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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 현실 너머 이야기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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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아르코에서는 예술위원회와 인연이 많은 아티스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아르코 아티스트'를 마련하였다. 그 일곱 번째 손님으로 소설가 윤성희 씨를 만났다.
 

▶ 현실 너머 이야기의 세계를 보다
 
   - 소설가 윤성희
   
  

글·인터뷰 : 은현희(소설가, 세계일보 <세계문학인터뷰>연재 중)

 

최근에 개봉한 영화 <토이스토리3>은 사람들에게 잊힌 장난감들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인간에게 버림받은 장난감의 입장에서 바라본 세상은 비정하기 그지없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한 인형은 자신의 눈알 하나를 잃어버렸다. 알고 보니 그것은 어둡고 후미진 가구 아래 들어가 있었다. 기발하게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 인형은 잃어버린 한쪽 눈을 통해 자신이 실존하지 않는 다른 공간의 풍경을 엿본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모름지기 작가란 저 인형과 같은 눈을 지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하나의 눈은 현실을, 다른 하나의 눈은 어둠 너머 보이지 않는 진실의 공간을 볼 수 있어야 하리라.

윤성희 작가소설가 윤성희는 그런 의미에서 두 세계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눈을 지녔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한 세계를 투시해내는 재주를 지녔기 때문이다. 시계수리공 아버지, 마을버스 운전사,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 징수원, 풍선장수…… 그가 만들어내는 세계의 주인공들은 고개를 돌리면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작가의 상상 속에서 제각각 예사롭지 않은 성격의 인물로 다시 태어난다. 그래서 그런지 윤성희의 소설을 읽노라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주인공 같다.
 
| 장편소설 『구경꾼』 출간
 
우울하면서 웃기고 슬프면서 기괴한, 변화무쌍한 인물들의 삶을 직조해내는 작가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그 내막이 궁금해졌다. 세 번째 창작집 『감기』의 책 날개에서 막 걸어 나온 듯 꾸밈없는 인상을 지닌 소설가 윤성희 씨를 만나보았다.

 




은현희  
요즘 근황은 어떠신지요? 얼마 전 웹진 <나비>의 장편소설 연재가 끝났는데 새로운 출간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윤성희   연재를 할 때는 아무래도 매일 써야 할 분량이 있어서 시간 관리에 주의를 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작품 
             구상도 하고, 그간 미뤄두었던 책도 읽으며 휴식을 취하는 중입니다. 간간히 운동도 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연재소설은 곧 출판될 예정입니다. 제목은 『구경꾼들』(문학동네 刊)입니다. 
             막상 연재가 끝나고 보니 여러 모로 눈에 띠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일일 연재를 묶으려 하니 호흡을 연결하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어요. 고치려면 전체를 다 손 봐야 하는데, 그렇다고 완전히 다시 쓸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그냥 용감하게 출판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소한 이야기에 광맥이 있다

은현희   이야기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생각과 언어의 사용 능력에 따라 백인백색으로 탄생되는 듯합니다.
             윤 작가님께서 생각하는 좋은 이야기, 좋은 소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윤성희   이야기는 나를 통해서 흘러나오지만 정작 최초의 원류는 바깥의 사물들에서 찾게 됩니다. 나를 둘러싼 
             것들의 사소한 이야기에 광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생아실에 누워있는 조카를 보며 생각했지요. 
            '나는 이제 아주 재밌는 사람이 되어야지'라고요. 세상의 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훗날 성장한 조카와 마주앉아 낯선 세계의 이야기,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한 사물들, 이미 죽었거나 아직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제 모습을 상상하곤 했습니다. 타인과 사물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이야기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이야기는 아마도 나로부터 가장 먼 곳에 던져진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 새로움에 대한 모색+시도+과정에 대해서

은현희   윤성희 소설의 매력이라면 유머 코드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참담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종종 희극적인
             모습으로 보여질 때가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지향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발상들인지 궁금합니다. 요사이 발표한 작품들은 초창기의 작품과 경향이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레고로만든집윤성희   등단한 이후 줄곧 내 고유의 색깔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글도 읽어보고
              내 소설도 스스로 분석해보며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잘 쓰여진 타인의 작품과 비교해볼 때 상대적으로
              실존적 깊이가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그래서 찾게 된 게 유머였어요. 등장인물들이
              삶을 견디는 방편으로 유머를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상황이 슬프고 암울할수록 유머가
              필요한 법이니까요. 초기에 작품 경향은 말씀
              하신대로 대부분 진지하고 심각했습니다. 
              저는 이전에 발표한 작품들도 되풀이해서 여러번
              읽어보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심리묘사를
              절제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지요.  초기 작품과 
              경향이 달라진 느낌이 드신다면 아마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합니다.


은현희  
보다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 작가님께서 하신
             노력들이 궁금합니다. 또 쉬지 않고 소설을 계속
             쓰게 한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윤성희   저는 사실 등단을 한 후에도 소설이 무엇인지 잘
             몰랐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써야 할지, 어떤 
             방식이 맞는지, 늘 회의가 왔으니까요. 그래서 매번 
             소설을 쓸 때마다 제가 궁금한 것들을 스스로 해결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면 '1인칭 소설에서 
             주인공이 다른 인물에게 어느 정도 간섭할 수 있지?' 라는 물음이 생기면 그걸 해결해보기 위해 단편소설을
             하나 써보는 방식으로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소재의 이야기들(우연이라든가 기적의 삶)과 제가 좋아하는 
             코드(유머, 동화적 상상력 등)들을 뒤섞어서 저만의 빛깔과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런 
             과정들이 돌파구가 되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와 같은 일련의 시도들 덕분에 지치지 않고 다시 새로운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한 우물을 판다는 것


은현희  
처음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인지요.

