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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의 헝가리문화원

글 : Jung Me(독일 거주 큐레이터)


베를린 헝가리문화원 전경국외에 주재하는 문화원은 어떠한 일을 하는 곳일까? 문화원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는데 그 주요 목적이 있을 것이다. 문화는 언어, 사회의 공동 행동양식 등을 제외한다면 대략 문학, 예술, 음악, 미술 등으로 나누어진다. 이는 다시 고전, 현대, 대중(Pop) 등으로 분류가 될 것이다. 이처럼 광범위한 분야를 재외 주재 문화원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알릴까. 여러 종류의 모델이 있지만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누어 보면,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문화원과 전략적으로 주요 종목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스타일이 있다. 종합적인 문화원은 한 국가의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전문성의 결여라는 문제점이 있다. 말하자면 어느 한 가지도 뛰어나지 않은 그저 그러한 장소로 전락할 소지가 다분하다. 베를린에는 현대미술 전시와 문학에 집중하는 폴란드문화원, 문화의 전 분야와 자국어 코스까지 있는 중국문화원도 있다. 어떠한 모델이든 간에 민속문화와 국제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현대예술을 공정히 알려주기란 어지간한 예산과 전문인력을 가지고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베를린에서 활동이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아마도 헝가리문화원 Collegium Hungaricum Berlin(이하 CHB)일 것이다. 단순히 문화원이라 부르지 않는 현재의 CHB는 1924년 구 헝가리문화원이 있었던 도로테엔가(Dorotheenstraße)에 2007년 다시 문을 열었다. 제1차 세계 대전 후 헝가리문화원은 1923년 이탈리아 로마,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이어 베를린에 젊은 학자들의 만남의 장소로 첫 문을 열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손상된 문화원 건물은 1973년 동베를린에서 ‘헝가리 문화의 집’(Haus der Ungarischen Kultur)이라는 명칭으로 다시 열었다. 이때는 학문연구 외에 예술분야까지 활동영역을 확장했다. 문화예술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공산국이었던 동독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활동을 벌여 구 동독 정치인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그래서 당시 공산주의 국가들 사이에서는 ‘사회주의 진영의 웃기는 막사’(lustigste Baracke im sozialistischen Lager)라는 익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역사 깊은 CHB가 여느 문화원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이곳은 일 년에 약 80-100회 정도의 현대미술, 문학, 영화, 토론회, 세미나 등 각종 행사와 전시를 펼친다. 수박 겉핥기가 아닌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행사 성격 또한 뚜렷하다. 헝가리문화원이기는 하지만, 자국인만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감도 없는 듯하다. CHB의 성공 원인을 좀 더 자세히 알기위해 아노스 칸 토가이(János Can Togay) 문화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노스 칸 토가이 헝가리 문화원장 토가이 원장은 2007년 취임 시 헝가리 문화만 보여주면 베를린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당시 베를린은 이미 유럽문화의 중심이 되었으며 이에 걸맞게 세계 각국에서 예술가들이 모이고 있었다. 상황이 그러한 만큼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도 높고 경쟁 또한 치열하다. 전시, 영화, 세미나 등 어떠한 행사이든 참여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외국인이며 이 중 한두 명만이 헝가리인일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헝가리 문화예술만을 고집하는 행사는 수준 높은 각종 문화예술행사로 가득한 베를린에서는 관심도 끌지 못하고 그래서 경쟁력도 없다. 효과적으로 헝가리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서는 어떤 행사든 간에 열려 있으며 국제적인 수준임을 보여 주어야 한다. 헝가리 작가 혹은 작품을 보여 주지 않을 때도 있단다. 그러면 어떻게 자국 문화를 수출하고 제대로 알려 줄 수 있다는 것일까? 토가이 씨의 설명은 뜻밖에 간단하다. 누구나 우리가 헝가리문화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헝가리만을 생각하기보다는 베를린 특성에 맞추어 프로그램을 만들며 일정수준 이상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방문객들은 행사 참가인의 국적은 관심이 없고 으레 그래 왔던 것처럼 수준 높은 행사를 기대하며 문화원을 찾는다. 이러한 인식 속에 헝가리 출신 예술인이나 작품이 문화원에 소개되면 사람들은 자동으로 이들과 작품도 훌륭하다고 여긴다.

