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예술법인·단체의 재정 변화
공공 지원금은 증가, 재정 자립도는 감소
공공 지원금은 증가, 재정 자립도는 감소
2010년대 이후 문화예술 부문의 공공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다양한 사업과 형태를 통해 문화예술계로 지원금이 유입되고 있다. 언뜻 보면 필요하고 좋은 현상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문화예술단체의 재정 건전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또한 물가 상승, 단체 수의 증가에 따른 재정 수요도 많아지면 공공 재정의 뒷받침도 결국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
[그림 1]은 문화예술단체 중 「문화예술진흥법」에 의해 육성이 장려되고 있는 전문예술법인·단체의 재원과 재정자립도의 변화를 보여준다. 공공 지원금의 증가에 반비례하여 자체 수입은 감소하고 있어 재정자립도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부금의 비율이 몇 년간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가 코로나19 확산 시기 이후 더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림1] 전문예술법인·단체 재원 구조의 변화(2016~2022년)
이는 전문예술법인·단체로 유입되는 기부금이 유의미하게 낮지는 않으나 기존 기부자에 더해 새로운 기부자의 유입이 도드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향후 적극적인 정책 수립과 시행 그리고 단체의 자체 노력을 통해 문화예술 분야에 민간 재원의 유입이 더 활발해지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평균의 눈속임
예술단체의 기부금 비중은 정말로 낮을까?
예술단체의 기부금 비중은 정말로 낮을까?
우리는 같은 성격을 지닌 무언가의 특징을 찾을 때 보통 그것들의 합계나 평균을 많이 계산한다. 동일한 성격의 집단이 지닌(또는 보여주는) 속성을 숫자로 표현한 수치를 모두 더한 다음에 규모가 어떻다고 얘기하거나 평균을 구하고 나서 그 집단의 성격은 어떠하다거나 앞으로 이렇게 될 것이라는 식으로 예상한다.
특히 매년 자료가 쌓이는 경우에는 자료의 추이를 보고 과거에는 어떠하였고 미래엔 이렇게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편리해 보이는 합계나 평균값을 통한 분석은 때때로 오류를 낳기도 한다. 자료 안에 평균에서 많이 벗어난 극단값이 몇 개 있거나 집단 간 차이가 분명한데도 무시해 버리면 평균값은 오히려 상황을 제대로 보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1
<표 1>은 「문화예술진흥법」에 의해 문화체육관광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전문예술법인 또는 전문예술단체로 유입된 기부금의 현황이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개인의 기부금은 연평균 2.0% 정도 증가하였으나 기업의 기부금은 매년 3.0% 정도 줄어들었다. 다만, 해당 기간 전체 기부금 중 개인과 기업의 비중은 1:3 정도로 기업의 기부금이 약 3배 더 많다.
<표1> 전문예술법인·단체의 기부금 수입 현황(2016~2022년)
그렇다면 다음으로 이러한 기부금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예술단체의 재원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전문예술법인에는 재단법인과 사단법인이 포함되어 있는데 재단법인 형태의 전문예술법인은 대부분 중앙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출연 기관이어서 이들 기관에 이전되는 정부예산(공공 지원금)이 다른 전문예술법인·단체와 상당히 큰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 이들 단체는 민간 예술단체로 보기 어렵거나 유입된 기부금은 다시 문화예술계로 배분(지원)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들 기관의 재정을 제외하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2년의 전문예술법인·단체의 지정 형태별 재원 현황을 재원별로 나누어 살펴보자.
2023년도에 실시한 조사에 응답한 법인·단체(1,087개2)의 2022년 평균 총수입액은 27억2,400만 원으로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재단법인(124개3)만 별도로 보면 평균 총수입액이 216억7,800만 원으로 전체 평균의 8배에 이르며, 전체 기부금4 중 재단법인이 수령한 기부금은 184억5,600만 원으로 4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단법인의 재원 중 기부금 비중은 0.7%로 전체 기부금 비중(1.3%)보다 낮다.5 이렇게 기부금의 비중이 낮은 이유는 재단법인이 매년 고정적인 출연금이나 보조금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다 기부금 모집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재단법인의 주요 사업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재단법인은 기부금의 비율보다 금액 자체(1억4,900만 원)에 주목하는 편이 낫다. 왜냐하면 이러한 재단에 대한 기부금은 그 재단법인이 지역문화재단 또는 공공기관일 경우에 결국 문화예술계로 다시 이전되기 때문이다.
