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도서선정 심의 총평

▣ 심의총평

  • 사 업 명 : 20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시 1분과)
  • 회의일시 : 2021. 4. 29(화) 14:00~16:00
  • 회의장소 : 문학나눔 사무처 회의실

2021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시 분야에 접수된 도서는 총 326종이었다. 3명의 심의위원으로 구성된 시 1분과는 이 중 109종의 심의대상 도서 전종을 꼼꼼히 읽고 검토하여 최종적으로 14종의 시집을 선정하였다.

 

본 지원사업은 현재 출판사별로 회차별 선정종수가 제한되어 있고, 분야별로도 3종 이상의 시집은 선정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소규모의 출판사 및 지역 출판사와 공존하기 위한 방침이지만, 이번 1차 공모 기간에 좋은 시집을 다수 출간한 출판사에게는 불운이 아닐 수 없다. 우수한 작품을 출간하고도, 상생의 밑거름으로 남아있어야 하는 저자들에게도 아쉬움과 애석함을 전한다. 뛰어난 시집이 많았다.

 

문학나눔 보급사업에 접수된 시집들은 당대의 문학적 현장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가장 정직하게 반영하는 작품들이다. 코로나 시즌이 지속되면서 일상세계 전반의 활동이 위축되었으나, 인간의 정동은 살아있고 새로운 문학 주체들은 끊임없이 출현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사업에 지원한 출판물들을 통해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개변하는 세계의 역동성이 문학적 성찰과 조우하는 지점에 바로 ‘시’가 존재하고 있었다. 어려운 시절에도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하고 묵묵하게 해나가는 현장의 시인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새로운 내면을 발견하는 고투의 언어들은 우리 문학과 우리 문화의 소중한 공유재이다. 다양한 취향과 공감의 언어로 그러한 공유재를 확장해가려는 출판 시도들을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 얼마 전까지 신생의 작은 출판사라 여겼지만, 최근 들어 공모사업에 지원한 종수가 현저히 늘어난 출판사를 발견할 수 있어 반갑기도 했다. 양적 성장만이 아니었다. 작품들의 수준과 개성이 다변화되어 있어, 이러한 출판사들의 후속 행보가 기대되기도 하였다. 심의과정에서 본 보급사업이 왜 필요한지를, 또한 무엇을 해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다.

 

작가는 보호받고, 출판사는 자생하며, 독자는 행복해지는 그런 선순환을 앞으로도 본 지원 사업을 통해 더욱 잘 증명할 수 있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지적 재산권 문제와 인세 지급 누락, 계약 위반 등 분쟁이 있는 출판사들에 대해 문학나눔 사업이 어떤 제도적 매뉴얼을 제안할 것이냐의 문제도 중요하다. 기존의 출판 관행 속에서 더 윤리적인 선택이 어떻게 가능한가의 문제가 토론 심의에서 진지하게 논의되었음을 밝힌다. 오늘날 독서의 장에서 읽혀야 할 책들을 확인하고, 건강한 문화 속에서 있어야 할 예술을 상상하는 과정에 본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이 더욱 적극적으로 앞장서길 기대해 본다.

 

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시 분야 1분과 심의위원 일동

  • 사 업 명 : 20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시 2분과)
  • 회의일시 : 2021. 4. 30(금) 14:00~16:00
  • 회의장소 : 문학나눔 사무처 회의실

2021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의 시 2분과에서 검토한 시집은 총 109종으로 면밀한 사전검토 과정을 통해 최종 14종의 도서를 선정하였다. 시 2분과 3인의 심의위원은 사전에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각자 심의대상 시집마다 사전 평가 점수를 매기고 검토의견을 작성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심의 당일 온라인 심의를 거쳐 선정 도서를 결정하였다.

 

온라인 심의 토론 과정에서는 심의위원들이 심의기준 작품수월성(50%), 문학발전 기여도(25%), 파급효과 및 기대도(25%)를 바탕으로 공통으로 작품의 독창성과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평가한 시집을 우선하여 선정하였다. 또한, 시인의 지명도와는 별개로 대상 시집이 널리 읽힐만한 작품인가를 고심하였다. 이 과정에서 지역 출판사와 알려지지 않은 시인의 시집 중에 고루 좋은 점수를 받은 작품에 관해 이야기 나눌 때면 이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작가별 중복신청 도서와 출판사 선정 종수 제한(각 분야당 동일 출판사 3종 이하 선정)에 주의를 기울여 의견을 나누었다. 작가별 중복신청은 워낙 훌륭한 시집이 많았기 때문에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으나, 가장 오래 심의위원을 고통스럽게 한 것은 출판사 선정 종수 제한이었다. 심의위원 모두에게 두루 좋은 평가를 받은 시집 가운데 이 제한사항 때문에 선정대상 도서에서 제외된 시집들이 있었다. 이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했다.

