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도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창작뮤지컬) 심의 총평 및 지원결정 세부내역
심의총평
심의총평
창작뮤지컬분야

사업 유형 및 심의분과 : 2019년도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창작뮤지컬분야

회의일시 : 2019년 4월 29일(월)~30일(화), 10:00 ~ 20:00

회의장소 : CKL 스테이지

  •  올해 심의기준과 심의방향을 줄이면, ‘젊은 세대와 참신한 주제를 통한 창작 뮤지컬의 생산양식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최종 심의에 오른 8개 단체의 구성원들이 젊은 작가들이었다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오늘날 한국뮤지컬의 창작자들은 그 앞 세대와, 그 주변 장르와 비교해서 사뭇 구별된다. 이들은 뮤지컬의 전문성을 내세우고, 뮤지컬을 예술작업이라고 말하기 전에 산업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세대들이다. 심사위원들은 이러한 태도와 입장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다른 장르와 비교해서, 그러니까 공공지원금의 대상으로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깊게 논의했다. 그 결과, 중심의견은 뮤지컬 산업을 이해하는 쪽으로 모아졌다. 심의 기준과 방향은 그런 결정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 평가에 있어서는, 이야기의 구조, 말과 노래 사이의 침묵 혹은 거리, 노래하는 배우의 광휘 같은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나아가 작품이 드러내는 함축된 의미가 이 시대와 어떻게 조응하는지를 판단했다.


     이번 쇼케이스 평가는 이틀에 걸려 이루어졌다. 하루에 4개 팀, 각 30분씩 공연을 보여주었다. 준비와 공연 과정은 평등했고, 엄정했다. 평가는 분석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대부분 심의대상 작품들은 뮤지컬의 본 모습을 보였지만, 작품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국적 불명의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품 이름에서부터 내용,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이 나라와 나라, 언어와 언어의 경계를 모두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내용도 이곳과 저곳, 이것과 저것에서 옮겨 온 두루뭉술한 것이 많았다. 경계가 없다는 것은 무한으로 빠져든다는 뜻이고 함축된 의미 속으로 들어간다는 뜻일 터이다. 그러나 심의 대상이 된 작품에서 삶과 문화의 개별성, 고유성, 주체성을 내세운다면 이 작품들은 날 것에 가까웠고, 그런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맹렬한 것은 노래뿐이었다. 쇼케이스 이후에 이루어진 인터뷰를 통해서, 이런 현상들이 오늘날 한국 뮤지컬의 전반적인 풍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뮤지컬이 서구로부터 수입, 이식된 것으로 말하더라도, 젊은 세대들의 무차별적인 수용은 통째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항이었다. 흘러넘치는 노래와 춤은 훌륭했지만, 그것들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다소 복잡하고 모호하고, 애매했다. 무엇보다도 이야기의 전개는 성글고, 방치되어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최종적으로 4개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선정된 작품을 일괄하면 미국식 뮤지컬의 환생처럼 보였다. 주제와 작품은 희랍의 신화를 각색한 (〈안테모사〉, 예술가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아르티스〉, 서양 소설을 원용한 (〈비아 에어 메일〉) 등이다. 예외적으로 고통스러운 1987년 한국현대사를 다룬, 우리의 현실을 떠나지 않은 작품(〈87년 봄〉)이 있다. 앞의 세 작품은 제목부터 탈경계적이다. 작품들은 이런 식으로 주제의 보편성을 말하지만, 작품의 개별언어는 물화된 것들이다. 뮤지컬이 문화, 언어, 지리와 같은 보이는, 보이지 않는 경계를 무화시키는 예술이란 정의는 본 적이 없는데, 창작자들은 뮤지컬 산업을 이끄는 회사와 더불어 팀을 이루면서, 이런 대중적 현상을 흥행을 위해서라는 전제로 성찰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면에서 〈87년 봄〉이 독특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고, 심사위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 작품이 1987년 민주화를 위한 저항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주제의 정당성을 문제삼기 어렵지만, 이야기 구조가 비슷한 주제를 다룬 기존의 소설에서 볼 수 있다는, 그래서 이야기 전개와 표현이 안일하다는 지적은 피하지 못했다. 그 점은 최종 공연에서 융숭해지길 기대한다.


