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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진흥법 개정의 나비효과
현명한 해결책을 찾아서

‘문화예술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예술인복지법과 예술인권리보장법 역시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두 법에서 규정하는 ‘문화예술’이 문화예술진흥법 제2조 제1항의
문화예술 정의를 준용하기 때문이다. 새롭게 유입된 장르를
현 제도에 포함하고 여러 지원제도를 변화시켜야 하는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번 개정안이 예술인의 제도적 지위에 미칠
영향과 문제점, 이를 해결할 방안을 살펴본다.
글_김가진(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정책기획팀)
문화예술과
문화예술인의 관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예술인’, ‘예술가’는 ‘예술 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사전적으로는 매우 단순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예술 현장에서는 예술인의 법적 정의에 관한 논의가 끊임없이 이뤄지는데 그 이면에는 보다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박영정(2009)은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예술계 내부의 결사체에서 멤버십 자격을 규정하기 위해, 둘째, 인구 조사 등 사회 통계의 작성 시 다른 직업 집단과 구분되는 예술인의 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셋째, 사회 보장 체계와 관련해 예술인을 독자적인 사회 집단으로 포괄하려면 대상에 관한 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1.
현재 예술인의 정의가 활발하게 논의되는 이유는 사회 보장 체계에 예술인을 포괄 대상으로 규정하기 위한 의미가 가장 크다. 예술인의 사회권에 대한 논의는 1980년 제21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된 예술가의 지위에 관한 권고(Recommendation concerning the Status of the Artist) 이후 보다 구체적으로 진행됐다. 우리나라 역시 예술인복지법에서 예술인의 정의를 최초로 규정했고, 2021년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예술인권리보장법)을 통해 그 지위와 권리를 확대, 명문화했다. 예술인복지법에서는 예술인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예술인’이란 예술 활동을 업(業)으로 하여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데 공헌하는 사람으로서 문화예술 분야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창작, 실연(實演),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의 정의도 크게 다르지 않으며, 두 법 모두 ‘문화예술’의 정의를 ‘문화예술진흥법(이하 문예진흥법)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문화예술’로 정의하고 있어 이번 문예진흥법의 개정으로 예술인의 정의 변화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개정 전 문예진흥법에서 예술의 정의는 장르를 열거하는 방식으로 규정됐다. 열거주의의 문제점은 시대에 따라 새로운 예술 장르가 생겨나고 쇠퇴하는 변화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문예진흥법 역시 1972년 제정 시에는 문학, 미술, 음악, 연예, 출판 5개 장르만 규정했지만 1987년에는 무용, 연극, 영화, 1995년에는 국악, 사진, 건축, 어문이 추가됐다. 2013년 만화에 이어 최근 일부 개정안에서 뮤지컬, 애니메이션, 게임이 추가됐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운 장르를 추가해야 하는데 법의 특성상 변화의 속도에 맞춰 바꾸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예진흥법 속 예술의 정의가 ‘예술의 속성’을 정의하는 방식으로 개정된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예술 현장을 기민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다만 포괄주의 방식으로 전환됨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영향과 함께 여전히 열거 방식과 병행되고 있는 데서 예상되는 문제점들도 있는데, 특히 ‘예술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예술활동증명 15개 분과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활동증명 15개 분과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포괄주의의 양면성:
가시화의 문제
첫째, 새롭게 유입된 장르의 예술인을 현재 제도에 어떻게 포함할 것인가? 예술인복지법의 목적에 따라 복지 대상인 ‘직업 예술인’의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한 절차가 바로 현장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예술활동증명이다. 현재 예술활동증명은 문예진흥법에서 정하는 예술 분야 중 어문, 출판을 제외한 11개 분야(15개 분과)에서 창작, 실연, 기술지원 및 기획의 형태로 활동하는 예술인이 신청할 수 있다. 최근 3년 혹은 5년 동안 공개 발표된 예술활동 기준을 충족하거나 최근 1년 혹은 3년 동안 일정 금액 이상의 예술활동 수입이 있는 경우 신청할 수 있다. 수입은 1년간 120만 원 이상(혹은 3년간 360만 원 이상)으로 모든 분야가 동일하나, 공개 발표된 예술활동 기준의 경우 15개 분과에서 각각 창작, 실연, 기술지원 및 기획으로 최소 45개 유형의 활동 형태가 발생하기 때문에 각각의 기준을 더욱 자세하게 정해 놓을 필요가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2014년 12월 예규로 ‘예술활동증명 운영지침’을 제정해 세부 기준과 제도의 운영에 관한 자세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 일례로 연극 분야 인정기준은 다음과 같다.
제21조(연극 분야 인정기준)
① ‘연극’은 배우가 각본에 따라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말과 동작으로 관객에게 보여 주는 무대 예술이다.
② 연극 분야 범주로는 대사극, 음악극(오페라, 창극(국극), 뮤지컬), 무용극, 마당극, 거리극, 마임, 행위예술, 전통연희(판소리, 가면극, 인형극, 그림자극), 아동·청소년극, 교육연극 등의 세부 장르와 연극 비평이 있으며, 대표적인 직종으로는 연기, 연출, 극작, 비평, 기술지원(조연출, 안무, 조안무, 프로듀서, 예술감독, 드라마트루그, 무대감독, 장치, 조명, 음향, 도구, 분장, 의상, 음악, 영상, 사진, 연기지도, 대사지도, 안무지도, 동작지도, 무술지도, 작창, 각색, 번역, 번안, 윤색, 재구성 등), 기획 등이 있다.
③ 학생 공연 참여나 지도는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④ 작품 개발 차원의 낭독 공연은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⑤ 교육연극의 경우 무대공연을 목적으로 하되 해당 공연이 일정 정도의 예술적 성취를 이룬 경우에만 인정한다.
예술활동증명 운영지침은 2013년 문예진흥법 개정에서 만화가 포함된 이후인 2014년 제정됐고, 이후 여러 차례 개정됐지만, 예술 분야에 대한 부분은 큰 변화가 없었다. 이번 법 개정으로 두 가지 방향의 개정이 필요한데 단기적으로는 새롭게 포함된 예술 장르인 뮤지컬, 애니메이션, 게임 분야에 대한 별도의 인정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뮤지컬(기존 연극 분야 범주에 포함), 애니메이션(기존 영화 분야 세부 범주에 포함)은 현재의 지침을 적용하는 데 무리가 없으나, 게임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기준을 마련하고 지침에 적용할 것인지, 게임 산업 내 예술 직군과 비예술 직군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등 다양한 논의가 예상되기에 관련 연구와 현장 의견 수렴이 시급한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장르 중심 정책 분류 체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문예진흥법에 열거되지 않았지만, 법적인 예술의 정의에 포함될 수 있는 새로운 장르들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둘째, 새로운 장르들의 ‘가시화’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현장에서 예술인들과 예술활동증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소위 말하는 ‘비주류 장르’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이나 새롭게 생겨난 장르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우리 장르는 신청 자체가 안될 것 같아 시도도 안 했다’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이유로는 내가 활동하는 분야가 11개 예술 분야에 없거나(‘선택할 수 있는 장르 중 뮤지컬이 없어요.’), 어디에 해당하는지 모르거나(‘애니메이션은 만화로 선택해요, 영화로 선택해요?’), 전통적인 장르를 기준으로 설정된 세부 기준이 활동 형태와 맞지 않아서(‘문학 분야 기준은 단행본이나 문예지에 게재해야 하던데 웹소설 작가도 신청할 수 있나요?’) 등의 답변이 돌아온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것이 장르에 대한 가시화 요구이다. 가시화(visibility, visualization)는 시각적으로 잘 보이게 하는 것뿐 아니라, 존재하고 있었지만 드러나지 않던 개념들을 공식적으로 선명히 보이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결국 법제화와 명문화이다.2 예술인 범주 및 가시화와 관련한 가장 최근 사례로 스트리트 댄스를 들 수 있다. 기존 ‘방송댄스’라는 이름으로 대중음악의 부차적인 분야로만 여겨지고 종사자들도 ‘백댄서’ 정도로 불렸지만, 2021년 방송된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이 분야의 대중적 인기와 관심이 높아졌다. 장르의 위상이 올라가며 팝핑, 락킹, 비보잉, 왁킹, 프리스타일힙합 등 세부 장르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졌고, 활동하는 댄서들 역시 독립적인 장르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으로서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공식홈페이지

