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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창조의 기쁨을 공유하는 지원사업의 내일을 위해
정준화 지원총괄부장 인터뷰

2023년도 문화예술진흥기금 공모사업 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그동안 현장에서의 불편 사항을 반영해 이번
공모사업 제도를 개선했다. 예술인의 편의 제고와 정책의 안정성 유지,
심의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변화가 이뤄진 가운데
이번 공모사업을 총괄한 정준화 부장에게 개선 이유와 전망을 물었다.


글_ 편집실 | 인터뷰이_ 정준화(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총괄부장)
달라진 문화예술진흥기금 공모사업
편의성, 안정성, 공정성 강화
Q. 이번 2023 공모사업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공모사업 개선을 위해 어떤 의사 결정 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예술진흥기금 공모사업(이하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과 심의제도, 관련 시스템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지원총괄부장 정준화입니다. 사업 설명회와 홈페이지를 통해 2023년도 공모사업의 개선 사항을 크게 세 가지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예술인 편의성 제고, 지원정책 안정성 유지, 심의 공정성 강화로 이는 직원들과 실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던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인지하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개선 방안을 찾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9개의 공모사업 추진 부서가 복잡하고 지난한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쳤습니다. 먼저 각 사업 부서에서 생각하는 이슈를 취합한 뒤 기획조정부와 공유해 추진 전략을 잡고, 공모사업 부서 전체가 모이는 1차 워크숍을 통해 개선이 필요한 의제를 설정했습니다. 이후 8월까지 부서마다 해당 이슈에 대한 예술 현장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고 이를 다시 모아 2차 워크숍에서 개선안 초안을 만들었습니다. 임원과 위원회 보고 후 3차 워크숍을 통해 개선안을 확정한 후 최종적으로 위원회 의결을 거쳐 9월 30일 설명회에서 발표됐습니다.
일련의 과정에서 열심히 논의했음에도 결론에 이르지 못한 과제도 있었고, 합의는 이뤄졌지만, 준비 과정이 부족해 미뤄야 했던 과제도 있습니다. 여러 예술인들께서 의견을 주셨던 지원 신청서 양식 개선, 그러니까 간소화 문제는 공모 시기의 일원화와 과정 및 준비 지원을 통합하는 ‘창작의 과정’이 더 급하다는 판단하에 올해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예술인들께 죄송한 마음이고 내년 공모사업에서 해결해야 할 첫 번째 숙제로 설정해두고 있습니다. ‘창작의 과정’도 당초에는 분야별로 지원금 등의 차이가 없게, 단일사업으로 동일 양식, 동일 기준을 적용하려 했지만, 그동안 진행해 온 개별 사업의 특성이 있어서 거기까지는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예산 편성 항목의 확대 역시 개선안으로 고민했습니다.

