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도서선정 심의 총평

▣ 심의총평

  • 사 업 명 : 20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수필 1분과)
  • 회의일시 : 2021. 4. 30(금) 14:00~16:30
  • 회의장소 : 문학나눔 사무처 회의실

20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 사업에서 수필 분야 96종(총 286종)의 도서에 대해 심도있는 토론과 심의과정을 거쳐 14종 (총 42종) 도서를 선정하였다. 위원회에서 제시한 ‘작품수월성(50%)’과 ‘문학발전 기여도(25%)’ 및 ‘파급효과 및 기여도(25%)’를 기준으로 심의위원들이 전체 회의를 통하여 심의를 진행하였다.

 

2021년도 1차 문학나눔 수필분야 도서는 다양한 주제와 소재로 그 의미를 풍성하게 하였는데, 이는 오늘날 한국 문단에서의 수필 문학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을 비롯한 기술정보와 코로나 팬데믹으로 상징되는 삶과 ‘문학 위기’의 시대에 수필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수필은 새로운 의사소통의 공간과 글쓰기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인문적 정신과 정서를 함양시키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이 20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 사업에서 수필 분야의 도서들은 다양하고 깊이 있는 주제를 펼쳐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의 삶의 상황을 타개하고 새로운 세상을 그리워하는 이른바 노마디즘(nomadism)에 충실한 작품들이 많았다. 노마디즘은 일상을 탈출하고 고정된 사고를 벗어나 더 넓은 사유의 바다를 향해 탈주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이는 단순히 유목민처럼 공간만 자유롭게 이동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질적인 항들과 관계 맺으며 창조적 생성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우수작품으로 선정된 작품들 중에는 노마디즘에 충실한 작품이 많았다.

 

오늘날 삶의 위기는 단지 외부적인 것만이 아니라 근원적으로는 우리 자신의 개체적 삶의 인식에서 생겨나는 인간다움의 상실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응모된 수필 분야의 작품들에서는 삶의 관점을 새롭게 확장 시키고자 하는, 말하자면 삶에서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들이 많았다. 작가들은 저술을 통하여 삶의 의미는 물론 존재론적 인식이라는 문학 본연의 기능으로서의 수필 문학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기존의 경수필에서 벗어나 작가들만의 특유한 글쓰기 방식의 언어와 존재에 대한 사유를 갖춘 작품들에 심의위원들은 주목했다.

 

더 나아가 이번에 수필 분야에 응모한 작품의 소재와 주제들은 자연, 고향, 지역적 특성으로까지 확대되었고,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인문학적 상상력을 폭넓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동해, 제주 등의 특정 지역의 토속적 삶과 생존의 모습을 통하여 인간과 세상의 존재론적 모습을 다양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 이채로웠다. 생명의 원천으로서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 고향의 삶을 통하여 일구어내는 전승 문화와 향토적 신앙에 대한 향수 등은 현대 인간의 감성과 삶에 대한 재해석을 이루고자 하는 작가들의 의지로 읽히기에 충분했다.

 

오늘날의 수필이 양적 풍요로움에 비해 질적 깊이를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지만,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은 이같은 우려를 상쇄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내용과 형식을 갖춘 수필이 많았다. 앞으로 이 사업이 수필 문학의 새로운 부흥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선정되지 못한 도서들에 대해서는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한국문학의 활성화와 발전을 위해 애쓰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노고에 대해서도 심의위원들은 깊은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

 

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수필 분야 1분과 심의위원 일동

  • 사 업 명 : 20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수필 2분과)
  • 회의일시 : 2021. 5. 3(월) 14:00~16:30
  • 회의장소 : 문학나눔 사무처 회의실

2021년도 제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수필 분야에는 총 311종이 지원했다. 이 중 결격요건에 해당되는 도서를 제외하고 286종을 대상으로 42종의 도서를 선정했다. ‘문학적 수월성’과 ‘문학발전 기여도’, ‘파급효과’를 기준으로, 9명의 심의위원이 세 개 분과로 나뉘어 50일 동안 심의를 진행하였다. 분과별로 화상 논의를 거쳐 14종을 선정, 3개의 분과에서 42종이 최종 선정되었다.

 

수필 분야 2분과에는 ‘문학의 힘’을 강조하는 책이 많았다. ‘문학의 존재 이유’와 ‘문학이 주는 위안’, ‘읽기의 힘과 쓰기의 힘’에 대해 잘 직조된 서사와 서정을 수필의 언어로 들려주는 글들이 돋보였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다수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문학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두기의 시간을 건너면서 수필의 언어가 한층 간절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가지 예시한다. 자신이 겪었던 내면의 상처를 고백함으로써 같은 아픔을 지닌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낸 글과 7년 동안 극심한 통증으로 일상을 포기해야 했던 젊은이가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건강을 되찾은 투병의 기록은 통째로 수필 문장이 되기에 충분했다.

