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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박상원 / 충청일보 기자

대청호 국제환경미술제 조직 위원회 일본 나구리 국제야외미술전 참가

대청호 국제환경미술제 조직위원회는 4월 10일부터 13일가지 일본 기옥현(奇玉縣) 명율호(名栗湖)에서 열린 일본 나구리 국제야외미술전에 집행부 일원과 한국작가 대표단을 구성, 대청호 국제환경미술제 국제홍보는 물론 설치미술과 행위예술 부문에 참가했다.

이번 나구리 국제야외미술전에는 김재관(청주대 회화과 교수, 대청호 국제환경미술제커미셔너), 장원재(청원군의회 부의장), 박병욱(자연미술가, 실행위원장), 이돈희(조각가, 야외설치위원장), 박원규(사무국장)를 비롯하여 신용구, 구소영, 최화정, 강연희, 문상옥, 이종국, 박성욱, 김만중, 최희석씨 등의 작가들이 참여해 한국의 미술세계를 펼쳐 보였다.

일본 동경에서 서쪽으로 1백 킬로미터 떨어진 나구리 호에서 열린 나구리 국제야외미술전은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한 국제적인 미술행사로 세계각국의 권위 있는 예술가 및 예술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등 미술문화 교류의 장으로 널리 알려져 해마다 각국의 많은 예술가들이 몰려 국제적인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나구리 호는 후지산 상류원으로 깨끗한 물과 자연경관이 수련한 곳으로 지역민과 예술인이 협력, 이곳을 문화관광화해 토산품 판매 등 지역문화를 널리 알리는 각종 행사를 통해 나구리 주민의 축제는 물론 세계적인 행사로 자리 매김 되고 있다.

이번 대청호국제환경미술제 조직위원회의 참여는 민간 외교와 문화교류 활성화는 물론 오는 8월 대청호 일대에서 열리는 '97대청호 국제환경미술제' 행사에 대한 국제 홍보 및 외국작가 섭외를 목적으로 참가했다.

김재관 교수는 한국 측 커미셔너로 참가해 대청호 국제환경미술제를 소개했고 박병욱, 신용구, 구소영, 최화정, 이종국씨(쿤스트 하우스)는 대청호의 물과 나구리호의 물의 만남을 통해 「생명수」라는 제목으로 행위예술을 펼쳐 보였다.

또한 이돈희, 박원규씨 등 청주지역 작가들은 본 행사날인 13일 나무와 돌, 풀, 물 등 자연을 소재로 야외설치미술을 제작, 작품을 출품했다. 컬라이어 문의면과 나구리촌의 자매결연을 위해 1차 협의를 가졌다.

봄을 맞아 개인전 봇물

싱그러운 봄을 맞아 청주지역 작가들이 기지개를 펴면서 개인전을 잇따라 열어 미술애호가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4월 16일부터 25일까지 학천 화랑에서 열린 손부남 개인전을 비롯하여, 이유중 개인전(18∼27일 국립청주박물관 특별전시실), 전상관 개인전(18∼25일 무심 갤러리)이 그것.

서양화가 손부남씨는 이번 전시회에서 3호의 소품에서부터 1백50호에 이르는 대작 등 최근에 작업한 그림 13점을 선보였다.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과 동물, 인간과의 관계를 수평선상위에 올려놓고 화폭에 담아내고 있는 작가의 작품은 동양적 향취가 물씬 풍기는 유토피아의 세계를 작품에 투영하고 있다.

「상생(相生)」이라는 제목에서 말해주듯 작가는 자연과 동물, 인간이 서로 독립된 개체가 아닌 통합적인 틀 속에서 얽히고 설킨 일상적 삶을 노래하고 있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지역(반추상)에 놓여 있는 화면구성을 통해 동물 같기도 하면서 선(線)같고 선같으면서도 동물 같은 이미지를 담아내고 몰골법(선)적인 처리를 통해 화면의 공간을 충만 시키고 있다.

자유분방한 붓 터치의 놀림으로 획일화되고 고착화된 구도양식을 탈피해 자유로운 상상력을 쏟아 붓는 작가의 작품은 스토리텔링(이야기 형식)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이 특징.

녹차잎이라든가 곱돌가루의 자연적 매체를 통해 인위적인 냄새를 되도록 배제한 채 자연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향기를 담아내면서 자연 회귀적인 맛을 전달해 주고 있다.

