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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기술융합지원 선정작 리뷰] 발산하는 빛에 반응하는 영역과 사건, 닿을 수 있는 새로운 자극과 가능성 - 문준용 <Augmented Shadow – 별을 쫓는 그림자들>

202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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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대찬 앨리스온 편집장 


프로젝션 매핑, 몰입형 공간, 그리고 약간의 상호작용. 요즘의 미디어아트는 사람들에게 무엇일까?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 찾아본 결과이다. 이러한 인식과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수월하면서도 납득 가능한 방법은 검색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만들고 경험하며 그것을 기록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에, 구글과 네이버에서 ‘미디어 아트’ 라는 키워드를 검색하여 나오는 텍스트와 링크, 이미지와 영상의 대부분은 처음 언급한 키워드로 정리해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환경으로 다가오는 스크린, 가상과 현실 공간의 접점과 연결, 가상·증강·확장 현실 등의 기술 발달과 관심 증대 등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기술의 발달과 사람들의 관심과 호(好)가 함께 하며 그만큼 다양한 관련 문화예술 관련 창작이 많아진 것이 지금이다. 


아쉬운 지점은 이렇게 쏟아지는 콘텐츠와 행사, 창작물이 다양성과 연관되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12년 전인 2009년 디스트릭트(d’strict)와 서울대 정보문화학과가 서울대 문화관의 건물 외벽에 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 방식의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를 선보인 이후 국내에서 이 형식과 내용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건물 외벽에 프로젝터 투사 또는 대형 LED 스크린을 설치하는 미디어 파사드이거나 건물 내부 공간에 다면 투사를 하는 몰입형 공간 또는 전시이거나.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은 입체 공간에 투사하는 이미지와 영상을 통해 일종의 환영(Illusion)적 공간과 이에 대한 경험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 경험에 있어 그 시점은 고정되어있다. 이 환영이 가장 잘 보이는, 최적의 스폿 포인트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프로젝션 매핑 기법에 대해 새로운 시도를 발견했다. 투사시작점인 광원이 유동적으로 변하는, 내가 서 있는 지점이 어디건 최적의 스폿 포인트가 되는 경험과 그에 대한 방식의 제안이다. 바로 문준용 작가의 <Augmented Shadow – 별을 쫓는 그림자들>이 그것이다. 



▲ <Augmented Shadow – 별을 쫓는 그림자들>,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시장에 들어와 마주하는 것은 ‘ㄷ’ 자 형태의 가벽으로 구성된 흰색의 공간과 공간 입구의 좌대, 그리고 왼쪽 한편에 놓인 작은 계단 구조물이다. 흰색의 바닥 면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발을 벗고 좌대 위 컨트롤러처럼 보이는 물건의 손잡이를 쥐고 공간 중앙으로 나아갔다. 순간 흰색의 막연한 공간은 곧 풍성한 무대로 전이되었다. 컨트롤러는 그 무대화의 주역인 광원이었다. 이것은 등불인 듯 촛대인 듯 이것을 중심으로 사방에 그림자 세계가 펼쳐졌다. 벽면에 아이 형상의 그림자가 나타났고 그들 중 한 명이 오라는 듯 손짓한다. 다가가니 무언가 달라는 듯 보챈다. 아이에게 등불을 건네니 그곳에서 빛을 옮겨 받아 다른 아이들과 공간을 누빈다. 아이들은 그 빛을 들고 있는 막대 끝으로 옮겨 낚싯대에 미끼처럼 낚싯줄을 드리우기도, 마치 마법봉처럼 사용하며 나무를 성장시키거나 벽면과 바닥에 새로운 출입구와 건축적 구조물을 만들어낸다. 어느새 낚싯대에 매달린 빛을 향해 빛을 내는 물고기가 모여들어 공간 전체를 주유한다. 나무는 또 다른 빛나는 나뭇잎을 드리우고 새로운 출입구 안쪽에 또 다른 공간이 만들어지며 무대가 더욱 풍성해진다. 계단 구조물은 아이들이 들고 있는 광원, 관객이 들고 있는 광원의 위치에 따라 계단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를 변화시키며 공간적 환영을 증폭한다. 아이들은 이런 자연과 인공물 사이를 오가며, 그리고 여전히 관객 손에 들린 광원을 의식하는 듯 이를 중심으로 군무를 추기도 한다. 이윽고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공간은 이제 그림자와 벽 외부, 밤하늘이 보이는 나루터에 닿는다. 아이들은 나루터에 정박해 있는 배에 탑승하고, 그 배는 별이 빛나는 밤하늘로 여행을 떠난다. 그들을 배웅하며 무대는 다시 흰색의 공간으로 회귀했다. 



▲ <Augmented Shadow – 별을 쫓는 그림자들>,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준용 작가의 <Augmented Shadow-별을 쫓는 그림자들>은 VR 기기에서 사용하는 위치 추적 센서 시스템인 트래커(tracker)와 베이스 스테이션(Base station) 기반의 인터랙티브 프로젝션 매핑 작품이다. 3개의 벽면과 1개 바닥 면에 투사되는 프로젝터의 영상이 펼쳐내는 환영 공간은 프로젝션 매핑의 그것이지만 관객이 입장하며 들고 다니는 트래커가 또 다른 경험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실시간 반영되는 아나모픽(anamorphic) 콘텐츠이다.  