2023 공모사업 운영방향과 주요 개선사항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난 2년간 중단했던 오프라인 공모사업 설명회를 다시 시작하면서 지역을 찾아가는 설명회도 계획했는데 의사 결정 당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해 취소하게 됐습니다. 논의 과정에서 설명회만큼 현장에 찾아와 담당자를 직접 만나 궁금증을 해소하려는 수요와 만족도가 높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설명회 이후 사전 질의를 받고 각 사업 단위 별로 줌(ZOOM)을 활용한 온라인 질의응답 및 컨설팅 시간을 마련했는데, 생각보다 참여자가 너무 적었습니다(웃음). 심의 이후 이번 실패 원인을 다시 고민해서 소통방식의 대안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변화의 계기와 전망
Q. 공모 시기 일원화, 과정 및 준비지원 사업 통합처럼 예술인의 편의를 고려한 변화가 돋보입니다. 기존 지원사업의 진행 과정 중 예술인들이 많이 언급했던 불편 사항, 반대로 진행 기관의 입장에서 진행 과정의 애로 사항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지난해에는 정시공모 1차, 2차, 별도공모로 사업공고가 나갔는데, 예술현장에서 각 사업별 진행 일정을 알 수 없는 불편함이 있어 이 문제를 해소하고자 했습니다. 나아가 굳이 정시공모라는 말이 필요 없도록, 10월 초면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의 공고가 나는 것을 누구나 예측할 수 있도록 정례화하고자 했습니다. 공모 시기를 통일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었습니다. 특히 사업 수가 많은 공연예술부는 심의 전 담당자별로 수백 건이 넘는 지원신청서를 검토하고 분석한 뒤, 11월 중순부터 4주 동안 매일 심의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단순한 실수가 선정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경험이 많아도 늘 긴장감을 놓지 않고 집중해야 하는데 4주 동안 매일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심의과정에서는 어떤 오류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구성원 모두 최선을 다해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도록 노력했습니다.
공모 시기와 관련해 ‘아트누리’에 대해 광고하고 싶은데요. 지원사업 신청을 위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유관기관, 지역재단 사이트에 수시로 들어가 새로운 사업공고가 올라왔는지 확인하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있습니다. 아트누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예술지원사업 정보 통합 안내 플랫폼으로, 예술인 및 단체가 필요한 지원사업 정보를 쉽게 찾아 적시에 신청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분야 공공기관, 지역문화재단 등 99개 기관의 지원사업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제공합니다. 현재 관심분야나 지역을 설정해두면 사용자에게 알림이 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부터는 좀 더 편리하게 이용하실 수 있으니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2023 공모사업 운영방향과 주요 개선사항

2023 공모사업 운영방향과 주요 개선사항 (바로가기)

