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연은 프로젝션 맵핑이 만들어내는 비물질적이지만, 강렬한 장소특정적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에 몰두해 있었고, 지난 몇 년간 급부상한 그런 작업군의 미래는 밝아보였다. 그런데 이 미래가 지금, 너무도 불투명해 보인다. 사람이 같이 모일 수가 없다. 시공간을 공유하고, 경험을 나눌 수가 없다. 다양한 비장소들에서 행해지던 예술 행위들이 멈춰 섰다. 많은 프로젝트들이 취소 및 기약없이 연기되었고, 그 대안으로 앞다투어 모든 기관들이 온라인 컨텐츠를 내놓고 있지만, 실상 몇이나 그 동영상들을 바라보고 있을까. 오프라인을 포기하고 이렇게 온라인, 비대면으로만 뭘 해야하나? 우리의 경험이 작은 스크린 안에 구현되는 세계에 갇힐 것이라 생각하니 우울하기만 하다. 대안을 찾고 싶다. 이 바람, 열망에서 이 작업은 시작된다.
<슬기로운 공간생활>은 컴퓨터 비전, 데이터 시각화, 프로젝션 매핑 기술을 결합한 설치작업으로,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우리가 다시금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예술과 기술의 결합을 통해 제시해보는 작업이다. 나와 공간과의 관계 맺기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동시에, 그 안에서 내가 마치 바둑판의 장기가 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이것은 이미 머신러닝이 깊숙이 침투해 있는 현대인의 삶의 모습을 반영하는데, 이 부분은 <슬기로운 공간생활>이 담은 또 하나의 중요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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