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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 티켓 매출액 돌파한
공연예술 시장의 변수와 미지수

국내 공연계는 각종 거리두기 수칙이 해제되고
국내외 예술단체의 투어 공연이 재개하면서
2022년부터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2022년 공연 시장은 티켓 매출액은 5,590억 원(대중음악 제외)으로
역대 최고였으며, 2023년은 그 기록의 갱신이 예상된다.
한류 붐까지 더해져 호황 중인 공연예술계의 이슈,
그리고 여전히 미지수로 남겨진 숙제들을 살펴본다.
글_장지영(국민일보 선임기자, 공연 칼럼니스트)
뮤지컬 시장 활황
잇따르는 해외 진출
2023년 한국 뮤지컬 시장의 활황은 블록버스터 뮤지컬의 흥행에 기댄 바가 크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 <맘마미아>, <스위니토드>, <레베카>, <멤피스>, <영웅>, <그날들> 등 스테디셀러에 관객이 몰렸다. 특히 <오페라의 유령>은 강력한 팬덤을 가진 배우 조승우가 7년 만에 새로운 뮤지컬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소위 ‘피켓팅’(피가 튀는 티켓 예매 전쟁) 사태를 일으켰다. 또 배우 정성화는 안중근을 그린 창작 뮤지컬 <영웅>과 동명 뮤지컬 영화의 흥행을 주도해 주목받았다. 한국 뮤지컬 시장은 그동안 좁은 관객층을 중심으로 스타들의 팬덤에 의지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대체로 남성 배우 중심으로 형성된 팬덤은 뮤지컬 흥행을 좌지우지할 정도다. 2023년 초연된 대형 창작 뮤지컬 <베토벤>은 완성도 면에서 아쉬웠지만, 박효신, 옥주현, 박은태 등 스타 캐스팅 덕분에 티켓 판매에서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반면 배우 세대교체에 나선 뮤지컬 <모차르트!>는 김준수나 박효신 같은 스타 배우들이 없어서 티켓 판매에 고전을 겪었다. 하지만 <모차르트!>에 새롭게 가세한 트로트 가수 김희재는 모차르트 역을 함께 맡은 다른 아이돌 가수들보다 훨씬 우수한 티켓 판매를 보여줬다. 중장년 팬을 거느린 김희재를 비롯해 트로트 가수들의 잇따른 뮤지컬 출연은 20~30대 여성 관객이 주도하는 국내 뮤지컬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오페라의 유령> Ⓒ에스앤코

<오페라의 유령> Ⓒ에스앤코

<오페라의 유령> Ⓒ에스앤코

한편 창작 뮤지컬은 K-팝이나 K-드라마보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주목할 만하다. 2010년대 들어 일본과 중국, 대만 등 아시아권 국가에 꾸준히 라이선스 판매됐던 창작 뮤지컬의 수출이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2023년 일본에서 <마리 퀴리>, <비더슈탄트>, <루드윅>, <땡큐베리스트로베리>, <다윈 영 악의 기원>, <엑스칼리버>, <트레이스유>, <베토벤> 등이 공연됐다. 중국에서 <배니싱>, <더 모먼트>, <이토록 보통의>, <개와 고양이의 시간>, <아르토 고흐> 등이, 대만에서 <라흐마니노프>, <어린왕자> 등이 라이선스가 판매돼 공연됐다. 이외에 한국의 뮤지컬 창작진이 중국과 대만에서 멘토로 활약하는 것도 뮤지컬 한류의 현상 가운데 하나다.

