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심의를 거치면서 심의위원들은 한국소설의 규모와 역량이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소설의 영역에서 서사의 종류나 길이를 포함한 다양한 형식적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질 높은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생산된다는 점은 대부분의 위원들이 공감하는 바였다. 좋은 작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중에서 몇 편만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는 심의위원의 고충은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는데 결과적으로 이번 선정 작업이 딱 그러하였다.
심의위원들이 우선적으로 선정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작품의 성취였다. 이때 성취는 개별 작품의 완성도 및 문학적 성취는 물론이거니와 문학장의 파급효과까지도 포함하는 말인데, 그에 따라 대상작들의 순위를 매기는 것은 난해한 일이지만 다행히도 선정권 안에 드느냐 안 드느냐를 구분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실제로 선정 규모를 놓고 볼 때 위원들은 대부분의 작품 선정에 쉽게 동의했다. 하지만 난항이 있었다. 출판사별 분기별/장르별 선정 종수의 제한이 심의위원들의 결정사항에 수정을 요구했다. 어쩔 수 없이 좋은 작품들 사이에서 무언가를 제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의 혜택이 몇몇 대형 출판사에게 집중되는 것도 분명한 문제이지만, 뛰어난 작품들이 출판사별 종수 제한에 따라 선정도서에서 제외되는 일을 목격하는 것은 난처하기만 했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좋은 해결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아울러 우리 소설의 미래가 밝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신인으로 분류될 만한 작가들의 작품에서 엿본 생동하는 기운과 중진 작가들이 보여준 원숙한 소설 세계는 한국 소설의 미래를 낙관하기에 충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