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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칼 국기 리스본, 국제미술평론가협회상 30년展(30 anos de Prémio AICA/MC)

글 : 전수현(포르투 건축대학 석사과정)


2011 리스본 국제아트페어(Arte Lisboa 2011)로 떼주(Tejo)강 옆 국립공원(엑스포공원)과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부산한 가운데, 포르투갈의 현대미술과 건축을 이끌어왔던 작가들을 한 눈에 훑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해마다 국제미술평론가협회(AICA, Association Internationale des Critiques d’Art) 포르투갈 섹션은 포르투갈 문화부(MC, Ministério da Cultura)와 함께 조형예술 부문과 건축 부문에서 각각 한 명의 작가를 뽑아 국제미술평론가협회상(Prémio AICA/MC)을 수여하고 있는데, 올해 그 지난 수상자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모두 만날 수 있도록 ‘국제미술평론가협회상 30년展’을 기획한 것이다.

국제미술평론가협회가 조형예술 부문에서 올해의 작가를 선정하고 소퀼상(Prémio SOQUIL de artes plásticas)을 수여하기 시작한 것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네 번의 수상자를 배출한 후 카네이션 혁명(1974년) 전후로 포르투갈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급격한 변동을 겪으면서 이 상은 잠정 폐지되었다. 그 후 8년이 지나 1981년에 이르러서 국제미술평론가협회상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제정이 되었고 올해 5월에 열린 2010년 시상식까지 30회에 이르러 60명의 수상자를 내놓게 되었다. 이제는 포르투갈에서 예술가에게 수여되는 상 중에서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는 상이다. 1981년부터의 수상자와 그 내용을 살펴보면 1950년대의 활동과 성과부터 평가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는데, 수상자 선정에 대략 20여 년에 걸친 평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치아도 국립현대미술관 외부

조형예술 부문은 큐레이터 주앙 피냐란다(João Pinharanda)의 지휘아래 리스본 구도심의 중심가에 위치한 치아도 국립현대미술관(MNAC, Museu Nacional de Arte Contemporânea)에서 전시를 마련했다. 치아도 미술관은1911년에 설립된 국립현대미술관으로 1994년에 프랑스 건축가 쟝 미셀 윌모트(Jean-Michel Willmotte)의 설계로 중세 건물인 성 프란시스코 수도원 건물을 미술관으로 개축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중세 벽돌조의 아치와 현대 구조물의 조합을 볼 수 있는 건축이다.

이번 전시에는 조아낑 호드리고 까르도조(Joaquim Rodrigo Cardoso, 1912-1997)의 작품들이 조명되고 있다. 포르투갈 미술사에서 1950-60년대 추상미술을 주도한 선구자적 작가로 기록되고 있는 그는 사실 농업과 산림 공학자였다. 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미술에 대한 흥미가 커지자 야간대학을 다니며 미술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전문적인 화가로 활동하면서도 은퇴 전까지 공학자로의 일에 충실했던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여행에 대한 기억과 민중문화에 대한 지향, 정치성의 함축과 암시는 기하학적 엄밀성으로 새롭게 합성되면서 언어적 축소가 만들어낸 추상 세계를 보여준다.

주세 페드로 크로프트, 무제, 2007주제 페드로 크로프트 (José Pedro Croft, 1957-)의 작업들도 크게 주목을 받았다. 국제 미술계에도 비교적 잘 알려진 그의 작업들은 건축과의 영향관계 속에서 발전해왔다. 개념적이고 미니멀한 언어로 가구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통해 건축적 개입은 만들어내면서 공간적 구축과 해체에 대한 그의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작에서는 거울과 렌즈, 금속 프레임 만으로 재료를 제한하면서 그 결합으로 ‘빈’ 공간들을 만들어 내고 만들어진 것과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함께하는 섬세한 공간적 놀이를 보여주고 있다.

엘레나 알메이다, 무제, 2010사진작가이자 시각예술가인 엘레나 알메이다(Helena Almeida, 1934-)의 작품도 빠뜨릴 수 없다. 조각가 레오포우두 드 알메이다(Leopoldo de Almeida)의 딸이기도 한 그녀는, 종종 사진을 자신의 작업에 등장시켰던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가 피사체가 되어 (남편이 찍은) 자신의 사진에 색을 입히거나 다른 오브제와 결합하여 입체로 만드는 작업들을 통해 당대에 사진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또한 60년대 시작된 바디아트(body-art)와의 영향관계도 살펴볼 수 있다.

