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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진흥기금의 안정화를 위한
실천적 노력과 전략

현재 문화예술진흥기금은 적립금 고갈과 자체 수입 부족으로
타 기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 기초 문화예술 활동
지원을 위해 기금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방안이 다양하게 제안되었지만
이해당사자 간의 의견 차이나 법적 근거 부족을 이유로
실현되지 못하고 현재에 이르렀다. 이번 원고에서는 기금 안정화를 위해
어떠한 실천적 전략이 가능한지 논의해 보고자 한다.
글_윤소영(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문화예술진흥기금
모금 시작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국민의 기초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유일한 재원은 ‘문화예술진흥기금’이다. 문화예술진흥기금은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한 사업이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문화예술진흥법」 제16조(기금의 설치 등)에 근거하여 1973년도에 설치되었다. 영화관에서 시작하여 고궁, 박물관, 공연장, 사적지, 미술관, 국가지원문화재 등으로 모금 대상을 확대하였고, 입장료의 2.0~8.5%를 부가한 모금액은 2000년 당시 2,700억 원에 이르렀다.
2000년도에 정부는 공연장 등을 이용하는 시민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행정규제기본법」의 규제정비계획에 따라 공연장 이용자 등에 부과하던 모금제도는 2004년 12월 31일까지만 효력을 갖는 것으로 법을 개정하였다. 그런데 2002년 헌법재판소에 문화예술진흥기금의 모금제도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이 접수되었고, 2003년 12월 18일 헌법재판소는 영화관 등의 이용자에게 부과되던 문화예술진흥기금 납입금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며 문화예술진흥기금의 모금제도 존속 기한을 2003년 12월 31일로 단축 변경하였다.
이때 헌법재판소는 9인 재판관 중 8인의 위헌의견으로 위헌을 결정하였는데, 그중 재판관 4인은 문화예술진흥기금 납입금이 특별부담금으로서 헌법적 허용 한계를 벗어나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를 제시하였으며, 다른 재판관 4인은 법 조항이 헌법 제75조의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했다는 이유를 제시하였다. 전자는 특별부담금이 특정한 공익 목적을 위해 일부의 사람에게만 부과하는 것임에도 공연 관람자가 예술 감상을 통해 느끼는 정신적 풍요와 관련해서 일정한 집단의 수익으로 특별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후자는 모금액의 상한, 모금액 산정의 기준, 모금 및 납부의 절차와 방법 등 최소한의 기준을 정하고 나머지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입법위임을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련 법률에 규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한편 헌법상 위헌결정은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다른 이유를 들어 위헌 사유를 제기한 것의 기속력이 가능한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2004년 이후 문화예술기금 재원 중 이자수입과 함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모금제도가 폐지되면서 기금의 적립금이 급격히 감소하였고 현재는 적립금이 고갈된 상황이다. 이에 문화예술진흥기금은 재원 확보를 위해 관광기금과 체육기금 전입(2016년~) 및 일반회계 전입(2018년~) 그리고 복권기금(「복권 및 복권기금법」 제23조 제3항 제4호에 근거) 전입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2023년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수입 총액 5,396억3,700만 원을 기준으로 건물 대여료나 민간 출연금이나 시설 운영수익금 등으로 구성된 자체 수입은 615억5,500만 원(11.41%)에 불과하며, 일반회계나 타 기금의 전입금은 3,738억9,600만 원(69.29%)으로 전입금의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문화예술진흥기금 주요 수입 구성(2023년 기준) ⓒ문화체육관광부(2023), <예산및기금운용계획 설명자료>

문화예술진흥기금 주요 수입 구성(2023년 기준)
ⓒ문화체육관광부(2023), <예산및기금운용계획 설명자료>.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사용은 「문화예술진흥법」 제18조(문화예술진흥기금의 용도)에 근거한다. 기금의 주요 단위사업으로는 예술창작 역량 강화, 지역문화 예술 진흥, 예술 향유 기회 확대가 있으며, 예술창작 역량 강화와 예술 향유 기회 확대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문화예술진흥기금 주요 단위사업의 지출 동향(2019~2023년)ⓒ문화체육관광부(각 연도), <예산및기금운용계획 설명자료>.

문화예술진흥기금 주요 단위사업의 지출 동향(2019~2023년)
ⓒ문화체육관광부(각 연도), <예산및기금운용계획 설명자료>.

문화예술진흥기금과 관련된 다양한 논의와
그동안의 노력을 요약하다
그동안 문화예술진흥기금과 관련해서 ‘자체 수입이 과소’하고 ‘타 기금으로부터 전입받고 있는 재원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자체 수입이 적어 다른 기금에서 전입해서 쓰다 보니 원래 문화예술기금의 목적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되었다. 예를 들어 문화예술진흥기금 내 복권기금 전입 구성비가 계속 늘어나면서[2010년 4.72%(237억 원) → 2019년 22.53%(1,056억 원) → 2023년 45.20%(2,439억 원)] 복권기금은 지출 목적이 ‘소외 계층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로 한정되어 있기에 문화예술진흥기금의 본래 목적인 ‘예술인 창작지원’과는 괴리가 있다는 이슈가 제기되었다. 그리고 타 정부출연금과 부처 내 타 기금의 전입은 법적인 근거에 따라서 배분되는 법정배분이 아니라 매년 정부 내 재량적 결정에 의해 정해지는 임시방편에 불과한 불안정한 재원이라는 문제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복권기금의 문화예술진흥기금 전출 비율을 상향하는 방안이나 타 기금의 전입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가장 많다. 우선, 복권기금의 65%를 사용하는 공익사업에서 문화·예술진흥 사업에 배분하는 비율을 총액 대비 10% 이상의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이 검토된 바 있는데, 이 방안은 영국과 호주가 복권기금 수익금 중 25% 이상을 문화예술 분야에 배분하고 있는 점을 참고하여 제기된 것이었다. 그러나 재정 당국에서 이는 「복권 및 복권기금법」의 법정배분 취지에 적합하지 않고 수혜기관의 반발이 우려된다며 반대하여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였다.
한편, 타 기금의 전입에 대한 법적 근거를 위한 개정안도 발의(김영주 의원, 2018년 11월 발의)되기는 했으나 임기가 만료되어 폐기된 바 있다. 2018년 5월 31일 개최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문화예술진흥기금에 대한 국민체육진흥기금 출연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구체적으로 「국민체육진흥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체육진흥투표권 수익금의 체육·문화예술지원사업 할당 비율을 5%에서 10% 수준으로 상향하고 지원사업 중 체육과 문화예술의 비율 또한 기존의 7:3에서 3:7로 변경하여 증가된 재원을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출연하자는 내용이었으나, 이해당사자의 반대로 인해 추진되지 못하였다.
복권기금 배분과 우선 지원분야 ⓒ동행복권