여기에서 아나모픽은 어떤 사물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그 상황이 다르게 보이는 착시현상이다. 우리에게 트릭아트(Trick Art)로도 익숙한 원근법 기반의 또 다른 착시 콘텐츠이다. 이러한 아나모픽은 다른 각도에서는 의미가 없는 이미지의 조각이지만 특정 지점에서 그들이 조합되어 인상적인 이미지, 입체 등의 상황으로 다가온다. 이것이 컴퓨터에 의한 가상공간으로 구현되고 이것이 프로젝션 매핑과 같은 기술에 의해 입체 면에 투사될 때 더욱 증강된 상황으로 제시된다. 


이번 작품의 환영 공간 구성의 핵심은 바로 그림자와 이 그림자를 시점에 맞게 실시간으로 변화할 수 있게 하는 위치 추적 센서인 트래커이다. 관객의 손에 들린 이 트래커는 앞서 언급했듯 사방으로 발산하는 광원으로 작동한다. 이 물건을 중심으로 공간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여기에 설치된 트래커와 벽면 상부에 설치된 베이스스테이션은 관객의 좌표 데이터를 기반으로 눈높이를 인식하여 컴퓨터로 전송한다.  이 인식 및 추적기술의 명칭이 등대(Light House)라는 지점이 흥미롭다.



▲ <Augmented Shadow – 별을 쫓는 그림자들>,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컴퓨터는 그림자가 드리운 가상의 공간을 실시간으로 펼쳐내며 이것을 프로젝터로 공간에 투영한다. 관객이 움직이면 그 위치에 맞게 실시간으로 그림자가 변화한다. 관객은 그의 손에 들린 것이 광원인 것처럼 느끼며 이 광원에 의해 드리우는 그림자는 그 공간을 입체적으로 느끼게 한다. 모든 것이 그림자로 구성된 이 세계는 관객이 트래커를 움직이거나 또는 관객이 이리저리 움직일 때 반응하여 그를 중심으로 그림자를 더욱 길게 드리우기도, 크기를 키우거나 얕거나 깊게 조성되기도 한다. 이들이 관객에, 그리고 광원에 종속되어 펼쳐지며 공간의 깊이를 더욱 구체화한다면 중간에 등장하는 노란 물고기 집단의 군무는 공간 사이 거리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그림자와 나 사이의 공간을 채우며 더더욱 관객과 작품을 밀착시킨다. 


관객은 관찰자라기보다 이곳의 방문자이며 탐험가이다. 그의 움직임이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다. 그가 이동해야 주변이 변화하고 그가 빛을 건네야 아이들의 움직임도 시작된다. 이곳의 아이들은 빛을 건네 받아 이것을 이용해 물고기를 부르고 나무를 키우며 새로운 문을 만들고 그 안쪽 공간을 관객의 새로운 동선에 추가시킨다. 아이들과의 교류는 공간을 더욱 넓고 깊게 변화시키며 그간 돌아다닌 닫힌 공간의 종착지이자 아이들이 새로운 모험을 위해 떠날 열린 공간인 별의 바다 선착장에 닿게 한다. 아이들이 새로운 여정을 위한 배에 몸을 싣고 별의 바다로 나아가는 것을 배웅하며 관객의 이야기, 작품의 경험은 끝난다. 빛나는 광원을 들고 첫 발을 디딘 관객이 여러 그림자들이 부르는 손짓에 따라 그 빛을 건네며 진행되는 이야기와 경험은 간단 간결하다. 그림자가 옮기는 빛이 평면 공간에 깊이감을 부여하며 다채롭게 변화하는 상황과 환경, 그리고 그 끝에 마주하는 밤하늘로의 새로운 여정과 이별의 여운은 더 이상 간단하지 않다. 아이들과 함께 한 상상 이상의 경험이 기껍고 아이들의 여정에 대한 앞으로의 상상이 또한 기껍다.



▲ <Augmented Shadow – 별을 쫓는 그림자들>,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상으로 투영되는 사건과 세계는 프로젝션 매핑과 같은 기기의 사용방법 변화를 통해 평면의 직사각형 스크린을 벗어났다. 스크린은 주변 환경이 되었고 또한 세계가 되었다. 우리는 창문 밖 풍경을 보듯 스크린을 ‘관람’하는 상황을 벗어나 그곳을 거닐듯 이미지 환경을 ‘경험’하고 있다. 이미 물리 세계와 더불어 우리가 만들어 낸 새로운 세상, 가상세계에 대해 같은 눈높이에서 중첩하여 지각하며 새로운 인식과 감각을 자극받는 것이다. 하지만 고전적인 3차원에 대한 2차원 재현 기법이자 환영 구현 기법인 원근법에서처럼 오늘날의 많은 프로젝션 매핑과 몰입형 공간 창작에서의 재현 시점과 관람 시점은 하나의 최적화된 지점에 고정되어있다. 인식하되 제한된, 애매모호한 불균형의 상황에서 작가의 이번 시도는 신선한 발걸음이었다. 이번 작품은 프로젝션 매핑의, 몰입형 공간의, 증강현실에 대한 색다른 접근과 연결이고 기존 문법에 대한 변주이기에 반가웠다. 미디어 아트가 가진 근본적인 발생지점, 어떠한 기술 또는 기술적 환경에 대한 다른 관점의 접근, 활용, 일종의 해킹이라는 지점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그의 다음 발걸음을 기대해본다.


글/ 허대찬
편집/ 아트앤테크 플랫폼 운영진

※ 외부 필자의 원고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식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뉴미디어문화예술채널 현대 앨리스온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큐레이팅 및 관련 분야의 자문 및 심사 등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환경은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가. 기술 환경의 변화는 어떠한 세상을 예견해 왔는가. 그리고 이러한 환경이 인간의 지각과 사고 등에 어떠한 영향을 끼쳐왔는가’ 라는 것이 주 관심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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