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 대구

작고문인 기념 사업 활발한 대구문단




서재환 / 영남일보 문화부 기자

문학

대구 출신의 작고 문인들에 대한 기념 사업이 문단에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대구는 신문학 초창기부터 걸출한 시인, 소설가들을 많이 배출한 곳이나, 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추모 사업은 미흡한 터여서 이 고장 사람들조차 제대로 고인의 업적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아 잊혀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문인협회를 비롯한 문화 예술 단체에서는 그 동안 여러 차례 이에 대해 논의했으나 예산문제 때문에 번번이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문민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이 같은 논의가 다시 대구시와 문인단체 사이에 상당히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일부 작고 문인의 경우 사업 주체가 될 추진 위원회까지 꾸려진 상태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작고 문인은 시인 이상화와 이장희, 그리고 소설가 현진건.

이들에 대한 기념 사업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4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대구시장과 각 문화예술 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였다. 이 자리에서 이의익 대구시장은 문협 대구지회 최정석 지회장으로부터 고월(古月) 이장희의 시비 건립 지원을 요청 받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1900년 11월 9일 대구시 중구 서성로 1가 105번지에서 태어난 이장희는 이상화와 더불어 초창기 한국 시단에 혜성 같은 존재로 1920년대 한국 모너니즘 운동의 선구자였다. 그는 당시 시단에 만연되고 있던 감상적이고 퇴폐적인 풍조에 휘말리지 않고 초연한 입장에서 예리한 감각과 상징적 수법으로 특유의 시적 경지를 개척한 순수 시인이었다.

그의 시는 1951년 백기만이 청구 출판사에서 간행한 「상화와 고월」에 실린 11편만 전해지다가 1970년대 초반부터 그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봄과 고양이」와 「봄은 고양이로다」 등 두 권의 전집에 그의 유작이 총정리되었다.

그러나 그는 양주동, 오상순, 백기만, 이상화 등 극히 제한된 문인들과만 교류하며 고독하게 살다가 극도의 신경 쇠약에 걸려 29세를 일기로 음독 자살했으니 묘소는 대구 신암동 선산에 있다고 알려졌을 뿐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문협 대구지회는 5월에 '고월 이장희 시비 설립 발기 취지문'을 내면서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를 중심으로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 규모의 고월 시비 건립운동에 나선다는 것이다. 시비가 세워질 장소로는 대구의 공원 중 아직 시비가 없는 팔공산과 수성못 유원지 등이 검토 되고있다.

현재 달성공원에는 이상화, 앞산공원에는 이호우, 두류공원에는 백기만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1948년 3월 김소운 등의 발기로 우리나라에서 시비로는 처음 세워진 이상화 시비에 이어 죽순 시인 구락부에서는 이상화의 흉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상화의 흉상은 대구시장이 부임해 올 때마다 죽순시인 구락부에서 건의해 왔는데 그때마다 논의만 되다가 시장이 바뀌고 나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러나 지난 5월 22일 달성공원 상화 시비 앞에서 열린 '상화 시인50주기 추모제'에 대구시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참석한 이의익 대구시장이 문인들의 상화 동상 건립제의를 받고 즉석에서 추진 의사를 밝힘으로서 구체화되고 있다.

대구시는 예총 대구시지회와 문인단체를 중심으로 동상 건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 현재의 달성공원 상화 시비 옆에 시비와 조화를 이루는 흉상 건립을 적극 지원한다는 것이다. 죽순시인 구락부의 이윤수씨는 '대구·경북 지역은 다른 시·도에 비해 문화 예술인들에 대한 기념 사업이 훨씬 뒤쳐지고 있다'면서 제일 먼저 시비를 세워 놓고도 동상이 없어 허전했는데 마침 시장이 행사장에까지 나타나 약속했으니 숙원을 풀게 되었다고 밝혔다.

문협 대구지회에서는 작고 시인들의 시비뿐만 아니라 소설가 현진건의 문학비 건립도 올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1900년 대구에서 태어난 현진건은 1917년 같은 대구 출신인 이상화, 백기만 등과 동인지 「거화」를 냈으며 신문학 초기 지식계층의 사회와의 갈등을 그린 작품으로 큰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정작 대구시민들 중에는 그가 대구 출신이란 것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문협 대구지회에서도 지난 1991년 문예진흥원이 주관한 예술인 기념사업에 현진건 문학비 건립안을 내기도 했으나 채택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그의 유족을 찾는 한편 대구 지역 문인들을 중심으로 문학비 건립 운동을 벌여 나가기로 했다.

