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모든 심의 회의를 비대면 온라인 화상회의로 진행
2020년 3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소설 부문에는 총 132종이 접수되었으며 그 중 심의 대상은 126종이었다. 작품 수월성, 문학발전 기여도, 파급효과 및 기대도를 기준으로 9명의 심의위원들이 1단계 심의에서 총 61종을 선정하였고 3명의 심의위원이 참여한 2단계 심의를 통해 31종의 도서가 최종 선정되었다.
심의 총평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소설의 다양한 지평 확대 및 형질 변화가 체감된 심의였다.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 확보하고자 하는 소설가들의 노력과 분투에 절로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SF, 미스테리, 판타지 등의 장르소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점에 있어서는 앞서 2차 사업의 경우와 맥락을 같이 했다. 단지 흥미를 유발하거나 잘 읽히는 차원을 넘어서 문장력이나 플롯 등에 있어서 우수한 소설이 많았다. 상당수 작품의 경우 동시대 현실의 다양한 문제적 상황을 장르적 상상력과 관련하여 비판적으로 형상화하려 애썼다. 비록 그 성과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렸지만 웹소설의 장치나 문체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기존 소설의 관행에 정면으로 도전하고자 하는 의욕이 돋보이는 작품도 있었다.
확실히 최근 한국소설은 그 다양성에 있어서 일대 전기(轉機)를 맞이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번 심의과정에서 우리는 젊은 작가들의 도발적인 상상력이나 문체적 실험이 오늘날의 여러 문제적 현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자 하는 문제의식과 흥미롭게 결합되는 사례를 다수 목도할 수 있었다. 또한 대문자 역사나 근대소설에서 배제되었던 목소리들이 텍스트 위에서 새롭게 호출되어 진실의 구체적인 육신을 갖고 ‘그들’의 이야기로서 부활하고 있었다. 여성과 LGBT 등 소수자의 현실을 둘러싼 작가들의 사유 및 연대에의 의지는 한층 치열해지고 심화되었다. 내면과 일상적 현실에 대한 성찰, 정체성 발견의 모험 등과 같은 소설의 전통적 주제에 관한 탐색과 문체의 밀도는 더욱 웅숭깊어졌다. 이처럼 다채로운 성취를 검토하고 논의하면서 앞으로의 한국소설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일은 즐겁고도 보람 있는 일이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확실히 옥석을 가리는 일이 아니라 지원에 중점을 둔 이 사업의 본래 취지를 고려할 때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은 동시대 한국소설의 다양한 성과를 보다 폭넓게 지원할 수 있는 방도를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야말로 탁월한 완성도와 개성적이고도 집요한 문제의식, 빛나는 성취에도 불구하고 (심의위원으로서 이해는 되지만 완전히 납득하기는 어려운) 여러 현실적인 제약과 제한 규정으로 말미암아 불가피하게 선정 대상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던 다수의 작품이 있었다. 아쉬움이 크다.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아울러 선정된 작가들에게 축하를 전한다.
소설 분야 심의위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