스트릿 우먼 파이터 Ⓒ공식홈페이지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스트리트 댄서들의 예술활동증명 신청이 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예술활동증명 신청 시, 주로 활동하는 예술 분야와 별도로 기입하는 주로 활동하는 직업명에서 ‘스트릿’, ‘코레오’, ‘힙합’ 등을 기재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기에는 현재의 무용 분야 기준에 적합하지 않아 예술활동증명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국회 유정주 의원실에서 스트리트 댄서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스트리트 댄스계 활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예술활동증명’을 꼽은 응답자가 32.3%에 달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2월 무용 분야의 ‘스트리트 댄스’와 ‘방송댄스’ 등을 예술활동증명 운영지침에 새롭게 추가했다3. 스트리트 댄스의 사례는 앞으로 새롭게 등장할 다양한 장르의 예술활동을 정책과 제도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새로운 장르의 등장과 기존 장르의 분화, 세분화가 더욱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변화하는 현장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나, 모든 예외 사항과 특이 사항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도나 지침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흔들리지 않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확장만큼 섬세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문예진흥법의 개정으로 예술의 정의가 장르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 무한히 확대될 가능성이 생겼고, 예술인의 정의도 그렇다. 예술정책도 변화가 필요하며, 이에 두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예술인의 정의와 예술인 정책의 지원 범위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창작과 표현의 자유 보장, 직업적 권리 신장을 목적으로 하는 유네스코 권고나 예술인 권리보장법의 경우 그 취지상 예술인의 정의는 최대한 포괄적이어야 하고, 유네스코 정의대로 ‘예술가로 인정받을 수 있거나 인정받기를 요청하는 모든 사람’이 예술인이어야 한다. 그러나 정의를 확대할수록 정책의 지원 범위는 구체화해야 한다. 예술진흥과 예술인 복지의 목적이 다르다면 그 지원 범위가 같을 필요는 없으며, 예술 지원의 범위는 보다 넓게, 예술인 복지의 대상은 더욱 세밀하게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도 ‘모든 예술인’을 정의하는 방식이 아닌 정책과 제도의 목적에 따른 정의, 범위 규정을 두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유네스코 권고를 수용해 1992년 제정한 캐나다의 예술인지위법은 서면 계약 의무화, 최소 계약 조건 등의 내용을 담고 있고, 이에 따라 법의 적용 범위인 예술인(artist) 또는 예술가협회(association of artist)와 제작자(producer)를 정의하고 있다. 이 법에서 정의하는 예술인은 독립 계약자로서 ①저작권법상의 예술, 드라마, 문학, 음악 작품의 저자, ②시청각 작품의 책임을 맡은 감독, ③배우나 음악가, 가수, 무용과 같은 공연예술가, ④기타 작품의 창작을 하는 자로서 시행령에서 정하는 자4로 비교적 단순하다. 프랑스도 창작예술인(문학 미술 등)에 대한 복지 대상과 ‘엥떼르미땅’이라고 불리는 공연, 영상 분야의 예술인 지원 내용과 그 범위를 각각 다르게 정하고 있다.
예술인 복지의 경우 한정된 예산 하에서 복지 대상을 정해야 하는데 범위가 무한대로 늘어나면 오히려 정책의 설계와 예산 추계가 불가능해지기에 오히려 정책 목적을 명확히 하고 적용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술인 복지의 본래 목적이 근로자 중심으로 설계된 국가의 사회 보장 제도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면 근로자인 예술인보다 자유 계약(프리랜서) 예술인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두는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창작 오페라 〈레드슈즈〉 Ⓒ국립오페라단