한편, 재단법인을 제외한 나머지 법인·단체(비재단법인)의 평균 총수입은 12억4,500만 원으로 평균보다 낮고, 평균 공공 지원금도 7억3,100만 원으로 재단법인에 유입된 공공 지원금 비중(83.9%)과 비교하면 25.2%p 낮은 58.7%이다.
비재단법인에 대한 기부 총액은 208억1,200만 원으로 총수입 2,726억300만 원 중 7.6%에 해당하며 전체 기부금의 총수입 대비 비중인 1.3%보다 높은 수준으로 우리나라 문화예술단체의 재원 중 기부금 비중이 1~3%대에 머물러 있다는 일반적 인식과는 다소 다른 수치를 보여준다.
금액도 전문예술법인·단체에 대한 평균 기부액은 3,600만 원이나 비재단법인 중 사단법인의 평균 기부액은 그보다 많은 5,000만 원이었으며, 임의단체(667개)에 대한 평균 기부액은 900만 원으로 총수입 대비 비중은 8.1%로 집계되었다.6
그렇다면 기부금의 총수입 대비 비중이 이전부터 그러하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7년도의 해당 수치를 찾아보면 9.6%로서 재단법인이 아닌 비재단법인의 유입 재원 중 기부금의 비중은 생각보다 낮지 않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기부금의 비중이 3가지 재원 중 지나치게 낮은 것은 명확한 사실이며 프로그램(공연 또는 전시) 중심으로 공공 지원금 집행이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단체의 총수입 중 기부금의 비중이 지금보다 높아져야 한다. 그럴 때 일반적인 운영이나 사업 형태가 일정 부분 정해져 있는 공공지원사업이 아닌 (단체가 정말 추진하고 싶어 하는) 다른 프로그램의 진행을 위한 재정도 더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우리나라 문화예술단체의
재원 구성 비교
재원 구성 비교
흔히 미국과 우리나라의 문화예술단체가 조성하는 재원의 비중을 비교하기 위하여 『전문예술법인·단체 백서』와 『기빙 유에스에이(Giving USA)』를 비교하곤 한다. 그러면서 기부액의 비중이 턱없이 낮은 우리나라 예술단체의 응답 결과를 놓고 앞으로 기부가 더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물론 맞는 주장이고 실제로 그렇게 되어야 ‘계란을 한 바구니에 넣지 말라’는 말처럼 위험(risk)이 분산될 수 있다. 그러나 『기빙 유에스에이(Giving USA)』의 자료는 비영리 분야 전체의 수치를 평균화한 것이므로 (상황이 다른 미국과 비교한다는 것도 조금 무리가 있지만) 정확한 비교를 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자료 중 문화예술에 국한된 자료를 찾아야 한다.
미국 비영리 예술단체의 재원 구성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크게 자체 수입, 공공 지원금, 기부금으로 나눌 수 있다. 자체 수입이 가장 큰 비중(60%)을 차지하고 있고 기부금이 자체 수입의 절반 수준인 30%이며 공공 지원금은 10% 정도로 가장 낮다. 미국의 자료를 비슷한 시기의 전문예술법인·단체의 자료와 비교하면 [그림 2]와 같다.7
미국은 자체 수입이 전체 재원 중 60%인데 우리나라는 18%에 머무르고 있는 반면, 기부금은 미국의 30% 대비 10분의 1 수준인 3.2%에 그쳐 민간 재원의 유입이 상당히 낮음을 알 수 있다.
[그림2] 문화예술단체의 재원 비율의 비교
문화예술 후원 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 사례 분석
세제 혜택 사례 분석
조세제도를 통해 문화예술계에 지원하는 것은 일반적인 보조금(지원금)을 통한 직접적 지원이나 시설 건립, 공간 제공 등을 통한 간접적 지원과는 또 다른 차원의 간접 지원정책의 일환이다. 정부는 일정 부분의 세입을 포기하면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직접적인 예산의 지출 대신 조세지출이라는 형태로 특정한 형태의 경제활동이나 목표를 장려하는 세제를 설정하고 시행한다.
조세지출은 「조세특례제한법」 제142조의2에 따라 “조세감면·비과세·소득공제·세액공제·우대세율 적용 또는 과세이연 등 조세특례에 따른 재정지원”으로 정의된다. 여러 형태의 조세지출 중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은 기업의 경우 손금산입8, 개인의 경우 세액공제9의 형태로 납세의 의무가 있는 자(개인이나 법인)가 법률에 규정된 내용에 따라 부과해야 할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거나 덜 내도록 하는 것이 제도의 골자이다.