복권기금 배분과 우선 지원분야 ⓒ동행복권

기금 안정화를 위한
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적립금 감소로 인한 기금 고갈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재원을 마련하는 다양한 방안도 제안되었다. 예를 들어 부가가치세·교육세·개별소비세와 같은 간접세의 일부를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조성하는 방안, 문화세로서 간접세를 도입하는 방안, 담배세로부터 전입한 새로운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 기금재원 조성방법으로 합법적인 모금제를 위한 방안 등을 통해 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각적으로 검토된 바 있다.
그러나 2024년 행정부는 부담금 원점 재검토를 통한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영화 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와 출국납부금 부담금 인하 및 면제 대상 확대 등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을 폐지하여 국민 체감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시행하고 있다. 더욱이 현 재정 당국의 재정건전성과 지출 재구조화에 집중된 정책 기조에 근거해 볼 때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새로운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 말고도 다른 제안이 요구된다.
이러한 전략적 모색 과정에서 제기된 방안이 융합계정의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다. 융합계정은 그동안 기금에 대한 논의가 일부 재원의 전출입과 관련된 논의로부터 시작되었던 것과는 달리, 문화 분야 사업의 융합적 성격과 재정 관리의 혁신 차원에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기금 간 여유 자금의 격차가 심하여 내부 거래가 복잡한 점, 기금 간 사업 범위가 중첩되는 점 등 재정 칸막이로 인한 기금 운용상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혁신적인 관리 체계 방안으로서 융합계정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제안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기금 6개를 유지하되 융합계정을 설치하여 기금별로 일정 수준의 재원을 전출하고, 융합계정으로 융합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이는 기금별로 유사 성격의 사업을 통합하거나 각 분야 간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사업을 신규로 추진하여 정책 환경의 변화와 국민의 삶의 질 제고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융합계정을 계기로 문화체육관광부 실국 간의 ‘사일로 효과(Organizational Silos Effect)’1를 완화하여 협업 증진, 소통 증진, 시스템 사고를 통한 학습 조직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그러나 융합계정의 설계와 운영 방식과 관련해서 융합계정 설치에 대한 법적 근거, 운영 기관 선정 등 운용상의 어려움에 대한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 더욱이 융합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각 기금에서 일정 정도의 재원을 융합계정으로 전출해야 하는데 여유 재원이 없는 문화예술진흥기금의 경우에는 융합계정에 전출하고 나면 고유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재원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각 기금의 고유사업과 융합사업에 대한 재원 배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2022년에 제20대 윤석열 정부가 새로 출범하면서 정부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물가, 금리 등 거시경제 변수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확장적 재정이 아닌 긴축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등 재정정책의 대전환을 선언하였다. 이로 인해 국고보조금 및 지방보조금 사업의 구조조정과 부정 수급 검증 강화, 경제범죄 대응 역량 강화, 금융시장 선진화, 해외투자 유치 및 사업 수주 활성화,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재무 효율화 등을 주요 재정정책의 기조로 내세우고 하나씩 실천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국민의 기초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유일한 재원인 문화예술진흥기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적용할 것인가를 시급히 정해야 한다. 다양한 논의를 넘어서 이제는 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는 방안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타 기금 수익금에 대해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의 ‘전입 근거와 비율’을 정해서 법적인 근거를 만들든가, 2003년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 이전으로 돌아 갈 수 있는 ‘합법적인 모금제’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든가, 융합계정을 통해 새로운 문화예술 환경에 대응하는 융합적 문화예술지원사업의 모델을 개발하든가 아니면 특정목적이라는 제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특별회계 신설을 검토하는 등의 현실적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여 이제는 이를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1. 조직의 부서들이 타 부서와는 소통하지 않고 자기 부서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현상.
윤소영
윤소영(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문화재정의 혁신을 위한 방안과 문화·체육·관광 분야 재정 운용 방안에 관심을 집중해 왔다. 2024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기금 안정화 및 연계 활용방안 연구>를 통해 기금 안정화를 위한 정책방향과 정책과제를 제안하였다. 그동안 진행한 관련 연구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문화재정 대응방향>, <분야별 종합 지출구조조정 및 관리지원-문화·체육·관광분야>, <2019~2023 국가재정운용계획수립 지원사업-문화·체육·관광분야>,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재원 확충에 관한 연구>, <문화분야 재정구조 개선 및 신규과제 발굴>, <문화예산 세출구조 개혁 연구> 등이 있다.

  • heysong5020 2024-09-03 17:51:39

    잘 읽고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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