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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Different Similarity에 독일 보훔이 놀라다.

글 : Jung Me(독일거주 작가, 큐레이터)

 

| 한국작가는 국제무대에서 비빌 곳이 있는가?

 

반갑게도 한국 현대미술 독일전 <A Different Similarity>가 루르 지방에 있는 보훔미술관에서 5월 20일로 막을 열었다. 그간 한국작가들의 전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유학생이거나 학부를 갓 졸업한 전시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학생들의 전시라고 해서 흥미롭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독일은 미대 졸업 후 90퍼센트 이상 순수미술과는 다른 길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후에 전공과는 관련 없는 일을 할 사람들의 전시를 한국 현대미술의 한 단면이라고 소개하기는 무리일 것이다.

 

<A Different Similarity>, 20 May to 27 In June 2010, Museum Bochum, Germany, www.galleryloop.com한국, 독일이건 간에 졸업 후 순수미술인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꾸준히 국제전을 할 수 있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유럽에서 비빌 대가 거의 없는 한국작가들은 국제진출의 어려움은 물론이고 설사 기회를 얻었더라도 지속적인 활동의 발판을 찾은 경우는 거의 손에 꼽을 정도이다. 한국 내에서 공모, 레지던스 등의 형식으로 많은 지원을 이루어지고 있지만 작가들의 국외 진출을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제무대로 나온 작가들은 네트워크 형성, 정보 수집 등 넘어야 할 산이 한 두 개가 아니다. 같은 극동 국가지만 중국과 일본출신 작가들은 유럽에서 그들의 위치를 확보하였으며 각종 굵직한 국제전에 빼 놓을 수 없을 정도이다. 예를 들어 중국 출신 작가들은 고국의 대형 지원에 힘입어 지난 도쿠멘타 카셀에서는 화려한 입성은 물론이고 대중언론에도 집중 보도되었다.  

 

한국 전쟁 후 현대 미술은 꾸준히 성장하였으며 사회, 정치 현상 접근 방법에서도 다양하고 심도 있는 작업을 보여 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역량있는 작가들은 국제무대에서 그에 상응하는 대우와 관심을 충분히 받는 것일까. 필자가 유럽에 15년 넘게 상주하며 지켜본 경험에 의하면 대답은 아니다 쪽으로 기울어진다. 원인은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이번에는 그래서 더 의미가 있는 A Different Similarity 전을 소개한다.

 

김기라, 문경원, 문성식, 박준범, 배영환, 이세현, 이용백, 임민욱, 전준호, 정연두, 진기종, 홍경택 총 12명의 작가가 대안공간 루프가 기획한 A Different Similarity에 초대되었다. 참가자명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30, 40대의 왕성히 활동하는 유학파, 외국에서 레지던스에 참가, 국제전 초대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 누가 동양적 미학과 이미지를 두려워하는가

 

김기라의 <A Security Garden as Paranoia>전시장에 들어서자 멀리서 들려오는 중국, 몽골풍의 음악에 민속박물관 온 것인지 잠시 착각을 하게 한다. 이 동양적인 멜로디는 김기라 작가의 <A Security Garden as Paranoia> 설치 작업에서 나오는 소리인데 그 외에 도자기, 조화, 식물, 메가폰, CC TV , 관광 기념품, 사다리 등 그야말로 기념품점과 골동품상에서 볼 수 있는 동양적 잡동사니가 다양한 모양의 선반 위에 시스템이 없이 무작위로 설치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설치 방법은 서양의 논리, 분석적, 미니멀하기 보다는 동양의 상대성, 포괄성, 거시성에 기초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작가는 필자와의 대화에서 진품과 모조품, 일상잡화와 고가품, 인공과 자연의 경계는 선명하지 않다 라고 했다. 그는 <A Security Garden as Paranoia>을 통해 개념설립에 치중한 플라톤 이후의 서양 철학사, 동양은 존재론적 입장 그리고 철학 인식론에도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세현 <Between Red>, 홍경택 <연필 2>, 이용백 <엔젤 솔저>의 공통점은 동양적인 비주얼이지만 컨텍스트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세현 작가는 <Between Red>에 야간투시경을 통해 본 비무장지대 풍경을 재구성했다. 그의 금단의 지역 DMZ는 사진처럼 사실적이며 전통적인 산수화처럼 은유적이다. 바탕과 모티브 사이에는 선명한 경계선(Borderline) 이 형성되어 있으며 마치 인위로 생성된 그래픽 디자인과도 같은 느낌이 든다. 정교하게 구성된 이세현의 붉은 이상향 사이에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현실, 인위성, 미묘한 공포와 동시에 갈망이 녹아들어 있다. 이에 비해 홍경택 <연필 2>은 무수한 색연필과 볼펜이 축전의 폭죽과 같은 형상으로 구성되었다. 작업 설치 시 미술관에서 전시설치를 담당자는 그림 순서와 상하를 구별하지 못해 꽤 애를 먹었다. 추상이 아닌데도 추상처럼 여겨진 데는  <연필 2>가 가지는 반복성과 성당이나 절에서 접할 수 있을 것 같은 초 현실성 그리고 강렬한 색감이지 않나 싶다.

