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7일부터 2월6일까지 총 328권의 시집을 심의위원 9명이 나눠 읽은 결과 68권의 시집이 1차 선정됐다. 2월 23일까지 다시 심의위원 3명이 모든 시집을 검토해 2월 25일 최종심의회의를 했다. 그 과정을 통해 34권의 시집이 최종 선정되었다. 특정 시집과 연관해 심의위원의 개인적 이해관계나 출판사와의 사적 연관성이 확인된 경우, 심의 회피 사유서를 제출해 해당 시집의 선정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
1차 심의에서는 시집의 시적 역량을 우선해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익숙한 시의 문법을 답습하거나 상식세계의 관념과 추상에 기대어 관습적으로 쓰인 시집들은 선정에 포함되지 못했다. 또한 감정의 직접적 발화를 통해 개인적인 하소연을 풀어놓는 시집들도 심의의원 손에 꼽히지 못했다. 시쓰기는 매번 자신의 시적 역량에 대한 객관화와 반성, 모색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시인은 세계를 예민한 감각으로 마주하며 그가 감각한 것들을 자신만의 언어의 세계로 구축한다. 시에 대한 오해와 편견 등이 시집들에서 많이 보이는 것은 시 쓰는 일이 세계와 연루되었다는 것을 미처 인식하지 못한 결과로 생각된다. 이 시대에 시란 무엇인지 시인이란 어떤 존재인지에 고민과 성찰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2차 심의 과정은 우리 시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젊은 시인들의 시집은 우리 시의 첨단이 어디까지 도달했는지 보여주었다. 그들은 우리 시의 영토를 세계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 실험 등을 통해 우리 시가 도달하지 못한 곳으로 우리 시의 영토를 넓히는 중이었다. 그들의 언어가 지닌 불확실성이야말로 이 세계의 불확실성을 온몸으로 드러내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감각의 새로움은 있지만 익숙한 세계를 넘어서는 시적 인식을 확보하지 못하는 시집들은 우리 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중견시인들은 이미 익숙해진 언어의 문법 속에서도 세계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각자의 방식으로 고투중이었다. 스타일에 상관없이 시는 언제나 갱신되는 언어라는 사실을 그들의 시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느슨한 언어를 통해 익숙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시들, 또는 너무 쉽게 화해의 세계와 타협하거나 진부한 일상으로 환원되는 시집들을 읽으면서는 언어의 갱신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심사위원들 간 큰 이견은 없었다. 우리는 시인들이 보여주는 하나하나의 언어의 세계를 독자들 역시 행복한 마음으로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최종선정을 마쳤다.
출판사별 선정종수 제한이 있어 우수한 시집임에도 불구하고 최종선정에 포함되지 못한 시집들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독자들이 우수한 시집들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도록 제도의 지혜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