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예술을 찾아서
 
 
싱싱하고 넉넉한 시민의 삶을 위한 자주사업
- 일본 야마가타시의 공연문화 -

서연호 고려대 교수

한림대학 일본학연구소가 실시하고 있는 일본의 지방도시 연구 2차년도 연구자로서 6월 22일부터 2주간 야마가타시(山形市)를 방문했다. 현청(縣廳) 소재지인 이 시는 야마가타분지 남북 40Km, 동서 10Km의 동남부에 자리하고 있고, 북위 38도, 우리의 휴전선 위치에 해당된다. 야마가타현에는 표고 1천5백m 이상의 산이 10개나 있을 정도로 산간지역에 발달한 도시이다. 인구 약 25만 5천, 세대수 8만 7천5백, 세대당 3명, 인구밀도 평방Km당 670명, 연간 1인당 소득은 305만 6천 엔 정도로 현내 평균보다 높다. 이곳은 일본 최고의 쌀생산지로 유명하며, 현재는 품질 좋기로 이름난 각종 농산물과 농가공물이 도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야마가타시의 공연예술프로그램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 본고의 취지다. 시내에는 시민회관, 중앙공민관, 현민회관, 국제교류프라자 등의 대표적인 공연장이 있다. 시민회관은 1973년 7월에 개관된 다목적 홀이다. 시재정으로 운영되는 자주사업(自主事業)과 시민단체면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대관업무를 하고 있다. 관장·부관장·관리계(4명), 업무계(음향·조명·무대 기사 등 10명), 업무위탁자(8명)는 모두 시로부터 급료를 받는다. 대관료 역시 전체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시민회관의 작은 홀은 이동식 350석으로 무대는 폭 10m, 깊이 5m, 높이 7m이고 공연에 필요한 온갖 시설을 갖추었다. 평일 대관료는 오전 4천5백 엔, 오후 7천 엔, 밤 9천 엔, 전일 2만5천 엔이고, 토·일요일은 다소 증액된다. 이 밖에 준비실, 기구, 냉·난방시설 사용료는 별도로 낸다. 큰 홀은 계단식 1천2백석으로 폭 20m, 깊이 15m, 높이 7m이고, 대관료는 작은 홀의 배를 약간 상회한다.

야마가타시는 ‘시민들의 삶이 싱싱하고 넉넉하게 실감되는 도시를 만들자’라는 목표 아래 여러 가지 문화진흥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주목되는 것이 시측이 예산을 부담하는 자주사업이다. 금년의 감상사업으로는 가부키 공연, 각종 콘서트, 무성영화, 신춘모임이 있고, 지역문화단체 육성사업으로는 연극, 인형극, 합창, 합주 등을 공연하며, 지역문화진흥사업으로는 사진전, 미술전, 문학제, 아동작품발표회, 민예전 등이 개최된다. 청소년 육성사업으로는 소학교하학년연극교실, 소학교상학년연극교실, 소학교하학년음악교실, 소학교상학년음악교실, 중학교음악 및 연극교실, 태교를 위한 콘서트 등이 있다. 이밖에도 아동극단사업, 강습회사업, 평화도시선언사업, 예술문화종합지원사업 등이 실시된다. 이러한 자주사업의 총예산은 9천 375만 9천 엔이 금년에 집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연극관객은 3만 4천9백 명(116건), 음악관객은 8만 2천774 명(153건)이고, 연간 회관 이용자는 18만 5천717 명(954건)으로 총인구의 76.6%에 달한다.

야마가타시의 공민관은 1975년 3월 동부공민관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9개소가 개설되었다. 중앙공민관은 1982년 3월 도심지 재개발을 겸하여 개설되었는데, 지주측이 55%, 시측이 45%의 합자로 이루어졌고, 1~3층은 점포에 임대하고, 4~8층을 공민관으로 사용한다. 몇가지 자주사업과 대관업무를 주로 하고 있으며, 대관료는 전체적으로 저렴하다. 6∼8층을 차지한 공연홀은 600석에 준비실 3개를 갖춘 훌륭한 극장이다. 대관료는 평일 오전 7천 엔, 오후 1만 1천 엔, 밤 1만 5천 엔, 전일은 3만 3천 엔이고, 기타 무대기구, 조명기구, 냉온방 사용료는 약간씩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시의 공무원인 직원은 비상근관장 1명을 포함해서 7명이고, 홀은 2∼5명의 촉탁직원이 관리한다. 1층 점포입구로부터 6층의 홀 입구까지 에스컬레이터가 연결되어 누구든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홀에서 개최되는 자주사업으로는 시민세미나, 어린이를 위한 인형극 및 영화축제, 고교연극연수회, 시민을 위한 마술쇼 및 콘서트 등을 들 수 있다. 지난해 홀의 이용자는 7만 8천916 명(237건)이었고, 공민관 전체로는 24만 5천355 명이었다. 시민 모두가 공민관을 이용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29개 공민관에서 사용하는 연간 자주사업비는 대략 3천630만 엔, 관리비는 3억680만 엔 정도이다.