건축 부문 수상자 작품 전시는 국립조형예술협회(SNBA, Sociedade Nacional de Belas Artes)에서 역사가인 하켈 엔리케스 다 실바(Raquel Henriques da Silva)의 큐레이팅으로 열리고 있다. 치아도국립현대미술관이 수상작들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곳이라면 국립조형예술협회는 작가들의 공간인 셈인데, 국제미술평론가협회 포르투갈 섹션이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30년간의 수상자 중 한국에도 비교적 잘 알려진 건축가로는 알바로 시자(Siza Vieira)와 쏘뚜 모우라(Eduardo Souto Moura), 마테우스 형제(Nuno Mateus, José Mateus) 등이 있다. 1982년 수상자인 까릴료 다 그라싸(Carrilho da Graça)의 경우에는 건축가 이름은 조금 낯설겠지만 그의 작업에 대해서는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카오에서 꼭 방문해야 할 장소라고 할 수 있는 성베드로성당의 유적지 정비와 종교미술 뮤지엄(Sacred Art Museum)이 그의 작업이다.
화재로 건물부가 전부 손실되면서 입면만 남은 성당의 재건축을 놓고, 포르투갈 건축양식이 중국 석공의 손으로 만들어진 그 독특한 결합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그대로 노출시키기 위해 기둥자리와 평면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두고 새 덩어리의 개입을 최소로 한다는 것이 그 설계의 핵심이다. 성당의 입면 뒤로 텅 빈 공간을 남겨둔 대신 종교미술 뮤지엄 부분은 지하의 토굴과 예배당을 살려서 설계되었는데 이 뮤지엄에는 아시아에서 활동했던 가톨릭 순교자들의 뼈가 보존되고 있어서 프로그램에 잘 부합한 건축적 접근으로 평가 받고 있다.

국립조형예술협회 건축 부문 전시장

국제미술평론가협회상의 역사에는 시끄러운 일도 적잖이 있었는데, 이를 테면 2009년 조형예술 부문 수상자였던 사진작가 파우로 노졸리노(PAULO NOZOLINO)가 시상식 이후에 수상을 거부한 일화가 있다. 이 국제미술평론가협회상에는 1만 유로의 상금이 함께 수여되는데 포르투갈 국세청이 여기에서 세금을 사전 공제하겠다고 한 것이 문제였다. 노졸리노는 사전에 어떤 언질도 없이, 세금 납부 코드가 붙어 나온 상을 통해 관료주의자들이 예술을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다면서 분노했다. 그는 결국 ‘나는 문화부를 위해 일한 것이 아니다’라며 상을 되돌려 보냈다. 이 일화는 그 자체로 지난 30년간 민주주의가 강화되고 유럽연합과 여타 국제 관계 속에서 생산과 소비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인식이 어떻게 달라져왔는지를 고려해보면 예술가와 그의 사회적 반영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전시에서 국제미술평론가협회 자체의 역사를 포함한 도큐먼트 섹션을 따로 마련하여 전시하고 있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수상자 선정 당시에 심사위원들이 언급한 작품들을 기본적으로 포함시켜 전시하면서도, 작품 배치에서는 선형적이고 통시적인 대화보다는 시기를 관통하는 대화, 다시 말해 다른 시기의 작가들끼리 혹은 다른 심사위원들에 의한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역사적 비평적 관점의 ‘다시 읽기’를 주 기획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관객들이 스스로의 감상을 역사가와 전문 비평가들의 선택에 비춰보면서 따라가다 보면 포르투갈 시각문화 전반에 대한 개괄적 이해를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기존 해석의 틀을 확장시키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만족할만한 전시라고 할 수 있겠다.


※ 국제미술평론가협회상(국제미술평론가협회 포르투갈 섹션)
http://www.aica.pt/en/premios/premio-aica-ministerio-da-cultura-de-artes-visuais-e-arquitectura/

[기사입력 : 201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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