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의 심의를 진행했다. 문학나눔도서 보급사업은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는 공적 사업이다.
첫째, 국내에서 발간되는 문학도서 선정 보급을 통해 창작 여건 강화 및 문학 출판시장 활성화
둘째, 선정도서와 연계한 다양한 문학 활성화 프로그램 확산을 통해 국민의 문학 향유 기회확대
이 목적에 부응하기 위해서 심의과정에는 몇 가지 기준이 함께 적용된다. 가령 출판사별로 분기당, 연간 총 선정도서 종수를 제한하는 것이나, 특정 분야의 선정 종수를 제한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동일 조건인 경우는 생애 첫 작품집, 지역소재 출판사 등을 우선 고려한다는 기준도 존재한다.
위와 같은 선정 기준에 따라 3조로 나누어 진행된 1단계 심의를 거쳐 최종심의 대상 시집으로 97권이 정해졌다. 97권 중에 49권을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최종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기 위한 심의를 진행했다. 선정과정에는 적지 않은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출판사별 2권을 넘지 못하는 선정 기준에 따라 우수한 문학적 성취를 보여주었지만 배제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업의 취지나 시스템에 의한 아쉬움의 경우였다.
심의 과정에서 발견한 몇 가지 현상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원로에서 신진에 이르기까지 매우 넓은 세대론적인 스펙트럼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90대부터 20대에 이르기까지 함께 시단의 현역으로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점이 새삼 실감 있게 다가왔다. 삶의 이력과 경험은 물론 시적 인식에서도 층위가 다른 다양한 세대가 함께 시 창작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현장은 궁극적으로 우리 시의 영역을 확장하고 심화하는 소중한 과정으로 이해되었다.
둘째. 시단의 이른바 주류가 형성되고 있기 보다는 다채롭고 다양한 개성의 미적 스펙트럼이 선명하게 펼쳐져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시집들이 자신만의 일상성의 구체와 섬세한 결을 바탕으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섬광처럼 노래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었다.
셋째, 아직 이른바 코로나-19 등을 비롯한 다양한 계기를 통해 앞당겨 다가오고 있는 새로운 문명적 전환의 징후에 대한 시적 비전, 도전, 모색 등의 새로운 목소리기와 감각이 등장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분기별로 진행되는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심의가 출판시장의 활성화와 시집의 대중적 확산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다만 앞으로 우수한 시집임에도 불구하고 출판사별 형평성 때문에 선정되지 못하는 아쉬운 경우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