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ARCHIVE

[예술과기술융합지원 선정작 리뷰] 신명(神明)과 뇌파 데이터 - EASThug <신명:무감서다>

2021-11-16

김혜란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공학박사 


처음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붉은색 계열의 조명과 전자음악의 비트 있는 사운드가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전시장 입구 벽면에는 이러한 감각적 경험의 첫인상에서 예측된 것과는 조금 다르게 한국 전통 연회인 굿의 지역별 특성에 대한 설명이 텍스트로 전시되어 있었다



▲ <신명:무감서다>,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본 공연은 전통 굿 중 경기 이북 지역의 강신무인 황해도 굿과 경기 이남 지역의 세습무인 제주 굿을 그 모티브로 한다. 작가의 안내에 따르면 강신무인 황해도 굿은 신적인 영력을 특징으로 하며, 세습무인 제주 굿은 뛰어난 예술성을 보여준다고 한다. 전시장을 찾기 전 미리 살펴본 정보 속에서 EASThug는 전자 음악 퍼포먼스와 뇌파 데이터를 활용한 영상 설치를 기반으로 전시를 펼친다고 하였다. 전통 굿에서 등장하는 영적인 존재와 이를 소환히기 위한 음악, 다양한 시각적 장치들이 뉴미디어 아트로 표현되었으리라는 것을 예측해 볼 수 있었다. 본인은 작년에 진행되었던 EASThug의 공연을 직접 관람하지는 못했으나 성수동에 위치한 뿐도블루에서 전시된 공연 영상과 설치 예술을 통해 이전 작품들을 접할 수 있었다.


EASThug의 퍼포먼스는 전통 굿에서 착안하기는 했지만 그러한 역사적, 전통적인 배경과 내용의 고증에 충실하거나, 서구의 예술과 동양의 예술의 차이에 주목하여 만들어지기 보다는 이러한 경계와 구분을 관통하는 보편적인 속성들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EASThug의 공연은 관객들에게 현대화된 형식으로 전통 굿에서 느껴지는 것과 유사한 공감각적 몰입감과 즐거움을 느끼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시 설명에서도 굿이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관객들이 즐겁게 공연을 보고 가면 좋겠다는 작가의 의도가 이러한 경험의 배경을 뒷받침한다. 그들이 의도한 것처럼 신명(神明)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모두 굿판이 될 수 있다.


 

▲ <신명:무감서다>,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번 전시 신명: 무감서다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키넥트와 LED 스트립 조명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사운드 설치다. 뇌파와 미디어 데이터를 활용한 설치물로써 무당이 신내림을 받는 동안 뇌파가 변화하는 것에 착안하여 퍼포머가 연주를 할 때 변화하는 뇌파를 시각화했다고 하였다. 최근 뇌파를 활용하는 미디어아트 작품들이 다수 등장함에 따라 그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는데, 뇌파를 통해 감정을 분석하여 시각화하거나 혹은 뇌파를 통해 가상세계의 대상을 제어하는 등의 방식들도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서 나아가 EASThug는 무속인들이 신과의 만나는 순간을 드러내어 몰입상태에 빠진 사람의 뇌파를 굿에서의 신내림 상태와 연결한 점이 흥미로웠고 뇌파를 활용한 다른 작품들과 차별이 되는 지점이었다. 다만 많은 다른 데이터 시각화 사례에서와 마찬가지로 어떤 데이터가 어떻게 시각화에 반영되는지에 관한 보다 직관적인 체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다.


LED 설치물을 통해 나타나는 실시간 비주얼이 주로 음악의 강약에 반응하거나 키넥트를 통한 관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것이 훨씬 즉각적이어서 실제 곡을 연주한 사람의 뇌파값을 반영했다는 부분은 작품의 시각적 변화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부분이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 작품제작에서 많이 논의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과학적 객관성과 논리 그리고 예술에서의 심미성, 관객과의 상호작용 등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 <신명:무감서다>,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굿이라는 형식에서 신내림을 받는 무당의 영적이고 신비한 경험들을 뇌파라는 기술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물질화하고 시각화해보고자 했다는 점, 신내림을 이어받는 사람(아마도 관객) 이 무당의 춤을 이어받는 형식(무감서다)을 인터랙션에 반영한 의도 자체는 좋았지만 이러한 의도와 작품의 결과물 간에 연계성이 조금 더 미적으로 드러났으면 본 전시가 가진 의도가 더욱 살아났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한편, 공간 속에서 다수의 유리판과 거울 필름을 활용하여 상이 투영되는 것과 배경이 비치는 효과를 활용한 설치의 방식은 LED 영상이 상영되었던 다소 좁고 어두운 공간의 단점을 극복하는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관객들의 환영이 비치는 상 앞에서 영상이 여러 개의 상으로 복제되고, 외부의 풍경이 유리를 통해 비치는 가운데 다시 거울 속의 상상속으로 관람객들을 끌어들인다


글/ 김혜란
편집/ 아트앤테크 플랫폼 운영진

※ 외부 필자의 원고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식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동기술적드로잉에 기반한 애니메이션 영상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디지털 예술 창작 기법을 실험하며 창의적 표현을 확장하는 도구로서의 소프트웨어를 연구하고 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