창작 오페라 〈레드슈즈〉 Ⓒ국립오페라단

둘째, 장기적으로는 장르 중심에서 직업 중심으로 예술인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예술활동증명은 활동이 발생한 장르를 기준으로 분야를 나누고 있다. 예를 들면 작곡가가 연극 공연에 참여하는 경우, 분야는 음악이 아닌 연극으로 선택해야 하는데 많은 예술인이 활동이 아닌 본인의 직업적 정체성을 기준으로 분야를 선택하고 있고 이를 바로잡는 데에도 행정력이 투입된다. 또한, 배우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직업군도 있고, 탈장르적 활동을 하는 예술인도 많다. 현재는 통계도 장르를 기준으로 생성되기 때문에 직업군별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예술직업군 실태 조사 등을 통해 직업별 현황 파악 등을 선행해야 하고, 현재의 표준 직업 분류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장르로 구분된 예술활동증명 완료 예술인에 대한 재분류가 이뤄져야 더욱 세밀한 정책 설계가 가능할 것이다.
1) 박영정(2009). 전문예술인 범위설정 방안 연구, 문화체육관광부, 2009, p. 3-4 참고
2) 뮤지컬 분야의 행보를 보면 2022년 1월 공연법 일부 개정으로 공연의 범주에 뮤지컬을 포함시키고, 문예진흥법 개정으로 문화예술의 정의에 뮤지컬을 포함시켰으며, 한발 더 나아가 별도의 ‘뮤지컬산업 진흥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같은 일련의 흐름을 통해 뮤지컬이 연극과 구분되는 독립적인 예술 분야이자 산업 분야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3) ‘예술활동증명 장르 추가한다’,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2022.12.09, http://www.mcst.go.kr/kor/s_notice/press/pressView.jsp?pSeq=19900 참고
4) 네 번째 카테고리를 구체화하기 위해 1994년 4월에 ‘전문가 영역에 관한 규정’을 제정해 ①카메라 작품, 조명, 음향 디자인, ②분장, 장식, 메이크업 디자인, ③세트 디자인, ④편곡 및 오케스트라 편곡, ⑤시청각 제작, 편집, 연출을 위한 리서치 분야를 추가했다.
김가진
김가진(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정책기획팀)

큐레이터를 꿈꾸며 역사와 미술사를 전공했지만, 현재는 현장이 아닌 현장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문화관광연구원에 잠시 적을 두었다가 2012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설립과 함께 입사하여 정책연구, 기획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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