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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앤테크 활성화 창작지원 선정작 최종발표]예술과 기술의 공명共鳴 -<4차 산업 혁명기의 ‘기구 음악’: 융복합 전시·공연 사티의 <짜증> 재구성>>

2021-02-21

2020년 12월부터 두 달간2020년 <아트앤테크 활성화 창작지원> 선정작 7편 최종 발표가 이루어졌습니다.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통해 예술의 지평을 넓히고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들입니다. 이와 함께 7개 작품에 대한 현장 비평가의 리뷰 연재를 시작합니다. 여섯 번째 리뷰로 2021년 1월 29일부터 30일까지 열린 고병량의 <4차 산업 혁명기의 ‘기구 음악’: 융복합 전시·공연 사티의 <짜증> 재구성>  리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4차 산업 혁명기의 ‘기구 음악’: 융복합 전시·공연 사티의 <짜증> 재구성> 디지털 갤러리 바로가기

 
이나리메 작곡가

기계 문명이 시작 된 이래, 예술에도 기술이 늘 함께했다.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악기를 만드는 데 활용 된 기술로 연주의 기교와 음향의 세계가 새로워지고, 전자음악이 등장하며 서양음악의 개념이 확장되었다, 소음도 음악이 되었고, 예술가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음악 창작과 향유의 모습을 바꾸어 놓았다. 음악은 더 이상 몇몇 천재 작곡가와 스타 연주자들과 콘서트홀의 청중의 산물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한 변화를 담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기술기반의 협업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동시대적 작업이 아트앤테크 프로젝트에서 새로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2021년 1월29일과 30일 양일간 다섯 번의 퍼포먼스와, 전시, 유튜브 생중계라는 개인의 프로젝트지만 하나의 작은 축제와도 같은 로봇과 인간의 협주가 ‘플렛폼엘’에서 펼쳐졌다. 


▲ <4차 산업 혁명기의 ‘기구 음악’: 융복합 전시·공연 사티의 <짜증> 재구성>  공연 장면,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4차 산업 혁명기의 ‘가구음악’: 융복합 전시. 공연 사티의 <짜증> 재구성” 퍼포먼스의 제목이 매우 길었다. 프랑스의 작곡가 에릭 사티(1866-1925) 의 작품 “Vexations”을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을 텐데, 작가는 매우 직설적인 단어를 선택했다.


공연이나 전시의 제목이 길면 주목을 끌기 쉽지 않은 법인데,  그 단어가 긴 제목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Vexation, 짜증”, 100여 년 전 에릭 사티가 작품의 제목으로 한 다소 예스러운 뉘앙스의 단어 Vexation은 수잔 발라동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감정과 관련 된 작품이지만, 2020년에서 2021년으로 넘어오는 두 해 동안 사람들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프로젝트의 기획, 편곡, 음악, 음향 프로그래밍을 한 아티스트 고병량은 1995년 고 강석희 선생의 실험적 음악 프로젝트로 연주 된 서울대학교 학생 식당에서의 에릭 사티의 “짜증”을 연주한 40명의 릴레이 연주 참여자 중 한 사람이었으며, 작년 코비드 바이러스 19가 유럽을 강타할 시기에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의 15시간이 넘는 연주 생중계 자선 프로젝트를 보고 이전의 기억과 맞물려 이번 작업을 착안하게 되었다. 


▲ <4차 산업 혁명기의 ‘기구 음악’: 융복합 전시·공연 사티의 <짜증> 재구성>   공연 장면,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고병량은 성실한 창작자로서 전체를 구성하였는데, 함께하는 협업자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발전시키는 것에도 열려있는 작업자였다. 자신이 테크놀로지를 통해 구현 할 수 있는 소리를 만들어 내는 동시에 비올라 6중주라는 전통적인 악기지만 새로운 편성의 앙상블로 편곡을 하고, 자동 피아노의 관객 참여의 여지를 만드는 등, 음악 생활을 통해 할 수 있는 수공예적, 기계적, 기술적 구현을 모두 시도했다. 이에 덧붙여 ATOD(김민직, 김민호)는 피아니스트 봇과 연주자의 의상을 형상화한 세련된 설치로 ‘가구의 음악’에 그들만의 의미를 부여했고 또 다른 결을 경험하게 하며 앞으로의 확장성까지 기대하게 했다. 