Q. ‘경력 및 활동의 제한 기간 폐지’의 경우 활동을 입증하기 어려운 예술인들에게는 좋은 변화인 반면 경력을 쌓아온 예술인에게는 불리하게 적용될 수도 있을 거라 예상됩니다.
당초의 개선안은 국정과제인 경력 단절 이음 지원을 반영해 임신, 육아, 출산, 병역 등 경력 단절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 해 기간을 2년 추가하는 안이었습니다. 가령 지원 자격이 ‘최근 5년간 2회 이상의 전시기획’이라면 사유에 해당하는 지원자는 ‘최근 7년간 2회’가 적용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논의를 계속하다 보니 경력 단절의 더 큰 원인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있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최근 몇 년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코로나로 인해 예술 현장과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던 예술인들이 너무나 많고 이에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제한 기간을 폐지하게 됐습니다. 활동 실적의 경우 양식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의 고민이 있었는데 결론은 신청자가 자유롭게 내세우고 싶은 본인의 활동과 경력을 기술하도록 했습니다.
제한 기간 폐지가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경우는 아마도 최근 3년간의 활동 실적이 다른 신청자보다 뛰어나다 정도일 듯합니다. 이 경우에도 최근의 주요 실적을 강조해 기술할 수 있으므로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번 변화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창작의 과정에서 소외됐던 많은 예술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Q. 이번 공모사업 중 심의의 공정성을 위해 마련된 내부 장치나 제도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또한, 공정성을 위해 수치화한 기준을 일괄 적용해 선정하는 방식은 불가피한데 이를 보완할 방안과 계획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 심의와 관련해 NCAS 외에도 심의위원 관리 시스템과 심의 자료 공유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번 공모의 개선 사항 중에 ‘중복 심의 금지’가 있습니다. 동일한 심의위원이 동시에 복수의 심의에 참여할 수 없게 해 심의의 충실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자 한 것인데요. 이를 구현하기 위해 심의위원 관리 시스템에 신호등을 달았습니다. 특히 공모 시기가 일원화된 상황에서 여러 부서에서 동시에 심의가 진행되면 실시간으로 300명이 넘는 심의위원 선정 현황을 모니터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를 사전에 확인하기 위해 심의위원 후보로 올라가 있는 경우, 섭외가 진행 중인 경우, 섭외가 완료된 경우를 각각 신호등처럼 표시해 중복 심의를 방지했고 실제로 중복 사례가 없었습니다.
수치화한 기준의 적용은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지원 심의는 합의제가 아닌 채점제가 원칙이며, 이는 예술을 계량화해야 하는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임에도 그렇지 않은 일처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하는 거죠. 말씀하신 대로 폭넓은 시각과 이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기술적인 여러 대안을 갖고 있지만, 그런 방법보다는 예술 현장의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지원 심의의 큰 원칙을 만들어가는 점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Q. ‘비평활성화 지원’이나 ‘대한민국 대표 페스티벌 지원’의 경우 기존 수혜자들이 명확해 신규 진입이 어렵습니다. 기존 수혜자를 유지하면서 신규 진입을 허용할 수 있는 방안이 궁금합니다. 또한 작품 제작 지원을 보완할 수 있는 인적 지원 방안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새로운 위원회가 구성되는 시기이기에 답변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만, 올해 출범하는 차기 위원회에서 관련한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제 사견을 전제로 예시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공연예술 중장기 창작지원으로 대표되는 다년간 지원사업이 올해 10개로 확대됐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공통의 모델은 없습니다.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 대부분은 단년도 지원의 형태이고 이는 고질적으로 지적 받아온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의 한계입니다.
이를 ‘단년도 프로젝트 지원+다년간 창작 주체 지원’으로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사업 간 불필요한 칸막이를 걷어내면 산적한 문제의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청년 예술가들의 진입을 위한 생애 첫 지원이나 리서치와 같은 준비 단계를 지원하는 ‘창작의 과정’, ‘올해의 신작’과 같은 ‘창작산실’, ‘신나는 예술여행’ 등의 사업은 단년도 프로젝트 지원으로 유지하면서, 여기서 우수한 성과를 발굴해 개인, 공간, 단체와 같은 창작 주체에 대한 다년간 지원으로 견인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다년간 지원은 연도별 평가 방식보다는 성과 계약 등을 통해 창작 주체가 해당 기간 자율적으로 창작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문학이나 시각예술 분야의 많은 개인 창작자도 예술가 펠로우십 제도를 마련하면 다년간 지원이 가능합니다. 참고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영국의 국가 지정 단체(NPO) 방식이 아니어도 우리의 현실에 부합하는 다년간 지원 구조의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거죠.
복잡한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고 예술가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지원제도가 아마도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는 방식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예술의 창작 주체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돼야 하고, 동시에 예술의 사회적 역할 또는 공적 지원을 받는 창작 주체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공감대도 필요합니다. 저희가 예술 행정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고민의 지점도 이와 닿아 있습니다.
지원의 결실을 위한
과제와 고민
Q. 예술인의 작품이 지속 가능한 레퍼토리로 개발되거나 문화 예술적 자산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문화 향유 수요, 니즈를 확인하고 예술성과 대중성의 간격을 좁히는 방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공모사업이 어떻게 성장하길 기대하시나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설립 목적에는 ‘모든 이’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이는 미국 국립예술 기금위원회나 영국 예술위원회도 마찬가지이고요. 예술가만이 지원 대상이 아니며, 국민 모두가 창조의 기쁨을 공유하고 가치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합니다. 이를 실현하는 국민의 흥미와 호감은 문화예술 지원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축을 담당하며 때로는 지원사업의 형태와 갈등 관계에 놓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사업 예산을 더 확보하기 위해 예산 당국을 찾아가 설득하다 보면, ‘예술가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에 왜 국가가 지원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제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모든 사업을 대변하는 입장은 아니기에 조심스러운 문제이지만 예술성과 대중성을 사업의 형태로, 그러니까 특정한 방향으로 견인해서 간격을 좁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훌륭한 예술 작품은 어떤 방식으로든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는 것이니,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그러한 작품이 생산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하면 그 결실이 자연스럽게 국민들께 돌아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예술계 종사자들과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많은 분들께 지원을 드리고 싶지만, 한정된 재원의 문제로 불가능하다 보니 선정되지 못한 분들께 죄송하고 또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부디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미선정의 의미가 해당 예술가의 창작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받아들여지지 않길 바랍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조직 내 간부들의 칭찬보다 예술 현장에서 전해 듣는 한마디 격려가 더할 수 없는 큰 힘이 됩니다. 예술계와 함께 성장해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격려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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