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후원의 싹을 틔우다
예술나무운동
예술나무운동
Q.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나무운동’은 어떤 캠페인인가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예술정책·후원센터의 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제승이라고 합니다. 우선 ‘예술나무운동’은 예술위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후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캠페인입니다. 문화예술을 ‘우리가 함께 키워야 하는 나무’로 형상화해서 문화예술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후원 문화를 활성화해 많은 예술인이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예술나무운동은 문예진흥기금이 고갈되는 것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문예진흥기금은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사회적·경제적 소외계층에게 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973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영화관 및 공연장, 박물관, 전시장 등의 입장료에서 일정 비율을 징수해 기금을 모금하는 방식이었죠. 그런데 이러한 모금 방식이 국민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과 2003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2004년부터 모금이 중단되었습니다. 그 후로 재원 확충을 위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로 문예진흥기금 운영이 이어지다 보니 차츰 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도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문예진흥기금을 확충하기 위한 자구책으로서 2012년 예술나무운동이 발족됐고 2013년부터 본격적인 캠페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012년 예술나무운동 발족식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Q. 예술나무운동의 주요 사업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수익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예술나무운동은 우리나라 문화예술 후원의 총량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문화예술 후원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문화예술 후원의 필요성에 관한 대중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후원자가 후원의 취지에 공감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며 후원의 명분과 의의가 명확하면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낼 수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술나무운동의 후원금으로 처음 진행한 사업은 ‘예술영재 지원사업’이었습니다. 이는 도움이 필요한 예술 영재에게 후원금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2021년 부소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박재홍(2014년 지원)과 제주도를 기반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10대 동화작가 전이수(2018년 지원)를 비롯해 바이올린, 전통무용, 현대무용, 가야금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 영재를 발굴해 지원했습니다. 사실 일반적인 공공 기금으로는 예술 영재를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 예술나무운동을 통해서는 더 많은 예술 영재를 지원할 수 있어서 무척 뜻깊은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예술나무운동을 기점으로 문화예술 후원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2014년에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고, 이 법률에 따라 문화예술 후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사업을 예술정책·후원센터에서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문화예술후원우수기관과 문화예술후원매개단체를 인증하는 ‘문화예술 후원 인증제도’가 있습니다. 문화예술 후원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기업과 기관에 포상과 함께 임직원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의 혜택을 주는 제도입니다. 기업과 문화예술단체의 소통을 돕고 후원을 매개하는 문화예술후원매개단체에도 인증과 함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처럼 더 많은 예술 후원자가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저희는 피드백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는 신규 사업을 구상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문화예술단체에 기부금을 대신 전달하거나 예술인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지속적인 예술 활동을 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마중물 금액을 지원하는 ‘크라우드펀딩 지원사업’ 등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예술나무운동의 사업 운영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예술나무운동은 올해로 11년 차가 되었습니다. 우선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문화예술계의 후원 총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되 기업의 참여를 더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 후원을 어려워하는 기업에 정보를 제공하며 ‘아트너스 클럽(Artners Club)’을 통해 예술단체와 기업을 매개하고 소통을 돕는 전문 인력인 문화예술후원매개전문가를 양성하고 있고요. 민간 후원의 가교 역할을 하는 전문 인력이 늘어나면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이 성사되는 일도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밖에도 페스티벌을 즐기면서 문화예술 후원도 함께할 수 있는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과 어린이·청소년 중심의 공연장인 ‘아르코꿈밭극장’(옛 학전소극장)을 운영하기 위한 ‘꿈밭 펀딩’ 등 다양한 행사와 사업을 기획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문화예술 후원의 즐거움을 알리다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
Q. 2023년에 예술나무운동 10주년을 기념하며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이 처음으로 개최되었습니다. 문화예술 후원의 취지를 페스티벌이라는 형식과 결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24년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을 담당하고 있는 예술위 예술정책·후원센터 차장 성윤진입니다. 예술위에서는 2013년부터 예술나무운동의 홍보를 위한 캠페인을 꾸준히 벌여 왔습니다. 2023년에는 예술나무운동 10주년을 맞이해 좀 더 적극적이고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던 중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페스티벌 문화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취지를 갖고 뜻깊게 기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페스티벌에 즐겁게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후원에 동참할 수 있고 놀이가 곧 기부가 되는 페스티벌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기획 의도로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이 만들어졌습니다.
Q.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관객에게 예술나무운동을 알리기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하셨나요?
문화예술 후원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홍보 부스를 여러 곳에 설치하고 방문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부스와 이벤트도 다양하게 마련했습니다. 우선 공연과 공연 사이의 전환이나 아티스트가 무대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막간을 활용해 ‘예술나무 타임’을 운영했습니다. 뮤지컬 배우 송용진 님의 진행으로 예술나무운동의 취지를 설명하고 예술인과 직접 인터뷰를 하며 문화예술 후원이 왜 활성화되어야 하는지를 관객분에게 알렸습니다. 예술나무 타임 동안에 예술나무 후원에 참여한 관객분을 대상으로 추첨 이벤트도 진행했고요.