     미선정 작품들은 뮤지컬의 전형성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창작 뮤지컬이라는 제한이 있음에도, 이들 작품들은 기존의 것들과 차이가 없었다. 원작을 가져와 각색한 것임에도 이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고, 그 수준도 미흡했다. 한 작품을 차용한 것이 아니라 몇 개의 작품에서 여러 가지를 빌려와 얼버무린 바도 있었다. 어린이 연극의 수준에 언어를 노래로 치환하여 보여주는, 그것으로 뮤지컬로서 자족하는 작품들도 있었다. 이런 작품들은 심사대상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더 많은 노력으로 좋은 작품으로 창작되길 기대한다.


     이번 심사를 통해서, 한국 뮤지컬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기대보다는 불편함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뮤지컬 창작 세대가 젊어졌다는 것은 놀랍고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뮤지컬이 무엇인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문화이론적으로, 창작 예술가들을 위한 철학으로 거듭, 깊게 말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한국 뮤지컬이 더 예술적, 문화사회적으로 성숙할 수 있기 위해서, 몇 가지를 첨가한다.

     1) 이번 심사 대상이 된 뮤지컬 창작자들은 2-30대들로 매우 젊은 편이다. 연극을 전공한 20대들도 있었는데, 그들의 예술적 경력과 경험의 깊이는 깊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들이 뮤지컬을 선호하고, 창작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연극과 같은 다른 공연예술 장르보다 경제적 이익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2) 문제는 뮤지컬 작품, 그 자체에 더 있다. 작품의 이름, 등장인물, 장소, 이야기 등 거의 모두가 국적 불명이다. 천편일률적이라고 할 만큼, 노래, 작곡, 노래하는 방식, 이야기 전개, 무대 장치 등이 비슷하다. 작품 안으로 들어가면, 인물들은 프랑스 이름, 미국 이름, 영국이름으로 등장한다. 뮤지컬은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 서양의 이 작품, 저 작품에서 인용, 각색 등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가? 뮤지컬 창작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불분명한 번안이고, 가벼운 각색이고, 조악한 수용이다. 노래라는 보편적 언어로 말하기 때문에 이런 점은 관대하게 여겨야 하는가? 노래는 말의 대용이 아니라 끝이 없는 말이다. 공공지원금을 통해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영화의 장면과 같은 것들로 이어지는 뮤지컬, 보편적 주제를 말하지만 실은 상투적인 언어인데, 이를 숨기고 있는 바가 계속되어도 좋은 것인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뮤지컬의 작가, 작곡가들이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 심사위원들은, 외국에 수출하려면 지금과 같은 뮤지컬로는 절대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 인물의 개연성, 소재의 흥미로움, 이런 것들이 부족하고 스토리전개의 미흡함, 그리고 제일 중요한 선율의 부재, 메인테마의 부재, 메인테마의 변형과 축소 확대의 바리에이션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뮤지컬을 보고나오면 관객들이 내용을 이해하고 그 내용에 흥미를 느끼고 기억에 남는 넘버가 있어야 되는데 이번 쇼케이스 작품들은 이런 점들을 충족시킨 작품들이 없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현실이다. 다만 선정된 작품들이 수정보완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뮤지컬로 재탄생되길 바랍니다.


     끝으로, 2019년 심의는 종료되었다. 심사위원들은 위의 문제들을 공감하면서 어렵게 최종 심의를 했다. 이번에 선정된 작품들이 과연 거대한 공공지원금을 받고, 어떤 작품들을 생산한지를 주목할 것이다. 좋은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말을 거는 것이 지원대상이 된 단체들의 윤리에 해당될 것이다. 거듭 품위있는 뮤지컬이 창출되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지원 후, 한 점 꽃잎이 지는 것 같은 공연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삶을 잇는, 크고 작은 속삭임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심사위원들도, 예술위도 이런 태도에 연대해야 하는 이유는 이 사업이 공공지원금으로 실행되고 있기이다.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창작뮤지컬분야 심위위원 일동  


심의결정 세부내역

(단위 : 원)

심의결정 세부내역
연번 단체명 지원신청사업명 지원예정액
1 ㈜컬처마인 뮤지컬 〈87년, 봄〉 159,600,000
2 ㈜홍컴퍼니 뮤지컬 ARTIS 139,300,000
3 공연창작소 M.A.P 뮤지컬 〈안테모사〉 200,000,000
4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 Musical 〈Via Air Mail〉 199,9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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