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문화산업 어떻게 할 것인가·한국문화의 산업화 전략   

영역의 개발보다 상업화 과정이 더 중요

홍영준·호남대 교수. 전 문화정책개발원 책임연구원 

문화제품은 제품사용을 통해 얻어지는 구체적인 효용과 관계없이 소비자 개개인의 주관적인 목적에 의해 가치가 평가된다. 즉 마케팅 차원에서 문화제품은 탐미적이며 상징적인 소비행위를 보여 주는 상품으로써 문화와 여가지향적 추세의 증가에 따라 산업 측면의 미래는 매우 밝다. 

문화산업은 또한 자국의 문화와 정서를 제품화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여 이를 전파, 확산시키는 사회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특히 구매력이 높은 청소년 소비자는 문화상품을 통해 사회화의 모델이 된 서구 연예인 또는 스포츠 스타들이 사용하는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게 된다. 상표 자산가치는 자국 문화상품의 유통을 통해 극대화되고 이는 나이키, 맥도널드, 코카콜라 등 무수한 사례에서 볼 수 있다.

결국 우리 제품의 해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우리 문화상품의 경쟁력은 제고되어야 한다. WTO체제라는 국제화 무역환경에도 불구하고 캐나다나 프랑스가 문화상품에 대한 예외성을 관철시킨 것도 문화상품이 갖는 자국 문화의 보호와 정체성 확립, 더 나아가 자국 상품의 경쟁력 향상이라는 명제 때문이다. 

문화산업은 산업내 창구효과는 물론 전자, 통신산업 등과의 산업간 시너지 효과도 매우 높다. 영화의 성공은 OST, 패션, 캐릭터, 이벤트, 게임, 관광 시장에까지 창구효과를 통해 전달될 수 있다. 따라서 창구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하는 경우 그만큼 기회비용의 낭비가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문화의 산업내 창구효과로 발생되는 부가가치의 예는 많다. 영화 「배트맨」의 경우 만화의 성공이 영화, 캐릭터, 패션, 음악, 컴퓨터 게임 등에까지 이어졌다. 영화 「보디가드」는 국내에서 영화의 성공은 물론 사운드트랙이 직배로는 국내 최대판매량인 11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최근 성공한 국내영화 「접속」의 경우도 사운드트랙 중 사라 본의‘Lover's concerto’가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광고에까지 사용되었다. 

국내의 경우 문화산업의 창구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은 정부차원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은 문화산업과 관련된 정보, 방송, 전자, 통신 분야 등 유관부처와의 유기적인 협력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문화상품은 제품측면에서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예술가나 문화제품 생산자의 작업을 직접적으로 포함하지 않는 재생제품이 있다. 이들은 각종 영상, 음성 녹음 또는 재생기로서 최근의 기술발전과 함께 기존의 오디오, 비디오 재생기에서 CD, DVD 재생기 등에 이르기까지 다각화되는 양상을 띄고 있다. 국내 문화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문화 컨텐트웨어를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재생 전문 문화제품 영역에서 상대적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점이다.

두번째 제품은 문화상품의 코어 제품이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서 음반이나 카세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달되며 반복생산 가능성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이 부분 역시 기술 발전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매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기존의 가시적인 매체인 음반, 카세트, 영사기 등 의 형태에서 비가시적인 온라인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다. 즉 문화상품 소비자는 원하는 시간에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양의 상품을 소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청소년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MP3는 기존의 음반시장에 새로운 형태의 유통을 제시하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노래 10여개가 한 음반에 제공되기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노래 하나를 음악파일로 다운 받아서 감상할 수 있다. 즉 문화산업도 기존의 제작시장, 유통시장, 최종 소비자시장으로 구분되는 재래적 유통관점에서 게임, 영화, 출판물, 음악 등이 온라인 유통망을 통해 거래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문화산업도 이러한 기술, 매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고 신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아무리 제품이 좋다고 하더라도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원활하게 수행되지 않는다면 시 장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커뮤니케이션은 또한 단순히 광고나 홍보에 머무르기보다는 프로모션, 이벤트, 스폰서링, 메세나 등의 도구들이 통합된 형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이 있더라도 그것을 상업화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없으면 선택은 소비자의 식견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의 마케팅 환경은 제품보다는 소비자가 중시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문화제품도 국내외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제공되고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브뤼셀의 대화재 위기를 아기의 오줌으로 껐다는 오래 전의 일화로 자그마한 오줌싸개 동상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든 벨기에인의 문화상품 전략은 문화산업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브뤼셀시는 세계각국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아기 동상의 옷을 각국 의상으로 바꾸어주기도 한다.앞으로의 문화소비 환경은 기존의 인구통계적인 측면은 물론 심리통계적으로도 더욱 세분화될 것이기 때문에 이들 각 집단의 소비욕구써 적합한 차별화된 산업 및 상품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접근법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광고대행사에서 광고, 홍보 전략을 세우기 전에 소비자 프로파일 분석과 같은 시장조사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중, 장기적인 조사와 데이타베이스 구축이 이루어져야 한다.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DB 가 전무한 상태에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세운다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위험요소가 많은 문화산업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이러한 DB는 또한 제품전략은 물론 가격, 유통 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DB 구축을 가공되지 않은 무수한 통계수치의 집합으로 여겨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바꾸어 말하면 문화산업 분야의 통계자료가 시장을 이해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데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문화분야가 산업이라는 새로운 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산업내,외 변수의 우연성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적 차원에서 문화산업의 중, 장기 전략을 연구할 수 있는 씽크탱크가 필요하다. 특히 문화산업 중 가장 대중소비자 지향적인 영상산업은 부가가치와 위험부담이 동시에 높은 분야이기 때문에 국가적 육성을 위해서는 벤처지향적 기업들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외 거시환경분석은 물론 과학적인 시장과 소비자 분석, 문화상품의 장기적인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조사 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국문화의 산업화는 가시적인 제품이나 산업영역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상업화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일반상품에서도 창업의 어려움은 제품 아이디어의 부족보다는 사업타당성에 대한 과학적 접근의 결여와 그에 따른 자금 조달의 어려움에서 찾을 수 있다. 개인 또는 기관 투자자가 막대한 자금을 특정 분야에 투자할 때는 그럴듯한 몇 가지 아이디어에 의해 의사결정을 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에 의해 투자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런 점에서 영상산업의 경우 정부가 창업과 벤처자금의 취득이 용이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것은 의미있는 정책이랄 수 있다. 영상산업의 경우 제품 및 기술수명 주기가 짧고 선진국의 경우 창업자의 평균연령이 매 우 낮기 때문에 젊은 인재들이 보다 일찍 창업할 수 있도록 창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단순한 창업자금 지원에 머무르지 말고 경영, 교육, 마케팅에 이르는 폭넓은 지원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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