 

수필이 갖는 체험 문학으로서의 순기능을 엿보게 하는 책들도 눈에 띄었다.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에 대한 깊은 응시로, 작고 여린 것들이 내는 소리를 웅숭깊은 언어로 담아내어 상처마저도 꽃으로 복원해 내는 성찰은 삶의 자리를 돌아보게 했다.

 

‘더불어 살기의 미학’을 보여주는 글에도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세상의 구석진 자리를 찾아 자발적 고난을 실천하는 의사, 소년원생들을 찾아 독서 모임을 이끌며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읽어주는 현직 교사, 어린이의 시선으로 어린이와 함께 성장하기를 원하는 글쓰기 교사의 이야기들은 한 사람의 힘이 공동체를 얼마나 큰 변화로 이끌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대를 관통하는 예언적 음성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이제는 잘못된 사랑의 방식에서 벗어나서 참사랑을 하자고 읊조리는 독백은 위기의 시대를 향해 문학이 던지는 구원의 목소리였다. 그 독백은 공동체 모두의 함성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와는 별도로, ‘수필’ 장르의 고유한 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했다. 시나 음악, 영화 등의 예술평론에 가까운 글, 자기계발서, 콩트의 성격이 짙은 글, 그림, 사진, 웹툰으로 채워진 글을 수필에 포함할 것인가, 다른 문학 장르로 볼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깊었다. 논의 끝에 ‘수필 장르’가 추구하는 근원적 요구에 얼마나 근접해 있느냐를 판단의 잣대로 삼기로 했다. ‘삶보다 진실한 문장은 없다’는 경구를 중요한 선정 기준으로 수용했다.

 

수준급의 문학적 완성도를 이루고도 순위에서 밀린 도서들에 위로를 전한다. 선정된 수필집들이 팬데믹으로 위리안치된 독자들의 가슴에 희망의 메시지로 타종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수필 분야 2분과 심의위원 일동

  • 사 업 명 : 20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수필 3분과)
  • 회의일시 : 2021. 5. 6(목) 14:00~16:30
  • 회의장소 : 문학나눔 사무처 회의실

1단계 심의로 진행된 이번 수필분야 심의는 각 도서의 기획과 독자층 설정 면에서 하나의 장르를 기준점으로 내세우기 어려웠다. 심의위원들로부터 고르게 높은 평가를 받았던 14권의 경우 도서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큰 이견이 없었지만, 본심에서는 문학성에 대한 심의위원들의 판단 기준이 상이했음을 확인하고, 오랜 논의를 통해 도서의 기획이나 집필의 목적, 결과물의 완성도가 우수하더라도 학술적 성격이 강한 경우에는 차선에 두기로 합의하였다. 또한 ‘문학 지원’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향후 독자층에게 미칠 영향도 일정부분 고려하기로 했다.

 

그 결과 작가의 삶의 궤적이나 질문들이 얼마나 진정성 있고 성실하게 서술되었는가를 중심에 두게 되었다. 다수의 도서들이 기획의 참신함과 삶의 자유분방함, 집필과정의 탈권위주의적인 태도 등을 어필하고 있었지만, 몇 가지 유형으로 묶일 만큼 제한되고 편집된 세계를 다루는 경향이 나타났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현대인의 활동 반경이 좁아진 까닭에 작가의 시선에도 영향이 미친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러한 상황일수록 전체를 아우르는 진지한 시선과 태도, 즉 수필의 문학성이 요구된다는 것이 심의위원들의 중론이었다.

 

개인의 자전적 삶을 다룬 도서에서부터, 문학과 여러 대중문화 등을 다루는 도서들, 그리고 공감과 치유를 위한 도서들까지 이번에 선정한 14권의 도서들은 장르와 형식은 다를지라도, 작가가 어떻게 우리 사회에 말을 걸고 나름의 해답을 찾기 위해 고심했는지 최소한의 궤적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것은 곧 삶과 사회, 문화에 대한 개인의 직·간접적인 경험들이 텍스트를 통해 비로소 좁혀진 현실의 시야를 활짝 열고 ‘지금, 여기’로 넘어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대적 감수성이란 당대의 기억과 경험만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의 대화를 통해 드러나고 매번 새롭게 갱신된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선정 종수가 적었던 순수수필문학의 경우 특유의 사적 고백의 형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논의가 되었고 장르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갖기로 하였다. 손에서 놓지 못한 여러 작품이 있었음을 밝힌다. 또한 오랜 공을 들였을 것이 분명한 연구서 형식의 도서들도 다른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그 수고를 인정받기를 바란다. 자서전 연구자 필립 르죈은 “하나의 장르를 연구한다는 것 자체가 그 장르로부터 벗어나기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라고 적었다. 이는 연구자 뿐 아니라 글을 읽고 쓰는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선정된 열네 분의 작가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집필에 힘써준 모든 작가에게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작가와 독자, 그리고 책을 만드는 모두가 어려운 시대이다.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프로그램이 크나큰 도움이 되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그 도움의 규모 역시 나날이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수필 분야 3분과 심의위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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