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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기술융합지원 선정작 리뷰] 2037년에서 온 메시지 - 팀 에이미 <AmI-Q>

20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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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인 독립 큐레이터  


‘혼신’을 바친 연기, ‘영혼’을 담은 열연. 배우들의 연기를 수식하는 말로 익숙한 표현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이러한 수식어에는 연극이라는 예술의 영역에서 인간이라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무언가가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극에 몰입을 유도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위로를 얻는 우리는 감정 표현에 공감하며 때때로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이와 같은 극의 연기를 인간 배우와 기계가 함께할 때도 우리는 극을 보며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어서 오세요, 여러분. 환영합니다!” 인공지능 로봇으로 가정된 배우가 해맑게 첫인사를 건넸다. 인사말과 함께 공연장에 방문한 모든 이들은 순식간에 2021년의 끝자락에서 2037년으로 이동했다. 객석이 마련되어 있지 않던 공연장은 에이미(AmI)의 초기 오리지널 2021년 모델 에이미 큐(AmI-Q)를 공개하는 전시장으로 바뀌었다. 에이미 큐(AmI-Q, Question)는 “기계도 언젠가는 예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에이미 프로젝트의 첫 시작 모델이다. 자신을 프로젝트를 기획한 팀 에이미 멤버의 인공지능 가상 인간(Virtual Human)이라 소개한 그녀는 오늘의 전시 안내를 맡은 도슨트였다. 관객들은 도슨트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 2021년 시작된 에이미-큐의 여정에 대해 돌아보는 다큐멘터리 연극 속으로 들어갔다. 


▲ <AmI-Q>,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에이미(AmI)는 “사람이 창조한 사람을 닮은 복제물”이란 의미로 ‘Who Am I?’와 인공지능(AI)의 합성어다. 삶과 죽음, 존재 이유와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예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결국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되었고, 이러한 근본적인 물음에 “나와 똑같은 존재”의 실현으로 팀 에이미가 결성되었다고 한다. 에이미는 예술가들을 위한 인공지능 모델로, 나의 분신처럼 사람과 같이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인공지능을 목표로 2037년까지 계속 진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연은 실제 가상 인간이 무대를 꾸린다기보다 가상 인간 에이미의 첫 탄생이 있기까지의 과정과의미를 짚어볼 수 있도록 다큐멘터리 필름을 중심으로 3인의 배우가 등장하며 이야기를 이끌었다. 준비한 타임라인에 따라 팀 에이미가 결성되게 된 배경부터 멤버들이 생각하는 AI 예술가의 역할, 각자가 기대하는 에이미, 가상 인간에 입힐 데이터 등 가상 인간을 만들기 위한 사유의 과정과 실행 속에서 가상 인간(Virtual Human)과 연기에 대한 기대와 의문이 공존함을 느꼈다. 


▲ <AmI-Q>,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렇게 탄생한 에이미 큐는 화면을 통해 등장했다. 이번에 선보인 에이미 큐는 배우 정현준을 복제(Copy)한 형태였다. 원본이 되는 배우의 연기 할 때의 표정과 몸짓을 모션 캡처를 통해 추출하고, 3D 모델링하여 외형 이미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이미지에 목소리, 노래와 같이 배우의 음성을 입힌 가상 인간, 일종의 아바타로 첫 에이미 큐는 탄생했다. 화면 속 에이미 큐와 실제 배우가 나란히 대화를 주고받고, 동일한 대사로 같은 연기를 하는 장면을 보며 먼 훗날의 에이미 큐가 그려졌다.


팀 에이미가 보여준 <에이미 큐(AmI-Q)> 공연은 보통의 융복합 공연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주제적 관점에서부터 기술의 접목을 시도했다. 연극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과 기술의 융합 프로젝트에서 기술은 주로 무대 장치나 극의 몰입을 극대화하기 위한 표현의 측면에서 대부분 기술 적용을 많이 해왔다. 하지만 팀 에이미는 변화하는 시대의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고찰을 가상 인간,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적 방법을 통한 ‘예술 실험’으로써 극의 주체와 방식을 제안하는 공연을 제안했다. 

특히, 눈길을 잡는 지점은 “기계도 예술을 할 수 있다”는 명제에 관한 실험과 구현의 과정이자 증명으로 에이미 큐의 제작을 포함한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에이미라는 존재 이유와 함께 에이미의 원본인 인간이 갖는 ‘경험으로 축적된 기억’의 감각을 기반으로 한 불멸의 기록이자 에이미를 구성하는 소울인 데이터 모델 노웨어(Nowhere), 노웨어를 구성하고 있는 원 모델인 인간의 기본 단위의 데이터인 데이터 큐(DATA.Q), 노웨어들을 저장한 가상 라이브러리인 디오션(The Ocean)까지. 이는 기술 시대의 보편적 질문에 대한 팀 에이미가 내놓은 답이자 미래의 예술이 갖는 로드맵이다.



▲ <AmI-Q>,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번 공연에서 선보인 에이미 큐는 가상 인간을 중심으로 배우의 외형 복제에 머물렀지만, 에이미와 만들어 낼 다음 무대에 관한 무한한 상상의 동력이 되었다. 인간이 갖는 기억의 편린을 포착하고, 또 다른 나의 존재가 갖는 예술적 욕망을 에이미는 어떻게 구현해낼까. 가상 인간 에이미는 아직 어색하고 낯설지만, 미래의 에이미는 인간의 많은 걸 복제하고 연기도 복제하며 모사와 날조를 넘어 창조의 영역까지 닿으려 하지 않을까. 에이미를 구성하는 소울이자 인간 불멸의 기억 데이터 노웨어(Nowhere)는 그 이름처럼 아직은 아무 데도 없는, 결국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NowHere) 인간인 우리가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추상적인 영역에 머물렀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에이미 프로젝트의 긴 여정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기대해본다.


글/ 전혜인
편집/ 아트앤테크 플랫폼 운영진

※ 외부 필자의 원고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식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전시, 퍼포먼스, 교육 등 다양한 기술 기반의 예술을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 기획을 해오고 있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아트센터 나비 학예팀에서 큐레이터로 재직하였으며, ISEA2019 아트 부문의 총괄 큐레이터이자 조직위원으로 활동하였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NFT 아트를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이 있으며, HanDAO의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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