공연 중간중간의 쉬는 시간에 관객분들이 둘러보실 수 있도록 다양한 부스도 설치해 운영했습니다. ‘예술나무 뉴스레터’를 구독하면 룰렛을 돌릴 수 있는 이벤트, 간편하게 예술나무를 후원할 수 있는 키오스크 등도 마련해 놓았고요. 현장에서 후원에 동참해 주시는 분을 위한 선물로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의자를 준비했는데 예상보다 호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페스티벌을 진행하다 보니 돗자리보다는 좀 더 편안하게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 있는 간이 의자를 찾는 관객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마침 페스티벌을 즐기는 데 필요했던 종이 의자를 선물로 드리니까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또 예술위가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를 지원하고 있는 만큼 페스티벌을 통해 여러 장르를 한자리에서 만나보실 수 있도록 아티스트 라인업은 물론이고 프로그램 부스도 다채롭게 마련했습니다. 대중음악과 클래식, 재즈, 전통음악, 인디밴드와 뮤지컬 등 여러 장르의 뮤지션으로 구성했고 문학을 접할 수 있는 ‘문학주간’ 부스, 무용 장르를 소개하는 ‘댄스 필름 상영회’ 그리고 시각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의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ESG 예술 마켓’도 운영했습니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잘 알려진 발달장애인 정은혜 작가님이 직접 참여해 사인회와 라이브 드로잉 이벤트도 진행했고요.
Q. 2023년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의 성과는 어땠나요? 티켓 판매 수익금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2023년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에 찾아와 주신 관객은 총 9천여 명이었습니다. 페스티벌을 통해 예술나무운동의 정기 후원자와 일시 후원자가 총 300여 명 증가했습니다. ‘예술나무 뉴스레터’ 구독자와 SNS 구독자도 약 3천 명이 증가해 예술나무운동을 더 잘 홍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요. 작년에 티켓 판매로 발생한 약 1억3,000만 원의 수익금은 현재 고립·은둔 청년의 문화예술 활동 지원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Q. 2023년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에서는 ‘리베란테’의 멤버 김지훈 님의 선한 영향력이 크게 주목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이 문화예술 후원의 활성화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체감하신 바가 있는지, 관련 사례와 함께 말씀해 주세요.
페스티벌은 참여 아티스트를 보러 오는 관객이 많은 만큼 아티스트의 영향력도 큰 편입니다. 그래서 참여하는 아티스트에게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의 취지를 꼭 설명해 드리는데, 김지훈 님의 기부는 예술위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김지훈 님은 평소에도, 음악에 뜻은 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립준비청년을 후원하는 데 관심이 많으셨다고 합니다. 문화예술 후원에 대한 아티스트의 관심과 확고한 의지가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을 만나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지훈 님의 기부를 계기로 리베란테 팬클럽과 김지훈 팬클럽에서도 예술나무 후원에 지속적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올해 7월에도 김지훈 님의 생일을 맞아 김지훈 팬클럽에서 문화예술 후원을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해 수익금 전액을 기부해 주셨고요. 2020년에는 음악 영재를 위해 꾸준히 후원해 온 가수 헨리 님이 예술나무에서 시상하는 ‘2020 올해의 예술후원인대상’을 수상했는데 그때도 팬클럽에서 함께 기부해 주신 사례가 있습니다.
사실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의 취지를 잘 모른 채로 페스티벌에 오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런 분들에게도 문화예술 후원의 필요성과 페스티벌의 취지를 함께 설명해 드리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러 왔을 뿐인데 기부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뿌듯해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부는 어려운 일이 아니며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재밌게 할 수 있다는 것임을 페스티벌을 통해서 널리 알리고 싶었는데 아티스트와 함께 지속적으로 후원에 참여해 주시는 팬덤의 사례를 보면 이 부분에 많이 공감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Q. 다가오는 10월,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이 다시 한번 개최될 예정입니다. 올해 페스티벌의 소개와 함께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 주세요.
2024년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은 10월 5일에 개최될 예정입니다. 올해는 온 가족이 잔디밭에 앉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을 만들어 보고자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 수 있는 놀이터도 준비하고 있고요. 올해 페스티벌을 통해 마련하는 수익금과 모금액은 대학로 소극장 ‘학전’ 자리에 생긴 어린이·청소년 중심 공연장인 ‘아르코꿈밭극장’의 운영을 위한 ‘꿈밭 펀딩’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또 예술위 자회사인 골프장 ‘뉴서울CC’를 활용해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처럼 야외에서 문화예술과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행사를 만들어 보고자 새롭게 기획하고 있습니다.
*2024년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의 상세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artforr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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