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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기술융합지원 선정작 리뷰] 견학(見學) - 팀보이드 <The Factory>

202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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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현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디자인예술학부 조교수 


팀보이드는 서울 강남에 산업용 로봇과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해 하나의 공장을 만들었다. 이 공장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되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드로잉을 완성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제작 시점의 데이터(날씨, 주식, 인구 등)에 반응해서 생성되며 컨베이어 벨트를 지나가며 로봇의 그림 그리는 작업(스케치, 채색 등)을 통해서 완성된 그림으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팀보이드의 작업은 전시의 제목에서처럼 산업화 시대의 ‘공장’을 상기시킨다. 산업화의 과정에서 도심에 위치했던 공장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견학 프로그램을 통해 첨단 기계 설비와 제품의 생산 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 <The Factory>,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원료(原料)


<The Factory>에서 사용되는 주된 원료는 바로 데이터이다. 데이터를 시각화하기 위한 목적은 전혀 없는 듯하다. 또한, 데이터를 통해 어떠한 정보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도 없어 보인다. 그것도 그럴 만한 것이 데이터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 TV 토론에 출연한 두 인물은 같은 데이터를 보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친다. 의도적으로 불리한 데이터는 삭제하거나 관심을 기울여 볼 생각도 없어 보이며 상대방의 이야기조차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주관적 해석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 해석의 타당성을 구하기 위해 머신 러닝을 활용하기도 하는데,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제안하는 취향 맞춤 추천작과 그것을 시청한 한 개인의 취향은 특정 방향으로 과학습되어 간다. 최근 데이터에 대해 엄청난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그 가치에 대해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며 어떻게 해석된 결과인지 관심 있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원료로 삼아 새로운 가치를 찾아 나서야 한다.



▲ <The Factory>,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정 (工程)


생산물의 제작 단계와 과정을 살펴보자. 공장에 들어섰을 때 첫인상은 예상과는 다소 동떨어진 모습이다. 생산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분주한 움직임과 속도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2-1.1) 정해진 위치에 일렬로 자리를 잡은 로봇들은 묵묵히 일하고 있다.

2-2. 정해진 위치에 일렬로 놓여 있는 로봇들은 큰 소음 없이 동작하고 있다.

여기서 서로 다른 관점이 충돌하기 시작한다.

로봇의 움직임은 과장되지 않고 매우 절도 있게 절제되어 있다. 누군가에 의해 준비된 종이를 잡지에서 꺼내 공정에 투입하는 로봇에서 시작된 생산 과정은 선 긋기, 점찍기, 색 추가하기 그리고 스탬프를 찍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간결하다.



▲ <The Factory>,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2-1-1. 생산물을 드로잉 작품으로 본다면, 이 예술가의 작업실은 분업화가 매우 체계적으로 잘 되어있다. 스탬프를 찍는 로봇은 다수의 조력자를 거느린 예술가이다. 이 예술가는 최종적으로 사인만을 남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1-2. 생산물을 드로잉 작품으로 본다면, 다수의 예술가가 함께 협업의 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선을 긋거나 색을 칠하는 것에 감정은 없어 보인다. 채색하는 도구를 다루는 몸짓이 과장되거나 격정적이지 않다. 서로의 경계를 침범하는 일도 없다.

2-2-1. 6축 관절로 생산된 산업용 로봇은 인간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마치 감정을 가진 사람을 모방하는 듯한 움직임은 전혀 없다. 도구의 좌표와 궤적을 원료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계산하고 최단 거리로 움직인다. 생산물을 제작하는 시간을 줄이는 좋은 전략이다. 기계답다.

2-2-2. 전체적인 생산과정이 비효율적이다. 특정한 단계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모든 과정은 정지 상태에 들어선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아무도 다그치지 않는다. 노동자가 이렇게 움직인다면 쫓겨난다. 기계가 이렇게 느긋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자니 어색하고 낯설다. 


1)본문의 숫자는 공장(전시) 견학을 위한 길을 안내한다.

전시 구성은 '1. 원료, 2. 공정, 3. 관계'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2.공정' 과정에서 관점에 따라 2-1 → 2-1-1/ 2-1-2, 혹은 2-2 → 2-2-1/ 2-2-2 등 서로 다른 방향(길)로 나누어질 수 있다. 관람자(또는 독자는) 2-1-1-1, 2-1-1-2 와 같이 서로 다른 길(방향)로 나무의 가지가 뻗어나가는 것처럼 방향성을 확장해 볼 수 있다.



▲ <The Factory>,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關係)


팀보이드의 <The Factory> 전시는 관계(關係)에 대한 질문과 이야기를 과정을 노출해 표현한다. 데이터와 해석, 인간과 로봇, 예술작품과 대량 생산 상품 그리고 정신적 노동과 육체적 노동의 관계를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놓았다. 각각의 관계는 컨베이어벨트의 시작과 끝에 위치하는 듯 멀게만 느껴지지만, 그 거리를 좁히고 간극을 메워나가야 한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팀보이드가 앞으로 어떻게 관계를 규명해 갈지 기대해 본다.


글/ 윤지현
편집/ 아트앤테크 플랫폼 운영진

※ 외부 필자의 원고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식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디자인예술학부 조교수. 데이터로 구축되는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인지와 행동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와 작품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그 자체에 관한 연구뿐만 아니라 미디어가 사회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관찰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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