문화예술 분야에 적용되는 조세지출은 크게 문화예술 활동과 관련한 세제와 소비자 및 후원자 관련 세제로 나눌 수 있다. 시장의 공급자라 할 수 있는 문화예술단체의 활동에 대하여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정부 지원에는 고유목적사업 준비금의 손금산입(법인세법), 문화예술 관련 재산에 대한 상속세 및 증여세 면제(상속세 및 증여세법), 예술 관련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감면(조세특례제한법) 등이 있다. 소비자 측면의 조세지출을 통한 정부 지원정책으로는 많이 알고 있는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소득세법 및 법인세법), 기업의 문화기업업무추진비 손금산입(조세특례제한법) 등이 있다.
이에 먼저 문화예술단체가 직접적으로 금전을 이전받을 수 있는 기부와 관련한 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으로 정부의 결단에 의한 법 제정으로 성공적인 문화예술 후원 확대라는 성과를 거둔 프랑스의 사례와 함께 우리 제도는 어떻게 정비되면 좋을지를 논의해 보고자 한다.
① 기부금 세제 혜택
직접적으로 문화예술단체가 체감할 수 있는 조세지출 정책은 개인이나 법인(기업)의 기부금이 단체로 이전되어 기부영수증이 발급되고 세액감면이나 세액공제가 이뤄지는 형태이다.
기부금은 민간의 금전이 문화예술단체로 이전되는 형태이므로 보조금과 같이 직접적인 지원이라 할 수 있다. 세액이 감면되거나 공제되는 형태의 혜택이 개인이나 법인에 주어지는데 법인의 경우에는 특례기부금이냐 일반기부금이냐에 따라 손금산입 가능 금액이 달라진다.
[그림3] 개인과 법인의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
2024년도에는 특히 개인기부금 중 고액 기부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이 한시적으로 상향 조정되었다. 3천만 원 초과 시에는 공제 비율을 전년 대비 10%를 상향한 40%로 설정하여 고액 기부를 장려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앞서 살펴보았지만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기부는 법인(기업)의 기부가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 분야가 아닌 타 분야에 대한 기부는 개인 기부가 좀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국세통계연보상 2022년도의 기부금 총액은 15.1조 원으로 전년 대비 5천억 원이 감소하였음에도 개인 기부액은 4천억 원이 증가한 10.7조 원이고 기업 기부액은 4.4조 원으로 전년(2021년) 대비 9천억 원이 감소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기업의 기부와 관련하여 고려할 점은 적어도 손금산입이라는 제도에서는 특례기부금과 일반기부금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일반기부금의 손금산입 한도가 소득금액의 10%인데 그만큼 기부하는 기업은 극히 드물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특례기부금과 일반기부금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과세 표준금액을 낮추는 손금산입이 아니라 실제로 쓴 만큼 세금을 줄여주는 세액공제를 생각할 수 있다. 다음 프랑스의 사례를 살펴보자.
② 기업의 메세나 활동 활성화를 위한
프랑스의 세제 혜택 사례
프랑스의 세제 혜택 사례
메세나(mécénat) 활동에 대한 세제 혜택이 가장 두터운 것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는 공익 목적의 문화예술 사업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민간의 참여 확대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2003년에 「메세나, 비영리단체 및 재단에 관한 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에서는 기업의 매출액에 따라 공제 한도액을 설정하고 일반적인 금전 지원(기부금)뿐만 아니라 구입한 예술품의 전시나 대여에 대해서도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이 제도의 효과는 그야말로 획기적이었다. 2010년 3.8억 유로였던 문화예술 지원액이 10년 후인 2020년에는 6.3억 유로로 66%가 증가한 것이다.
③ 문화예술 후원 확대를 위한
국내 세제 개편의 필요성
국내 세제 개편의 필요성
2021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에도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중요한 화두로 부각되고 기업들은 업종이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환경이나 사회, 지배구조에 관한 비재무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며 프랑스의 사례를 참고한다면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법인(기업)의 후원이 있을 경우에는 공제 대상 한도액을 설정하고 공제율 구간을 매출액을 기준으로 차등 설정하여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도 문화예술 후원에 참여하도록 이끌 수 있다. 또한 ESG 경영과 연계된 기업의 경영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도입을 모색할 수도 있다.
