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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부터 '해머링 맨'까지…키네틱 아트의 세계

2020-12-28

 

움직임, 예술이 되다 

하늘로 떠오른 커다란 금속 꽃의 정체는? 


▲ 2016년 리우올림픽 개막식 장면. 3:50:20초 경부터 '키네틱 아트' 작품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https://youtu.be/_nGqpZr14sY)


2016년 리우올림픽 개막식. 불이 붙은 성화대가 서서히 하늘로 올라가더니 커다란 금속 꽃과 함께 경기장을 환하게 비추었다. 지름 12미터, 2톤에 달하는 이 거대 물체는 ‘키네틱 아트(kinetic art)’로 제작된 미국의 조각가 안토니 하위(Anthony Howe)의 작품이다. 그는 ‘태양’을 상징하는 이 조각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디자인을 하고 레이저 커터로 금속 조각을 낸 다음 정교하고 세밀하게 움직임을 더했다. 태양이 빛을 뿜어내는 듯한 움직임을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춘 이 작품에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없다”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키네틱 아트’. 중력, 마찰, 에너지 등 물리적 법칙 등 과학적 원리나 장치에 의해 동력을 갖고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미묘한 변화를 보이는 ‘움직이는 예술’을 의미한다. 그리스어로 ‘움직임’을 의미하는 ‘기네시스(Kinesis)’에 어원을 두고 있다. 가벼운 금속 조각이나 나뭇조각 등의 조각을 가느다란 철사, 실 등에 매달아 공기의 진동에도 평형을 유지하면서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모빌이 대표적인 ‘키네틱 아트’다. 




키네틱 아트의 창시자는 마르셀 뒤샹 


최초의 키네틱 아트는 1913년 프랑스 미술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 선보인 ‘자전거 바퀴(Roue de bicyclette)’다. 그는 등받이가 없는 나무 의자 위에 자전거 바퀴를 거꾸로 올려놓았다. 관람객이 바퀴를 돌리면 바퀴살 모습이 사라졌다가 서서히 멈추면서 다시 제대로 보이게 되는 원리인데, 단순한 듯 보이는 이 작품은 당시 ‘조각은 움직이지 않는다’ 라는 고정관념을 깨며 주목을 받았다.


1930년대 발표된 미국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움직이는 오브제’는 여러 개의 기하학적인 형태의 철사를 매단 후 다양한 움직임을 선보인 작품이다. ‘모빌’로 불리는 이 작품은 1960년대까지 키네틱 아트의 부흥을 이끄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1922년에는 러시아의 예술가 나움 가보(Naum Gabo)가 ‘키네틱 조각(키네틱 스컬프쳐, Kinetic Sculpture)’을 발표했다. 그는 시간을 더해 4차원적 예술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대표적인 예술가로 유명하다. 가보는 ‘리얼리스트 선언(Realist Manifesto)’을 통해 ‘키네틱’의 개념을 처음으로 정립했다. 


▲ 키네틱 아트로 선보인 테오 얀센의 작품 '해변 동물(strandbeest). 출처(https://youtu.be/LewVEF2B_pM)


현대에 이르러서는 네덜란드 예술가 테오 얀센(Theo Jansen)이 그 계보를 이어받았다. 물리학을 공부한 그는 예술과 과학, 공학의 영역을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여 왔는데, 특히 엔진이나 모터 없이 바람을 이용해 저절로 움직이는 플라스틱 ‘해변 동물(strandbeest)’을 보고 있으면 그가 왜 ‘현대의 다빈치’라는 별명을 얻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최우람 작가가 키네틱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그는 종교와 철학,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유를 바탕으로 독특한 상상력과 컴퓨터 프로그램, 기술을 결합한 키네틱 아트를 선보여왔다. 



‘비를 피하는 방법’에도 키네틱 아트가 사용됐다? 


예술과 과학의 경계는 때때로 동심으로 돌아가는 시간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2016년 경기도 안양에서 열린 ‘엔들레스 디바인 프로포션(Endless Divine Proportion)’전에서 소개된 김동현 작가의 작품들은 관람객의 행위에 따라 다양한 장치가 움직인다. 작가는 마치 움직이는 과학 교구 혹은 놀이 기구를 연상케 하는 작품을 통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세계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한다. 


▲ 인터랙티브 및 키네틱 아트그룹 랜덤인터내셔널(Random International)이 선보인 '레인룸(Rain Room)' 출처(https://youtu.be/-ihjtTBSvY8)


‘체험형’ 전시가 인기를 끈 2019년, 부산 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2019 부산 현대미술관 전시 ‘아웃 오브 컨트롤(OUT OF CONTROL)’에 나온 ‘레인룸’에도 키네틱 아트가 응용됐다. 폭우가 내리는 약 100㎡ 규모의 공간에 들어서면 3D 카메라와 동작 감지 센서들이 사람 움직임을 파악하고, 관람객이 지나가는 동선에만 빗줄기를 차단하여 폭우 속에서도 젖지 않는 신기한 경험을 선사했다.


2012년 런던 바비칸센터(The Barbican Centre)에서 첫 선을 보인 ‘레인룸’은 이후 뉴욕 현대미술관, 상하이 유즈미술관 등을 순회하며 세계적 관심을 받았다. 이를 제작한 인터랙티브 및 키네틱 아트그룹 랜덤인터내셔널은 자연의 무작위성, 그 안에서의 일정한 패턴성을 주제로 삼아 활동을 펼쳐왔다. 마치 자연의 마법을 보는 듯한 이들의 작품은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잊게 한다. 