▲ <4차 산업 혁명기의 ‘기구 음악’: 융복합 전시·공연 사티의 <짜증> 재구성>  공연  장면,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플랫폼엘’에는 검은색과 흰색 두대의 그랜드 피아노의 한쪽에는 의자에 앉은 피아니스트가, 다른 한 쪽에는 앉아있는지 서있는지 알 수 없는 로봇 연주자가 건반위에서 각자의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으며, 그 사이에 두고 연주자의 드레스의 불빛에서 착안한 연주자를 추상적으로 만든 금속 설치물이 있었다. 두 줄로 서있는 얇은 금속 막대봉들은 끄트머리에서 간헐적으로 빛을 내며, 천천히 좌우로 스윙모션을 취했고, 피아노와 금속 설치물 둘레를 여섯 명의 비올라 연주자로 이루어진 “비올리시모”가 에워싸고 있었다. 로봇과 인간은 한 작곡가의 각기 다른 작품을 연주했다. 사티의 ‘가구(의)음악(musique d'ameublement)은 원래 악기의 편성이 다른 제각각의 세 개의 세트로 구성된 짧은 다섯 곡의 모음곡인데 여섯명의 비올라 연주자를 위해 편곡하였다. 공연을 할 때에는 비올라 연주자들이 에워 싼 피아노 주위를 돌며 자리를 바꾸어 가며 연주를 하여, 또 다른 질문을 만들어 내었다.


이렇게 두 작품이 동시에 연주가 되면서 또 한 대의 피아노에서는 관객이 참여해 원격으로 자동 피아노를 연구 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공연이 준비되어 있었다. 또한 한 쪽 벽면 위에는 로봇 연주자가 연주하는 모습을 위와 옆에서 잡은 카메라 화면이 매우 스타일리쉬한 비율로 분할되어 투사하고 있었다.  ‘플랫폼엘’은 이러한 복합적인 작품을 소화해 내기에 매우 적절한 공간이었다. 


▲ <4차 산업 혁명기의 ‘기구 음악’: 융복합 전시·공연 사티의 <짜증> 재구성>  온라인 생중계  장면, 출처(https://youtu.be/y88X4BaTTVM)


금요일 저녁에는 피아니스트봇이 840번 반복하는 연주를 밤을 지새우며 해냈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한 작곡가 고병량은 로봇이 연주하는 소리를 음하나 하나에 미세한 변화 값을 주고 모듈레이터를 사용해 기존의 피아노 소리가 아닌 자신의 소리를 디자인했다. 이러한 퍼포먼스가 아주 낯선 형태는 아니지만 흔히 만날 수 없는 공연이기에 반가웠고, 신선했다.


로봇, 악기, 가구, 기계, 장치, 연주자들과 스태프, 관객이 한 공간에 한 눈에 들어오고 빛과 어두움의 조화가 공간에 울리는 음악이 주는 자연스러운 음량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적당한 차분함을 주면서, 따뜻함과 생생함까지 전했다. 기술적인 부분 뿐 아니라 공간과 공연의 구성, 미학적인 심도를 만들어 내는 부분에서도  이 프로젝트의 협업자들은 제각각의 역할 안에서 자율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였다.


모흘리나기(1895-1946)와 그로피우스의(1883-1969)가 생각났다. 그들의 말을 빌어, 기술과 예술의 통합(융합)되어 만들어진 이야기가 익숙한 세상을 낯설게 볼 수 있게 하는 감각 경험을 풍부하게 하는 생생한 현장이었다.


▲ <4차 산업 혁명기의 ‘기구 음악’: 융복합 전시·공연 사티의 <짜증> 재구성>  공연  장면,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리의 일상은 반복적인 일들의 연속이다. 840회 이상 같은 생활 패턴이 반복되는 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난다. 주말이 있지만, 매일 같은 직장에 3년 정도 이사를 안 한 상태에서 출근을 한다면, 퇴근길에는 좀 변화가 잦을 수 있지만, 출근길은 이미 840회 정도의 같은 시퀀스의 연속성이 있는 것이다. 공연과 전시를 경험하고, 나중에 집에 돌아와 피아니스트 봇의 열 시간이 넘는 연주를 랜덤으로 보면서 시퀀스의 반복됨에 대한 생각을 하며 “득도”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4차 산업혁명과 첨단 기술이 구현 된 새롭고 실험적인 예술 행위를 지켜보고 이야기 하면서 그 것 과는 먼 곳에 있는 “도 닦는 일”을 상상하게 됨은 왜였을까?


관객들에게 공연과 전시를 접했을 때의 마음과 영혼의 떨림을 통한 감동을 주는 것을 뛰어 넘어, 관객들이 작품을 통해 사유하고 질문하고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면서도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융합’의 프로젝트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미덕을 지닌 작업이었다.


글/ 이나리메
편집/아트앤테크 플랫폼 운영진


작곡가 이 나리메는 작곡과 음악인류학을 공부하고 음악과 함께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음악을 다르게 만들고, 들음에 관심을 갖고 글쓰기와 강의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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