예술위원회 박은실 위원(오른쪽 끝)

| 개인·기업 등 민간의 지원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박은실 : 문화예술의 사회적 영향이 크다고 하지만 그 효과를 증명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눔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 내려면 꼭 수치가 아니더라도 문화예술의 효과를 검증할 방법이 필요한 것 같다.

김장실 : 때로는 문화예술의 사회적 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미술치료나 음악치료의 경우, 치료경과를 볼 수 있고, 사회복지시설에 있는 사람들에게 문화예술적 경험을 제공한 후 설문조사를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그러나 완벽하지는 않다. 개인·기업이 물질적 복지에 대해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기부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정서를 순화하는 부분, 문화복지에 대해서는 인식이 덜한 것을 바꾸어야 한다. 예술의전당은 문화예술 후원을 유치할 때 이것이 얼마나 귀중한 기부인지를 설득한다. 우리 사회의 활력을 높이고 사회안정과 국가브랜드를 높이는데 영향을 준다. 숫자로 입증되지 않는 영역에 대해서 다른 방식으로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인희 : ‘기부’는 일방적인 느낌이 있어서 ‘나눔’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문화예술의 실증적 효과보다는 문화예술을 보는 감성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에 동감한다. “우리가 예술하니까 도우라”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문화예술을 직접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발레단을 지원하는 것은 결국 당신 기업, 기업 내부의 팀워크, 직원 가족들의 예술교육 등을 통해서 당신에게 도움이 된다”라고 하니까 훨씬 반응이 좋더라.

필립 스페딩 : 우리는 스토리텔링(이야기 전달) 기법을 썼다. 윌리엄왕자가 노숙자를 돕기 위해 직접 노숙자 체험을 했던 것처럼, 유력인사들이 예술을 좋아하고 예술에서 영감을 받은 사례를 찾아내서 알린다. 그래서 관객이 누구냐가 중요하다.

박은실 : 기업이나 오피니언 리더 개개인으로부터 어떻게 문화예술지원을 끌어낼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많은 스토리가 나오지 않겠는가. 노블리스 오블리주 측면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장실 : 대기업에게는 문화예술에 대한 후원이 기업이미지를 고양시킨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술의전당은 각 기업의 후원을 받아 CJ토월극장, 신세계야외음악당, 롯데키즈라운지를 만들었는데, 이런 사례가 기업이미지를 얼마나 좋게 하는가를 잘 설명한다. 개인에게는 “당신이 좋아하는 예술이 계속 발전하려면 당신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로 설득한다. 후원자 이름을 극장 좌석에 새겨줘 사람들의 명예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김인희 : 현장에서 뛰고 있는 개별단체 입장으로서 예술의전당 사례가 부럽다.(웃음) 우리의 경우, 소액이든 거액이든 후원을 유치하려면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를 넓혀야 한다. 발레에 대해 얘기하면, 일본의 경우 동네극장에서 발레를 볼 수 있고, 커뮤니티센터에서 발레를 배울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이 나중에 자라면 자발적으로 문화예술을 후원할 것이다. 사회 내부에 문화예술이 침투해야 한다. 서울발레시어터는 작년 12월부터 홈리스 분들에게 1주일에 1번씩 발레교육을 하고 그분들이 변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올해 12월 ‘호두까기인형’ 공연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작은 기회들을 통해 함께할 계기를 만들고 있다.

필립 스페딩 : 개인 기부를 끌어낼 때는 후원받은 돈을 어디에, 얼마나 잘 썼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예를 들어 공연에 몇 명이 왔느냐부터 그 돈으로 무엇이 바뀌었는지까지 보여줘야 한다. 기업 기부의 경우 기업의 규모보다는 기업을 이끌고 있는 개인의 비전이 중요하다. 규모가 작아도 문화예술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규모가 크고 관심 없는 곳보다 더 많이 기부한다. 문화예술을 위해 공공기관이 모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 단체들이 공공기금에 의존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수년전부터 영국예술위원회는 문화예술교육만 지원한다고 못 박았는데, 이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가 정신을 보여주는 창의적인 문화예술사업에 지원해야 한다.

예술의전당 김장실 사장(왼쪽)과 서울발레시어터 김인희 단장(오른쪽)

| 문화예술 지원에 있어서 민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김장실 : 논점을 발전시켜 민간기부가 활성화되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공공기금이 땅에서 솟아나는 게 아니라 국민 세금이고 재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짚을 수 있다. 무작정 퍼부을 수 없다. 한국에는 세계 초일류 기업이 늘고 민간의 활력들이 넘쳐나고 있다. 기업이름의 뭔가를 대학에 세워주는 등 그 활력이 교육·복지로 많이 가는데 그 패턴을 문화예술 쪽으로 넓혀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적기금에 민간의 기부를 더하는 것이 문화예술부문에 더 도움이 되지 않겠나.

