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국악

새봄을 여는 각 연주단체의 국악공연 

문 현·국립국악원 학예연구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3월의 물리적인 봄은 여느 해나 다름없이 우리를 찾아왔으나, 갑자기 닥친 경제환난 앞에 국악공연을 기획하는 각 관련단체에서는 올해 전체 일정을 재편해야 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올해의 봄맞이 개화축제 한판을 벌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기획해 온 공연물들이 하나, 둘씩 그 꽃봉오리들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국립국악원에서는 ‘새봄을 살포시 우리음악에’라는 부제를 달고 2월 26일과 27일 이틀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에서는 ‘우리소리의 향연1-창작음악의 밤’이라는 제목으로 3월 3일 세종문화회관 소강당에서,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경기도립국악단에서는 3월 11일 경기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각각 신춘국악공연을 열었다. 

국립국악원에서는 보허자, 산조, 처용무와 여무, 남도민요 사철가와 봄노래, 무용 작법, 판소리 흥보가와 박범훈곡의 아리랑모음곡 등 총 7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아리랑모음곡을 제외하면 모두 전통곡이지만 전통양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조금씩의 변화를 시도했다. 

그동안 관악합주곡으로 자주 무대에 올렸던 보허자는 가무악의 종합예술형태로, 기악독주곡인 산조는 기악합주곡으로, 처용무는 여령(女伶)의 춤과 합쳐진 합설무 형식으로, 작법은 무대양식에 맞게 구성을 새로이 하였고, 사철가와 봄노래는 남도창법으로 부르는 신민요이다. 

유일한 창작곡이랄 수 있는 아리랑모음곡은 전국에 퍼져있는 각양의 아리랑계통의 민요를 대규모의 관현반주에 연곡식으로 부르도록 만들어진 음악으로, 실제 속알인 노래는 전통소리이다. 역사의 질곡을 겪으며 지금까지 어렵게 전승되어온 우리의 소중한 전통음악과 문화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역할을 맡아야 하는, 그러면서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민족들에게 화석화되지 않은 음악문화로 살아나기 위한 서로 상반된 입장을 두루 수용하려는 조심스런 태도가 이러한 기획의도로 가시화된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기악합주곡으로 짠 산조는 1981년경 당시 민속악단 감독으로 재직했던 서용석에 의해 만들어진 이래, 민속악단 정기공연 또는 토요상설공연 등에 자주 선보였던 작품이고, 작법은 지난해 무용단의 정기공연시 동희스님에 의해 짜여졌으며, 그외의 곡들도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로이 짠 곡들은 아니어서 참신성이 떨어지고 있다. 

아리랑모음곡에서 경기소리는 이춘희가, 남도소리는 양명희가 나누어 독창했고, 합창부분은 서양 벨칸토창법을 구사하는 추계예술대학교 마드리갈합창단이 맡았는데, 국악과 서양의 기본적인 창법의 차이에서 오는 불협화적인 요소가 자주 돌출되었다. 직접적으로 이 곡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요사이 국악어법에 의해 작곡된 성악곡을 서양발성을 전공한 성악가에 의해서 흔히 불려지는 경우가 일종의 관행으로 굳어진 감이 없지 않다. 전통성악곡을 전공하는 인원이 적고, 독보와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불신감에서 비롯되었겠지만, 한편으로 작곡가나 기획가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유망한 국악성악가를 발굴하여 자주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배려해야 조금씩이라도 발전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전통어법에 충실한 창작성악곡의 부재도 이에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곡의 지휘는 김철호가 맡았는데, 그의 데뷔무대인 반면, 전체 이를 기획한 예술감독 정재국에게는 고별무대가 되었다.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은 국악의 현대화를 위하여 창작곡 위주로 정기공연을 꾸준히 개최하고 있으며, 나아가 새로운 곡을 위촉하여 창작곡의 활성화를 꾀하기도 하는 국악원 다음으로 연륜이 오래된 단체이다. ’98년 첫 무대로 김희조의 「합주곡 1번」, 이상규의 「거문고,가야금을 위한 관현합주곡」, 이인원의 관현악곡 「윤회」 및 김영동의 관현악곡 「단군신화」 등 총 4곡의 창작곡만으로 무대를 꾸몄다. 이중 이상규와 이인원의 곡은 이번에 새로이 위촉된 곡이다. 김희조의 곡은 전통 기악합주곡인 시나위를, 이인원의 곡은 상여소리와 독경가락을, 김영동의 곡은 궁중아악곡과 가곡창을 나름대로 현대 감각에 알맞도록 변용을 시도한 작품들이다. 반면, 이상규의 곡은 구체적인 악곡의 변용을 추구하는 대신, 전통 관현합주곡과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양식을 모색해 보고자 했다.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의 주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 소강당 무대는 40여명의 단원이 자리하기에는 너무 비좁다는 느낌을 받아 답답했다. 여기에 현장에서 음악을 만들어 가는 일부 단원들의 신명없는 연주태도와 음악적인 다이내믹의 부족 등으로 인하여서인지 작곡가가 말하고자 하는 진지한 음악적 내용들이 청중들에게 얼마만큼의 무게로 전달되었을지 염려된다. 

