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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윤희전

글 : 손수호(국민일보 논설위원)

 


서양화가 도윤희(50)는 인물과 작품 양쪽에서 할 이야기가 많은 작가다.
인물로는 ‘도상봉의 손녀’라는 명찰이 늘 따라다닌다. 도상봉(1902∼1977)은 '꽃과 항아리의 화가'로 불리면서 근대의 구상화단을 화려하게 장식한 거목. 도윤희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다고 한다. 집안에는 늘 물감 냄새가 가득했다고 하니, 어려서부터 예술의 세례를 듬뿍 받은 셈이다.
그러나 이제는 할아버지 이름이 없어도 홀로 우뚝하다. 한국화단의 한 축을 지탱하는 중견이다. 지난 2007년 유럽의 명문 화랑인 스위스 바이엘러 갤러리(Galerie Beyeler)에서 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으로 개인전을 가질 만큼 성장했다. 미술시장에서도 블루칩이다. 세련된 외모와 엄격한 자기관리도 작가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만든다.
이제 작품 이야기를 할 시간. 그러려면 아무래도 전시장으로 가야할 것 같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4월 24일까지 ‘Unknown Signal’이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유화로 바탕을 칠하고, 그 위에 연필로 이미지를 그린 뒤, 광택제로 마감하는 특유의 방식은 여전하다.


전시제목이 나타내듯 도윤희는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화력을 집중하는 작가다. 고단하고 품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지만 이제껏 한 번도 피한 적이 없다. “세상의 변경 너머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의 본질을 향해 천천히, 부지런히 노를 젓는다. 시간이기도, 생명이기도, 아니면 시간과 생명 이전에 존재하는 지도 모르는 신호를 찾아서.
화폭은 예나 지금이나 먹빛으로 가득하다. 색을 극도로 절제한다. 세상의 끝, 사유의 심연은 그럴 것으로 믿기 때문일 것이다. 생명이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빚는 형태는 그래서 미니멀하다. 캔버스에 드러난 포도송이 혹은 개구리알과 같은 형상은 생명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익히 사용해 온 소재. 이번 전시는 거기에다 자연과 사물을 뿌연 잿빛, 또는 검푸른 빛깔의 추상으로 표현해 유현미를 드러내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전시장 2층에 마련된 대형 설치작업이다.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배를 타고 앙코르와트로 가던 중 강의 일렁임을 마주친 경험을 9점의 디지털 프린트와 조명작업으로 표현했다.
그의 전시를 구경하고 온 사람이 글을 올렸다. “이 작품 앞에서 최소한 10분은 서 있어야 한다.” 그렇다. 점멸하는 조명 아래에 있다 보면 사원을 향해 몸을 뒤척이는 씨엠렙 강물의 결을 느낄 수 있다. 수면 위에 떠있는 빛의 비늘을 주울 수도 있다. 손에 잡는 순간 사라지고 마는 그 장엄한 빛의 시그널.   

[기사입력 : 2011.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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