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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기술융합지원 선정작 리뷰] 네트워크 정원에 서서 마주하는 공생과 돌봄에 눈맞추기 - 최태윤 스튜디오 <분산된 돌봄의 웹: 가든.로컬>

20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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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대찬 앨리스온 편집장 


분산과 돌봄과 웹. 언뜻 연결이 잘 되지 않는, 서로 간의 관계가 가깝지 않아 보이는 단어들이다. 무언가 기술적인 대상인 웹, 어떠한 상태를 이야기하는 분산, 감정적인 돌봄이라는 행위라는 각 단어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여기 연결된 ‘분산된 돌봄의 웹(Distributed Web of Care)’은 작가 최태윤이 2018년부터 지속 진행해오고 있는 시리즈이다.  그는 2021년 겨울, 이것의 시리즈로서 ‘가든.로컬(garden.local)’ 프로젝트를 전시의 형태로 우리에게 소개했다. 


<분산된 돌봄의 웹> 시리즈는 2019년 《가상정원》 프로젝트에서 커스텀 서버와 하드웨어, 프론트엔드 부분이 함께 한 구조를 토대로 렉처 퍼포먼스의 형태로 소개되었다. 이곳에서는 가상의 크리쳐가 가상의 정원을 돌아다니는 가운데 관객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로컬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정원에 물을 주거나 크리쳐를 터치해 간단한 인터랙션을 할 수 있었다. 이후 2021년 5월 홍콩 CHAT 미술관에서 진행된 《Interweaving Poetic Code》전시에서 ‘분산된 돌봄의 웹’ 설치 작업으로 재구성되어 소개되었고 같은 해 아트선재센터의 《시-코드-실》전시를 거쳐 이번 11월부터 파주 헤이리의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 진행되는 ‘가든 로컬’로 이어졌다. 


▲ <분산된 돌봄의 웹: 가든 로컬>,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번 《분산된 돌봄의 웹: 가든 로컬》전시는 물리적 공간을 점유하는 작품, 그리고 작품과 공간을 연결하는 비 물리적 네트워크, 이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하드웨어로 구성되었다. 관객이 전시 공간을 들어가 처음 마주하는 단계는 각 공간별로 개별 구성되어 있는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어떤 공간을 방문하여 처음 하는 행동,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잡듯 스마트폰의 Wi-Fi 메뉴를 열어 그 공간에 열려 있는 네트워크를 잡아서 접속한다. 이 전시장에는 ‘mushroom’, ‘moss’, ‘lichen’, 마지막으로 ‘garden.local’까지 총 4개의 무선 네트워크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각각 균류, 이끼, 지의류를 뜻하며 마지막 garden.local은 모두가 모이는 가상정원의 그것이다. 


각각의 이름을 지닌 로컬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전시에서 유도하는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각자 ID, 즉 이름을 입력하게 된다. 그 과정을 지나면 이윽고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가상공간에 그 이름을 가진 개체 하나가 등장하여 공간을 둥둥 떠다닌다. 그 개체는 각자 고유의 기본 형태를 가지며 이들은 기본 형태가 복제된 형상을 처음 생성한 개체에 추가로 붙여가며 그 모습을 확장한다. 관객은 각 전시공간에서 자신의 이름을 가진 균류, 이끼, 지의류를 가지게 된다. 각 전시공간을 지나 맞이하는 garden.local 공간에서는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이 아닌 그 공간 가운데 위치한 대형 LED 스크린에서 이 생물을 마주하며 이들이 함께 이루어진 공생 공간을 재차 확인한다.