경기도립국악단은 창단된지 1년 밖에 안되었지만 젊은 상임지휘자인 이준호의, 실기와 작곡 능력을 두루 갖춘 탄탄한 실력과 국악의 대중화에 남다른 열정을 바탕으로 경기도에 소재한 국악관현악단으로서 타 국악관현악단과는 다른 개성있는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무대도 경기도민에게 국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두 시간에 걸친 의욕적인 판이었다. 김희조곡 합주곡 1번, 민요 긴아리랑, 구아리랑, 강원도아리랑, 타악합주곡 「놀이」, 이준호곡 생황협주곡 「풍향」, 양희은과 장사익의 국악가요, 이준호편곡의 황해도 철물이굿 등 총 6곡을 무대에 올렸다. 흥겨운 민속음악에 기초한 창작곡들이 대부분이었으며, 민요 강원도아리랑은 프로그램에 악보를 실어 관객들과 함께 따라 부르도록 배려하기도 하였다. 

중국악기인 생황을 우리음악에 접목시키려고 한 생황협주곡 「풍향」과, 대규모의 관현악곡으로 편곡된 철물이굿은 창작곡의 소재를 넓히는 신선한 행위로 평가하고 싶다. 생황은 단소와 생소병주를 하는 정도로 극히 그 쓰임새가 한정되어 있으며, 종합예술인 굿은 학교교육에서 외면되다시피 한 분야이며, 서양식의 현 무대양식에 맞도록 짜여 있지도 못한 현실에서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화를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음악적인 완성도는 필수적일 것이다. 사물놀이 가락을 장구나 북계통의 가죽악기만으로 새롭게 구성한 「놀이」는 타악에는 비전공인 단원들로 이루어졌음을 감안하더라도 전문단체의 한 공연곡으로서는 그 음악적 구성과 기량이 너무 미비하였다. 사실 사물놀이와 같은 타악곡은 많은 전문, 비전문 연주가들에 의하여 저마다 훌륭한 음악적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더더욱 완벽한 연주가 요구된다. 

한편 장사익의 앵콜곡 아리랑은 관현악 반주의 거듭된 실수로 인해 3,4회의 시도끝에 가까스로 시작되었고, 철물이굿에서는 협연자인 박정욱의 노래가 관현악단의 소리와 음높이가 맞지않는 등 음악적으로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실수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전체 공연의 품격을 흐트러뜨린 듯하여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관계자들의 입장을 기다리느라 공연시작 시간이 임의로 10분여 늦게 시작된 점도 언급해 두고자 한다. 흔하게 발생하는 공연문화의 관행이라 하기에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유쾌하지 못한 일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우리 국민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살아있는 현재의 국악을 만들어 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다. 전통예술을 지키는 종가집으로서의 국립국악원과 예술창작곡의 요람인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그리고 국악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경기도립국악단은 저마다의 지향점을 가지고 새봄을 여는 올해의 첫 공연을 가졌고, 저마다 개성있는 색깔의 옷으로 수준있는 공연을 엮어냈다고 생각된다. 또다른 변신을 꾀하기 위한 노력의 땀이 흠뻑 배인 차기공연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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