일본 아뮤즈(AMUSE INC.)가 선보인 <마리 퀴리> Ⓒ아뮤즈-라이브㈜

일본 아뮤즈(AMUSE INC.)가 선보인 <마리 퀴리> Ⓒ아뮤즈-라이브㈜

일본 아뮤즈(AMUSE INC.)가 선보인 <마리 퀴리> Ⓒ아뮤즈-라이브㈜

지역 공연 시장의 성장
올해 <캣츠>,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시스터액트> 등 여러 대형 뮤지컬이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먼저 개막했다. 서울에서 개막한 뒤 지역 순회를 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개막 후 서울에서 공연을 올리는 트렌드가 생겨난 것이다. 덕분에 지역에서 서울로 공연을 보러오는 것이 아니라 서울에서 지역으로 공연을 보러 가는 ‘원정 관람’이 많아졌다. 지역 선공개 사례가 늘어난 것은 공연 인프라가 지역에도 마련되고 있어서다. 특히 부산에 2019년 4월 개관한 국내 최대 규모(1,727석)의 뮤지컬 전용 극장 드림씨어터가 큰 역할을 했다. 부산은 그동안 ‘공연 불모지’로 불렸지만 드림씨어터가 문을 연 뒤 1개월 이상 장기 공연이 정착되고 관객층이 확대되는 성과를 거뒀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2023년 부산 뮤지컬 시장의 성장성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월등히 높았다. 뮤지컬 공연 건수뿐 아니라 티켓 판매액 규모도 전체 시장의 10%에 육박하고 있어서 부산은 두 자릿수를 넘기는 첫 지역 도시를 예약했다. 뮤지컬을 앞세워 공연 시장 규모가 커지자 ‘태양의 서커스’도 2024년 처음으로 부산을 찾는다.
대구는 매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을 개최해 국내 초연 예정인 뮤지컬을 최초 공개하거나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해외 뮤지컬을 초청하는 등 꾸준한 저력을 보인다. 또한 국내 유일한 오페라 전문극장으로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개최하는 대구오페라하우스도 오페라 팬에게는 꼭 가야 할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2022년부터 연간 레퍼토리 시즌제를 통해 작품당 공연 횟수를 6회에서 최대 8회까지 파격적으로 늘려 관객을 불러 모았다. 여기에 2023년부터 한 주에 여러 편의 작품을 선보이는 유럽형 시즌제를 도입함으로써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관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이외에 지난해 개관한 세종예술의전당과 올해 리모델링을 거쳐 재개관한 광주예술의전당(옛 광주문화예술회관) 등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역 공연장의 활성화는 한국 공연계의 고질적인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23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초청작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2023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초청작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2023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초청작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2023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초청작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 내한 러시
2023년 가을, 서울에선 ‘오케스트라 빅뱅’이 펼쳐졌다. 9월 13일 도이치 방송 오케스트라를 시작으로 10월에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5개, 그리고 11월에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5개가 잇따라 내한한 것이다. 해외 오케스트라의 내한 러시는 코로나19 기간 일정이 잡혔다가 취소된 공연들이 투어를 정상화하면서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국내 클래식 기획사로서도 원치 않는 스케줄이지만, 해외 오케스트라와의 지속적인 협업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문제는 티켓 가격으로 최고가 기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55만 원,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45만 원,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38만 원,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33만 원 등이다. 비싼 공연들을 소화하기에 한국 클래식 시장이 너무 좁은데, 업계 추정에 따르면 서울의 클래식 관객은 7만 명 정도이다. 그 7만 명도 직접 공연장에 오는 ‘적극적인 관객’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그리고 한국의 ‘클래식 스타’로 강력한 티켓 파워를 갖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나 임윤찬이 협연자로 나선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이 티켓 경쟁에서 승리했다. 조성진의 경우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 맞춰 한국인 연주자로는 처음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주 음악가로 선정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이들 오케스트라는 개인 관객은 물론 기업의 마케팅용 구매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이 때문에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협연자로 나섰던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등 일부는 실력과 명성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2023년 내한한 오케스트라 공연 포스터들

2023년 내한한 오케스트라 공연 포스터들

배리어 프리 물결 속
장애예술 전용 극장 개관
한국에서 장애인 문제에 대한 인식은 1981년 장애인복지법 제정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장애예술은 논외였다. 장애인에게 예술은 사치라는 사회적 인식 탓이다. 하지만 2015년 장애예술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설립되면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공연계의 경우 장애인의 문화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배리어 프리가 강화돼 왔다. ‘장벽’의 Barrier와 ‘자유’의 Free가 합쳐진 배리어 프리는 고령자나 장애인의 사회 활동에 지장이 되는 물리적 장애물이나 심리적 장벽을 없애기 위한 사회적 운동이다. 공연계 배리어 프리는 주로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 및 국문 자막, 시각 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 영상 제공에 집중됐다. 그러다가 점차 점차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동으로 창작하거나 출연하는 공연이 잇따라 만들어졌다.

