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도 4분기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수필 분야에는 총 286종이 접수되어 개정·복간 등 재발간 도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세종도서 기 지원내역이 있는 도서, ISBN 등 기본 서지사항 미표기 도서 등 지원자격의 적합성을 꼼꼼히 따져 9종을 제외한 277종을 심의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1차 심의는 9명 심의위원이 3개 분과로 나뉘어 277종의 도서를 시간을 갖고 충분히 검토하여 40종의 도서를 선정하였다. 작품의 수월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되, 문학발전 기여도와 파급효과 및 기대도 또한 두루 살피고자 했다. 2차 심의는 3명의 심의위원들이 상호교차 검토와 충분한 논의 교환을 통해 20종의 도서를 최종 선정하였다. 수필 문학의 특성을 잘 살리는 작품만이 아니라, 내용적 차별성을 특징으로 하여 수필 장르의 새로운 형식 실험을 하는 작품 또한 골고루 선정되도록 했다. 동일 점수가 발생했을 때에는 생애 최초 발간, 지역 출판사 발간 작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였다.
4분기에 응모된 수필은 대체로 장르 고유의 글맛과 발견하는 재미의 즐거움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다수였다. 일상에서 비(非)일상의 경험을 하는 소소한 사건을 섬세히 묘사하는 수필문학의 힘은 독자들로 하여금 ‘정신의 운동장’을 넓혀주는 즐거운 독서 경험을 하게 한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힐링 위주의 가벼운 글쓰기, 자기계발서식, 마케팅적 글쓰기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 안팎의 다양한 문제들을 응시하고 형상화하려는 작품들이 많아진 점이다. 특히 페미니즘 문제와 약소자(弱小者)들의 성원권을 성찰하는 글쓰기들은 심도 있는 문제의식을 잘 보여주었다. 기성작가들의 수필 장르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새로운 형식의 실험 또한 글쓰기의 확장을 통해 새로운 글쓰기가 출현하리라는 즐거운 예감을 하게 한다.
하지만 일부 신청작들은 수필 장르의 관성화된 글쓰기에 갇힌 경우도 있었다. 나와 타자에 대한 성찰 없는 교훈과 관조 위주의 글쓰기는 심의위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여전한 성공신화식 자기계발 레토릭, 신변잡기 SNS 글쓰기, 실용·여행 같은 글쓰기는 문학성 측면에서 아쉬움을 샀다. 웹툰·그래픽 노블 같은 신청작들도 여럿 접수되었는데, 기존의 수필 장르의 틀을 견고히 묵수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요구한다고 판단된다. 수필이라는 장르 고유의 특성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형식의 다양한 산문적(散文的) 글쓰기들을 포괄할 수 있는 유연한 운용의 묘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이를 위해서는 문학나눔 사업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섬세한 지원정책과 변화가 요구된다.
2019년도 4분기 수필 분야 심의는 심의위원들 간 충분한 도서 검토와 신중한 의견교환을 통해 심의기준에 맞게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되었음을 밝힌다. 선정되지 못한 신청자분들에게는 위로를, 선정되신 신청자분들에게는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더 수준 높은 작품들이 출판되어 ‘나’를 존중하고, ‘너’라는 타자를 이해하며, ‘우리’ 사회가 좀 더 배려와 관용의 커뮤니티로 전환하는 동시에 출판문화 활성화에도 기여했으면 한다. 신청해주신 작가분들과 출판사들에 감사드리며, ‘상상력의 빈곤’을 막기 위해 힘쓰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깊은 사의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