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분기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아동청소년 분야에서는 1, 2차 심의에 걸쳐 총 303종 도서 중 31종을 선정하였다. 먼저 출판사별 선정종수의 분야별, 분기별 이중 제한과 동일 저자 연간 1종 제한(단, 분야가 다른 경우 2종에 한하여 제한) 등 방침으로 선정되지 못한 도서들에 아쉬움을 말씀드린다. 최선을 다하고 공정을 기해 작품을 선정한 건 명백하지만, 선정작을 해당 시기 우수작 일부로 받아들여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
이번 분기 접수된 도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아동청소년문학 전 장르에 걸쳐 상당수 작품이 여성 인물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사실이었다. 다양한 여성 노동자의 삶을 가시화하는 그림책, 걱정 많고 예민한 여성 어린이를 긍정하는 동화, 일제 강점기 여학생의 자아 찾기와 사회 참여를 복원하는 청소년 소설, 학교 밖 청소년이나 미혼모를 화자로 하는 청소년 시에 이르기까지 전 장르에서 이런 특징이 두드러졌다.
최근 몇 년간 여성 서사가 봇물 터지듯 창작되고 독자와 평단의 관심까지 집중되어 온 문학 전반의 지형도가 이제 아동청소년 분야에서도 무르익은 것으로 해석했다. 물론 이런 특징을 지닌 접수 작품 전부가 현실 인식이나 완성도에서 완전히 흡족할 정도로 우수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 경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아동청소년문학의 새로운 길이 모색되리라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장애인, 난민 등 소수자를 재현하는 작품 또한 기존의 시혜적 관점을 넘어선 평등과 연대의 태도를 말하는 점은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였고 그 기대를 더욱 확신하게 했다.
역사를 소재로 한 그림책, 그래픽노블, 청소년소설이 많은 점도 특징이었다. 역사 배경은 대부분 일제 강점기에 집중됐는데, 지난해가 1919년 3.1 만세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었기 때문으로 짐작됐다. 역사동화, 역사청소년소설은 뚜렷한 주제와 내용으로 여느 작품에 비해 변별성을 지니는 특징이 있으나 여전히 소박한 민족주의에 머문 작품이 다수여서 이 시대 어린이, 청소년 독자에게 전하는 역사의식의 전환이 좀 더 고민되어야 할 듯 보였다.
최근 아동청소년 분야의 가장 큰 변화인 그림책의 성장 또한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아동청소년 분야에 그림책이 포함되어 동시, 동화, 청소년소설과 통틀어 선정하는 과정은 흥미로운 한편 고민스러웠다. 그림책과, 그 외 아동청소년문학 장르는 어린이, 청소년 독자를 공유할 뿐 예술 장르상으로는 개별 영역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서로 다른 두 장르, 즉 이미지와 언어가 결합된 예술 장르(그림책)와 언어가 예술 형식의 전부인 문학 장르(동화, 동시, 청소년소설)의 예술성과 영향력을 과연 동일한 분야 내에서 비교,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내내 계속됐다.
현재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에서 진행하는 심의과정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1.그림책 2.동시 3.동화와 청소년소설의 세 장르별로 구분해 심의하는 일은 가능해보인다. 아동청소년 분야 외 다른 분야가 시, 소설, 수필, 평론/희곡 장르별로 구분되어 있는 점만 비교해 보더라도 서정 장르(동시)와 서사 장르(동화와 청소년소설) 뿐 아니라 그림책 장르까지 동일한 범주 안에서 평가하는 작업이 작품 선정에 유효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아동청소년문학 분야의 장르별 구분 선정은 심의위원의 전문성 또한 더욱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단, 장르별 전문 심의위원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장르별 인력풀은 현재의 장르 통합 인력풀보다 협소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심의의 공정성과 혁신성을 손상하지 않는 방안이 면밀히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