약 한 시간 정도 토가이 씨와의 대화가 끝난 후 독일인 홍보담당 직원인 얀 구나르 프랑케 (Jan-Gunnar Franke)씨와 함께 문화원 투어를 했다. 6층짜리 문화원은 예술인과 학자들이 거주할 수 있는 5개의 레지던시용 아파트를 운영하며 작은 전시공간들 외에 라즐로 모홀리 나기 전시장(Moholy-Nagy Galerie), 전시공간 겸 영화관으로 사용하는 다기능 파노라마관 (Panoramasaal), 도서관, 사무실 그리고 식당이 있다. 건물의 외관상 특징은 크고 작은 통유리 창문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영화, 비디오 상영은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 때문에 어려울 것 같은데 창문에 반투명 스크린을 설치해 건물 밖에서도 비디오를 볼 수 있다. 영상 뿐만 아니라 음향 또한 건물 밖에서 들을 수가 있다. 가끔은 외부에서 건물로 직접 영상을 쏘기도 하는데 그러면 건물 전체가 입체 스크린으로 전환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트랜스포머'보다 사실적이고 시대적으로 앞선 트랜스포메이션이 아닐까. CHB 건물의 심장이라 불리는 통제실에서는 모든 음향, 영상, 전자 설치시설을 완벽하게 조정할 수 있으며 남자직원 하나가 상주하며 관리를 한다. 파노라마관 내부에서도 영상 일부와 빛을 조절할 수 있으며 움직일 수 있는 무대는 행사 목적에 따라 크기를 조절할 수도 있다.

헝가리 문화원 전시장 내부

문화원 전시는 내부 큐레이터가 전담하며 가끔 외부에서 큐레이터를 초대하기도 한다. 문화원 큐레이터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전문인이라고 한다. 이외에 문화원에 Trans Mediale 같은 외부행사를 유치하기도 하는데 전시기획은 행사 주최 측에 전적으로 맡긴다고 한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모두가 거의 완벽하게 운영되는 듯한 CHB는 필자가 방문한 날도 영화상영 프로그램과 기획전시 때문인지 적지 않은 방문객들이 문화원을 채우고 있었다. 파리가 날릴 것 같은 여느 문화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12월에는 베를린과 부다페스트를 주제로 한 사진전시 오프닝이 있고 체코 다큐멘터리 ‘My Ghetto, My World’가 상영된다. 아무래도 헝가리문화원에 갈 날이 더 많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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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ános Can Togay, Director, Collegium Hungaricum Berlin
모국어 외에 영어와 독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1955년생 토가이씨의 부모는 터키인으로 정치적인 이유로 프랑스로 유학 후 헝가리로 이민을 했다. 1963년 6년 동안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부모와 함께 유년시절을 보냈다. 토가이씨는 부다페스트 Loránd-Eötvös-University에서 독문학과 언어학을 전공했다. 학부시절 영화인으로 일했으며 1980년에는 연출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영화 조감독으로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Marcello Mastroianni) 등과 일하기도 했다. 영화배우로 활동하며 이사벨 위페르(Isabelle Huppert), 한나 쉬굴라(Hanna Schygulla)와 함께 주연을 맡았다. 이후 영화진흥위원 일을 맡았으며 영화감독, 극작가로도 꾸준히 활동하였다. 그의 작품 ‘Der Sommergast’는 1992년 칸영화제에 초대받기도 했다.
 
※ Collegium Hungaricum Berlin : http://www.hungaricum.de/home.html

[기사입력 : 201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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