「소」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서양화가 이유종씨는 검정색과 황토색을 주요 톤으로 역동적인 소의 모습을 잘 묘사해 내고 있다. 마을 어귀에 세워져 있는 솟대와 태양, 달, 소나무, 고향의 언덕 등 자연적 소재를 배경으로 고삐 달린 소의 힘찬 기백을 빠른 필선으로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태양과 달의 중앙에 소의 이미지 표현은 하루종일 묵묵히 일하는 소의 근면성을 내포하고 있고 솟대와 소나무 고향의 언덕에서는 옛 농가의 목가적인 냄새가 짙게 배어 흐른다.

소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리얼리즘의 작품은 물론 과감한 생략과 단순화, 공간 여백의 미학을 투영해 단아하고 정갈한 느낌을 주는 작품도 출품해 새로운 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서양화가 전상관씨는 이번이 첫 번째 개인전으로 '물성과 감성의 교감'이라는 타이틀로 작품을 전시했다.

동을 사용해 입체적 오브제 성격이 강한 작품을 선보인 작가는 우리나라의 토속적 세계를 작품에 투영하고 있다. 「물질본능-감각되는 사물」,「물질본능-석기인의 고민」,「물질본능-깨비깨비」등 20여 점의 작품에서 작가는 감성적인 차원에서 물질 이면에 숨어있는 물질의 본능을 해석함으로써 많은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 소외된 상태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물질이 지닌 본능의 존재를 그림 속에서 파악하고 있다.

형태를 갖추지 않은 본연의 물질에서 공허와 무언의 정신이 숨겨진 내면의 진실을 발견하고 그 속에 숨겨진 우주를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검정색과 회색톤을 주요 톤으로 처리하고 있는 이들 작품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넘다듬을 통해 인간의 감성적 자아를 일깨우고 있다.

97 서울판화미술제 청주 특별전 시민들에게 큰 반향 일으켜

3월 21일부터 열흘 동안 청주 예술의 전당 전시실 전관에서 열린 아시아 유일의 판화미술제인 97서울판화미술제 청주 특별전이 대성황을 이룬 가운데 30일 막을 내렸다.

이번 청주 특별전에서는 좀처럼 판화를 접하지 못한 청주시민들에게 세계 현대 판화의 흐름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자리를 선사했고 판화미술의 대중화에 한 몫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3월 7일부터 15일까지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 출품한 3천여 점 가운데 5백여 점을 엄선해 전시한 청주 특별전에는 작고 원로 중진작가들과 외국 유명작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으며 신구상, 신추상, 미니멀리즘 등 현대미술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한진섭, 양재건, 강대철, 김경옥씨 등의 조각·공예 부문에 '멀티플 개념'을 도입한 작품이 전시돼 이채를 띠기도 했다.

또한 전시기간 중 전시실 로비에서 매일 오전 11시∼오후 1시, 오후 2시∼오후 4시까지 두 차례에 걸쳐 청주 지역작가인 김기현, 김미향, 서효숙, 신은경, 이미숙씨 등이 판화를 직접 실연해 보임으로써 관람객들에게 판화의 이해를 높였다.

청주 예술의 전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김태철 교수(청주대 디자인학과)의 '판화의 이해와 감상'과 김상구씨(판화가)의 '작가와의 만남' 시간에는 시민들에게 판화 전반에 대한 이론을 통해 판화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를 선사했다. 이번 청주 특별전에는 부산, 광주, 구미, 대구, 대전, 여주 등지에서 몰려온 관람객들이 하루 평균 5백여 명에 이르렀고 주말에는 1천여 명이 전시실을 찾아 관심이 집중됐고 회화와 같은 다양한 판화기법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경이로움과 신선함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등 판화의 모든 것을 보여준 행사였다.

서울판화미술제 청주 특별전에서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김종억씨

3월 21일부터 30일까지 열흘 동안 청주 예술의 전당 전시실 전관에서 열린 아시아 유일의 서울판화미술제 청주 특별전에서 청주 무심 갤러리 선정작가로 참여한 김종억씨(42)의 작품이 미술인과 관람객들에게 가장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서울 전시에서도 미술인들 사이에 가장 호평을 받은 김씨의 출품작은 「간포 앞바다」,「서산 마애삼존불」,「백곡 저수지」,「안성 석남사」,「진천구곡」등 여행에서 관찰한 곳과 작가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 주변의 풍경을 동양사상에 입각해 목판에 각인한 작품 6점을 선보였다.