유사한 분야와 관련된 국내 제도로는 영상 콘텐츠 제작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를 들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영상 콘텐츠 제작자가 콘텐츠 제작에 소요된 비용의 일정 비율을 세금에서 공제하여 그만큼 세금을 덜 내도록 하는 것이다. 2017년에 시작된 이 제도를 통해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별 공제율을 각각 5%, 10%, 15%로 설정하였다. 2024년에는 한시적으로 각각 10%, 10%, 15%의 추가 공제가 가능하게 하여 영상 콘텐츠 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영상 콘텐츠 제작비용 세액공제의 확대는 제작자의 세 부담을 덜어주고 재투자를 유도하며 제작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나아가 콘텐츠의 품질이나 다양성 확보에 기여하게 되어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에서의 다양한 콘텐츠 제공 효과도 나타나는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의 세제 개편 방향에 포함된 영상 콘텐츠 제작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는 투자와 회수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반면, 문화예술에 대한 후원(지원)은 한계가 있는 공적 재원을 보완하고 문화산업의 기초가 되는 순수예술에 대한 기업의 참여를 촉진할 수 있으므로 이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해당 제도가 시행된다면 이것도 조세지출에 해당하므로 「조세특례제한법」상 조세지출보다는 「법인세법」의 개정을 통한 조세지출 방식이 낫다고 판단된다.10 또한 제도를 설계할 때 세제 관련법 개정 시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도 함께 개정하고 제도에 대한 주기적 조사·분석, 연구 등에 대한 의무 조항을 반드시 포함하여 실질적인 문화예술 후원 확대가 실현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정책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여기에는 아주 중요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지점이 있다. 세제 혜택을 강화하면 기업들이 후원을 더 많이 할 것이라는 가정은 ‘단기적 기부금 총액 증가’를 정책목표로 설정할 때는 아예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이러한 세제혜택이 강화되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기부금 모집에 신경을 많이 쓰고 노력해 와서 일정 성과가 있었던 법인이나 단체에서는 쉽게 말하면 기존 고객(기부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세제가 강화된다면 기업은 자신들이 잘 알고 있는 기존 단체를 택하여 기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단순히 법을 개정하고 세제혜택을 확대한다고 하여 후원도 늘어나리라고 기대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정성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문화예술 후원 활성화를 위한 제언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민간의 지원, 즉 후원 활동에 대한 세제 혜택은 분명히 현재보다 더 많은 자금의 유입을 촉발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즉, 정책적 판단에 의한 제도의 변화로 일종의 신호 효과(signal effect)가 작용하여 개인이나 법인의 기부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기부가 지닌 ‘자발성’을 생각한다면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민간의 기부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세제혜택 강화와 같은 정책 시행과 더불어 이해관계자 집단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첫째, 정부 및 공공기관이 문화예술의 가치 홍보와 후원의 매개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잠재 기부자를 지금보다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문화예술의 가치는 사실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문화예술의 가치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더라도 ‘나는 예술의 가치에 공감하니 예술에 기부를 하겠다’는 적극적인 행동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후원 매개자로서 공공기관이 보여주는 수치상의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다.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지역문화재단(광역문화재단, 기초문화재단)은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후원을 적극적으로 유도하여 기업과 개인의 기부를 이끌어내고 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감소한 이후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그림 4] 참고).
