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아동청소년 부문에서는 전체 접수작 237종 중 1차 선정작 총 71편이 후보에 올랐다. 우리는 71편 가운데 34종을 선정하였다.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에는 아동청소년 부문을 시, 소설, 수필, 평론 등의 범주와 대등하게 나열하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이러한 분류는 장르의 성격으로 볼 때 합리적이지 않은 점이 있다.
‘아동청소년’이라는 범주 안에는 동시, 동화, 청소년소설, 그림책, 지식정보책, 아동문학평론, 그래픽노블 등의 다양한 장르가 모여 있기 때문에 일반문학의 분류체계와 다르다. 임시방편이기는 하지만, ‘동시’, ‘동화와 청소년소설’, ‘그림책과 그래픽노블’ 등 세 분야 정도로 나누어 사업을 진행하면 심의하는 데도 어려움이 덜하리라 생각된다. 지원하는 총 종수는 현재와 같이 하고 범주만 나누어 진행하자는 것이다. 이런 제안은 아동청소년 분야의 장르의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는 최근 동향과도 관련된다. 그림책이 양적․질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어서 그림책을 하나의 새로운 장르로 범주화해야 한다는 견해들이 많은 것이다.
그림책이 처음 출간될 때만 해도 유아나 저학년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 주로 출간되던 것이 최근에는 성인 독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나오고 있으며, 고학년 아동과 청소년을 독자로 하는 그래픽노블이 출현하여 그림책 분야 안에서도 장르의 세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심의 과정에서도 문학성을 갖춘 초등 고학년용 그래픽노블과 고등학생의 소소한 일상을 생생한 그림과 글로 담아낸 에세이집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그 예가 된다.
이번에 접수된 작품들을 분야별로 더 살펴보자면, 동시 분야에 다양한 성격의 시집이 발간되었다는 것이 심의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전통적인 기법과 정서를 섬세하게 담아낸 시집이 심의위원들의 좋은 평을 받았는가 하면, 악보와 만화풍의 그림을 시와 결합시켜 유머러스한 재미를 준 시집도 있었고, 기발하고 참신한 발상으로 기존 동시의 벽을 허물어버리는 과감한 동시집도 있어서 반가웠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모 출판사가 펴낸 동시집들 중에는 한 출판사에서 2종까지만 선정한다는 규정 때문에 우수한 시집이 제외되는 경우도 있었다.
동화 분야에서는 역사물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역사적 사건을 유려한 문장과 생생한 인물로 재현함으로써 역사동화도 문학성과 예술성을 갖춘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 동화 부문에서는 여성 주인공이 활약이 두드러지는 작품이 여럿 눈에 띄었다. 천민으로 태어난 소녀가 차별과 가난을 극복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동화라든가, 여자 아이들로 구성된 축구팀의 명랑하고 씩씩한 활약을 그려내어 이 시대의 사회상과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는 동화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청소년소설 분야는 아주 좋은 책이 적어서 선정된 종수는 많지 않았지만 환상적 장치로 청소년들이 겪는 현재적 고민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나, 상실의 시간과 엄마와의 갈등의 시간을 거쳐 성숙해지는 여고생의 성장통을 그림 작품은 좋은 평을 받았다.
출판사별 종수 제한 때문에 좋은 책이 선정되지 못하여 아쉬웠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