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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시브(Immersive) , ‘몰입’과 ‘실감’: 과거 ‘스토리’와 미래 ‘기술’의 만남 <드로우 미 클로스(Draw Me Close)> 리뷰

202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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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의 그 어떤 것과도 다른 압도적 경험"

"(Mind officially blown. Unlike any experience I’ve ever had)” – 허핑턴포스트(Huffington Post)

감성적이자 기술적으로도 뛰어난 경험, 몰입의 개념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다"

"(An emotional and technologically brilliant experience that takes the concept of immersion into new heights" – 마셔블(Mashable)1



 드로우 미 클로스(Draw Me Close)  출처(영국국립극장 홈페이지)


영국 공연 <드로우 미 클로스(Draw Me Close)> 공식 웹사이트 와 홍보영상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위의 두 평론은 ‘압도적’, ‘감성적’, ‘기술적’, ‘몰입’, ‘실감’ 등의 단어조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런던의 다양한 문화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매체 컬쳐위스퍼(Culture Whisper)는 <드로우 미 클로스>를 “몰입형 스토리텔링의 미래(the future of immersive story-telling)”라고 평하기까지 했다.

극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조단 타나힐(Jordan Tannahill)의 <드로우 미 클로스>는 2017년 트라이베카영화제(Tribeca Film Festival)의 스토리스케이프(Storyscapes) 파이널리스트로 세상에 처음 선보였다. 평론가와 관객들의 리뷰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선진 공연시장인 영국에서 새로운 시도에 완성도까지 겸했다는 평가는 이 작품의 창작, 제작의 자세한 과정까지 궁금하게 만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우선 이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영국국립극장(National Theatre, 이하 NT)의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을 위한 혁신 노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NT는 드라마틱 스토리텔링의 선구자로서 영역을 확장하고자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Accenture)를 혁신파트너(Partner for Innovation)로 삼고 몰입형 스토리텔링 스튜디오(Immersive Storytelling Studio)를 설립해 가상 현실(VR), 360° 영화, 증강 현실 등의 기술 도입을 추진해 왔다. 그러던 중 2016년 가을, NT는 캐나다 국립영화위원회(National Film Board of Canada, 이하 NFB)와 함께 연극, VR, 창작 논픽션의 관계를 연구하며 협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드로우 미 클로스>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NT는 또한 극장의 인큐베이터 공간을 활용해 VR 멘토링과 기술 실무를 지원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사용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가상현실과 접목한 극의 다변화를 추진하기 위함이었다. 일례로 뮤지컬 <원더랜드(Wonder.Land)>에서는 로비에 VR 체험 공간을 마련해 가상의 토끼 굴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다. 



▲ Draw Me Close | Traile

출처(유튜브 YoungVicLondon 채널 https://youtu.be/4zokAxgRNYs


<드로우 미 클로스>도 VR과 모션 캡처 등 새로운 실감 기술이 사용된 작품이다. NT와 NFB의 공동제작으로, 영국 브리스틀(Bristol)의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 스튜디오 ‘올 시잉 아이(All Seeing Eye)가 프로덕션에 참여했고 티바 해리슨(Teva Harrison)2 이 삽화로 함께했다. HTC 바이브(HTC Vive) 헤드셋으로 아이키네마(IKinema)에서 개발 중인 고유한 모션 캡처 시스템 오리온(Orion)을 사용해 실감콘텐츠를 구현했다. 시각과 청각에 의존하던 기존 공연 감상에 촉각을 더하기 위해 AR, VR 기술과 '이머시브(Immersive)'를 결합한 이 작품은 관객이 헤드폰과 VR안경을 쓰고 나면 시작되는 다중 감각 체험으로 라이브 공연, 가상현실,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연극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린다.

<드로우 미 클로스>는 조단 타나힐 감독의 말기 암 판정을 받은 어머니에 대한 생생한 회고록이다. 컬쳐위스퍼의 루시 브룩스(Lucy Brooks)는 이 작품을 ‘스토리텔링과 기술의 융합’이라고 소개하며 리뷰를 통해 새로운 가상 현실 공연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이야기는 기억, 사랑, 상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헤드셋을 착용하면 관객은 조단의 캐릭터가 되어 공연 공간으로 직접 들어간다. 삽화 속 집이 보이고 '가서 문을 열어라'는 소리가 들린다. 애니메이션 속으로 손을 뻗으면 손잡이가 느껴지고 관객은 문을 열고 들어간다. 티바 해리슨의 삽화는 조단의 어린 시절 집과 기억을 스케치로 담아낸다. 먼저 관객은 5살의 조단이 된다. 어머니가 집에 오셨는데 그녀는 선으로 만들어진 집 안에 또 다른 그림이다. 그러나 그녀가 조단을 안아주기 위해 손을 뻗었을 때 느껴지는 따뜻함과 깨끗한 세탁물 냄새는 진짜 어머니를 실감케 한다. 