박은실 : 민관 협력방안은 지금 말하려던 바다. 그간 문화예술지원은 공공부문에서 많이 했는데 최근에는 메세나법을 개정해서  정부의 힘을 분산하고 재원을 다각화하려는 흐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공공차원에서)목적을 명확히 해 기금을 모으고 이를 어떻게 쓸 것인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우리처럼 다양한 단체를 지원해야 하는 기구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돈을 모으고 쓸 것인가가 정치적인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공적자금으로 계속 갈 수는 없는데 앞으로 민관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김인희 : 최근에는 “예술가에게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계속 부어만 주어야 하나”라는 고민이 있다. 발레무용수가 직업적으로 택할 수 있는 전문적인 발레단은 전국에 네 개밖에 없다. 무용수가 콩쿨에서 우승하면 해외로 나간다. 몇 년 후 우리나라에서는 춤추는 사람들을 중국 동남아 러시아에서 수입해야할 판이다. 예술가와 단체에게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예술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원금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김장실 : 우선, 개인이나 기업의 활력을 활용해야 한다. 단체들이 표를 팔아서도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문화예술에 노출되도록 하고, 관련 교육을 해 문화예술 소비자를 개발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예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생산된 작품들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유통경로도 고민해야 한다. 투명성을 강화해 문화예술 분야에 기부한 사람들에게 정기적으로 보고서도 써야 하고, 기부한 사람들을 문화예술위원회에서 불러 공연도 보여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메세나 법안이 준비 중인데, 큰돈이 기업에서 나오는 만큼 기부에 대한 세제혜택이 생겨야 한다.

필립 스페딩 : ‘투자’는 투자이익이 따라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화예술 나눔을 '투자'라고 표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지원’이라고 하면 없어지는 돈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좋지 않다. 납세자와 문화예술 기금수혜자 사이에 아무 관계도 없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기금을 내는 사람들이 문화예술 단체들의 결과물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기업과 문화예술 단체의 관계는 스폰서십보다 파트너십 단계로 가야 한다. 영국예술위원회는 민간 기부가 늘면 예산삭감을 고려하는데, 예술을 장기적인 시야를 가지고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은실 : 민간 부문에 대해 더 얘기해보자. 우리도 기업기부를 활성화하는 메세나법을 준비하고 있는데 영국에서는 어떤가? 단체들의 모금역량을 키우기 위해 하는 활동이 있나?

필립 스페딩 : 세금혜택을 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민간의 문화예술 기부가 세금혜택 받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세금혜택은 문화예술계에 투자하라는 정부의 메시지로 활용될 수 있다. 그래서 문화예술 단체는 세금혜택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세금관계에 대한 설명과 컨설팅을 한다. 대만에서 모금전문가들을 3일간 교육한 적이 있다. 가상의 대표자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경직되어 있었지만, 나중에는 모금전문가들끼리 방법을 찾고 대화하도록 이끌어냈다. 대화를 통해서 적합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박은실 :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해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으면 좋을지, 마무리 말씀 부탁드린다.

문화예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공감대 확산을 강조하는 김장실 사장김장실 : 결론적으로, 한 사회의 문화예술은 물이나 공기와 같은 공공재다. 우리는 늘 잊고 있다. 우리 사회의 지성인 언론·교육계·정계 사람들이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의 공감대를 확산하도록 하는 것이 문화부와 문화예술위원회의 역할이다. 공감대가 모아져야 사회적 지원이 활성화되고 기업의 기부가 활성화된다. 두 번째로, 문화예술위원회가 관료화에서 벗어나 모금 전문가가 되어 기업기부를 이끄는 등 창의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기부를 많이 한 사람과 기업에 대해서 칭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세 번째로, 문화예술 단체의 투명성을 제고해 기부금이 헛되게 쓰이지 않았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네 번째로, 문화예술 애호가들을 많이 길러내야 한다. 문화예술 교육전문가를 불러서 미래의 관객 창출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구해야 한다. 예술경영 전문가들의 양성을 통해 좋은 컨텐츠를 개발하여 관객을 모으고 또다시 모아진 자원들이 확대 재생산되어야 한다.

김인희 : 4-5년 전만 해도 민간 문화예술 단체를 운영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 청춘과 재산을 다 바치고 깡통 차고 시골 가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요즘 들어서 자부심을 많이 갖는다. 공공기금을 지원받으면 공돈을 받은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회계시스템도 없는 단체들이 기금을 받는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소속예술인, 직원에게 4대보험 혜택도 주고 급여도 꼬박꼬박 주는 단체들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적 기여도가 있는 단체들에게 장기적인 지원과 투자를 해주는 것이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필립 스페딩 : 영국예술위원회의 역할은 개인과 민간단체들을 초대해서 대화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문제가 있을 때는 열정이 있는 사람들을 한 방에 모이게 하여 대화를 통한 해결책을 강구한다.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를 던져주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에서는 왕자가 기부자들을 모아서 상을 주고, 일반인 자원봉사자에게 상을 주면서 분위기를 북돋아주는 역할을 많이 한다.

박은실 :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문화예술은 인간이 누려야 하는 권리라는 점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것이 모든 문화예술인들의 임무다. 문화예술인들을 모아서 열정을 이끌어내고 이를 사회에 잘 전달하면 될 것 같다. 이것으로 좌담회를 마치겠다.

정리 : 유정화(JTBC 기자)

[기사입력 : 2011.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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