▲ <분산된 돌봄의 웹: 가든 로컬>,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또한 전시장에는 36개의 실크스크린이 위치해 있다. 이들은 각각의 개체와 개체가 서식하는 가상 환경을 재현한, 그들을 상징하는 도감이자 생태계 풍경화로서의 실크 스크린으로 각 로컬 네트워크가 자리한 공간에 걸려있다. 이들 실크스크린 중 몇 개에는 그 이미지 표면에 액정 디스플레이와 무선 수신 장치가 결합된 모듈이 자리해 있다. 여기에 출력되는 데이터는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바깥 정원에 위치한 바위 위 지의류가 서식하고 있는 장소의 온도와 습도 등의 날씨 데이터를 실시간 연결한 것이다. 그 밖에도 전시장에는 작가와 협력자들이 소개하는 네트워크와 컴퓨터의 구조, 개념, 형태에 대한 스케치와 드로잉 이미지를 볼 수 있다. 벽에 대형으로 출력된 이들 드로잉은 그 손맛과 재치 있는 관점과 표현, 높은 전달력으로 댄 퍼잡스키(Dan Perjovschi)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주제와 시스템, 이 두 가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주제로서의 지의류와 균류, 이끼는 같은 환경 하에서 살아가는 공생이라는 모습을 보여준다. 균류, 대표적으로 버섯은 무언가와 공생하여 그 집단을 중심으로 개체수가 늘어나며 생활면적이 확장되는 생물이다. 이끼 역시 버섯과 같은 지표층에서 살아가며 유사한 확장 생활사를 지니며, 지의류 역시 동일 층위상에서 유사한 삶을 살아가는 공생체다. 특히 지의류는 그 존재 자체로 우리에게 낯섦을 기반으로 한 호기심과 집중을 이끈다. 지의류는 포자에 의해 번식하고 광합성과 산소를 생성하며 물속 또는 습지에서 생활하는 생물인 조류와 역시 포자 번식을 하지만 엽록소를 가지지 않아 다른 유기물에 기생 생활을 하는 균류의 공생체를 말한다. 이름의 뜻 그대로 땅의 옷, 흔히 바위나 석조 건축물, 나무 표면에 붙어있는 이끼 같지만 엄연히 다른 생물이다. ‘이끼 같지만’이라는 표현처럼 우리 주변에서 함께 살고 있지만 특별히 인식하거나 구별하지 않는 우리의 시선 밖에 있는 생명체라고 할 수 있다. 



▲ <분산된 돌봄의 웹: 가든 로컬>,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스템, 여기에서 구성된 로컬 시스템은 우리에게 익숙한 네트워크인 인터넷과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인터넷의 탄생은 핵전쟁 시나리오에서의 생존을 위한 분산적 네트워크 그 자체였다. 모든 것이 연결된 중심축이 있는 통합 네트워크는 그 중심지가 핵무기에 의해 파괴되었을 때 그 기능이 정지한다. 이를 방지하고자 각 네트워크별 분산된 서버를 가져 어느 한 곳이 기능을 정지해도 네트워크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제안된 것이 오늘날 인터넷의 전신인 아파넷(ARPAnet)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연결되고 일상화되면서 효율성을 위한 중심축이 설정되고 서비스로서의 플랫폼이 정착한 것이 오늘이다. 즉 오늘날의 인터넷과 인터넷 경험은 몇몇 영향력이 막대한 플랫폼에 종속되거나 대형 서버와 같은 중심축에 의존하며 운영되며 우리 역시 그에 기대어 사용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전시에서 선보인 이 공간에서만 접속 가능하며 각각의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다른 네트워크에서 분리된다는 커스터마이징 된 분산 로컬 서버와 네트워크는 우리의 일상의 그것과 차별성을 가진다. 이 구조를 따르며 그 안에서 작품을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 ‘분산’ 과 ‘통합’에 대한 환기에 닿게 된다. 


최태윤은 그간 자신의 관심과 고민, 그리고 문제제기의 지점을 함께 공유하고 당면한 주제를 풀어내기 위한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행동을 동료와 함께 한 교육으로서 진행해왔다. 나의 사유, 나의 고민, 나의 주장을 함께 나누고 동조하는 동료를 구성하며 그들이 확보한 기술과 콘텐츠, 메시지를 공유하는 것을 통해 질문과 의견 교류를 사회적 층위로 확대했다. 그렇게 그가 도출한 키워드 상냥함(gentleness), 포용(magnanimity), 정의(justice), 함께하기(solidarity), 생각 연결하고 나누기(intellectual kinship)와 같은 주제어는 환경이자 대상인 기술 매체 영역에 또 다른 관점을 부여한다.



