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를수록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기존의 활동하던 작가들 뿐 만 아니라 새롭게 발굴된 신예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고 느꼈다. 다채롭고 특색이 있는 작품들 속에서, 문학적인 가치에 초점을 두면서도 동시에 특정 출판사에만 국한 되지 않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다양한 출판사와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많은 고심을 했다. 한 출판사에서 2권만을 선정해야 하고, 활발한 활동을 한 작가이지만 한 작품만을 꼽아야 하는 과정 속에서 기회를 놓친 수작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 아쉬움은 독자들의 감상을 통해 또 다른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림책 분야는 국내의 그림책 수준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았다. 좋은 번역가를 만나 언어적 의미를 살릴 수 있다면, 해외에서도 분명 뛰어난 평가를 받을 것이라 여겨지는 작품들이 넘쳐났다. 활자와 그림으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라는 또 다른 장르와 결합한 새로운 시도도 눈에 띄었고, 그림으로 독자적 가치를 증명하는 작품들이 많았다. 그림책의 미학은 활자 보다는 그림이라는 시각적 요소에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어린 독자층 뿐 아니라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작품들의 급성장이 두드러졌지만, 그림책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0세에서 3세까지 영유아를 위한 그림책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또한, 기존의 작품들과 비슷한 요소를 지닌 작품들 몇몇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동화 분야는 SNS나 인터넷 방송 크리에이터처럼 새로운 주제부터 진중한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고전적 주제까지 다양했다. 특히, 가장 많이 다루어진 주제는 동물과 관련한 생명 윤리적인 관점이었다. 또한, 어린 독자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사회 문제를 다루는 작품들도 많았다. 난민 문제, 다문화 가정, 위안부 문제 등이 있었다. 특히, 역사와 관련해서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한 다양한 구성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다양한 주제를 선보이면서도 동시에 그로 인해 진중한 철학적 접근 보다는 흥미로운 플롯 구성과 가벼운 소재로 전락한 작품들도 많았다. 다양한 주제와 소재 발굴도 중요하지만, 문학에서 다루어져야 할 삶에 대한 고찰이 자칫 가볍게 치부될 수 있는 우려가 보였다.
동시 분야는 기존의 활동하던 작가들과 신예 작가들의 조화가 돋보였다. 기존에도 동시에서 다루어졌던 자연과 교감 할 수 있는 작품들부터, 학교라는 어린 독자들의 사회 속에서 보여지는 인간관계와 관련한 작품들이 많았다. 흥미로운 것은, 자연을 관찰하는 태도를 다루는 작품들도 있었지만 이미 훼손된 자연으로 인한 현실을 관찰하는 태도가 두드러지는 작품 역시 많았다. 미세먼지나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에 사라지는 동네를 바라보는 씁쓸한 시선이 눈에 띄었다. 주제나 소재적인 측면 뿐 만 아니라 동시에서 돋보일 수 있는 언어적 유희를 살린 작품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비슷한 요소들이 반복되었던 레퍼토리 안에서 탄생된 동시들이 많았고 어린 독자들의 새로운 눈높이와 관점을 담아내는 신선한 작품들은 찾기 힘들었다는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청소년 문학 분야는 청소년 독자 뿐 만 아니라 성인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을 가진 작품들이 많았다. 이미 수없이 답습된 역사적 사실도 문학으로 탄생된 인물이 어떤 환경과 정서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에 따라 흥미롭고 훌륭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작품들이 있었다. 또한, 작가가 진솔한 자세로 유년기에 대해 들려주며 감동을 남기는 작품들과 더불어 사회적으로는 어리지만 어른들 못지않게 심도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플롯과 문장력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성장의 통증을 진지한 자세로 바라보며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들이 문학적으로도 훌륭한 꽃을 피워냈음을 알 수 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창문 중에 ‘문학’은 가장 오래 된 창문 중 하나이다. 바깥은 위험하고 머무르는 것이 옳다고 여겨지는 지금, 그 창문을 활짝 열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은 아동과 청소년 독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필요한 경험이다. 그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들이 있는 한, 독자들은 답답한 시간 속에 한줄기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가들은 자신들이 선사하는 창문이 어떤 세상을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과 생각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문학이 지금껏 세상 모든 컨텐츠 중에서도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있는 가장 큰 보편적 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