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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세계에서의 전시와 감상

2021-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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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전시에서 한걸음 더, 메타버스 전시


메타버스의 등장은 디지털 가상 전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가상 전시(Virtual Exhibition)는 디지털 형식을 취하는 예술 데이터가 점차 쌓이면서 자연스레 발전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정보 제공에 집중한 구글 아트 앤 컬처(Google Arts & Culture)나 유로피아나(Europeana)가 보여주던 2차원 웹 기반 전시부터 시작하여, 특별한 체험에 집중한 3차원 형식의 360기반 영상,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콘텐츠 전시 등으로 이어져왔다. 나아가 그 형식은 각종 소셜 미디어나 유튜브(Youtube) 플랫폼으로 확장되기도 하였다.

그중에서도 3차원 공간의 디지털 전시는 기획자, 큐레이터들에게 가장 유용했다. 이들은 아트 스텝스(Art Steps)와 같은 디지털 전시 저작 시스템 혹은 자체 플랫폼 등을 통해 디지털 전시품 데이터베이스를 업로드하고, 3차원 공간 모델에 배치하여, 정보를 입력하고, 전시를 오픈한다. 하지만 메타버스(Metaverse) 플랫폼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 가상 전시 목적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과연 기존 가상 전시와 메타버스의 전시 사이의 차이는 무엇일까? 



 비플(Beeple)의 작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출처(Beeple)

 크립토펑크의 10,000개의 고유한 수집 가능한 캐릭터. 출처(www.larvalabs.com/cryptopunks)


메타버스와 전시를 이야기할 때는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수만 개 이상의 픽셀이 몇백억 달러를 넘는 가격에 판매되는 것을 목격했다. 2021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로 잘 알려진 마이크 윈켈만(Mike Winkelmann)의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작품이 한화로 약 785억 원(693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이는 당시 크리스티가 판매한 첫 NFT 예술품이었기 때문이다. 작품은 5000개의 디지털 이미지 콜라주로 제작된 단순한 2차원의 JPG 형식이다. 이처럼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디지털 픽셀들은 NFT를 통해 본질적으로는 코드로 이루어진 이미지임을 은유하며, 세상에 큰 논쟁을 불러일으킬 새로운 예술 형태를 선보였다.


크립토펑크(CryptoPunks)는 8비트의 조그마한 픽셀화된 얼굴 이미지들로 예술가들에게 작품을 새롭게 세상에 선보일 수 있다는 영감을 주었다. 예술작품에 대한 이러한 현상은 즐비해지면서 이는 점차 가상으로 존재하는 정보를 소유하기 위한 컬렉터들의 경쟁과 거래로 이어졌고 이는 견고한 투자의 한 형태로 정당화되고 있다. 이에 맞추어 전시 기획자들은 디지털 재현이 주는 대량 생산의 공공적 전시 가치를 넘어 디지털이 주는 제의의 가치를 3차원 공간과 함께 담았고, 그 방법으로 각 디지털 저작물을 민팅(Minting)하여 NFT화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디센트럴랜드에서 선보인 소더비 가상 갤러리. 출처(decentraland.org)


소더비(Sotheby's)는 그들의 최초의 가상 경매장으로 메타버스 갤러리 중 하나인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를 선택했다. 이 밖에도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으로 구동되는 크립토복셀(Crytovoxel)이 있다. 이러한 현실과 유사한 생활이 가능한 가상 세계의 전시 공간은 하나의 NFT 마켓 플레이스로서 무엇보다 디지털 작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주요 목적을 지녔다. 아마 메타버스 이전의 디지털 전시 공간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가상 아트가 단지 가상의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초고품질 픽셀 이미지들은 감상자의 물리적으로 보기 힘들었던 예술 작품의 어느 한 부분을 확대하도록 하여 픽셀 자체의 감상을 실현해 주었지만, 이를 만지거나 소유권을 행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메타버스 유저들은 그 안에서 메타버스의 시각적 언어라 볼 수 있는 코드화된 예술 이미지들을 진품, 희귀함, 유니크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일한 원본으로 보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들은 암호 화폐 예술 역시 예술의 전통적 규칙에 따라 동일한 원본 가치로 평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예술감상과 소통의 공간으로서의 메타버스 전시장




 제페토 버추얼 미술관. 출처(이데일리)


그렇다면 메타버스에서 예술작품의 감상자(Beholder), 다시 말해 메타버스 내 사용자, 유저(User)의 관점은 어떨까? 네이버제트의 제페토(ZEPETO)는 르네상스 시대의 명화들을 전시하는 ‘버추얼 미술관’을 개관했다. 예술 작품 자체의 미적 감상이 가능한 고품질 픽셀 이미지를 전시했다기보다는 화려하고 웅장한 가상 공간에 배치된 몇몇 대가들의 작품 2차원 이미지를 건 전시장이다.

여기서 유저들의 아이덴티티가 부여된 가상 아바타를 통해 나름의 감상을 진행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몇몇 포토존에서 아바타가 특정 제스처나 포즈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실제 현실 세계에서 행동하는 부분과 트윈되어 셀피모드 등을 통해 사진을 공유, 저장, 피드를 할 수 있다. 다른 아바타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의 소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음성 듣기’, ‘말 풍선 표시’ 등의 기능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상황을 디테일하게 설정할 수 있다. 또 다른 메타버스 전시 플랫폼인 스페이셜(Spatial)은 기획자 혹은 아티스트들이 직접 자신만의 가상 갤러리를 만들 수 있으며 방문한 새로운 청중과 실시간으로 상호 작용할 수 있다. 가상 미술관 VOMA(Virtual Online Museum of Art)는 가상 구매 공간까지 구축하여 실제로 사용자가 작가 작품과 관련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도 하였다. 이는 마치 미술관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의 필수 코스인 아트샵을 연상시킨다.



▲ 가상 갤러리와 NFT 예술. 출처(spatial.io)


▲ VOMA의 가상 미술관 내. 출처(visit.voma.space)


모두가 메타버스 안에서 예술작품을 전시하고 감상하는 것을 당연하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암호화폐 예술 작품과 연계된 블록체인 거래 시장이 튤립을 팔던 순간과 사뭇 유사할 수도 있고, 그러다 2018년 초기에 잠깐 보였던 가상 화폐 시장 급락의 악몽을 또다시 맞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중요한 지점은 메타버스가 코로나19 이전의 물리적인 세상에서처럼 전시 기획자, 컬렉터, 예술가, 관람객 등을 연결하여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예술을 함께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동시에 메타버스는 예술 작품에 나름의 가치를 부여한 공간이다. 예술적 가치를 누구나 정당한 절차로 소유하는 것이야말로 진귀한 사물을 수집하던 호기심의 진열장(Cabinet of curiosities) 혹은 분더캄머(Wunderkammer)적 현상에서 비춰진 인간의 욕망은 아닐까. 예술작품에 금전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무조건적으로 예술로 규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우리는 메타버스를 통해 무엇이 예술을 구성하는가에 대한 태고의 질문을 마침내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글/ 전지영
편집/ 아트앤테크 플랫폼 운영진


카이스트 CT  인지과학 랩 연구원으로 인지과학적 관점에서 출발한 컴퓨터 비전 알고리즘이 기계의 시각적 차원으로 넘어가는 지점에 관심을 가진다. 현실과 가상 공간에서 일어나는 미학적 감상과 판단의 과정 속에서 우리가 추구해야할 디지털 미학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이를 설명할 정량적 해석 방법론을 모색한다. 나아가 미래에 AI가 풀어야할 예술적 창의성의 궁극적 조각이 무엇인지 실험적 연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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