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에 걸쳐 소설 분야 심의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소설이 얼마나 다양하게 분화되어 가는 중인지 실시간으로 목도할 수 있었다. 기존의 단편/장편의 분량이나 형식에서 탈피한 작품들도 많았고, 형식적 실험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진지하고 무겁게 이어지기보다 발랄하고 경쾌한 소설의 비중도 높았다. 특히나 눈에 띄었던 것은 추리·스릴러 장르와 SF 장르의 약진이었다. 소재로서 차용되거나 장르적 변용 수준에 그친 것이 아니라, 특정 장르의 작법을 충실히 습득한 상태로 본격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집필된 수준 높은 작품들이 대거 나타나고 있었다. 젊은 작가군일수록 이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사실은 앞으로 한국소설의 미래를 흥미롭게 예측할 수 있게 한다.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모호한 경계는 점점 더 무의미해지는 중이고, 장르문학의 다채로운 작법들은 한국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이 되어가고 있다.
선정위원들이 가장 중요한 심의기준으로 삼은 것은 작품의 완성도였다. 문학적 우수성과 성취를 특정한 몇몇 기준으로 판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작품의 전반적인 구성과 전달력, 작품의 의도, 새로운 형식적 시도 등을 두루 살피고자 했다. 이 기준에는 작품이 독자들과 만나 어떤 영향력 속에 놓일 것인지에 대한 고려도 포함되어 있었다. 선정위원들은 자극적인 소재나 높은 가독성이 아니라, 객관화된 미적 거리로 새로운 문학성을 창출함으로써 문학의 저변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 생각되는 작품들에게 더 높은 평가를 부여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출판사별 선정종수 제한에 따라 충분한 자격조건을 갖추었음에도 선정도서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는 소설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선정된 소설들의 다채로움과 활력은 한국문학의 자부심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 책들이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을 통해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날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럽고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