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2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수필분야에는 접수도서 중 지원자격이 적정한지 여부 검토를 마친 196종이 대상도서에 올랐으며, 심의위원들은 이 도서들을 1단계 심의와 2단계 심의로 나누어 논의하였다.
1단계 심의에서는, 12명의 심의위원이 3명씩 4분과로 나뉘어 각 분과별로 50여 종의 도서를 21일 동안 들여다보았다. 1단계 심의위는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회의로 개최되었으며 ‘문학적 수월성’과 ‘문학발전 기여도’ 및 ‘파급효과’ 등을 심의 기준으로 삼아 논의를 진행하였다. 이 과정을 거쳐 2차 심의대상 도서로 87종이 지정되었다.
2단계 심의는 각 분과에서 한 명씩 추천된 네 명의 심의위원이 맡았으며 1단계 심의를 거쳐온 도서들을 약 22일을 걸쳐 다시 심도 깊게 살펴보았다. 2단계 심의위도 1단계와 같은 심의 기준을 가지고 비대면 온라인회의로 진행되었다. 2단계 심의위에서는 대상 도서 선정 회의인 만큼 다양한 의견들을 나눴는데 특히, 해당 도서가 문학도서인지 아닌지, 작품의 주제와 소재가 공익에 부합되는지 그렇지 않은지, 왜 이 책을 선정해야 하는지 등이 폭넓게 논의되었다.
이러한 열띤 논의 끝에 심의위원들은 최종 43종을 수필 분야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하였다.
이번 분기 수필 분야 도서들 중에는 뜻밖에 흥미로운 도서들도 적지 않았지만, 문학의 고유성을 벗어난 다양다종한 도서라고 볼 수 있는 책들도 꽤 많았다. 엄밀히 말하면 심사자에게 이런 도서들도 수필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 것이다. 도서라고 하지 않고 문학작품이라고 부를 때 그에 값하는 작품들은 생각보다 적었다. 그림이나 사진, 웹툰, 만평 등이 주된 내용이고 글은 부차적인 도서들이 상당수였다는 뜻이다. 글로 쓰인 도서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읽는이의 생각과 감성을 흔들어놓는 역작들이 없진 않다. 이를테면, 죽은 자의 흔적 지우기를 통해 살아 있는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유품정리사의 글쓰기. 고독과 절망의 마지막 시취들을 치우고 살아가는 자의 생생한 현장 기록은 안타깝기도 하고 섬뜻하기도 하다. 자살과 고립사로 사라져간 이들이 이승에 남긴 최후의 얼룩들은 아프다. 글쓴이의 주관과 감정이입이 대상을 냉철하게 장악하여 서술하고 있는데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새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지금 여기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예외적으로, 글쓴이 자신 주변의 에피소드와 시작품에서 만나는 삶의 지혜를 감동적으로 적어놓은 도서도 있다. 사람답게 살자는 전언을 뭔가 가르치려 하지 않고 넌지시 제안하는 것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금융인답지 않은 다사로운 시선으로 타자를 끌어안는다. 인용하고 있는 시의 마음들이 차분하게 글 속에 가라앉아 있는 느낌을 자아낸다. 히말라야 오지를 서른아홉 여성이 홀로 걸으면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책도 주목할 만하다. 사진도 있고 가이드 팁도 있지만 주된 내용은 히말라야 오지가 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가에 맞추어져 있다. 걷고 걷는 과정이 전부인데도 몹시 흥미롭다. 침묵을 경청하는 책이며 이해의 영역을 넘어서는 자연에 관한 기록이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된 43종은 권할 만한 장점들을 두루 지닌 책이라고 여긴다. 선에 든 도서를 펴낸 출판사와 지은이에게 축하드리며 기회를 놓친 출판사와 지은이들에게는 안타깝다는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