▲ 키네틱 설치 작품 15점을 선보인 '이모션 인 모션(Emotion in Motion)' 전. 출처(https://youtu.be/AJgB-bGt93Q)


2020년 6월 부산 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이모션 인 모션(Emotion in Motion)’은 키네틱 설치 작품 15점으로 채운 전시다. 발자국 안내 표시를 밟고 전시장에 들어서면 눈앞에 수십 갈래의 굵은 실이 물결치듯 움직이거나, 천천히 돌아가는 모터에 실이 연결돼 깃털이 날개 짓을 하도록 조종되는데, 이처럼 다양하게 표현된 키네틱 아트 작품들은 전시 명처럼 움직임을 통해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또 2020년 서울에서 진행된 <로봇 아트 팩토리>전에서는 동작 센서가 감지하는 값에 따라 관절이나 각종 장치가 동력으로 움직이는 마리오네트 형태의 키네틱 작품 등이 공개됐다. 작가는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운동 요소들을 고안한 장치들로 로봇의 조형성과 운동감을 흥미롭게 표현했다.



공공미술·파사드, 일상에서 만나다 


▲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키네틱 아트 중 하나인 '해머링 맨(Hammering Man)' 출처 (https://youtu.be/Z_610YIKQsk


키네틱 아트는 현대 사회 기술과 만나 건축, 파사드 등의 분야에서도 폭넓게 응용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위치한 22미터의 대형 조각 ‘해머링 맨(Hammering Man, 망치질하는 사람)’이 대표적이다. 미국 시애틀, 독일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스위스 바젤, 일본 도쿄 등에 이어 2002년 7번째로 만들어진 ‘해머링 맨’은 미국 조각가 조나단 보로프스키(Jonathan Borofsky)의 작품이다. 1분 17초마다 한 번씩 망치질을 하는데, 이는 현대인의 노동에 대한 신성함과 존엄성을 망치질 하는 것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 애플 두바이 몰의 키네틱 파사드. 출처(https://youtu.be/k6VJaOp5NrA


2017년 제작된 애플 두바이 몰의 ‘키네틱 파사드’는 발코니 부분에 탄소 섬유스크린을 설치해 낮에는 햇빛을 가려 내부 온도를 유지하고 밤에는 오픈해 전망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키네틱 파사드 작품으로, 56m 길이의 전면테라스에 설치돼 심미적 기능과 기능적 요소를 겸비했다는 평을 들었다. 


▲ 기술이 더해진 키네틱 씨어터를 처음으로 선보인 연극 '그,것-물질과 사람 마주보다'. 출처(https://youtu.be/r7cPh8hSYGc)


무대 위에서도 키네틱 아트는 다양하게 활용된다. 2014년 무대에 오른 연극 <그,것-물질과 사람 마주보다>는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떠나는 과정을 세트와 인형 그리고 배우의 움직임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키네틱 씨어터(Kinetic Theater)라는 새로운 개념을 적용한 이 작품은 무대 장치의 단순한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극장이라는 공간을 이루는 모든 것의 움직임을 통하여 소통하고자 했다. 



키네틱 아트, 어디까지 가능해? 


 

 키네틱 아트는 빛의 효과를 적극적으로 살려 새로운 시각적 이미지를 창조해내는 '라이트 아트(light art)'와 결합되어 극적 효과를 고조시키기도 한다. 사진(pixabay)


키네틱 아트는 기하학적 형태나 색채의 장력을 이용하여 시각적 착각을 다룬 추상 미술 ‘옵아트(optical art)’와 함께 거론되기도 한다. 또 최근에는 빛의 효과를 적극적으로 살려 새로운 시각적 이미지를 창조해내는 ‘라이트 아트’와 결합돼 표현되곤 한다.


2016년 선보인 뮤지컬 <모차르트!>는 장면마다 계속 변화하는 계단이 무대 디자인의 핵심 포인트였다. 정승호 디자이너는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LED 조명을 무대에 활용했는데, 모차르트가 큰 공연장에서 지휘하는 뒷모습으로, 또 베버가족과 재회하는 장면 등에 사용된 기술이 바로 ‘키네틱 라이트 아트’다.


미디어와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키네틱 아트는 예술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또 다양한 분야와 접목될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마르셀 뒤샹은 알고 있었을까. 사소한 움직임이 예술 창작에 이토록 큰 나비효과를 불러온 것을.


아트앤테크 플랫폼 운영진

자료협조·감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책혁신부한국생산기술연구원 휴먼융합연구부문

참고/

첨단 무대자동화 기술을 활용한 융합형 공연사례 연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7.12

평창 스타 ‘인면조’와 한국 키네틱 아트의 가능성, 테크 M, 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2018.04.30

스포츠와 예술 ① '키네틱 아트' 리우올림픽 성화대, SBS, 권란 기자, 2016.08.08

움직이는 예술 '키네틱 아트(Kinetic Art)'를 아시나요?, 한국경제, 홍수민 기자, 2010.06.25

키네틱 아트와 무대예술의 접목…연극 ‘그,것’, 헤럴드경제, 2014.10.20

<모차르트!>의 무대 변천사, 천재와 인간의 이야기를 풀어내다, 더 뮤지컬, 박보라 기자, 2020.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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