 

시집을 검토하면서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이 이토록 많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 문학의 기능에 대해 의심받는 이 시대에 오직 시를 씀으로써 위기를 넘어서고자 하는 시인들의 곡진함이 투명하게 다가왔다. 관습적인 언어 사용에서 벗어나 새로운 목소리로 시적 모험을 시도하는 시집, 시가 시인이 이 세계를 맨몸으로 통과하는 과정에서 얻은 고뇌의 산물, 고통의 선물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 시집, 지역적 특성을 살린 유의미한 시집과 지구적인 위기의 시대에 생태주의적 가치를 일깨우는 시집, 진솔함과 진정성을 무기로 시의 힘을 증명하는 노동 현장을 다룬 시집, 짧지만 부족함 없는 미적 성취를 거둔 시조시집, 일상성을 세계성으로까지 확장해 내고자 하는 시집 등 오늘날 우리 시의 성찬을 마주하였다. 흔히 시인은 너무 많고 좋은 시집은 드물다고 말하지만, 이는 오해이며 기우였음을 이번 기회를 통해 확인하였다. 많은 시집 중에서 선정대상 도서를 추리는 일은 심의위원들에게 환희와 번민을 동시에 선사했다. 여러 이유로 선정되지 못한 시인들에게는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

 

우리 시인들의 이 절박한 행보가 공허한 몸부림으로 그치지 않도록 부디 한 명의 독자라도 더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도‘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이 그 어려운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 본다.

 

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시 분야 2분과 심의위원 일동

  • 사 업 명 : 20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시 3분과)
  • 회의일시 : 2021. 5. 4(화) 14:00~16:00
  • 회의장소 : 문학나눔 사무처 회의실

20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도서선정 시 분야에 접수된 작품집은 총 326종이다. 심의위원 3명씩 총 3개 분과로 나누어 진행된 심의에서 시 3분과는 심의대상으로 배정된 시집 108종을 검토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심의로 진행되었음에도 3명의 심의위원은 현장에서 직접 만나 논의한 것처럼 견해를 일치시킬 수 있었다. 14종의 시집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의위원들이 가진 공통의 감정은 시인들과 출판사에 대한 송구함 그리고 감사함이었다. 우수한 시집이 정말 많음에도 다 선정할 수 없어 괴롭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비극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시의 위기’를 말하는 21세기에 폐쇄되지도 붕괴되지도 않는 아름다운 시의 집이 이토록 많이 지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이 고통스런 시대에야말로 “시는 우리를 다른 곳으로 옮겨놓는 몽상”(바슐라르)이 되어야 하고, 문학나눔 사업을 통해 좋은 시집들이 널리 보급될 때 우울과 분노, 슬픔에 유폐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거처를 밝고 환한 곳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문학나눔 도서보급 선정종수가 더 확대되길 기대해본다.

 

심의위원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것은 기성의 유행에 물들지 않은 개성, 새로운 언어의 감각, 독자적인 미의식의 형상화, 길게 쓴 시와 짧게 쓴 시, 저마다의 미학적 당위, 시의성과 역사적 증언가치 등이었다. 시조집부터 동시집, 청소년시집, 그림시집, 사진시집, 특정 소재를 채택한 테마시집 등 다양한 형식적 시도가 우리시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지역 출판사들의 눈부신 분투, 획일화된 등단제도를 거치지 않은 신진들의 당당한 목소리, 수십 년 동안 시를 탁마해오며 노년에도 팽팽한 시적 긴장을 유지하는 원로들의 시혼 등과 마주할 때마다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르는 기쁨을 느꼈다.

 

일부 시집들은 동일한 시인이 썼다고 해도 될 만큼 서로 닮아있고, 관점과 인식, 소재와 형식, 퍼스나와 발화법 등이 진부함을 벗지 못한 채 기성을 답습하며 동어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집들은 독자적인 개성과 특징을 지니고 있었으며, 시인들이 보여주는 깊은 사색과 새로운 언어 미학, 막힘없이 활달한 상상력, 전위적인 형식 실험, 함축과 잠언의 힘, 섬세한 감정선, 구체적 체험의 진정성을 읽으며 심의위원들도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108종의 시집들은 모두 우리시의 소중한 자산이자 빛나는 성취라 할 만하다. 선정된 시인들에게는 축하를, 선정되지 못한 시인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시는 “기어코 심장을 뚫고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것”(박서영)이라고, 몇 해 전 하늘나라로 간 시인은 말했다. 시는 우리의 얼어붙은 마음, 죽은 땅 같이 단단한 절망 안으로 한 줄기 빛처럼, 한 방울의 물처럼 들어와서는 환한 빛의 산란으로, 시원한 소나기로 얼음을 녹이고 어둠을 무너뜨린다. 지독하고 잔인한 시절에도 시는 늘봄의 예감으로, 승리의 열망으로 약동하므로 20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이 어려운 때에 많은 사람들에게 기쁜 선물이 되길 바란다.

 

21년도 1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시 분야 3분과 심의위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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