충남 서산생인 김씨는 서양 중심적 화단의 풍토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별로 선호하지 않는 동양화에 관심을 기울여 대학(홍익대 동양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에 들어가면서부터 동양적 사상이 물씬 풍겨나는 회화와 판화를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대학졸업 후 김씨는 민중미술운동이 태동하던 1980년대 초 '목판모임나무' 그룹에서 활동하면서 나름대로의 색깔을 창조, 가장 쉽게 대중들에게 메시지 전달이 쉬운 민화적 요소와 사회적 이념이 담긴 작품을 빚어왔으나 1988년부터 1993년까지 5년 동안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을 찾지 못한 김씨는 회의와 갈등으로 판화에서 손을 떼는 등 방황을 거듭했다.

그러나 1993년 백곡저수지가 있는 진천 성대분교에 정착하면서 동료화가인 김종건씨(서양화) 등 여러 작가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 이때부터 다시 그림에 손을 대면서 우리들이 쉽게 볼 수 있는 민화를 자기만의 독특한 양식으로 표출해 냈다.

매체로 사용하고 있는 목판의 경우 재단해서 짠 나무가 아닌 나무가 지니고 있는 자연스러운 문양과 형태로 한국적 미감을 표출했고 소재는 바다 등 선조들의 넋과 혼이 밴 사물을 통해 원형의식을 살려냈다.

이번에 출품한 작품에서는 빛 바랜 옛 고서의 고풍스러움과 현대의 미적 감각을 도입, 단아한 맛을 풍겨주고 있고 산과 오솔길. 물 등을 통해 우리 민족의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 흐르고 있다. 아름답고 수려한 풍경이 아닌 우리들이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소박하고 질박한 산세와 마을의 풍경 속에서 진솔한 일상적 삶의 원형을 발견하게 된다.

풍경 이면에 있는 역사의식을 작품에 투영하고 있는 김씨의 작품에서는 표면적 가치가 아닌 선조들의 정신과 넋이 오늘의 시점에서 관찰되고 있다. 또한 서양에서는 관찰자의 시점에서 한눈에 보여지는 그림으로 작가와의 거리감이 결별돼 있으나 김씨의 작품에서는 관찰자가 그림 속에 들어가서 여행할 수 있는 느낌을 부여함에 따라 관찰자의시점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구도양식이 특이할만하다.

유관순의 삶 조명한 청주시립무용단의「삼월의 함성」

암울했던 일제시대의 고통 속에서 민족혼을 불태우며 쓰러진 유관순의 일대기를 무용으로 재구성한 「삼월의 함성」(안무 유승희)이 무대에 올려져 큰 반향을 일으켰다.

3월 25일부터 27일까지 청주 예술의 전당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 청주시립무용단의 창작 초연작인 「삼월의 함성」은 비참했던 일제시대의 민중적 삶을 사실주의적인 몸짓언어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시립무용단원들은 지난 두 달 동안 연습실(청주 예술의 전당 지하)에서 밤 10시까지 연습하는 등 기존의 창작춤인 「동터옴」과 「까치 골 이야기」에서 보여주었던 춤사위에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나서는 등 참신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기존 7명의 상임단원에서 6명의 상임단원이 보강됨에 따라 춤사위의 기량이 한층 돋보였다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

2막 8장으로 구성된 이 춤사위의 전반적 흐름은 그런 대로 무리 없이 유관순의 일대기를 처리하고 있으나 대체로 생동감 넘치는 역동적인 표현이 부족한 것이 흠으로 지적됐다.

막이 시작되면서 장중하고 무겁게 흐르는 음악과 몸짓은 불길함을 예고하는 듯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나 8장 중 2장을 제외하고는 어두운 면이 강조돼 작품 전체가 가라앉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3장의 '고향 땅에 왔건만'과 7장의 '모진 고문으로'에서는 극사실주의에 치중한 나머지 춤사위로서의 함축적 의미가 다소 떨어졌고 처녀들이 흥겹게 노는 장면과 아우내 장터의 신명 남은 관객과 함께 어깨춤을 출 수 있는 생명력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단원인 8장 '영원히 가슴속에 살아'에서는 차분한 분위기와 흥겨움, 제의의식의 수미쌍관적 수법을 도입해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결합, 극 전체를 살려내고 있다.

무대 세트에 있어서는 창살과 댕기, 버선이 단조로운 면을 제공하고 있으나 조선여인의 한과 설움을 함축적으로 담아내 작품과의 긴밀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청주시립무용단의 춤사위는 독무와 군무의 적절한 배합, 사물과 궁중제례악,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음악이 춤사위와 어울려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