6월 24일 오후, 필자는 중앙공민관 홀에서 야마가타 북여자고등학교 제33회 정기공연을 관극했다. 이곳은 8개의 고등학교 연극부가 있고, 전국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평소의 연습과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한다. 학생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만든 작품 「다시 태어난 장소」는 장막극 인데, 미국사회에서 벌어지는 청소년 성장을 일본 사회의 현실에 비유한 사회문제극이었다. 학생들의 정확한 일본어 발음구사와 과장 없이 순수한 연기, 가능한 비용을 절약하여 꾸민 장치, 의상, 분장 등에서 학교당국과 지도자들의 올바른 방향과 자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일체의 동요없이 6백석을 메운 관객들의 진지한 태도가 이 지역의 연극을 발전시키는 사회적 기반으로 여겨졌다.

현민회관은 시 자체가 건설하고 운영하는 시설은 아니지만 시내 중앙에 위치하고 주로 시민들이 이용한다는 면에서 함께 다루기로 한다. 현민회관은 1962년 7월에 개관된 다목적 홀이다. 현의 재정으로 운영되는 자주사업과 현민단체면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대관업무를 하고 있다. 관장·부관장·총무과(6명), 업무과(4), 기사(10), 업무위탁자(3)는 모두 현으로부터 급료를 받는다. 대관료는 저렴하다. 큰 홀은 1천503석으로 폭 21m, 깊이 10m, 높이 7m이고 온갖 시설을 충분히 갖추었다. 지하에는 180명을 수용하는 다목적 강당이 있다. 평일을 기준으로 홀의 대관료는 관객의 입장료 300엔 이하, 300∼1천엔, 1~3천엔, 3~5천엔, 5천엔 이상에 따라 다르게 내야 한다. 가장 비싼 경우를 보면, 오전 4만 4천750 엔, 오후 6만 7천 엔, 밤 8만 4천500 엔, 전일 19만 1천750 엔, 그리고 1시간 사용료는 2만 6천500 엔이다. 토·일요일은 증액되고, 기타 시설 사용료는 별도로 낸다.

금년도의 자주사업으로는 오페레타 및 뮤지컬 공연, 민속예능페스티벌, 창작 뮤지컬 제작,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마카로니 금융」 공연, 고등학교연극교실에 극단 동경연극앙상블의 「기적의 인간」 초청공연, 소년소녀합창단 연수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에는 6천155만 8천 엔이 소요되고, 회관운영의 연간 총예산은 1억2천544만 8천 엔에 달한다. 매년 다양한 작품공연과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연극관객은 2만 2천56 명, 음악관객은 8천776 명, 무용관객은 1천5백 명이었다. 연간 3만 2천332 명이 자주사업을 관람했다. 국제교류프라자(약칭,빅윙)는 컨벤션뷰로재단법인이 관리한다. 1988년 6월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1994년 10월 현재 새 센터가 완공되면서 본격화 되었다. 각종 전시, 국제회의, 공연, 연수, 이벤트 등을 할 수 있는 국제적인 대규모의 시설로서 대관료 수입을 제외한 금년예산은 2억4천1백만 엔을 상회한다. 사무국직원은 위탁자와 임시직을 포함해서 겨우 19명에 불과하다. 1989년부터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다큐멘터리필름 라이브러리가 여기에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어 국내외적으로 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제5회 영화제가 10월 6일~13일까지 대규모로 개최되었다. 정식출품작품(15편, 국제경쟁부문), 아시아천파만파작품(41), 특별초대작품(6, ‘조선인BC급 전범의 기록’ 포함), 심사위원작품(4), 일본파노라마작품(7), 일본다큐멘터리의 모색작품(80년대 이후 35편), ‘대동아공영권’과 영화작품(24, ‘한국의 항일극영화’ ‘일본의 조선기록영화’ ‘재일조선인에 의한 기록영화’ ‘한국의 극영화’ ‘식민지시대 조선의 극영화’ 포함) 등의 부문으로 나누어 프라자를 포함한 시내 여러 극장에서 상연되었다. 각국의 영화관계자 1천5백32인이 참가했다. 참가작품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극영화분야 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분야에서도 부진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끝으로 야마가타시에서 이루어지는 공연프로로써 지나칠 수 없는 것이 매년 8월 5일~7일에 벌어지는 하나카사마쓰리(花笠祝祭)의 장관이다. 눈이 많이 내리는 이 지역의 겨울에 열리는 자오주효마쓰리(藏王樹氷祝祭)에 대칭되는 여름축제로서 하나카사마쓰리에는 1963년부터 현재까지 시내 중심가에서 매년 1만여 명이 동시에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민중적인 결집력을 과시했다. 춤을 추는 사람들은 1.2Km에 이르고 구경꾼들은 93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이상에서 야마가타시의 자주사업 공연프로그램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불과 25만이 거주하는 도시의 공연문화가 이처럼 활성화 되어 있다는 사실, 무엇보다 시민의 참여도가 높은 점에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공연장 대관프로를 포함해서 모든 공연문화에 관한 자세한 서술과 분석은 다른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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