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수필 분야에서는 접수된 도서 중 지원자격 적합성 검토를 거친 도서 187종을 2단계에 걸쳐 심의하였다. 1단계 심의에서는 모두 아홉 명의 심의위원이 세 분과로 나뉘어 각 분과별로 60여종의 도서를 3주간 검토한 후 수필의 문학적 우수성과 문학발전 기여도 및 파급효과 등을 심의 기준으로 삼아 논의를 진행하였고 최종심의 도서로 94종을 상정하였다. 최종심의에는 각 분과에서 한 명씩 추천된 세 명의 심의위원이 1단계 심의에서 상정된 도서들을 3주간 다시 검토하였다. 이후, 1단계에서와 같은 심의 기준을 토대로 작품의 다양성 및 소재의 참신성, 짜임새 등 여러 측면에서 심의를 진행하였고 47종을 최종 선정하였다.
이번 사업에 응모된 작품들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주제의식과 깊이 있는 통찰을 보이며 훌륭한 문학적 성취를 이룬 것들이 많았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가 겪는 삶의 문제,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 조손세대 가족의 이야기, 반려 동물과 함께하는 삶 등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일들을 기록하고 성찰하는 책들과 다양한 전문직 종사자들이 독특한 삶의 경험을 전하는 책들이 눈에 띄었다. 만화와 일러스트를 활용한 것 외에도 텍스트를 독특한 방식으로 배열하거나 일반적인 산문과는 다른 화법을 구사하며 장르의 고정관념을 깨는 책들도 많았는데, 심의위원들은 심의를 진행하며 수필이라는 장르가 어떠한 것인가를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이탈리아의 현대 철학자 중 한 사람이 오늘날 경험은 더 이상 우리에게 가능한 것으로 제공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지만, 심의위원들은 수필 분야에 응모된 책들을 살피면서 여전히 우리에게 경험은 우리의 삶과 문학의 중요한 자양분이라는 사실을 일깨울 수 있었다. 가령 일상의 사물들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했던 한 저자의 책은 남다른 독서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이 책은 우리의 삶과 함께하는 사물들을 특별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거나 잊으며 살아왔던 존재하는 것들의 관계와 가치를 일깨우도록 하는 범상치 않은 재능을 지녔다. 그밖에도 반려견과 함께 유럽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담은 책과 남극에서 직접 펭귄의 생태를 관찰하여 쓴 책 역시 행복한 독서의 경험을 제공해주었다. 이 책들이 특별하게 다가온 까닭은 인간 중심의 관점이 아니라 동물들의 위치에서 그들과 함께하는 삶이 어떠한 것인지를 살피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번 수필 분야의 심의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심도 깊은 토론 과정을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하였다. 심의위원들 간에 평가가 일치하지 않은 경우에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에 이를 때까지 충분히 서로의 근거를 제시하며 토론에 임하였다. 이 과정 중 저자의 첫 책인지의 여부, 다양성이나 참신성 등의 기준에서 다른 도서보다 매우 근소한 차이로 낮은 점수를 받아 선정되지 못한 책들이 더러 있었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그밖에도 좋은 기획과 내용을 진솔한 언어로 담았음에도 책의 짜임새, 혹은 편집 등의 부분에서 문제를 발견하거나 문학적 형상화에서 다소 아쉬움을 느껴 선정하지 못한 책들이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
도서가 선정되지 못한 작가분들께는 심심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그리고 선정된 작가분들께는 축하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 앞으로도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전하면서도 높은 문학적 성취를 이룬 책들이 꾸준히 발간되기를 바라며, 창작 지원과 문화 복지 사업을 진행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응모에 참여한 작가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