 

| 고독한 남자의 길

 

배영환의 <남자의 길>위장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투복과 군복에는 자연에서 흔히 반복되는 초록, 밤색, 청색 등을 얼룩무늬 형태로 디자인되었다. 숲이 적어지고 철, 유리, 콘크리트로 점철된 도시 환경에서는 회색, 검정, 어두운 청색 계열이 위장 효과를 내는 데는 적격이지 아닐까 싶다. 적어도 중북부 유럽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주로 위에 열거한 색상을 주로 입는다. 이용백의 <엔젤 솔저 Angel Soldier>에서는 군인들이 꽃무늬 군복을 입고 먹이를 본 고양이처럼 서서히 노련하게 움직이고 있다. 군인들은 꽃과 일체가 되어 자아적 주제가 아닌 공동의 일원으로서  전략적인 존재로 움직인다. 작가는 디지털 기술로 군인을 모조화로 위장하며 이를 통해 또 다른 세계를 찾아가는 것일까.

 

오프닝 때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던 배영환의 <남자의 길>은 관객들에게 주로 정치적인 컨텍스트로 이해가 된 것 같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한 관객은 기타 긴 부분이 수평으로 설치된 것을 남북한의 대비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조심스러운 해석을 펼치기도 하고 한 젊은 큐레이터는 경제적 급성장에 대한 과거의 향수가 묻어난다고도 했다. 작가가 의도한 사회적 성공의 잣대에서 멀어진 현대 남성의 자화상과는 다른 반응이었지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열린 작품이라는 점에 반가울 뿐이다.

 

| 사회 정치적 이슈의 관념화와 추상적 참여

 

임민욱의 <Jump cut>2008년 아트선재에서 열린 임민욱 작가의 개인전 <Jump cut> 을 무척 관심 있게 봤었다. 비디오 작업을 끝까지 보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지만 백남준 미술관 <랜덤 액세스> 전에 설치된  3채널 비디오 <S.O.S. - Adoptive Dissensus> 은 드물게 마지막까지 관람한 작업 중에 하나이다. 이러한 끈기를 비교적 쉽게 유출할 수 있는 내러티브한 작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내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넘쳤다. 그런데 이 비디오 작품과 개인전 작업 일부가 <A Different Similarity>에 초대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운 생각이 들었고 독일 관객의 반응이 궁금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겠지만 오프닝과 간담회 때 비교적 많은 질문과 대화가 관객과 기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S.O.S. - Adoptive Dissensus> 의 사회, 정치적 배경은 다르지만, 반응은 국경을 넘어선 그것이었다.

 

진기종의 <CNN News Channel>간담회 도중 한 신문기자가 진기종 작가와 아직 설치가 끝나지 않은 <CNN News Channel> 사진촬영 요청을 해왔다. 작가는 한마디로 거절을 했다. 이유는 반쪽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그의 반응은 그의 작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축소된 가상의 세계는 모니터라는 매개를 통해 마치 현실 같은 효과를 내는데 이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작품을 대중에게 전파하고자 하는 기자의 그것과 거리가 멀지 않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지만, 독일인은 과거 동서독 분단으로 말미암은 권력체제의 맞춤성 보도에 익숙하다. 한국 사회의 분단 대치 상황도 잘 아는 그들에게 전준호 작가의 애니메이션 <WELCOME>은 생소한 그림과 언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특별한 감흥을 주는 듯하다.

 

전준호의 <WELCOME><A Different Similarity>전을 기획한 대안공간 루프 서진석 관장은 서문에서 한국 사회는 속도성과 압축 성장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문화권과는 다른 현상을 예술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를 크게 조화와 중첩의 이미지, 아이디어적 컨텍스트에 대한 집착, 사회성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위에 열거된 작가와 작품뿐만 아니라 모든 참여 작가들에서 위에 열거한 특징을 찾아볼 수 있었다. 단기간에 이루어진 경제적 고성장이라는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를 속에서 작가가 어떠한 소재로 작업하던 간에 이러한 요소는 배제될 수 없다. 하지만, <A Different Similarity>에 전시된 작품에서는 지역성이라기보다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관찰을 통해 거시적 담론을  이끌어내려는 시도가 강하게 보였다. 보훔미술관장 골린스키 씨는 오프닝 때 다소 흥분된 모습으로 한국미술이 국제무대에 점차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자유스럽고, 능청맞으며 다양한지는 인제야 실감했다“ 며 만족감을 표시했왔다. 아직 한국 현대미술이 유럽에서 마땅히 비빌 곳은 없지만 골린스키 씨 같은 팬이 <A Different Similarity>를 통해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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