모두예술극장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모두예술극장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모두예술극장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모두예술극장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20년 세계 최초로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예술인지원법)』이 제정된 것은 장애예술인의 법적 지위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리고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장애예술인 표준극장 및 표준전시장과 같은 기반시설 확충에 나섰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구세군빌딩 아트홀을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으로 전면 개보수한 모두예술극장은 국내 첫 장애예술 공연장이다. 10월 개관한 모두예술극장은 가변형 블랙박스 공연장으로 무대와 객석 크기·위치·구조 등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1층에 209석, 2층 최대 50석(휠체어 좌석 수는 가변적)까지 가능하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공간에 단차가 없어 이동에 불편함이 있는 공연자와 기술 스태프들의 활동에도 제약이 없다. 모두예술극장은 2022년 ‘연극계의 노벨상’인 국제 입센상(The International Ibsen Award)을 받은 호주 장애인 중심 극단인 백투백 씨어터(Back to Back Theatre)를 비롯해 국내외 장애예술 단체를 초청하는 등 다양한 장애예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개관 직후 동시대 예술과 국내 장애예술의 접점을 찾는 담론의 장인 ‘장애예술 매니페스토(Disability Art Manifesto)’를 마련해 장애예술 창작을 촉진하기도 했다.
기후 위기 고민 크지만
실천 더딘 공연계
기후 위기로 인한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등 기상 이변이 수년째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자’는 목표가 설정된 2015년 파리기후협정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본 조치다. 한국도 2050년까지 탄소 중립(탄소 순배출 제로)을 실천하겠다고 2020년 선언한 바 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커지자 한국 공연계에서도 창작 환경이나 작업 방식을 바꿔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예술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공연예술은 일회성 라이브라는 장르의 특성상 무대 세트나 소품 폐기 문제가 크기 때문이다. 젊은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종이 대신 온라인으로 티켓과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친환경 실천의 대표적 사례다. 다만 아직은 기초적인 기후 위기 담론과 의제 설정 수준인 데다 공연계 구성원들의 실천 수준 역시 미약하다. 여기에 연극계를 중심으로 기후 위기 소재의 작품들을 내놓고 있지만, 높은 완성도로 관객에게 문제의식을 깊이 고취하는 작품은 많지 않았다.
빨간지붕 나눔장터 Ⓒ국립극단

빨간지붕 나눔장터 Ⓒ국립극단

국내 국공립 예술기관 가운데 기후 위기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는 곳은 국립극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다. 국립극단은 김광보 예술감독 취임 이후 ‘적극적인 기후행동’을 내건 뒤 본격적으로 기후 위기 문제의 작품화에 나섰다. 2022년 작가 겸 연출가 전윤환의 신작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을 선보이는 한편, 젊은 연출가들과 함께 창작극을 개발하기 위해 <창작공감: 연출> 주제로 기후 위기를 택했다. 2022년 선발된 연출가 임성현과 한민규는 1년간 작품을 개발해 2023년 각각 <스고파라갈>과 <당신에게 닿는 길>을 선보였다. 또한 2022년부터 ‘빨간지붕 나눔장터’를 열어 재활용이 가능한 의상, 소품, 신발과 장신구 등 물품을 민간 연극단체와 나누며 환경 보존을 실천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공연예술 창제작을 위한 안내서』와 『문화예술부문 기후위기 대응사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속 가능한 공연예술 창제작을 위한 안내서』와 『문화예술부문 기후위기 대응사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속 가능한 공연예술 창제작을 위한 안내서』와
『문화예술부문 기후위기 대응사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후 위기와 예술 정책 의제를 지속해서 확산해온 예술위는 2023년 『지속 가능한 공연예술 창제작을 위한 안내서』와 『문화예술부문 기후위기 대응사례』를 발간해 예술가들이 탄소배출 저감 사례와 방법을 참고하도록 도왔다. 현장에서 기후 위기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제대로 된 실천 방법을 모르던 예술가들에게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다만 기후 행동에 적극적인 영국의 사례를 보자면 영국 예술위원회는 2012년부터 영국 전역의 문화예술 기관 및 단체에 에너지와 물 소비를 줄이고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등 탄소 감소 계획을 시행하도록 했다. 영국 공연장들은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는 조명과 단열재로 건물을 개조하는가 하면 폐기물을 상당 부분 재활용하는 등 단기간에 혁신적인 성과를 거뒀다. 영국 예술위원회의 경우 국공립 예술기관을 직접 지원하는 데다 적극적으로 예술 정책을 수립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예술위가 기후 위기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지금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한국 경제 전망은 국내외 다양한 불확실성으로 밝지 않은 듯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년 문화예술 분야 예산안도 2조 2,704억 원으로 편성,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지역문화 예산이 주로 감소했는데 벌써 지역 문화재단이나 지역 문예회관에서 내년 사업비가 줄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어 우려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도 티켓 파워를 가진 스타들이 출연하는 공연과 뮤지컬 시장은 그런대로 선전할 전망이라 공연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지영
장지영(국민일보 선임기자, 공연 칼럼니스트)

1997년 국민일보에 입사해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현재 공연 담당 선임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2003년 문화부에서 공연을 담당하며 그 매력에 빠졌고, 지금은 다양한 공연 현장과 정책을 다루는 공연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연이 생존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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