특히 지역문화재단에 대한 기부액은 재단 설립 증가 및 활동 확대와 맞물려 상승하고 있으며 평균 기부액도 2023년 기준 약 1억7천만 원으로 2021년을 제외하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림4]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공공문화재단에 대한 기부금 현황(2016~2023년)
다만, 현재처럼 각자 움직여서 성과를 내고자 하는 형태로는 문화예술의 가치를 사회에 알려 문화예술단체로 직접 유입되게 하거나 개인의 기부가 타 분야와 같이 상당한 비중으로 늘어나는 등 다양한 형태의 후원 성과로 연결되는 데 앞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제안하고 싶은 바는 문화예술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공동의 브랜드를 만들거나 정기적/비정기적인 활동과 협업을 통해 국민이 그 가치를 체감하고 잠재 기부자가 될 수 있도록 문화예술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지원사업을 하든 시설을 운영하든 기관 홍보를 하든 모든 장소와 기회를 활용하여 문화예술의 가치와 후원의 필요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
둘째,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미래 문화예술 후원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단체의 노력이 핵심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문화예술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예술인의 응답 결과와 달리 설문에 응답한 국민은 상당히 높게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1
후원(기부)이라는 시장에서 개인이나 법인을 대상으로 기부금을 이끌어내기 위해 문화예술단체에서 하고자 하는 활동이 포함되는 제안서는 시장에서 언급되는 상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제안에 의해 실현되는 결과물(공연이나 전시 등)은 재화나 서비스로 간주될 수 있다. 기부금이 이전되는 시장에서 문화예술 분야만 바라보는 잠재 기부자는 물론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분야별로 자신들의 특장점을 내세워 기부의 명분이나 기부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를 포함하지 않는다면 문화예술에 필요한 개인 후원을 확대하여 안정적으로 단체 경영을 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또 ESG 경영과 연계되거나 기업의 업(業)과 연결된 문화예술 후원을 기업에서 추진하고자 할 때, 제안서를 제출하기 전에 필요한 일은 단체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단체의 재정 상황을 외부에 알리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지속가능한 운영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물론 문화예술단체 홀로 이런 일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화예술 후원의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의 변화를 제외하고 첫째로 제안한 정부 및 공공기관의 업무에 문화예술단체가 필요한 작업, 예를 들어 제안서 작성, 펀드레이징(fundraising)의 실제, 잠재 기부자를 찾는 과정, 연간리포트(annual report) 제작, 기업과의 만남 등은 단체로서는 시작하기가 막막할 수 있으니 물꼬를 틀 수 있는 작업을 공공부문에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이 과정도 문화예술 가치의 확산과 후원으로의 연결 과정에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일반 국민도 문화예술의 가치를 상당한 수준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한 인식을 더욱 확산하고 후원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공공과 민간(문화예술단체)이 협업한다면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미국의 한 유명한 주립대학 학과별 졸업생의 평균 연봉을 조사한 결과, 특정 연도의 지리학 전공 졸업생 평균 연봉이 갑자기 많이 올라간 적이 있었다. 원인을 찾아보니 한 명의 졸업생 연봉이 평균 연봉의 수치를 아주 많이 끌어올렸는데 그 졸업생이 바로 프로농구의 전설로 회자되는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이었다.
- 전문예술법인 417개, 전문예술단체 670개가 응답하였다.
- 설문에 응답한 1,087개의 법인・단체 중 재단법인의 수는 124개로서 그중 상당수는 지방자치단체가 출연하여 설립된 지역문화재단일 것으로 추정된다.
- 1,087개 법인·단체의 392억6,800만 원
- 재단법인 124개가 받은 공공 지원금은 2조2,544억5,200만 원으로 전체 공공 지원금(2조4,450억5,500만 원) 중 92.2%에 달한다. 즉 사단법인, 임의단체, 사회적협동조합의 지위를 가진 전문예술법인·단체가 받은 공공 지원금은 전체 대비 7.8%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 물론 총수입 자체가 1억1,400만 원으로 다른 유형 대비 아주 낮은 수준이므로 총수입액 자체가 늘어나야 할 상황이나 비율만 살펴보면 그러하다는 의미이다.
- https://www.americansforthearts.org/by-program/reports-and-data/legislation-policy/naappd/sources-of-revenue-for-nonprofit-arts-cultural-organizations (접속일: 2024. 7. 9.)
- 기업 회계 및 세무에서 사용하는 용어로서 특정 비용이나 손실을 손익계산서상의 비용으로 인정하여 세법상 과세소득에서 차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기업에서 발생한 비용이나 손실을 세금 계산에 반영함으로써 과세소득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납부해야 할 세금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 납세자가 납부해야 할 세액에서 일정 금액을 직접 차감할 수 있는 혜택을 의미하며 세금 감면의 한 형태로 세액에서 직접 공제되므로 세율에 상관없이 동일한 금액만큼 세금을 줄일 수 있다.
- 물론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도 필요할 것이다.
- * 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2023), 「2023 한국문화예술위원회 50주년 대국민 인식조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2021), 「예술지원정책에 대한 인식과 미래수요 조사 연구」.** 예술인 대상 설문은 5점 척도로 설계되어 100점으로 환산한 결과이고, 일반 국민 대상으로 진행된 유사한 설문에서는 10점 척도로 설계되어 100점 기준으로 환산한다면 예술인의 응답 결과보다 높지는 않으나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음.
- 예술인의 인식도는 61.2점, 일반 국민은 7.7점으로 집계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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