▲ <분산된 돌봄의 웹: 가든 로컬>,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그는 2000년대 초반 미디어와 기술을 사용한 도시 개입으로부터 공용 언어로서의 컴퓨팅(Computing) 방식 탐구, 포용적 코딩(Coding) 기획과 교육 활동을 지속해왔다. 여기에는 점차 인간의 삶과 활동에 밀착되어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복잡화, 고도화되어 그 존재 자체에 대한 접근성이 멀어지고 있는 ‘컴퓨터’ 존재에 대한 또 다른 접근과 인지 시도가 포함된다. 전자회로 제작, 프로그래밍, 원시 컴퓨터 만들기 등 개인 주체가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 컴퓨터와 컴퓨팅 기술이 가진 막연한 신화를 들추는 예술적 탐구 활동을 통해 더욱 가깝게 다가가고 이해를 넓히며 소비와 창작간 거리를 좁혀 나가는 시도를 지속했다. 2013년 동료들과 공동 설립한 ‘시적 연산 학교(School for Poetic Computation)’는 사회적 실천에 대한 넓은 면적의 접촉면이었다. 그의 또 한 가지 활동 축은 바라보고 함께하며 교류할 대상이다. 그는 장애인 커뮤니티의 활동과 그들의 사회적 접촉과 삶에 대한 접근성, 다양성, 환경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예술적 실천에 연결해오고 있다.


 전시는 이러한 그의 관점과 활동 방향성의 맥락과 더불어 그 관심을 인간 외 존재로 확장하는 한편 ‘웹’이라는 공간 또는 연결망에 대한 관점을 환기했다. 여기에 ‘돌봄’에 대한 시야와 관점의 확대가 여기 자리한다. 기술과 문명의 발전은 지구 상에 우리의 손길과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왔다. 역으로 그 반작용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은 각종 환경과 기후의 변화를 통해 접촉면과 이해의 공감대를 넓혀왔다. 이러한 상호작용과 영향을 논의할 시점임에 대해서는 수많은 생태학적 담론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돌봄의 대상은 그 변화를 직접적으로 겪고 있는 생물로서의 우리와 우리 주변 모든 생물체의 전반적인 안위의 문제이다. 그러한 상호 관심과 돌봄 행위를 투영하고 관심의 영역으로 가져오기 위한 세 가지 생물이 초대되었고 중앙집중과 현혹이 아닌 분산과 환기를 위해 인터넷이 아닌 그 장소에 기반한 분산된 로컬 네트워크가 설정되었다. 



▲ <분산된 돌봄의 웹: 가든 로컬>,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분산과 돌봄의 웹. 중심과 구심점에 대한 맹목적 집중에 대한 환기이자 느슨하지만 차별 없고 포괄적인 돌봄에 대한 제안일 것이다. 다만 다소 아쉬웠던 점은 3가지 생물과 이들이 자아내는 공생의 의미, 센서를 통한 실내-실외/문명-생태 연결, 돌봄이라는 행위의 확장 등 전시에서 건네고 교류하고자 하는 구조와 관점이 실크스크린과 기기, 웹 공간만으로는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특히 제목에서 언급된 중심어인 ‘돌봄’의 의미와 행위에 대해 실제 전시 공간에서 접촉하고 바라볼 수 있는 접점이 막연했다. 그의 이전 전시, 《자신을 돌봄 : 일기와 편지》와 《시-코드-실》에서의 재치 있으며 상대적으로 거리감이 없었던 풍부한 드로잉과 텍스트, 그리고 직접적으로 교류하고 소통하며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워크숍을 떠올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각각의 로컬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생성된 각자의 이끼와 균류와 지의류, 전시장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센서와 센서 데이터 출력부, 생성된 생물의 모습을 재현한 실크스크린. 이들이 모여 그 장소만의 정원, 네트워크 환경을 만들었다. 이 정원에서 각각의 작품과 내 스마트폰 안의 생물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상상하고 해석하며 나의 이야기와 연결할 수 있었다. 최태윤과 협업자들. 그의 시도가 이전의 활동과는 또 다른 예술적 문법을 통해 지속, 확장, 연결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뒤에 리스트에서 소개할 동료들의 다양한 자취들, 이들이 쌓아온 시간, 이야기, 치열함이 공간을 떠돌고 있음을 느낀다면 착각은 아닐 것이다.


글/ 허대찬
편집/ 아트앤테크 플랫폼 운영진

※ 외부 필자의 원고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식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뉴미디어문화예술채널 현대 앨리스온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큐레이팅 및 관련 분야의 자문 및 심사 등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환경은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가. 기술 환경의 변화는 어떠한 세상을 예견해 왔는가. 그리고 이러한 환경이 인간의 지각과 사고 등에 어떠한 영향을 끼쳐왔는가’ 라는 것이 주 관심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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