이 같은 문인 기념 사업에는 언제나 비용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무산된 경우가 많았는데 신임 대구시장이 문화예술 분야의 지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 지역 문인들은 한껏 기대에 차 있다.

미술


경북 도내 미술계의 가장 큰 행사인 제20회 경북미술대전의 심사결과가 6월 5일 점촌에서 발표됐다.

각 부문에 걸쳐 모두 9백 63점이 응모된 이번 대전에서 대상은 이원희씨(경산시 서상동 143)의 '휴식'(사진)이 차지했다.

금상은 김판준씨(대구시 남구 대명7동 2138)의 '탄생-그 과정'(공예)에 돌아갔으며 부문별 최고상인 은상에는 신태수씨(안동)의 '어느 날'(한국화), 김예순씨(안동)의 '설경'(서양화), 인석연씨(안동)의 '삼유생사-出'(조각), 손완호씨(대구)의 '새벽'(공예), 박정만씨(포항)의 '石北先生詩(석북선생시)'(서예), 한병율씨(대구)의 '구속'(사진), 권용태씨(안동)의 '작업'(판화)이 뽑혔으며 건축 부문은 은상을 내지 못했다. 이 밖에 초대 작가상은 서양화가 이수창씨(안동대 교수)와 이영륭씨(계명대 교수)에게 주어졌다.

한국화, 서양화, 조각, 공예, 서예, 사진, 판화, 건축 등 8개 부문에 모두 9백 63점이 출품된 가운데 입상작 17점과 특선 88점, 입선 3백 66점 등 모두 4백 71점이 뽑혔다. 1988년 이후 두 번째로 사진이 대상을 차지했으며 대상의 상금이 종전 3백만 원에서 6백만 원으로 대폭 인상됐다.

입상, 특·입선작과 초대작가·추천작가 작품은 7월 1일부터 10일까지 점촌 시청에서 전시한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공모전에 응모한 끝에 대상을 차지한 이원희씨(경산문화원장)는 '입선 경력도 없는 아마추어가 큰상을 받게 돼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밝혔다.

수상작 '휴식'은 경산농악단원인 한 할아버지가 담배 한 대를 물고 쉬고 있는 컬러 인물 사진으로 심사위원들로부터 '대담한 정공 촬영법에 의한 다이내믹한 표현과 자연스런 표정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대전에서는 독창적이거나 개성적인 작품이 드물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작품 접수 창구에서 일어난 본적지 시비와 서예심사에서 낙관 부분을 종이로 가린 채 심사를 한 해프닝 등은 성년을 맞은 경북도전의 연륜에 어울리지 않는 운영상의 허점으로 드러났다.

본적지 시비는 이 행사를 주관하는 경북도 문화예술과가 출품 자격에 명시된 '공고일 현재 6개월 이상 경북 도내 거주자 또는 본적이 경상북도인 자'란 조항을 올해부터 엄격히 적용함에 따라 일어났다. 이 때문에 9회 연속 입상했던 안모씨(공예 부문)와 상위 수상권에 들것으로 예상됐던 서예 부문 응모자 등 많은 출품 희망자들이 작품을 접수시키지 못했다.

서석규 심사위원장은 '이제까지 묵인해 오던 조항을 새삼스레 지킨다는 것은 형평에도 어긋난다'며 '다음에는 대구도 응모 범위에 포함시켜 대전의 문호를 넓히는 방향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예 부문에서는 심사를 보다 공정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운영 위원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문화예술과가 '낙관을 가린 심사'를 결정해 서예 심사 위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서근섭 서여분과 운영위원(계명대 교수)은 '글씨와 낙관의 조화, 글씨체와 낙관의 서체 비교 등이 심사의 중요한 부문인데도 행정관리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시행을 요구하는 것은 예술인을 얕보는 처사'라며 꼭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건축 부문에서는 지난해 단 1점이 출품된 데 이어 올해에도 응모 작품 수가 3점에 그쳐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또 고질적인 전시 공간의 취약성이 이 공모전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점촌에 대형 공모전을 치를 공간이 없어 4백 71점의 입상, 특선작들을 시청의 2층 대회의실, 지하 을지연습 회의실, 지하 복도, 시청 현관 등에 분산 전시해야 할 형편이다. 따라서 경북 도내 시 단위로 공모전을 순회 개최하는 문제는 해당 지역의 미술 활성화 계기등 긍정적 측면도 있으나 타 지역의 관람 기피, 무관심 유발 등의 측면도 있어 도 전체의 미술 축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재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