▲ Draw Me Close | Behind the Scenes

출처(유튜브 YoungVicLondon 채널 https://youtu.be/U1BcGoglZKc


이렇게 물리적 영역과 애니메이션 영역에서 상호 작용하는 것은 바로 관객과 배우다. 컬쳐위스퍼의 루시는 작품에서 경험하는 배우와의 친밀도가 놀랍다고 평가했다. 25세의 조단(관객으로서의 루시)이 나쁜 소식을 가지고 있는 어머니와 마주 앉았을 때는 연극을 볼 때 일반적으로 느끼는 감정 이입 대신, 가시적이고 개인적인 상실감에 휩싸였다고 표현했다. 이렇듯 <드로우 미 클로스>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과 몰입으로 체험된다. 루시는 이러한 1:1 경험을 정원이 1명인 공연이라 표현한다. 공연은 당연히 매번 전석(정원 1명) 매진될 것이고 이는 공연이 계속되어야 할 이유라고 덧붙였다. 2017년 베니스영화제에서 <드로우 미 클로스>를 경험한 가디언지(The Guardian)의 산 브룩스(Xan Brooks)도 이 작품을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감독의 강력한 애가(哀歌)라고 평론한 바 있다.


 드로우 미 클로스(Draw Me Close)  출처(영국국립극장 홈페이지)


한편, NT의 디지털 개발 책임자 토비 코피(Toby Coffey)는 2017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스토리텔링 메커니즘’으로 VR을 소개하며 앞으로 관객은 실감콘텐츠를 극장과 공연의 일부로 기대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 바 있다. 2019년 이브닝 스탠다드(Evening Standard)와의 대담에서 토비는 이러한 실감콘텐츠가 관객에게 더 강한 감정적 타격을 허용하는 만큼 그에 따른 책임감도 커진다며 <드로우 미 클로스>를 다양한 유형의 기술을 예술적으로 가장 잘 작동하도록 찾아가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이브닝 스탠다드의 아멜리아 히스만(Amellia Hiseuman)도 토비 코피와 조단 타나힐 감독과의 대담을 통해 <드로우 미 클로스>는 모든 것이 ‘실험’이자 ‘학습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기술이 향상되면 관객이 기술의 결함이나 문제를 인지하기 보다는 작품에 ‘몰입’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기술’은 사라지고 관객이 ‘실감’하는 것은 온전히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드로우 미 클로스>의 초기 버전이 트라이베카와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연되자 확실히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NT의 디지털 개발 책임자 토비 코피는 몰입형 기술을 통해 구현되는 스토리텔링의 엄청난 잠재력을 재차 강조한다. 그러나 타나힐 감독은 이브닝 스탠다드와의 인터뷰에서 <드로우 미 클로스>는 “영화도 아니고 연극도 아닌 작품 그 자체로 존재한다”고 말한다. 타나힐 감독 자신의 기억을 그려내는 것이 <드로우 미 클로스>의 핵심이었고 감독은 이러한 드로잉의 상징성을 작품 안에서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려던 노력에 더 중점을 둔 것이다. 결국 <드로우 미 클로스>는 감독의 과거 이야기에 대한 표현이자 공연 기술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타나힐 감독은 오는 2월 10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아트앤테크 살롱을 통해서 <드로우 미 클로스> 연출 과정을 중심으로 예술기술 융합에 대한 이야기를 비대면으로 풀어낼 계획이다. 아트앤테크 살롱에 대한 자세한 정보 및 참가신청 방법은 온오프믹스(https://onoffmix.com/event/250670)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 스코트랜드 출신의 피트 캐시모어(Pete Cashmore)가 2005년에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문화, 기술, 과학분야의 뉴스 웹사이트이자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 회사,

Time지로부터 영향력 있는 매체로 선정(2009)

[2] 캐나다계 미국인 작가이자 그래픽 아티스트, 37세에 전이성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삽화와 에세이를 통해 말기 질환에 대한 경험을 기록 


글/ 최경희
편집/ 아트앤테크 플랫폼 운영진


2004년 이후 공공‧미디어 영역에서 방송 뉴스캐스터, 문화기획, 문화행정 업무경험을 쌓아왔으며 2016년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에 입사한 이후 경영기획팀장, 교류기획팀장을 거쳐 현재 조사연구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영국 King's College London에서 MA in Cultural and Creative Industries를 마치고 주영한국문화원에서 근무했고 한국에 돌아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문화행사기획’을 가르쳤다. 한양대학교 행정학과(문화정책)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현재 가톨릭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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