윤성희   시를 좋아해서 서울예대 문창과에 진학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시 수업을 받아보니
              제 실력이 스스로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실망스러운 일이었지요. 반면 소설창작실습 시간에는 
              의외의 재미를 느꼈습니다. 당시 소설을 지도해주신 분이 작가 박기동 선생님이셨는데 과제로 소설을
              써 오라고 하셨습니다. 밤을 새워 첫 소설을 쓰며 알 수 없는 열기에 사로잡혔던 기억이 납니다. 세상에
              이렇게 재밌는 일이 다 있구나 싶었던 거지요. 저는 중간 정도의 레벨이었고, 오히려 제가 샘을 낼 만한 
              실력을 갖춘 친구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은현희   전업작가로 살기가 어려운 세상인데 등단 이후 계속 한 우물만 판 작가라고 들었습니다.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요.

윤성희   일 년 정도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던 중이었는데 마침 아르바이트로
             외부 원고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예상 외로 수입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 해 마침
             등단을 했구요. 돌이켜보면 등단 후 3~4년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아르바이트로 그럭저럭 지내긴
             했지만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과 모색으로 불안감이 컸던 나날이었습니다. 이후에는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소설 고료와 재수록비 명목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있어 생활도 한결 나아지고 심리적으로도 안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 노선을 벗어난 마을버스처럼


감기은현희  
본인이 쓴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지요.
             그리고 그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윤성희   세 번째 창작소설집의 표제작인 「감기」입니다.
             그 작품을 쓰면서 여러 모로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구상 단계부터 전개와 결말까지의 구성을 미리 짜놓고
             시작하는 소설이 있는가하면 써가면서 이야기를 
             구상하는 작품이 있습니다. 「감기」의 경우 전적으로 
             후자에 속하는 소설이었지요. 그 소설을 쓰면서 이후에
             발표한 다른 많은 소설들의 영감을 얻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에피소드가 떠오르고 이야기가 흘러가는 
             대로 썼던 소설입니다. 어느 날 마을버스를 타고 가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운전기사는 얼마나 심심할까, 같은
             노선을 종일 뱅뱅 돌아야 하는 일상이 지겹고 끔찍하지
             않을까?' 그러면서 속으로 노선을 일탈한 마을버스를 
             상상했습니다. 마을버스에게 고속도로를 탈 수 있는 자유를
             줘보기로 한 거지요. 사실 「감기」는 애초에 마을버스가 
             주인공인 소설이었습니다. 마을버스가 고속도로를 지나
             소풍을 가는 소설이었지요.
             저는 그런 연애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은현희  
이야기와 함께 어디론가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작가로서의 권리이자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을 자주 가시는 편인가요?

윤성희   가볍게 배낭을 메고 떠나기도 하고, 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기도 하지요. 작년에는 캄보디아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친구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거든요. 왕복 차비만 있으면 돼서 부담 없이 떠나
             오래 머물다 왔습니다. 기분 전환도 되고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 마지막까지 작가로 남고 싶다


거기 당신?은현희  
대학에 출강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선배 소설가로서
            소설가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주로 해주는 조언은
            무엇입니까?

윤성희  소설가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많습니다. 요즘은
            대학마다 개설된 문창과가 많아서 특히 고교시절부터
            소설가를 목표로 문창과 진학을 희망하는 청소년들이
            많아졌습니다. 저는 먼저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라고 조언을 하곤 합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고요. '소설가'라는 타이틀인가.
            아니면 진심으로 훌륭한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인가 
            자문해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막연히 '작가' 
            '소설가'라는 타이틀이 멋있어서 문창과에 지망
            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입니다. 그 전에 작가로서
            마땅히 준비되어야 할 것들이 생략돼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먼저 많은 소설을
            읽어야 합니다. 고전을 숙독하고 내면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독자로서의 눈이 높아야 자기가
            쓴 글을 보는 안목도 높아지니까요. 그런 경우에는 
            적어도 작가가 되진 못하더라도 고급독자로 남을 수
            있지요.


은현희  
오에겐자부로는 만년에 쓴 소설에서 소설가로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작가로서의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윤성희   작가라는 직업은 매우 멋진 직업입니다. 저는 이 직업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일단 모든 것을 혼자 다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저는 멋진 이야기들이 우리 앞에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 늙어버린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멋진 이야기들은 이야기꾼의 품을 떠나 세상을 떠돌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을
              멈추게 할 힘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야기는 스스로 멈출 뿐이니까요. 저는 생의 마지막까지 재밌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로 남고 싶습니다.


세 번째 창작소설집인 『감기』에 수록된 「구멍」이란 작품 속에는 우물에 빠진 닭을 꺼내기 위해 직접 우물로 들어간 외할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외할머니는 허리에 동여맨 밧줄이 풀려 익사하고 만 비극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엄마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한다. 마치 농담을 하듯 가볍게 내뱉고 있다. 그런 엄마의 심연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딸의 눈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작가에게는 다다를 수 없는 곳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그런 밝은 눈을 지닌 소설가, 윤성희가 쓸 내일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그의 이야기가 더 많은 지류로 흘러가 멀리 있는,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생의 정수에 가 닿게 되길 바란다.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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