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창작산실
Arts Council Korea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동반자, 아르코를 소개합니다.
Arts Council Korea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동반자, 아르코를 소개합니다.
나나의 손 끝에 걸린 트리거, 어디를 향해 당길 것인가
역사를 ‘관통한’ 장총과 역사를 ‘써먹을’ 궁리만 하던 작가의 뜨거운 만남. 언제나 인간의 드라마, 갈등의 서사에 밀려 지워졌지만 역사의 현장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던 ‘낡은 장총 한 자루’로 한국의 현대사를 풀어냅니다.
장총의 이야기를 '대형 드라마'로 집필하는 작가 나나의 욕망과 성찰을 통해 역사적 소재가 상업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다룸으로써 역사를 조명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역사를 소재로 창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곱씹어보고자 합니다.
재난이 있는 곳에 노스체가 갑니다.
사람이 있는 곳에 노스체가 갑니다.
전 이제 뭘 하면 되죠?
원전폭발이 발생한지 25년 후, 폭발지가 관광지로 조성될 만큼 시간이 흐른 어느 때.
사고 중심지로부터 수십km 떨어진 마을. 소수의 사람들이 작은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이곳에 어느 날 재난로봇 노스체가 들어온다. 오랫동안 방치된 피폭된 땅을 점검하러 왔다는 노스체를 보며 마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경계한다. 그러던 어느 날, 관광으로 폭발지 중심에 들어갔다가 길을 잃은 사진작가인 ‘필’과, 오랜 기간 마을을 떠났던 ‘연’이 마을에 들어오게 된다. 낯선 외부인들의 등장으로, 마을 사람들 사이에 작은 파동이 생긴다.
어떠한 사고는 평화로운 시간들을 순식간에 ‘죽은’ 무엇으로 만들어 놓기도 하고, 인간의 욕망이 무엇을 길러내는지 바라보게 된다.
<노스체(NOSCE)>는 ‘재난이 지나간 자리’에 놓여진 ‘재난이 만들어낸 산물’을 보여주고 있다. 그 ‘산물’은 한 순간에 죽은 땅이 된 이 마을이기도, 구역 안의 사람이기도, 구역에 파견된 노스체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있기에 죽은 땅에서도 생명은 피어난다. 구역 안이든, 구역 밖이든, 사람이 있는 곳에 삶이 있으며 그 삶이 어떤 삶이든 발을 디딘 곳에 각자의 역사가 만들어진다. 재난로봇 노스체의 시선으로 각자의 역사를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권력과 예술 사이에서 건축가는 무엇을 그리는가?
남영동 대공분실을 설계하던 신호의 1975년.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와 고문을 당한 경수의 1986년.
민주 인권기념관이 된 남영동 대공분실에 카메라를 들고 나타난 나은의 2020년.
하나의 공간에 엮인 세 인물, 세 개의 시간이 하나의 공간에서 만난다.
인간을 위한 건축이 아니라 인간을 해하는 미궁을 설계하게 된 건축가.
고통의 실체 앞에서 부상하는 반성과 책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는?
나 견고딕체로 말한다.
볼드까지 넣는다.
내 면상에 신경 꺼!
내 인상 내 인성 내 인생에 신경 끄라고!
<견고딕-걸>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 그 뒤에 남겨진 이들의 갈등과 고통을 다룬다. 인생의 많은 부분은 설명할 수 없는 막막함으로 채워져 있으며, 그것은 어쩌면 삶의 본질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희미한 빛과 촉각에 기대어 어둠을 통과하듯 막막함 속에서 길을 찾는 인물들의 상황과 갈등을 통해 질문해 본다. 어둠이 삶의 본질이며, 어둠의 끝에는 역시 또 다른 어둠이 있을지 모른다. 그렇디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고딕 룩, 고딕 메이크업 속에 자신을 숨긴 채 인생을 어떻게 끝낼지 고민하는 가해자의 쌍둥이 동생 수민은 피해자의 심장과 눈을 기증받은 낯선 이들을 만나게 된다. 가해의 이유를 전혀 다른 곳에서 찾는 가족들 사이에서 홀로 피해자 앞에 마주 서는데...
시대의 엑스트라들이 쓰는 통사적 연대
일제강점기, 독립군 하나가 나무 전주 꼭대기를 점거한다. 나무 전주 위에서, 그는 다른 독립군들처럼 만주로는 가지 않겠다 결심하고 기차표를 날려버린다. 그 대신 조선에 남아 이 땅에서 일어나는 일을 빠짐없이 기억하겠다 다짐한다. 1930년, 한 독립군의 점거는 이후 수많은 사람들의 행위로 이어진다. 탄약고를 점거한 병장, 화장실을 점거한 어용노조원, 고해실을 점거한 가톨릭 신자, 옥탑방에 틀어박힌 대학생, 공장 지붕에 모인 노동자들, 개발을 막으려 나무 위에 올라간 활동가... 100여년의 시간을 건너뛰고, 400km의 공간을 넘나들며, 점거자이거나 점거자가 아닌 이들 엑스트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시 만난, 빛나고 아팠던 청춘들의 봄
이 연극은 90년대 초반 혼란과 폭력의 시기에 함께 대학을 다니며 우정을 나누었던, 때론 우정 이상을 나누었던 두 여자 친구의 이야기이다. 이 둘은 왠지 서로에게 끌렸지만 호감과 친말함을 다 나누지 못하고 헤어져 각자 다른 삶의 길을 가게 된다. 나이 든 지금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상관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질풍노도의 젊은 시절을 함께 보냈던 그들은 무엇을 같이 꿈꾸었고, 무엇이 서로 달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